누가복음 13장_메시지 성경
예수께서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어떤 사람이 앞마당에 사과나무를 심었다
그가 그 나무에 사과가 있을까해서 다가가보니
하나도 없었다
그가 정원사에게 말했다
어찌된 일이냐?
이제까지 내가 삼 년이나 이 나무에 와서
사과를 찾았지만 하나도 얻지 못했다
찍어 버려라! 무엇 때문에 좋을 땅을 버리겠느냐?
정원사가 말했다
일년만 더 관심을 기울려 보겠습니다
제가 그 둘레를 파고
거름을 주겠습니다
내년에는 열매를 맺을지 모릅니다
그렇지 않거든, 그 때 찍어 버리십시오
누가복음 13장_메시지 성경
좋은 땅에 심기운 사과나무 같은 인생
삼년이 지나도 아무런 소득이 없을 때
주인과 정원사의 대화
내년에는 열매를 맺을지 모릅니다!
정원사가 바라본 미래의 모습
거름을 주고 둘레를 파고.
어쩌면 내 삶에서도, 우리 주위에서도
때로는 정원사의 마음이 되었다가
주인의 마음이 되었다가
혹은 사과나무가 된 심정의 상황이 있다
사과나무가 된 심정일 때의
무력감이란 누군가에게 판단받아야 하고
자신이 여기서 끝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자신이 지내온 세월을 변명하기 바쁘다
주인이 된 입장에서는 주인-대리인의 관계에서
정보가 없기 때문에 사과나무의 결과만 보게 된다
그런데 그 사이에 정원사가 들어온다
좋은 땅에 심기운 사과나무
아직까지 열매를 맺지 못한 사과나무에게
자신이 힘을 들여서 변화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경험이 쌓이고 사람들을 많이 만나다보면
어느순간 바라보는 것이 바뀌게 된다
영원한 것과 사라지는 것을 구분하고
움직이는 것과 움직이지 않는 것 사이에서
사람들의 마음이 보이고,
그들의 어린시절이 그림자처럼 그 사람 곁에 머무는
시간이 계속해서 그들을
붙잡고 있는 모습을 본다
삼년이 아니라 삼십년동안
열매를 맺지 못하고 몸은 성장했지만
그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성장하지 못한
사람들의 얼굴을 본다
연민이나 동정의 눈빛
혹은 판단이나 정의감에 불타는 명령보다는
정원사의 마음으로
그들의 시간을 조용히 쓸어 내린다
조금 더 여유가 있고
경험이 있는 사람이 그들 주위에서
둘레를 파서 스스로에 대한 피해의식이나
자존감의 붕괴를 막아주고
때론 역량을 높여주고, 때론 기다려주며
응원하고 박수치고
때로는 무엇인가를 가르켜주면서
정원사의 마음으로 함께 한다면.
시간이 지나고 인생의 축적된 경험 속에서
정원사의 마음을 가진 사람을 많이 만났다
어찌보면 내 인생의 축복이다
덜떨어진 사람, 덜 자란 사람
과거에 묶여서 삼년이나 허비했다고
스스로 절망하던 사람에게
선한 정원사들은 자신들의 시간을 쓰며
마음을 쓰고, 둘레를 파고 거름을 주었다
사실 나는 그런 정원사들 덕분에
조금은 여유가 생기고, 조금더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 가운데 조용히
다가오는 그리스도를 만나고
어느덧 정원사의 마음을 알아간다
누군가를 쉽게 판단하고 몰아치려고 할 때.
정원사가 될지 주인이 될지
사과나무처럼 굳혀진 사람들을 앞에 놓고
나는 계속 고민한다
고민이 고민이 되지 않는 날들이 오면
과수원의 사과들처럼
주렁주렁 달린 열매들을 볼 수 있겠지
이상하게 오늘 아침에는
정원사의 마음이 읽혀지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