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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민네이션 Feb 25. 2024

낭만적인 홋카이도 여행

오랜만에 친구들과 일본을 다녀왔다

0. 들어가기


25살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해외로 나가는 비행기를 타볼 수 있었다. 집안형편이 가난한 것도 있고 군대를 다녀와야하는 것도 있어서. 처음 간 곳은 카자흐스탄이었고 2달동안 유대인들을 찾아다니며 축복송을 불러주었던 기억이 있다. 두 번째 여행은 이스라엘로 자원봉사를 간 것이었다. 이스라엘은 사회주의의 운영체제와 비슷한 마을공동체 '키부츠'시스템으로 운영되는데 2달동안 레바논 근처의 '바람'키부츠라는 곳에서 자원봉사를 하면서 사과를 패킹했다. 물론 2달이 지나고 성지순례도 하고 바이즈만 연구소와 히브리대학도 다녀왔다. 그로부터 20여년동안 15개국 50여번의 출장을 다녀왔다. 지금 일하는 곳에서 40번 넘게 출장을 다녀왔고 대부분 필리핀, 캄보디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냐와 같은 제 3세계 사역지였다. 물론 하와이에서 1달간의 훈련도 진행했지만 이번처럼 그냥 순수하게 여행으로 다녀온 적은 없었다.


https://www.tmon.co.kr/deal/5302910090


일종의 각인학습이론과 같은 것. 해외여행에 돈 쓰면 안된다는 신념아래 해외는 반드시 출장이나 선교라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8년전부터 알고지낸 뜻이 맞는 협동조합 친구들이 제안을 해줬다. 자신들이 더 낼 테니 같이 가자고, 이제 우리에게도 휴식이 필요하고 색다른 경험으로 번아웃을 몰아내야한다고 말이다. 그래서 작년 12월에 비행기표를 예배하고 드디어 2024년 1월 홋카이도로 떠날 수 있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었고 앞으로 어던 방향으로 나아가야하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아침 10시에 만나서 12시 반 비행기를 탔다. 공항은 금요일 오전이라서 한적했고 할인쿠폰을 여기저기서 받아서 마티나라운지에서 여행기분을 한껏 누렸다. 마티나라운지 쿠폰은 지금은 거의 사용하는 사람이 없지만 티몬에서 정가보다 싸게 팔고 있어서 토스할인까지 받아서 3명이서 7만원에 들어갈 수 있었다. 마티나라운지는 워커힐 호텔에서 운영하고 있어서 종류가 많지는 않지만 호텔라운지 식사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평소라면 돈이 아깝겠지만 그래서 여행에서는 여유를 누리고자 서로 조금씩 즐기면서 식사를 했다.


출발부타 구마게라까지


친구들과 함께 공항에 도착!
마티나라운지에서 한컨! 여유롭고 좋았다.
홋카이도로 가는 기내식은 이렇게 빵과 고구마샐러드 그리고 고기가 나온다.
운전을 해야해서 아시히 한모금하고 싶었지만 참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일본 홋카이도 신치토세 공항은 다행히 내릴 때는 눈이 오지 않았다. 물론 돌아올 때는 눈이 너무 많이 와서 12시간이 지연되기는 했지만 말이다. 공항에 내려서 차를 빌렸다. 최근에는 '제주패스'에서 해외로 사업을 확대해서 홋카이도 신치토세 공항에서도 제주패스 사이트에서 도요타차량을 빌릴 수 있다. 가기전에 알아보면 일본사이트에서 대략 60만원정도에 예약해야하지만 제주패스에서는 38만원정도에 5일권을 예약했고 홋카이도프리패스도 예약해서 7만원으로 5일동안 톨게이트비용을 충당했다. '월드카렌트카'에 도착하니 한국어로 자율신청을 할 수 있었고 곧 '토요타 라이즈'를 인수받을 수 있었다. 다음에도 홋카이도를 가게 되면 이 방법으로 이용해야겠다. 제발 그 때까지 제주패스 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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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간의 우리의 여정은 먼저 후라노에서 1박을 한 후에 비에이조로 넘어가서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고 스키장을 지나서 닝구르 테라스에서 커피를 한잔하고, 다시 삿포로로 내려와서 회를 먹는 것이다. 그 다음은 오타루에 가서 운하를 구경하고 삿포로 시내에서 야경을 본 뒤에 조용히 쉬다가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공항에서 차를 빌리자 마자 바로 후라노로 이동하였다. 후라노는 알고보니 한국에서는 스키장으로 유명했고, 후라노에서는 비에이조와 같이 눈이 많이 오기로 유명했다. 인생에서 눈길을 운전하는데 이렇게 힘들었던 적은 해남에 내려갈 때를 빼고는 처음이었다.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고 길가에는 계속 눈이 쌓였다. 한치도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인데 거기다가 도로방향이 바뀌어서 30분정도는 혼란스러움으로 운전을 했다. 그래서 저녁에 코를 많이 골았다는 후설이 있다.


