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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영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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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민네이션 Feb 16. 2023

양치는 언덕으로 돌아가자

마태복음 13장_메시지 성경

예수께서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하나님 나라는 자기 밭에 좋은 씨를 심은 농부와 같다"


그날 밤, 품꾼들이 자는 동안에 

그의 원수가 밀밭 사이사이에 


엉겅퀴를 뿌리고는 동트기 

전에 자취를 감췄다. 


푸른 싹이 처음 나고 낱알이 영글려고 할 때에 

엉겅퀴도 함께 나왔다


일꾼들이 농부에게 와서 말했다

'주인님, 좋은 씨만 가려서 심지 않았습니까?"


이 엉겅퀴는 어디서 왔습니까?

주인은 원수가 그랬구나 하고 대답했다


일꾼들은 엉겅퀴를 뽑을까요? 하고 물었다

주인이 말했다


아니다 엉겅퀴를 뽑다가 밀까지 뽑아 버리겠다

그냥 추수 때까지 같이 자라게 두어라


그 때에 내가 추수하는 사람들에게 엉겅퀴는

  뽑아 따로 묶어 불사르고


밀은 거두어 곡간에 

넣으라고 하겠다


마태복음 13장_메시지 성경




20살 초반에 처음으로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그전까지는 누군가 시켜서 읽었지만


능동적으로 읽기 시작한 것은 22살 때부터였다

처음 읽은 책은 미우라 아야꼬의 '양치는 언덕'이었다


퇴폐미와 바람끼를 모두가진 화가 로이지와

건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자란 나오미의 이야기였다


죽일만큼 화가나서 로이지를 미워하는

나오미에 감정이 이입되는가 하면


그런 나오미를 흠모하는 다케야마 선생의

마음도 이해가 되다가


결국 로이지의 죽음으로 모든 것이 끝나고

남겨진 그림 한편.


로이지는 자신의 죄는 씻을 수 없다고 생각했고

그러한 자신을 받아주시는 그리스도의 사랑이


얼마나 크고 깊은지를 죽기 직전에 알게 된다

그리고 그 그림에 모두 쏟아낸다


로이지를 경멸했던 사람들은 그 그림 앞에서

망연자실해진다


그리고 결국 나오미는 양치는 언덕에서

사랑이란 무엇인지를 떠올린다






가끔 나는 지금 세상에 속해 있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낯설음을 느낀다


어떤 집단에 들어가면 나는 여기에

들어갈 자격이 없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너무 착한 사람들의 모임이거나

너무 부유한 사람들의 모임이거나


너무 겸손하고 순수한 사람들 곁이거나

오만하고 거만한 사람들의 근처거나.


이럴 때 항상 두 가지 기둥 사이에서

서 있는 나를 발견한다


착하고 순수함도 아니고 악하고 폭력적인 것도 아닌

어딘가 모를 중간 지점에서 서성인다


그래서 나는 그 모든 것들을 모두

내가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느 것 하나를 결정하지 않고

그 가운데 불안감 혹은 애매함을 견디면서


한 발자국씩 걷는 것이 결국

인생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니깐 쭉정이도 아니고 밀도 아닌

그 중간 어디에서 인생은


계속 앞걸음질 쳤다가 뒷걸음질 쳤다가

때론 휙 돌아서기도 하는 것 같다


삶은 양가성이고 두 길을 그대로

인정하고 걸어가는 것




"누군가를 판단하지 말라!

너가 판단하는 그 판단으로 판단받으리!"


결국 양치는 언덕이나 예수님의 말씀은

누군가의 인생을 결정하는 것에 대한 경계이다


그 결정하는 기준들이 결국 나를 결정함으로

누군가를 판단하는 것은 결국 나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


이렇게 판단하지 않고 박탈하지 않는

마음을 먹음으로써 인생에 가라지가 뽑혀진다


예수님이 뽑으시기도 전에 우리가

밭을 기경하면서, 엉겅퀴를 뽑아내는 것이다


과수원지기가 1년을 기다린 것처럼

가라지를 모두 모아서 불사르기 전에 두는 것처럼


오늘 이 시간에 다시 마음을 돌이켜서

쭉정이를 골라내고, 엉겅퀴를 뽑아내는 자유가


우리의 마음 속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다시 마음을 고쳐 먹고

화를 치밀게 하는 누군가에게 박았던


못들을 한데 뽑아 놓아야 한다

그 때야 비로소 우리 인생에 밖힌


누군가로 부터 받았던 못들,

가라지가 되어서 자라고 있던 상처들이


모두 뽑혀서 결국은 아름다운

이름으로 부활할 것이다


오늘부터 다시 새로운 씨를 뿌려야 한다

오늘을 희망으로 바꾸는 일은 마음에서 시작한다


양치는 언덕으로 돌아가자

여전히 우리가 가꾸어야할 것들이 있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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