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방향성이 문득 멈출 때 하는 질문
문득
시간이 멈추고
현실의 모든 의미들이 제자리를 잃어버릴때
실재가 엄습하는 시간이 있다
그 때
인생은 방향성이라는 목적과 의도를 잃고
잠시
공명과 진공 속에서 부유한다
한 때
인생의 결말이 잘 지어진 집에서 인생의 마지막을
즐겁게 맞이하는 것이었던 시절에는
그 공명의 시간이 찾아오는 것이 너무 싫었다
그리고 자꾸만 도망치고 싶었다
그런데 그 비언어적인 진공 속에서
나는 이상하게도 이것이 진짜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리고 신기하게
그 진공의 공간에 떠다니던
그 때의 나와 눈이 마주치곤 한다
시간이 마치 하나의 거대한 연장선 상에 놓여진 것처럼
사실은 모든 것의 분할은 거짓이었다는 것을 증명하듯이.
그리고 가끔 여유있을 때보다는
생각의 속도보다 행동의 속도가 빨라져버린날
나는 온 우주를 떠다니는 미생이 되는 듯했다
실재가 엄습하는 날은
마치 유령이라도 본 것처럼
기분이 나쁘고 무엇인가 불안했다
그런데
이젠 그게 오히려 나라는 걸 알았다
그 누구도 규정해줄수 없고
그 어떤 것도 의미지울 수 없으면서도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그래서 가끔 이 시간이 찾아오면
심야식당처럼 반갑게 맞이하게 되었다
사람은 너무나 쉽게 이 순간을 배신한다
몰아놓고 묶어두고 두려워한다
그리고 항상
다른 사람에 의지에 삶을 살아간다
때론 사랑이란 이름으로
어쩔때는 가족이란 이름으로
절망의 선 앞에 자신이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기 두려운 만큼
가끔 실재가 삶 앞에
턱하니 버티고 있을 때
계절은 시간을 감추이고
별빛은 어둠을 먹어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