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주
겨울을 이기고 사랑은
봄을 기다릴 줄 안다
기다려 다시 사랑은
불모의 땅을 파헤쳐
제 뼈를 갈아 재로 뿌리고
천년을 두고 오늘
봄의 언덕에
한 그루 나무를 심을 줄 안다
사랑은
가을을 끝낸 들녘에 서서
사과 하나 둘로 쪼개
나눠 가질 줄 안다
너와 나와 우리가
한 별을 우러러보며.
사랑은_김남주
사랑은 절망 속에서도
꽃을 피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한다
사랑은 어두운 먹구름이 드리운
하늘을 위에 밝은 태양이 있음을 알게 한다
사랑은 끝이 있는 인생에서
새로운 시작이 있음을 알게 한다
사랑은 삶의 의미가 모두 쪼개서
쥐구멍으로 숨어 들어갔을지라도 찾게 만든다
사랑은 모든 것을 견디고서도
다시 또 견딜 수 있게 한다
사랑은 나도 다른 사람을 먼저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있음을 알게 하고
사랑은 우리가 죽더라도 다시
부활할 것이라는 것을 알게 한다
사랑으로 시작한 사람은
사랑으로 열매를 맺으리니
그의 사랑은 살아생전에 보이지 않더라도
그 다음에 걸어오는 이가
자신도 모르게 사랑으로 인간이
만들어졌으며 그 길을 가는 내내
사랑이 흘러넘치는 인생을 살게 된다는 것을
알게 만든다
사랑은 위대하다고 외쳤기에 위대한 것이 아니라
위대한 일을 만들어내기 위대한 것이다
그러므로 사랑은 자기 자신은 느낄 수 없고
다른 사람을 통해서만 느낄 수 있다
사랑은 오직 전이에 의해서만
서서희 알 수 있는 가장 약한 심장박동이다
사랑은 나와 너가
하나의 조각을 가지고 만나는
위대한 도전이자
거대한 실현이다
사랑을 포기한 사람은
자연적으로 겁쟁이가 된다
사랑은_민네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