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감각
만약에 내가 무엇이든 모든 것을 가졌고
영원을 살아간다고 생각해보자
말그대로 무한을 영원히 산다고 생각해보자
그러면 무엇이 중요해질까
영원한 쾌락이 있을까
영원한 즐거움이 있을까
하지 못하는 것이 없다면
모든 것들을 언제나 할 수 있다면
욕망도 사라지고 앎에 대한 욕구도 사라지고
마지막에는 삶이라는 개념도 사라질 것이다
그런데 만약 무한이기는 하지만
한번 바뀐것이 다시 바뀌지 않는다면 어떨까?
이미 했던 것을 되돌릴수 없는데
이것이 무한히 지속된다면 어떨까
지금 내가 하는 것들이 영원히 지속된다면
아마 다른 오늘을 살아갈 것이다
반대로 무한이 영원히 반복되지만
매번 해로워진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금방 허무주의에 빠질 것이다
영원히 회귀한다고 생각하면
처음에는 하고싶은 것을 다하는 열정이
넘치다가 충족이 되고 오히려 차고 넘치면,
그런데 매번 새로워 진다면
욕구도 매번 새로워진다면 어떻게 될까
그럼 결국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된다
‘순간을 즐겨라!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나니’
우리가 무한과 영원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오늘을 사는 방법이 달라진다
무한을 영원이라고 놓고 한번 한 것이
계속 남는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열심히 무엇을 쓰고 남기고 전했다
그리고 그들이 남겨 놓은 것들을 오늘날
우리가 취하고 우리가 누린다
영원은 한 몸에서 멈추는 듯 했지만
반영구적인 사물들에게 전해져서
다른 방식으로 이어졌다
우리는 이것을 역사라고 부른다
남은 것들에 묻어있는 무한의 조각
영원과 무한을 왔다갔다 했던 이들이 남긴
시간의 조각들 말이다
그러니 요즘들어 역사 문제가 발생하는 건
무한과 영원이 매번 새로워진다고 하는 이들이
자신들이 한 것이 남겨지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고 증명하는 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