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를 돌아보기
벌써 40이 훌쩍 넘었다. 얼굴에 책임을 지는 나이이자 무엇에도 흔들지지 않는다는 불혹의 나이를 넘어서 지난 10년을 생각해 본다. 세월의 흐름이 고스란히 입가의 주름으로 자리잡기는 했어도, 보이지 않는 뇌의 주름에서부터 영혼의 무게까지 그래도 쉽지 않은 세월 후회는 없다는 생각도 해본다. 최근들어서 30대에 봤던 친구들이나 사람들이 변해가는 모습을 목격한다. 10년전에 이 사람은 이렇지는 않았는데 마음이 너무 늙었고 눈빛은 너무 교활해지고 자신의 잇속만 챙기는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 사람이 얄밉고 꼴보기 싫은거 보다는 10년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어떤 세월을 맞이했길래 사람이 이렇게 되었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그런데 반대로 10년전에는 그렇게 빛나지 않았는데 어느덧 완연한 자신말의 빛깔로 영롱하게 빛나는 사람들도 만난다. 10년전에는 은은하게 보일듯 말듯한 빛이 감돌았는데 지금은 찬란하게 빛나서 모든 것이 다 괜찮아 보이는 사람도 만난다.
시간이 연속적으로 쌓이는 세계에서 어쩔 수 없이 두 발을 딛고 사는 이들에게 자신이 매일 무엇을 하는지는 정직하게 자신의 몸과 마음 그리고 영혼에 남는다. 30대의 고민을 그대로 안고 살면서 그래도 자신의 방식대로 응답하려고 했던 이들의 몸부림이 점점 자신의 주위와 사람들을 바꾸고 있는 것을 본다. 그들에게는 어느덧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용기가 가득하고, 절벽 위의 낭떨어지를 걷더라도 의연하게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기도 한다. 어떤 시련이 와도 믿음으로 이겨낼 용기를 장착하고, 어떤 날씨에도 앞으로 걸어갈 수 있는 굳은 살을 본다. 30대 그 사람의 고민은 너무 크고 깊어서 하나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았는데 어느덧 10년이 지나는 동안에 그가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해결해간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경이감까지 든다. 그래 이렇게 하나하나 작은 것부터 해결해가는 것을 보면서 나 역시도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해결해가면 되지 않을까라는 용기도 얻게 된다.
당신은 문제를 해결하려고만 해서 문제야
얼만전 회의를 하다가 이런 말을 들었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을 문제삼는 것을 들은 것은 인생을 살면서 처음이었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의 의도는 내가 너무 '문제'를 부각해서 그것을 해결하는 식으로 일을 처리해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문제에 집중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괜히 긁어서 부스럼을 만들어서 뭐하겠냐는 것이다. 그것보다는 사람들이 미래를 바라보게 만들고,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맞는 것이 아닌가라는 이야기이다. 나의 생각의 패턴을 간단하게 꼬집고 자신이 생각하는 방식으로 권유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가 지금까지 했던 일은 항상 자신이 만든 문제를 스스로 인정하지 않고, 매번 미래로 자신을 내던져서 시선을 돌렸던 것이었다. 그래서 문제의 원인이 자신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자신에게 뭐라고 하면 그것은 그 사람이 문제라는 식으로 대꾸하고 처리했다.
동기부여를 해야할 리더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동기부여가 안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동기부여가 안되는 것은 당신들 책임이고, 그럼 평가할 때 안좋은 점수를 줘서 자르면된다니깐"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동기부여가 안되는 사람들이 문제가 아니라 동기부여를 시키지 못하는 리더가 문제이고 (그러니깐 당신이 문제이고) 그 동기부여가 안된 사람들이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1년을 그렇게 힘들게 지내면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괴로울까?" 이런 이야기를 던져 보았지만 나를 지적하던 그 사람은 역시나 내가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10년전에 봐 왔던 이 사람은 여전히 10년전의 문제를 그대로 가지고 있었고, 여전히 사람들에게 그 원인을 돌리느랴 바빴다. 자신에게 집중되는 것이 싫다는 이유는 자신이 한게 아니라는 '겸손'의 표현처럼 들렸지만, 사실은 정말로 자신이 한게 없으며 그런 의미에서 실수도 잘못도 자신이 한게 아닌게 되었다. 책임을 져보지 않는 사람, 그래서 한번도 자신의 시간이 없었던 사람, 자기성찰을 할 줄도 모르는 사람. 그 사람이 10년이 지났을 때는 횡설수설하는 것이 아이디어가 많은 것처럼 스스로 느꼈고, 매번 말할 때 마다 바뀌는 것이 현실을 반영한 전략이라고 우겼다.
이런 사람들을 보면 애처롭다.
불쌍하다기보다는 나이 40이 넘고 50이 넘어도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자기성찰' 자체가 안되는 사람들. 그래서 항상 다른 곳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고, 자신은 잘난사람으로, 멋지고 똑똑한 사람으로 덫칠하고 있는 사람. 영혼의 빛이 1도 보이지 않지만 자신이 덧칠한 것들로 자신을 위안삼는 사람. 그런 사람들을 점점 많이 만난다. 때론 변명으로, 때론 욱하는 폭력으로, 때론 무관심으로 사람들에게 대응하는 가지각색의 사람들. 나도 저렇게 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불안감을 느끼면서 요 며칠은 잠을 잘 자지 못했다. 어떻게 살아야할까? 10년전에는 '목표'가 중요했는데 10년이 흐른 뒤에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귀중한 깨달음을 얻게 된다.