원래 스키장 사진은 이렇게 아름다운데... 눈이오는 저녁의 후라노는 운전하기 최악이었다.


비행기가 16시에 도착해서 차를 인수하고 후라노에 도착하기 8시가 되었다. 그래서 그 동네의 유명한 가게를 찾았는데, 후라노시의 '구마게라'라는 곳이었다. 가격도 1인당 3만원에서 4만엔정도를 하고 가게도 오래되었지만 외국인들이 많아서 줄을 서야 했다. 구마게라는 몇 십년째 이어져 내려오는 전통고기집이었다. 특히 육사시미 덮밥이 유명했고 우리는 너무 배가 고파서 스키야키를 시켰다. 스키야키에 나오는 고기가 일품이었고 돌아와 생각해보니 구마게라만한 곳이 없을 정도로 일품이었던 것 같다. 다음에 후라노에 방문한다면 다시 스키야기를 먹으러 구마게라에 가야겠다. 구마게라 식당에 도착하니 눈이 발목넘게 쌓여서 걷기 조차 힘들었다. 온 동네가 눈으로 덮인 평온한 곳이었다.


https://blog.naver.com/hisfy04/220807869335


구마게라 식당 앙페서 눈이 이렇게 많이 오다니.
홋카이도에서는 삿포로 클래식을 주로 먹는다고 한다. 나는 운전을 해야해서 잘 못 먹었지만.
스키야기와 함께 회를 시켰는데 너무 싱싱해서 입에서 녹아버렸다.
쿠마게라에 도착한 3인방 ㅎㅎ
후라노 편의점에서 일단 저녁에 배가 고플까봐 먹을 것들을 샀다. 아주 새로운 것들이 많았다.
주술회전은 아직 끝나지 않고 연재중이었다.
동물성기름이 가득한 일본의 편의점 빵과 새우깡 ㅎ


구마게라의 스키야키


2. 비에이조 일정


공항에서 바로 후라노로 이동해서 비에이조 일정을 다음날하기로 했기 때문에 숙소는 비에이조 근처에있는 아사히산으로 잡았다. 사실 가서 보니 아사히산은 눈이 많이 내려서 숙소에 사람이 많지 않았고 접근하기도 힘들었다. 초행길에 눈이 쏟아지는 차선이 없는 길을 간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후라노에서도 거의 1시간 남짓을 달려서 숙소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숙소에 연락했을 때 ‘조심히 오세요’라고 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게 되었다. 그래도 새로운 경험이기는 했다. 눈이 허리만큼 쌓여있는 도로를 낭만적인 음악을 들으면서 달리는 밤. 여행같은 여행이였다. 별로 경험해보지 못한 빛나는 밤하늘이었다.



https://kr.hotels.com/ho1189788800/keiseu-hauseu-hoskaido-asahidake-oncheon-hoseutel-higasikawa-ilbon/?chkin=2024-1-12&chkout=2024-1-13&expediaPropertyId=37149650&rm1=a3


아사히산 바로 밑이라서 그런지 정말 오지에 와 있는 것 같았다.
아침에 눈이 많이 내렸다. 나름대로 낭만적이었다.


