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톨트 브레히트
나도 안다, 행복한 자만이
사랑받고 있음을, 그의 음성은
듣기 좋고,
그의 얼굴은 잘생겼다
마당의 구부러진 나무가
토질 나쁜 땅을 가리키고 있다
그러나 지나가는 사람들은 으레 나무를
못생겼다 욕한다.
해협의 산뜻한 보트와 즐거운 돛단배들이
내게는 보이지 않는다.
내게는 무엇보다도
어부들의 찢어진 어망이 눈에 띌 뿐이다.
왜 나는 자꾸 40대의 소작인 처가
허리를 꼬부리고 걸어가는 것만 이야기하는가?
처녀들의 마음은
예나 이제나 따스한데.
나의 시에 운을 맞춘다면 그것은
내게 거의 오만처럼 생각된다
꽃피는 사과나무에 대한 감동과
엉터리 화가에 대한 경악이
나의 가슴 속에서
다투고 있다
그러나 바로 두 번째 것이
나로 하여금 시를 쓰게 한다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_베르톨트 브레히트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에
나는 임대아파트 놀이터를 서성이며
삐걱거리는 그네를 슬그머니 밀어본다
엷게 벗겨진 시멘트 자국에 아이들의 땀이 묻어 있다
어린시절 추억을 먹고 자라는 아이들에게
가난이란 한 줌의 모래와 같다
웃고 떠들고 달리고 뛰어내리고
친구들 뒷모습을 보면서 장난치는 아이들에게
미래는 암울하지 않다
다만 그 아이들을 바라보는 부모의 눈빛은 불안하다
하얀피부의 빛나는 얼굴을 가진 이들을
동경하지 않아도 웃고 즐기는 아이들은
임대아파트에 살든 이름있는 아파트에 살든
모두가 자기만의 색깔로 빛나고 있다
어른들의 세상은 피로 얼룩져있는데
아이들의 세계는 웃음으로 피어난다
어두운시절, 누구에는 기쁨이 있다고 한다면
나는 차라리 그 어두움을 노래하기보단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쁨으로
노래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
한없이 맑고 따뜻한 그 웃음에는
추억이 한가득 담겨져 있다
그래서 아이들과 가장 어울리는 것은
시인의 노래일 것이다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어떤 상황에서도
새로움을 꿈꿀 수 있으니.
그러고 보니 나는 서정시를 쓰고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울리는 밤
가난을 잊어버린 사람에게
푸르른 언덕이 보인다
서정시를 쓰고 있는 지금_민네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