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들을 본다. 사랑을 포기한 사람들을 만난다. 사랑을 하고 싶은 이들과 함께 있다. 인간은 계속 사랑을 갈구하지만 또 제대로 그 사랑을 받아줄 사람을 못 만나기도 한다. 나의 문제이면서 시대의 문제이고, 어떻게 보면 다음 세대의 문제이기도 하다. 출산율이 최저인 이유는 다만 부동산만이 문제가 아닐 것이다. 여전히 한국사회는 조선왕조500년을 숭상하고 있고 불안한 근대의 성장방식에 목매여있으며 MZ세대라고 하는 새로운 세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으니까. 그러는 사이에도 사람들은 사랑하고 헤어지고 아파하고 때론 행복해 한다. 오늘은 연애와 결혼에 대한 생각을 이어서 시간이 지나면서 무엇을 더 중요하게 여길까를 생각해 본다.
사람보는 눈은 나이가 먹으면서 정말 바뀔까? 이 사람 아니면 안될 것 같던 사람도 이 사람 아니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은 언제 하게 되는걸까? 혹시나 기준이 바뀌는 상대방에게 맞춰서 나를 바꾸어 간다면 계속 밀당같은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사실 주변에서 일어나는 많은 사건들은 만남과 이별사이에서 일어났다. 어떤 사람이 잘 생겼다고, 아름답다고해서 계속 만나고 결혼하는 것도 아니고 돈이 많거나 성격이 좋다고해서 연애나 결혼이 오래가는 것도 아니다. 결혼을 해도 이혼을 할 수 있고, 7년을 만나도 헤어지는 연인들이 셀 수 없을 정도이다. 최근에는 '깻잎사건'으로 헤어질뻔한 부부들도 있다고 하니 '상대방을 보는 기준'을 알고 준비하고 서로 이해시키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인간을 조금만 이해해보면, 인생의 나이에 따라서 상대방을 보는 기준이 달라진다고 한다. 20에는 매력을 중시하고, 30대가 지나면 신뢰감을 주는 사람을 선호하며, 40대가 지나면 그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가치가 중요한 기준으로 바뀌어 간다고 한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어느정도 사람들이 그 나이대에 비슷한 기준을 갖는 패턴을 발견한다면 자신이 그런지 않은지도 비교해볼 수 있을 것이다. 명확한건 상대방을 보는 기준은 계속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럼 하나하나 알아보자.
2. 매력을 중요시하는 20대
10대를 지나서 20대가 되면 가장 호르몬활동이 왕성하면서도 자신에 대한 정체성이 강한시기가 된다. 자신을 보는 만큼 사람은 다른 사람을 보게 되어 있다. 자신에게 집중한 기준만큼 다른 사람의 기준을 따지게 되어 있다. 20대에는 매력을 중시한다. 이 매력은 간단하게는 외모나 키가 될 수 있고, 상대방의 성격이나 능력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매력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밀땅'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부분이 과하지 않게 적절히 자신과 관계를, 거리를 맺을 때 사랑이 시작된다. 그러니 자신이 은근히 그 사람이 끌린다는 말보다는 그 사람에게 첫눈에 반하거나 그 사람 때문에 밤을 새면서 잠을 못자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얼굴은 연예인중에서도 별로 없다. 차은우를 보면서 자란 세대는 차은우같은 사람을 매력적으로 느낄 가능성이 높다. 이런...그럼 나는 어떻게 세상을 살라고?
매력은 하나의 프레임이기도 하다. 사람은 누구나 세상을 프레임으로 본다. 정해진 프레임이란 없지만 자신이 살아오면서 20대 정도가 되면 프레임이 잡히게 된다. 어릴적부터 자극적으로 받아들였던 이미지들이 쌓이고, 그 이미지에 일종의 흥분되는 감정이나 낭만적인 분위기, 다른 사람에게는 느낄 수 없었던 어떤 미묘한 차이가 프레임을 만들게 된다. 대부분은 자신이 받아들이던 데이터와 정보를 통제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왜 이런 스타일의 사람을 좋아하게 되었는지 알 수가 없게 된다. 그냥 자신은 그런 부분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외모를 보는 프레임, 키를 보는 프레임, 성경을 보는 프레임! 그 프레임에 대한 자각을 하기전까지, 그 프레임이 만들어지는 시간만큰 다른 것을 쌓기 전까지 자신이 가진 프레임은 잘 바뀌지 않는다. 문제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결혼을 하면서 기존의 프레임에 버금가는 다른 이미지와 데이터가 쌓이면서 프레임이 바뀌어 간다는 것이다. 이걸 보통은 나이먹어서 그렇다고 한다지만, 사실은 다른 프레임을 형성하는 데이터가 더 쌓여진 결과이기도 하다.