숙소에 도착하니 밤 11시였다. 짐을 좀 챙기고 숙소에 있는 온천으로 향했다. 노천온천은 3평정도되는 작은 연못이었지만 12시를 넘는 야심한 밤에 혼자서 눈을 맞으며 보내는 정취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평온했다. 한 시간정도 노천탕에 있으면서 힘겹게 달려온 2023년을 정리했다. 나는 왜 이렇게 힘들게 달려왔는가, 나는 무엇을 원했고 어떤 것을 했고, 그래서 내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앞으로 2024년은 어떤 생각으로 살아야 하는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과 스스로가 대답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끝도 없이 내리는 눈발에 황홀하기도하고 평화럽기도하고 만김이 교차하는 찰라에 순간이 영원처럼 느껴졌다. 이렇게 온천을 마친뒤에 바로 잠들었는데 함께 여행한 친구들은 내가 너무 코를 심하게 골아서 잠을 잘 못잤다고 한다. 이렇게 맘놓고 잠응 청한적이 있었나 싶지만 함께 간 친구들에게 미안했다.


눈발이 멈추지 않고 계속 흘러내리는 밤


릴스로 만들어던 동영상을 잠시 퍼왔다.


비에이조는 봄에도 멋지지만 겨울에는 설국의 풍경이 장관이다. 사실 홋카이도에 오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미우라 아야꼬의 소설 ‘양치는 언덕’의 주 무대인 하코다테에 가고 싶었지만 여행으로는 볼게 없음으로 갈 수 없었다. 다음에 혼자 오거나 마음이 맞는 사람과 결혼한다면 겨우 갈 수 있는 곳이 아닐까라는 아쉬움을 묻어두며 비에이조 여행을 시작했다. 비에이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크리스마스 나무’이지만 우리는 잘못된 검색으로 ‘세븐시스터스 나무’에 도착했다. 개인적으로는 크리스마스 나무만 있는 경치보다 언덕 능선 위에 아름답게 배치되어 있는 세븐시스터즈 나무가 더욱 멋있었다. 이렇게 비에이의 일정이 시작되었다.


이런 능선, 이런 언덕! 너무 좋다.
7그룹가 넘기는 하지만 여기가 바로 세븐시스터즈나무가 있는 곳.
함께간 친구가 오리를 즉석에서 만들어 주었다.
초원에서 함께 사진을 찍으니 재미도 있고 ㅎ


눈빌이 멈춘 곳에서 티 한점 보이지 않는 비에이조의 장관.
세븐시스터즈 나무에서 바라본 능선은 아름다웠다
이렇게 우리는 즐거운 비에조의 여행을 시작했다.


크리스마스나무로 가는 길은 벌써부터 한국인과 중국인, 홍콩 사람들이 얼키고 설켜서 줄을 서고 있었다. 생각보다 나무는 커다랬는데 한 100미터가량 사람들이 줄을 서서 크리스마스 나무를 배경으로 시진을 찍고 포즈를 취했다. 홋카이도의 하늘과 언덕의 능선 그리고 깨끗한 눈덩이들이 크리스마그 나무의 푸르름과 절묘하게 만났다. 왜 사람들이 많이 찾는지 알게 되었다. 여행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여행온 사람들 구경하는 맛도 있어야히지 않는가? 나중에 인스타를 보니 우리와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있던 사람들이 꽤 많이 있었다.


크리스마스 나무 앞에 걸어가는 오리떼들 ㅎㅎ
주변 시내에서 국물카레우도을 먹고 운전해서 못먹었지만 다들 삿포로 클래식을 생맥주로 한자!


다음에 도착한 곳은 자작나무 숲이였다. 새하얀 눈밭에서 자작나무에 쌓인 눈들이 빛과 만나서 한 없이 차갑고 깊숙히 빛났다. 물론 여기저기 우리와 같은 방문객들이 넘쳐났지만 다들 눈밭에서 하얀 눈에 쓰러지기도 하고 사진도 찍고 자신들의 여정을 돌아보면서 새로운 생각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우리는 최근에 아이폰을 산 친구 덕분에 슬로우모션을 눈을 뿌리는가 하면 모델처럼 포즈를 잡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박물관도 있어서 들어가보고 여기저기 다니는 가운데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1월의 비에이조는 그야말로 설국이 따로 없을 정도이다. 이 눈이 4월이나 되어서야 녹는다고 하니 오랜시간동안 눈이라면 질릴정도로 누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다들 찍길래 나도 모델컷으로 한번!


