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우스 쿠자누스
사람들은 무한에서 숫자를 끌어냈다
그 숫자들 속에서 자신의 의미를 만들어내느라
부지런히 계몽에 힘썼다
그리고 이러한 숫자적인 전회는
결국 인간의 무한을 빼았고 소중한 것들을 무로 넘겼다
이 시대에 어쩌면 우리는
다시 무한의 시대를 열어야 할지도 모른다
인간이 아닌 오히려 기계가
자신의 무한을 열어가는 시대에
인간의 의미는 한 없이 곤두박치고 있다
존엄이 사라지고 존엄한 탄생도, 존엄한 죽음도 사라진다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는 시기에
돈키호테처럼 누군가는 시대의 창을 들고
거대한 장벽처럼 서 있는 구조에
맞서야 하지 않을까?
현대가 저물고 있다
유동하던 액체 근대도 지나가고
대혼돈의 현대가 저물어 가고 있다
다시 과거에서 미래를 보는 이들이
예언자적 상상력을 가지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