3. 상대방에 대한 신뢰를 중요시하는 30대
형질전환은 영어로 transformation이라고 부른다. 양quantity이 어느정도 쌓이면 질quality이 변화되는데 이것을 바로 형질전환이라고 부른다. 한마디로 본질이 바뀌는 것이다. 20대에 많은 데이터를 쌓고 나니, 매력을 느끼는 것도 호르몬이 다하는 3년을 넘으면 부질없어지는 시기가 오는 것이다. 이럴 때 보통 '그인간이 그 인간이고, 얼굴은 몇개월만 지나면 다 똑같아진다'라고 말한다. 물론 30대, 40대가 되어서도 외모를 보는 사람도 많아진다는 것을 주변에서 흔히 느끼지만, 그 사람들이 20대에 자신이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사람과 만나보았다면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욕망은 언제나 결핍에서 오니깐, 매력은 욕망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
서른, 아홉!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아홉수에 대한 불안감이 높게 있다. 서른이 넘어서 아홉까지 가면 보는 눈은 외모보다는 오히려 신뢰감을 주는 사람을 찾게 된다.
30대를 지나가면서 사회적으로 결혼도 해야하고, 출산도 준비해야 하는 시기가 온다. 행여나 결혼을 아직 안했다고 할지라도 매슬로의 욕구 5단계에서 말하는 것처럼 자신을 실현하려는 욕구 때문에 돈이 필요하고 안정적인 감정이 유지되어야 하며, 자신의 삶은 지탱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해진다. 자신을 보는 관점을 다른 사람은 본다고 했던 걸 기억한다면, 이제는 자신이 신뢰할 만한 사람을 매력적으로 느끼게 된다. 보통의 신뢰는 '경제적'인 신뢰를 말하기도 하지만, 꼭 경제적이 아니더라도 성격이 안정적이고 신뢰감을 준다는 것이 큰 관심을 끄는 요인이 된다. 주변에 20대에는 그렇게 외모 타령을 하더니 30대가 되어서 결혼하는 때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사람과 만나는 것을 볼 수 있다. 보통 이럴 때 '정신차렸다'라고 말하는데, 그 정신차렸다는 말은 '신뢰감을 주는 사람을 잘 찾았다'로 보기도 한다.
라라랜드가 더 현실성 있는 것은 결국 주인공들은 가슴 뛰는 댄스보다, 자신에게 안정감을 주는 사람을 찾아 갔다는 것.
신뢰를 주는 것은 보통 4가지이다. 성실성, 순수한의도, 높은 역량, 탁월한 결과. 그 사람이 매번 변하지 않고 성실하고, 나를 속이지 않고 의도를 드러내보이면서, 이것저것 할 수 있는 게 많아서 좋고, 실제로 말뿐만 아니라 번듯한 집이나 차, 통장잔고에 주식까지 넉넉히 가지고 있으면 외모가 문제겠는가? 여자만 그런것은 아니다. 남자도 30대가 넘어가면서 마냥 외모로 끌리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자신을 속이거나 매번 약속에 늦거나 하는 것 없이 사치가 심하거나 해놓은 것 없이 시간을 보내는 사람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신뢰라는 것은 살아온 인생이 말해주는 것이라서 신뢰를 한번에 얻을 수 없다. 그래서 30대에 결혼한 사람치고 혹은 소개팅을 받는 사람치고 신뢰없는 사람하고 결혼한 사람은 거의 없다.
4. 독특한 가치를 중요시하는 40대
40대가 넘어가면 보이는 것이 완전히 달라진다. 남자든 여자든 자신이 어느정도 이룩한 것이 있고 이미 안정감에 대해서 루즈해지는 때가 오면서 도발하고 싶은 마음도 생기기 때문이다. 30대에는 그렇게 신뢰감 있고 안정적인 그 사람이 좋았는데, 10년을 살아보니 왠지 지루하고 너무 예상되어서 재미가 없어진다. 특히 인생의 의미를 찾는 50대에 가까워질 수록 내가 죽을 때까지 평생 이렇게 지루하게 살게 될까에서 자식이 있다면 자신들을 보면서 정을 붙이고 참게 된다. 그러나 가슴 속에 좋아하는 사람 한 두 사람은 있고, 특히 가수나 연예인 혹은 사회적으로 유명해진 사람들에게 호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진다. 40대를 넘어갈 수록 독특한 가치를 가진 사람이 좋아지는 것이다. 외모가 주는 매력보다, 신뢰감을 주는 성격보다, 자신만의 일을 열심히 해 나가는 그 사람의 모습이 좋은 것이다. 주변에 40을 넘어 50이 넘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두 사람 모두 자신의 가치를 발휘해서 무엇인가 비교불가능한 존재가 되었을 때이다. 문제는 한 사람만 그럴 경우 그 가치를 알아보는 것이 다른 사람일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스티븐 호킹 박사가 주연인 '모든것의 이론'은 서로의 독득한 가치를 발견한 연인에 대한 존경심을 느끼게 한다.