자작나무숲 입구에 있는 박물관과 길게 늘어선 나무들.ㅇ
슬로우모션으로 눈 뿌리기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후라노시에 있는 '닝구르테라스'였다. 말 그래도 외부에 설치된 테라스에서 여기저기 상점이 있었고 아기자기한 물품들을 팔고 있었다. 한국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장소라서 그런지 조금 전에 자작나무숲에서 만났던 사람들을 여기서도 만날 수 있었다. 이곳은 후라노의 그 유명한 아사히산이 보이는 스키장 바로 옆에 있는 언덕에 위치하고 있었다. 닝그루테라스로 가려고 했던 이유중에 하나는 일행 중에 한 명이 닝그루테라스에 맛있는 커피숍이 있는데 사람들이 잘 모르지만 가보면 정말 최고라고 하는 것때문이었다. 커피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멋진 배경에 맛있는 커피라니 이색 체험이 될 것 같아서 함께 따라가보았다.

여기가 바로 그 유명한 닝구르테라스의 커피숍이다
내가 찍은 건 아니지만 닝구르테라스는 여기에 아래쪽에 있다. 저 멀리 보이는 산이 우리가 묵었던 아사히산이다.
스키장 숙소 바로 옆에 닝구르테라스로 들어가는 문이 있다.
닝구르테라스의 가장 안쪽으로 들어오면 이렇게 커피숍이 있다.
커피숍에서 보이는 배경 그리고 맛있는 카스테라초코케익.
옛날 감성으로 이렇게 직접 만든 커피잔에 커피가 잘 볶아서 나온다.
닝그루테라스에서는 커피를 볶는 기구도 있고 이렇게 작은 눈썰매도 탈 수 있다.


2. 오타루


말로만 듣던 오타루. 먼저 다녀온 친구들이 이야기하기를 오타루에는 별로 볼 것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오타루에 가면 보는 것보다는 맛있는 걸 먹으러 가는 거라고 했다. 사와사키수산은 들어가자마자 딱 9좌석밖에 없는 아주 조그만 가게였다. 성게알부터 시작해서 크랩과 회가 아주 싱싱한. 그런데 이 조그마한 밥공기 하나에 올려져 있는 회들이 6만원이나 했다. 너무 비싼 듯했지만 다른 곳도 살펴보니 다들 비슷했다. 그래도 싱싱한 회덮박을 먹으니 이제 좀 걸을만해서 오타루를 본격적으로 돌아보기 시작했다. 예전에 영상으로 볼 때는 여기가 바로 '미스터초밥왕'의 모티브가 된 곳이라고 했다. 또한 오타루는 홋카이도에서 혹은 외국에서 실려오는 짐들을 저장하기 위해서 다양한 창고들이 존재했고 이에 따라서 오타루 주변에 다양한 문화들이 혼합되어서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https://maps.app.goo.gl/ReJkaCi7Fya2Gqjb6



아주 싱싱한 해산물이다
거의 4만원에서 5만원대를 넘어서는데 작은 공기밥이라고 보면 된다.
오타루의 흔한 도로 상황이다. 눈이 쌓이다못해 치워도 치워도 없어지지가 않는다.
오타루에서 유명한 것은 과자 그리고 초콜렛 그리고 사케
오타루의 메인도로를 거다가 보면 중앙에 오래된 커피숍이 있는데 아주 느낌이 좋다.
역시 일본은 사케의 나라가 아닌가. 각국의 다양한 사케가 있었고 오타루시에서만 나는 사케도 있었다.
모두가 오타루에 가면 갈 수 밖에 없다는 오르골 박물관 앞에 시계는 아주 오래전부터 증기로 움직이고 있다.
오르골 박물관이 오타루의 문화를 제대로 보여준다. 개화기 그리고 산업의 발전 그리고 외세의 칩입과 그에 대한 반응
오르골 박무로간에 아주 작은 미니어처로 100년간의 오타루를 그려놓고 있다.
오르골 박물관 3층에 가면 미야자키하야오 특별전이 있다.
여기가 그 유명한 오타루의 운하이다. 운하 옆으로 이렇게 큰 창고들이 줄서서 있다.
오타루를 떠나오기 전에 상점에 들려서 다양한 제품들을 경험했다.
오타루일정에서 얻는 사진