30대의 고민에 응답하면서 하루하루 루틴을 쌓은 사람은 40대가 되었을 때 선택지가 많아진다.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수 많은 것들 중에서 가장 최적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30대에 고민이 없는 사람, 그래서 아무런 것도 루틴으로 쌓지 않고 문제해결도 하려고 하지 않은 사람이 40대가 되면 자기 스스로가 문제가 되며 그것을 스스로 못보기 때문에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기껏해야 '남을 이용해 먹는 것' 하나 정도가 된다. 40대가 지나가는 길목에서 이런 사람들을 자주 만나는 것이 씁쓸할 뿐이다. 죽을 만큼 힘들게 자신의 한계와 싸운 것도 아니면서 다른이의 아픔에 깊이 있게 공감하고 자신을 내어던져서 살아본 사람들이 아닌, 그저 대충대충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위선적으로 흘려보내다가 어느덧 비어가는 자신의 내면을 바라본 사람. 40대의 선택지는 결국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자신에게 이익을 주는 사람을 찾으려는 시선 뿐이다.
만약 자신이 아직 30대라면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최대한 자신의 한계에 도전해보자. 자기객관화가 자신의 성장과 발전 그리고 다른 이에게 영향력을 끼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자신의 한계에 도전해보면 자신이 얼마나 부족하고 이상하고 허세였는지 알게 된다. 자신을 알기 위해서 자신이 가장 못하는 것부터 정면으로 도전해보자.
'루틴'의 힘을 믿어보자. 아무리 큰 문제라도 하나하나 해결하면 된다. 루틴을 설정하고 그 루틴 속으로 자신을 던져보자. 하루하루 깎이다 보면 결국 그 속에 다이아몬드가 빛나기 시작한다.
반면교사의 힘을 믿어보자. 자신이 비판하기 좋은 사람을 험담하는 것으로 그치지 말고, 왜 그 사람처럼 하면 안되는지, 왜 그 사람을 닮아가면 안되는지를 생각해보자. 그리고 그것들을 써 놓고 자기 자신에게 요청하자. '절대로 이런 사람은 되지 말자!'
모든 순간에서 배운다라는 철학처럼 '태도'를 정리해보자. 삶을 대하는 태도,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 하님과 만나는 태도, 자신의 과거와 조우하는 태도. 모든 태도들에는 자신이 지금까지 생각해오고 경험한 것들이 들어 있다. 태도를 제대로 설계하고 만들어보자.
배워서 남주자는 생각으로 학습해보자. 문제의 해결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것 아니라 사람들에게 얼마나 자유를 주고, 성장을 주고, 의미를 주었느냐이다. 그러나 문제해결을 넘어서 어떻게 하면 더 쉽게 도와줄 수 있을지를 생각해보자.
지름길은 없다. 그 분야에 전문가가 되고 싶다면 꼭 바른길로 한걸음 한걸음 걸어보자. 지름길은 그 길만 정답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정면승부를 해보면 알게 된다. 지금길은 어디까지나 도피의 결과라는 것을. 인생에서 지름길보다는 좁은길이라도 정직하게 걸어갈 수 있는 바른 길을 가보자.
최대한 선택지를 많이 만들 수 있게 범주를 넓혀보자. 가장 쉬운 길은 주위에서 도와달라고 하면 무조건 콜하는 것이다. 그러면 처음에는 이용당하는 것 같고, 하기 싫지만 점점 그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것 뿐만 아니라 미래에 만나게 될 사람들에게도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역량이 쌓이게 마련이다.
이번학기 또 4과목을 듣는다. 일이 끝나고 1시간을 넘어서 대학원에 도착해서 쉽지 않은 수업을 듣고 복습하고 과제하고 다시 그 다음날 또 학교를 가고. 이렇게 일주일에 4번이나 반복해야 한다. 언제까지 배워야하나라는 고민을 하지만 반대로 앞으로 내가 선택할 것들이 이렇게 많게구나! 보이지 않았던 길이 이렇게 한계를 만나고 그 경계에 서 있을 수록 더 많이 보이는 것을. 그러니 정직하게 한걸음 한걸음 걸음을 떼어보자. 자기스스로를 다시 보고, 내가 잘하고 있나 못하고 있나 돌아보기도 하고, 사람들에게 자신이 잘하고 있는지도 물어보자. 30대의 고민이 40대에 꽃을 피워서 진정으로 밝게 빛날 수 있도록. 10년간 다듬어야할 태도. 다시 나의 중심을 돌아본다. 다시 나의 신앙을 돌아보고, 본질을 고민한다. 그래! 원래부터 나는 이런 사람이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은헤로 여기에 서 있지. 그러니 하루하루 주어진 시간에 감사하면서 이 시간들을 이겨나가보자.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스스로를 보면서 흐뭇해 하기 보다는 내가 잘하고 있나를 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