사람은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는 삶을 살아갈 때 가장 멋진 것 같다. 그리고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다. 그러나 이런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어디서 빛이 나게 되어 있다. 문제는 그게 아주 오래걸린다는 것이다. 그 빛이 나기까지 말이다. 간혹, 아주 작은 빛이지만 그 빛을 응원하고 물을 주고 거름도 주고 기다린 커플들이 있기도 하다. 이들은 30대, 40대는 힘들게 살지만 50대가 되어서는 아주 아름다운 숲을 이루면서 사는 것을 볼 수 있다. 20대의 프레임, 30대의 프레임으로 볼 때는 보이지 않았는데 40대에 와서는 와~이런게 있었어?라면서 독특한 가치를 가진 사람에 대한 표현을 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사람은 어차피 죽게 되는데 죽기 전에 의미있는 일을 하는 사람이 그렇게 멋져 보이는 것이다.
5. 이모든 것을 뒤집는 기준
세대논쟁이나 또 하나의 프레임을 만들고 싶지는 않다. 물론 50대에서 외모를 중시하고, 20대에서 독특한 가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기도 하다. 30대에서 마찬가지 다른 경로들이 있다. 살아보니깐 보편적으로는 그렇다는 이야기를 쭉 써 내려갔다. 연애와 해보면서 느끼는 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프레임이 막상 상대방을 겪어 보니깐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는 것이다. 외모가 연애인인 사람을 만났을 때 느꼈던 황홀감이 막상 이기적인 그 사람의 뒷모습을 보면서 싸늘하게 식어가는 것을 느끼는가 하면 신뢰감을 주지 못하는 내 자신을 한심하게 바라보는 연인의 얼굴빛도 기억난다. 40대가 지나는 나이에 나는 그럼 '그 빛'이 나는 가치를 여전히 가지고 있을까?라는 고민도 해본다. 행여나 그 가치를 가지고 있다면 그 가치를 알아봐주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라는 환상 혹은 상상도 해본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까지 참고, 아끼고, 꾸준히 걸어갔던 주인공과 그의 빛을 보고 꾸준히 응원해준 사람.
이 모든 것을 뒤집는 기준이 있을까? 매력도 아니고, 신뢰감도 아니고, 독특한 가치도 아닌 다른 것? 글쎄 잘 모르겠다. 그런데 가끔은 누군가를 위해서 '희생'하는 사람이 그렇게 아름다워 보이고 '누군가를 위해서 도움이 되는 일을 하려고 하는 사람'이 귀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연약해 보이는 사람'은 왠지 함께 있고 싶어지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을 뒤집는 기준은 어떻게 보면 내 안에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가지고 있는 프레임을 나 스스로 깨닫고 그 프레임이 진짜 내 프레임인지 느끼는 것. 어쩌면 이것이겠다.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과의 기대보다 경험한 내 안에 남아 있는 것들 중에서 내가 정말로 좋아하고 편안하게 느낀 것. 그것을 찾을 때 연애와 결혼은 사랑으로 조금씩은 이동해가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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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방송사에서 이슈가 되면서 엄청난 후퐁풍을 몰고온 사건. 깻잎을 잡아준 거 가지고 아내에게 엄청난 비판을 받았던 주인공은 아직도 그가 무엇을 잘 못했는지를 모르고 있다. 과연 무엇이 아내를 화나게 했을까? 생각해보면 잘 모르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보여주자마자 바로 그건 이것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어떻게 된걸까? 이무송은 과연 무엇을 잘못했을까? 아주 작은 차이인것 같지만 매우 깊은 감정들이 쌓여 있는 생각의 깻잎이었다.
과연 이무송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깟 깻잎 잡아준걸 가지고? ㅋㅋ
결론은 이렇다. 깻잎을 잡아조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깻잎을 집든 말든 그게 무슨 상관이기에 같이 있는 아내보다 더 중요하다고 여긴걸까? 바로 이것이다. 에이~머 깻잎한장 가지고!라고 하다가 있던 정도 다 날라가는 판이 된다. 50을 넘어서 60이 되어가면사 사람들은 매력도, 신뢰도, 가치도 아닌 '정'으로 산다. 그 정은 어떻게 보면 우정과도 같다. 마지막까지 의리를 지키면서 우정을 지켜주는 사이, 함께 늙어가면서 어디 아프지는 않은데, 불편한 곳은 없는지, 무엇이 필요하지는 않은지 챙겨주는 친구사이. 20대에서부터 시작된 사랑이 60대를 넘어서도 손잡고 다닐 수 있는 이유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