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과세상

인간은 부모라는 집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세상으로 나온다

by 낭만민네이션
착하기만 하면,
다른 건 네가 알아서 해...


항상 배우자에 대해서 말을 꺼내실 땐
이 한마디다
다른 것은 없다
학벌이나 외모나 집안 형편이나 신앙이나
단지 이 한 가지

굳이 덧붙이자면
너무 돈이 많아서
혹은 너무 아는 게 많아서 너 무시하지 않는 사람이면 됐
라고 하시는 부모님...

이제

좀 부모님처럼 되어 보니깐
별로 내가 바라는 게 없는

삶을 살고 있는 이유가
있다...

항상 아이들을 자신의 소유물인양
학원을 몇 개씩 보내면서도
하는 말은 이내
너 잘돼라고 하는 거야 라고 하면서
엄친아와 엄친딸과 비교하는 부모님과 달리

항상
공부하라고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알아서 공부했고
그냥 책은 사주셨다
그래서 난 지금 없는 살림에도
책 부자가 되어 있다...

항상 혼났다
친척들 결혼이며
가족 경조사에 찾아다니지 않을 경우
어머니한테 제일 크게 혼났다

아주..
그래서 매월 6월 6일 외가 쪽이 다 모이는 날이면
30년 동안 한 번도 안 빠지고
현충일 국립묘지의 외삼촌 묘지를 방문하곤 했다

완득이를 보다가 문득
부모님이 남겨주신
가장 아름다운 행복함을 깨닫는다

함께 있는 것
자식한테 항상 해 주지 못한 것에

안쓰러워하는 모습
그래서 곧 죽어도
멀쩡한 아들이 자랑스럽기만 한

어머니 아버지...

한참을 응시하고 있는 아버지는
내가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좋으신가 보다
그냥 좋으신가 보다

요즘도 매일 점심 때면 어김없이 아버지의 전화가
울린다...

밥은 먹었냐?
출근 잘했냐?

무엇이 되려고 하는 부모님 밑에서는
무엇인가가 되어야만 인정을 받는,

그래야만
좋은 아들 좋은 딸이 되더라
그리고 그 사람이 결혼할 때쯤이야
배운 대로

좋은 상태의 무엇이 되어야...
결혼할 상대로 생각하더라
그리고 또 자녀를 낳고
무엇이 되라고 가르치겠지?

궁극적으로 나는 왜 이렇게 생겨먹은 사람인가?
하는 고민을 할 때마다
부모님이
항상 무엇이 되라고 하지 않고
무엇을 하라고 하셨다는 것을 생각한다

존재가 되려고 존재가 되는 방식이 아니라

방식 자체를 살아내면
자연스럽게 존재가 되는 것처럼

어머니 아버지를 보면
지금도 무엇이 되려는 욕망이 없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집에 오면
안심이 된다
함께 있는 것이 가장 큰 행복임을 안다
이것이 바로 무엇을 하는 것이니깐

그래서 오늘도 저녁 한 끼
어머니와의 6000원짜리 개화순두부가
가장 행복한 밥상이 되는 것

내일 아침이면
아버지는 4시에 나가셔서

지하철 역사를 청소하실 테고
어머니는 7시에 나스 셔서
1층에 사람들이 먹다 버린 안주며
쓰레기들을 주워 담으실게다

그리고서도
아무것도 되려고 하지 않고
묵묵히 그 자리에서 무엇을 하시겠지

어머니 아버지의 뒷모습이
태산보다 큰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그들이 살아온 삶이
무엇 됨이 아니라
무엇함이었기에...


Tv에는 이름 꽤나 날리는

사람들이 정치를 논한다


그러나 안다
그들은 땀도 흘리지 않고
머리만 굴려서
이 대한민국을 자신의 소유인양,
수출과 수입이 자신의 손아귀에 있는 양,

거들먹 거리는 사람들의 일상의 얼굴을.

그러나 또 안다

오늘도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들의 땀이
서려서
지하철은 움직이고
버스는 달리고
거리는 깨끗하다는 것을.

무엇 됨을 취한 녀석들은
이미 토끼가 되어서
무엇을 하는 거북이 등에 올라타고
신나게 놀고 있더라...

수고한 거북이들!
거북이의 아들들이
만들 거북선의 나라가 되기를 기대하며

새벽
주무시는 부모님 곁에 잠시 누워보고

함께 걷던 세상을 기억해본다


월출산길_부모님과 함께 걷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