3. 삿포로시


마지막 일정은 바로 삿포로시였다. 사실 삿포로시에서는 볼 게 그렇게 없고 맛있는 식당들이 많아서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그러나 일본 사람들보다는 한국 사람들과 중국 관광객들이 많이 방문한 탓에 줄을 서도 거의 1시간이나 기다려야 했다. 그래서 주변에 괜찮은 수프카레집에 들려서 다양한 카레를 먹어보았다. 15년전 고베에 가셔도 느꼈지만 외국의 문물이 들어오는 것은 언제나 먼저 먹을 것이다. 외국에서 누리던 '카레'를 일본에서도 누리고 싶어서 카레를 먹었는데 일본식으로 굳어지면서 '수프카레'로 발전했다고 한다. 한국처럼 달콤한 맛보다는 약간 쓴맛이지만 먹다보면 묘한 매력이 있는 수프카레였다. 마침 눈보라도 내리치고 있어서 따뜻한 가게에서 창밖을 보면서 스푸카레를 먹으니 낭만도 있고 재미도 있었다. 심지어 이 가게는 한국어로 된 키오스크가 있을 정도였다.


창밖에 눈이 내리고 우리는 수프카레를 먹을려고 기다렸다.
스프카레의 주 메뉴는 싱싱한 채소와 콩 그리고 귀리같은 거였고 사이드로 치킨이 있었다.
수프카레 동영상


식사를 마치고 에어비앤비에서 빌린 작은 방으로 들어가서 오타루에서 사온 과자와 선토리 하이볼을 마시면서 하루를 정리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은 일본에서는 가장 유명한 돈키호테에 갔다. 삿포로 다누키코지 본점인데 5층까지 있는 돈키호테에 다양한 것들이 있었다. 물론 와서 나눠줄 선물을 사려고 왔는데 이것저것 구경할 것들이 많이 있었다. 최애의 아이도 있었고 뉴진스의 사진도 있었고 심지어 5층에서는 타로점을 보거나 메이트카페도 있었다. 궁금하기는 했지만 가면 안될 것 같아서 들어가지는 않고 지나갔다. 여기서는 면세가 되기 때문에 할인도 받을 수 있고 선물도 다양하게 살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제 집으로 돌아갈 날아 하루 밖에 남지 않아서 아쉬운 마음이었지만 그래도 즐거웠다.


https://maps.app.goo.gl/AzRubceXgT6byGgd8?g_st=com.iwilab.KakaoTalk.Share



동기호테도 이른바 메가동키호테였다
뉴진스의 사진도 볼 수 있었는데, 일본 아이돌들이 워낙 화장법?이 탁월해서 그렇게 눈에 뛰지는 않았다.
역시 최애의 아이도 있었다. ㅎㅎ


삿포로에서 실제로 할게 별로 없었다. 같이 다니는 친구들의 특성상 유명한 곳을 가거나 신사를 가거나 역사적인 장소를 방문하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해서 그냥 누리고 마시고 보는 재미로 다녔다. 나름 역사가 오래된 모리히코라는 커피숍을 찾아갔다. 눈이 너무 내려서 도로가 1차선으로 바뀌기는 했지만 귀여운 모리히코의 일하시는 분과 맛있는 커피 덕분에 한 자리에 앉아서 3시간이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차를 바시고 밖으로 나오니 눈이 너무 많이 쌓여서 차를 움직이지 못할 정도였다. 그래도 이렇게 눈이 만히 나온 적은 별로 없어서 신기하기도 했다. 커피숍과 묘하게 눈이 어울리면서 왜 이렇게 일본 영화나 만화에 눈이 많이 나오는지도 알게 되었다.


https://maps.app.goo.gl/f3ELiujafYU2rVkT8?g_st=com.iwilab.KakaoTalk.Share



영화에 나올 것 같은 작은 커피숍이지만 그래도 운치가 있었다.
치즈케익이 나름대로 맛있었고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이 제법 만히 찾아왔다
커피에 진심이여서 커피와 관련된 상품들도 많이 팔고 있었다.
눈이 이렇게 많이 쌓이는 건 처음 보았다.


