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 기억

삶에서 사라진 사람들에게

by 낭만민네이션

어머니는 계속 우셨다

한없이 우시고, 밤은 끝나지 않았다


2살 때 형이 엄청 울었다고 한다

그래서 어머니는 다른 사람들이 불편해하니


울지말라고 사정없이

때렸다고 한다


그럼 그 2살짜리가 멀 알겠냐하시며

우는대도 또 때리셨다고 했다


어머니는 가끔 밤이

무르익어갈 때쯤


정릉에 살던 기억을 떠올리시며

80년대 서울의 아픔을 지긋이 꺼내곤 하셨다




나의 혈육, 형은 18세의 나이에

너무 젊은 생을 마감해야 했다


형의 생은 항상 불안함과

비교의식의 터전이었다


연희동 산동네가 주는 인간존재의 물음

진짜 돈'하나 없는 건데


이렇게 소외되고 인간성이

존중받지 못한 체로 살아야 하는가


거기서 형은 매일 빠져나오고 싶어했고

계속해서 가족들을 괴롭혔다


나는 매일 밤낮으로

형의 폭력에 시달렸고


인생은 저기 낭떨어지에

대롱대롱 메달려 있는 듯 했다


자아의식이라는 것도 없던 그 때

형의 일거수 일투족이 모두 그을렸던


인생의 추운 어느날

형은 그렇게 교통고로 인생을 접었다


형을 화장터에서 데리고 나오던 날

알베르까뮈가 이방인에서 이야기했던


어머니가 죽었다'라는

표현이 떠올랐다


죽음은 그렇게 쉽게 찾아왔고

우리네 인생은 설명할 수 없는 고통의 연속이었다


아무도 알 수 없는

고약한 냄새가 나의 내면에서 부터


피어올라서 어느새

나의 삶을 다 덮어 버렸던 시절


어머니의 울음은 그렇게

형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으로


10년을 넘게 지속되었고

나는 그 10년동안 매일저녁이면


삶과 죽음에 해서

인생과 절망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었다




죽음을 기억하는 사람들

사회가 안겨준 죽음의 그림자들


국가가 헌납한 세월호와

어느 농민의 죽음에 감춰진 권력의 시선


아마추어 같이 생을 사는 사람들에게서

죽음은 이용의 대상이고


삶은 효과와 효용의 어디쯤에

존재하는 동전과 같다


비판은 사회적으로 하고

실천은 개인적으로 하자고 하면


이 사회와 국가에 대한

분노와 냉소를 지속하면서


개인적으로는 죽음의 기억을

지속하는 것


그래서 내가 살아있는 동안까지

그들의 죽음을 기억하는 것이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형의 죽음은 계속해서

나의 삶을 비추어 준다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부터

나는 왜 이땅에 왔는가까지


죽음의 기억은

생의 감각을 더욱 또렷이 해 준다


가끔 과거와 미래의 시간이

멈추고 현재가 자신의 자리를 확장할 때


그 여유와 정지한 시선에서

죽음의 의미는, 삶의 의미는


향로의 피어오르는

무정형의 향의 연기처럼


이리저리 의식을 흔들고

펼쳐져서 허공으로 펼쳐나간다


죽음의 기억

추억과 다른 아련한 무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