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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영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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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민네이션 Aug 10. 2023

자리를 들고 걸어갔다

요한복음 5장_메시지 성경

거기에 삼십팔년 동안 앓고 있던 한 남자가 있었다

예수께서 그가 연못가에 누워있는 것을 보시고


또 그가 그곳에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를

아시고 말씀하셨다


"네가 낫기를 원하느냐?"

그 남자가 말했다


"선생님, 물이 움직일 때 저를

연못에 넣어줄 사람이 없습니다.


제가 연못에 닷을 즈음이면,

이미 다른 사람이 들어가 있습니다."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일어나서 들고 걸어가거라."


그러자 그거 곧바로 나았다

그는 자리를 들고 걸어갔다.


요한복음 5장_메시지 성경





온정주의라는 것이 있다

말 그대로 마음을 담아서 모든 것을 해주는 것이다


그 사람이 불쌍해 보이는 만큼

해주고 싶은 것을 다 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온정주의는 처음에는 매우 좋아보이고

마음이 따뜻해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온정주의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사람은 무능력자가 되어 버리고


온정주의를 행한 사람은 스스로의 의가

쌓여서 자신이 베푼 자비를 되돌려 받고 싶어 한다


온정주의를 행하다가 그 온정을 받는 사람이

나쁜 사람이거나 자신에게 대들면


그 쏟았던 온정은 바로 증오와 멸시의 감정으로 바뀌어서

그 사람을 공격한다


'내가 이렇게 도와줬는데 그렇게 한다고'

이런 생각을 누구나 한다고 생각하면서


이제는 다시 자신이 베푼 선행을 받은 사람을

보려고 하지 않게 멀리한다


그래서 온정주의의 '대상'은 말그대로

'대상'으로 시작해서 '대상'으로 끝난다


온정주의라는 것이 있다

아주 무서운 전염병이다




어떤 사람이 불쌍해질 때는 언제일까

순간의 상황 속일까? 아니면 바꿀 수 없는 구조일까?


보통 순간의 상황 속에 힘들어 하는 사람을 보고

불쌍하다는 이야기를 하지는 않는다


안타깝다라던지 힘을 내자라던지

지금만 지내면 된다고 하는 말을 건넨다


그런데 구조와 갖혀서 변화의 가능성이 없을 때

우리는 불쌍하다는 말을 가슴 깊이 꺼낸 감정에 담아서


그 사람을 향해서는 절대로 하지 못하고

다른 이들과 대화를 통해서 해소한다


불쌍하다는 말이 나오기까지는 나는 그렇지 않는데

'저 사람'만 그렇다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


그럼 어쩌란 말인가? 이런 질문을 하겠지만

어쩌면 우리는 불쌍하다는 말과 감정으로


상대를 온정주의로 대하는 것을 넘어서

이 구조에 대해서 분노하면서 대처할 수 있다


나는 그 일을 안 안당했으니깐 괜찮아가 아니라

그 일에 갖힌 이를 보고서


그 것을 만든 사람과 사회, 국가에

분노하고 그 사람과 함께 무엇인가를 해야한다


그럴 때 우리는 '대상'이었던 사람이

'상대'가 되면서 주체로 서는 것을 본다


그리고 나 역시 그를 볼 때 나를 볼 때

주체적으로 어떻게 바꿀까를 고민할 수 있게 된다




38년동안 모두에게 불쌍한 사람이었던

사람이 자신의 자리를 들고 걸어가는 모습을 본다


변명만 하던 사람이 자신의 자리를 들고

홀연히 떠나가는 것을 본다


남탓과 세상탓만 하던 사람이

자신의 힘으로 일어서서 자신을 정비하고


마음과 몸상태를 돌아본 다음

걸어가는 것을 본다


우리는 누군가의 삶을 대신 살아 줄 수 없고

책임질수도 없다


그러나 그 사람이 시간이 아무리 오래걸리더라도

자신의 힘으로 일어서 걸어가도록


구조에 대해서 분노하고 걸어가는 이를 응원하며

함께 걸음을 맞추는 동행을 할 수 있다


불쌍하다라고 하는 프레임에 갖혀서

계속 불쌍해지도록 돈 몇푼을 쥐어주는 것을 넘어서


그 사람이 자신의 힘으로 걸어가도록

함께할 수 있는 길이 얼마든지 있다


다만, 그 사람의 의지가 살아나기까지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걸릴 수도 있다는 것과


함께 걷는 걸음에서 지루함과

자신의 무자비함을 본다는 것.


그러니 함께 주체가 되어가는 길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스승이고 친구가 되는 것이다.


진정한 친구는 진정한 스승이며

진정한 스승은 진정한 친구가 된다


함께 걷는내내 희망을 나누는 친구가 되는 과정에서

우리는 온정주의를 벗어 버리고


더 넓은 자유의 세계로, 더 깊이 있는 감정으로

함께 걷는 따뜻한 손길로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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