마지막밤 우리는 무엇을 할까하다가 한국에서도 잘 안치는 볼링을 치러 갔다.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볼링을 치고 있었다. 우리도 볼링비 내기를 하면서 3시간이나 볼링을 쳤다. 물론 내가 져서 볼링비를 다 내야했지만 그래도 남자 세명이서 즐겁게 3시간을 치면서 옆에서 치는 사람들과 친해지기도 하고 한국사람을 만나서 인사도 하고, 정말 일본 애니에나 나오는 머리를 빡빡 깎은 고등학생들이 '우마이!' 이러면서 떠는 것도 구경할 수 있었다. 삿포로에서 하루하루가 이렇게 저물어가고 있었다.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근심없이 즐기고, 새롱누 곳에 가서 즐기기도 하면서 많은 경험을 하게 된 것 같다. 마음의 짐이 많이 사라진 것도 같고 말이다.



사람들이 상당히 볼링을 잘쳤다 ㅎㅎ
볼링이 끝나고 쿠마게라의 맛을 잊지 못해 다시 스키야키집으로 왔다. 여기도 1인당 5만원이했지만 말이다.
그렇게 사람들이 좋아하는 선토리 위스키가 여기서는 2만원도 하지 않았다. 밤에 내리는 삿포로의 눈,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0. 돌아오는 길


모든 여행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공항에 오는 1시간은 눈이 너무 많이 와서 다시 첫날의 악몽이 떠올랐다. 생각해보니 공항에서 삿포로 혹은 하라노로 가는 길이 차가 그렇게 많이 다니지 않고 제설이 어려워서 운전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공항에 도착해서 식사하기 출발하기 전에 먹는 사케동은 너무 맛있었다. 쌀도 그렇고 연어도 그렇고 말이다. 그런데 눈이 생각보다 많이 와서 2시간이나 연착이 되었다. 그래도 비행기는 탔으니 이제 출발하려고 했는데 갑짜기 드르륵~ 긁히는 소리가 났다. 바닥이 미끄러워서 그런줄 알았는데 그러고 5시간을 비행기에서 내리지도 못하고 비행기가 뜨지도 못했다. 알고보니 우리가 탄 대한항공 비행기가 뒤로 후진하면서 옆에 있던 케세이퍼시픽 항공기의 꼬리를 긁었고 결국 이것을 해결하려고 5시간이나 조사를 한 것이었다.


우리는 내리지도 못하고 아무것도 하지 못한체 30도가 넘는 비해기 안에서 기다려야 했다. 2시 비행기가 4시에 출발하려고 하다가 결국 9시가 되어서야 다시 공항 게이트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때야 비로소 인천에서 우리를 태울 비행기를 보냈다는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 4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아우성을 쳤고 결국 280명이 신치토세 공항에서 영화 터미널처럼 노숙을 하면서 비행기를 기다려야 했다. 공항직원들이 매우 친절했는데 우리에게 미안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같이 간 친구들이 워낙 사회생활을 잘해서 일본 직원이 다시 티케팅을 해줄 때 '정말 수고 많으세요. 괜찮습니다. 저희는요. 그래도 고생 많으신데.' 이렇게 이야기를 했는데 그거 때문인지는 몰라도 우리 3명을 비지니스 클래스로 업그레이드 해줬다.


그래서 결국 우리는 180도로 누워서 잠도 자고 기내식도 마음대로 먹고 발도 쭉펴고 올 수 있었다. 60만원을 더 내면 천국을 살다 올 수 있다니 너무 아이러니 했다. 비행기는 신치토세 공항을 새벽 2시에 출발해서 새벽 5시 반에 인천에 도착했다. 결국 12시간이나 걸려서 출발할 수 있었고 18시간만에 집에 도착할수 있었다. 돌아오는 길이 너무 길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렇게 새로운 경험을 해 보니 또 살아갈 맛이 나는 것 같기도 했다. 이제 다시 일상에 집중하면서 새로운 학기 힘을 내서 해봐야겠다.


진정 잊을 수 없는 신치토세 공항의 사케동
이 보다 더 잘 찍을 수는 없다. 사고가 난 바로 그 장면.
결국 우리는 비지니스클래스로 다리를 쭉 뻗고 누울 수 있었다.
맛있었던 기내식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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