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철학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낭만민네이션 Jun 23. 2016

누구와 무엇

누구 이전에 무엇

몇년 전, 한나아렌트의 박사학위 논문의 제목이

'나는 신 앞에서 누구인가'가 아니라

'나는 신 앞에서 무엇인가'라는 것을 보고서

깜짝 놀랐던 때가 있다


가끔

인간은 자신의 인식세계를 넘어서는

어떤 표현을 만나면 가만히 멈춰서서

자신을 돌아보는 법이다




나는 신 앞에서 누구인가

라는 질문은 이미 인간이 있고

인간은 특별한 존재로 인식된

자연을 정복하는 정복자의 입장이 된다


그러나

나는 신 앞에 무엇인가

라는 질문은 인간이전에 자연 에서

무엇이라는 대칭 위에 함께 자리잡은

인간의 평등함을 보게 된다


너무 많이

정복적인 세계관은 인간을 우상화시키고


모든 것을 파괴하고 있음에도

책임을 지지 않은 정복자을 전파했다


신 앞에 누구인가를 묻기 이전에

나는 당신 앞에 무엇인가

라는 질문이 시작되어야 한다


무엇이라고 하면

이 세상과 자연과

시간과 인식 사이에서


나는 모든 것들과 동등한 관계에서 태어난

인간이다라는 것이 전제되며


누구'라는 도식 안에서 구분하고 차별한

이웃들을 살려낼 수도 있게 된다


한나 아렌트는 그의 박사학위 논문을 마치며

신 앞에 사랑받는 존재인 '나'를 발견하는데


누구라는 인간의 특수성이 아니라

무엇'이라는 자연의 보편성을 선택했음으로


우리 모든 만물은 피조물의 사랑으로

만들어졌을을 증명했다


자본주의가 선물하는 피해의식은

차별과 우대이다


그러나 사랑 앞에서 우리는

모드 사랑받는 존재와 사랑하는 존재로 바뀐다


더 사랑하는 사람이 용서한다

더 사랑하는 사람이 포용한다


사랑으로 만들어진 사람에게

무엇과 누구의 테두리는 없다


누구이전에 우리는 무엇을 고민해야 한다


신 앞에 살아받는 존재로

우리는 날마다 무엇 안에서

누구라는 정체성을 입는다


다시

누구 이전에 무엇


존재 이전에 사랑

매거진의 이전글 악함과 추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