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와 같이 조금씩조금씩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 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 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_도종환 '담쟁이'
동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이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을 때
우리가 생을 마감할 때까지
그들을 기억하는 한다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미안함과 절망감으로 현실에서
눈돌려서 나만 잘살면 되지라고 되내일 때
담쟁이같은 희망이
현실에서 피어난다
넘을수 없을 벽을 조금씩조금씩
기어올라가자
그러다가
어느순간 그 벽을 넘으리
그 벽 넘어에 있는 찬란한 태양을
보고 내일을 희망하리
아직 포기할 수 없는
인간의 의지로 어두운밤을 헤치고 나가리
나혼자가 아니라
다같이 손잡고 함께 나아가리
담쟁이처럼 조금씩조금씩
그렇게 현실을 기어 올라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