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커뮤니케이션_스티그 흐야르바르(Stig Hjarvard)
과학커뮤이션 시간은 항상 긴장되었다.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론으로 들어가보니 '미디어의 이해'가 완전히 부족했던 것이다. 그래서 매번 수업동안 2편 이상의 논문을 읽고 논의하는 시간이 고되고 힘들었다. 시간이 지나보니 이렇게 많은 내용을 배웠다는 사실에 놀랍기도 하다. 오늘은 미디어화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한다. 먼저는 다양한 학자들의 논의를 알아보다가 결국 '미디어화'에 전문가인 코펜하겐 대학교의 흐야르바드Stig Hjarvard의 이론에 대해서 깊게 논의한다. 마지막에는 어빙고프먼의 '자아연출의 사회학'과 연결해서 사회 속에서 미디어화가 개인의 정체성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어렵다. 어려워. 그럼에도 대중 앞에서 서서 이야기할 때 이미 그들은 나를 '미디어'로 받아들인다고 생각하니 고민거리가 많아진다.
https://brunch.co.kr/@minnation/3795
미디어화는 미디어가 우리 삶의 모든 측면에 깊숙이 침투하여 사회를 변화시키는 현상이다. 학자 헵(Hepp, 2013)은 우리가 미디어를 떼어놓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미디어가 우리 삶에 깊이 스며들었다고 말한다. 이는 미디어화가 단순한 현상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지속되고 있는 장기적인 과정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미디어화는 단순히 미디어가 존재한다는 것을 넘어 미디어가 우리 사회를 어떻게 재구성하고 변화시키는지를 설명하는 중요한 개념이다. 미디어화는 미디어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는 과정이며, 이는 커뮤니케이션학의 관점에서도 중요한 변화이다.
커뮤니케이션학의 연구 초점은 과거의 ‘미디어(media)’ 자체에서,
미디어를 통한 ‘매개(mediation)’를 거쳐, 사회 전반에 걸쳐 미디어가 미치는
총체적인 영향인 ‘미디어화(mediatization)’로 확장되었다.
이처럼 미디어화는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사회 각 영역에 미디어의 특정한 방식이 스며들어 변화를 이끌어내는 과정이다. 미디어화는 미디어와 사회의 관계가 단순히 외부적인 영향력(효과)을 넘어 상호작용적이고 내재적인 관계로 전환되는 것을 의미한다. 톰슨(Thompson, 1990)은 매개가 어떤 대상을 재현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면, 미디어화는 대상을 미디어의 방식에 맞게 '전환(transformation)'시키는 것에 본질이 있다고 주장한다. 즉, 미디어는 사회의 다양한 제도와 행위를 그 고유한 방식으로 변화시키는 힘을 가진다는 것이다. 미디어화는 미디어 로직(media logic)이라는 개념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미디어 로직은 미디어화 과정을 이끄는 근본적인 메커니즘으로, 미디어가 요구하는 고유한 형식적 특성과 콘텐츠의 조직 방식, 표현 양식을 말한다.
미디어 로직은 미디어가 정보를 처리하고 제시하는 방식을 결정하며, 사회의 다른 영역들이 미디어에 적응하도록 유도한다. 이 로직에 따라 행동하고 인식하는 패턴이 뚜렷하게 나타날 때 비로소 미디어화가 일어난다고 볼 수 있다. 미디어화는 우리 삶이 미디어 안에서(in media) 이루어지는 미디어 삶(media life)으로 전환되는 과정이다. 데우제(Deuze, 2011)는 우리가 미디어와 객관적인 거리를 두고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 환경에 완전히 통합되어 살아간다고 말한다. 따라서 미디어화는 단순히 미디어를 사용하는 것을 넘어, 사회의 다양한 영역이 미디어의 논리(로직)에 적응하고 재편되는 총체적인 사회적 변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미디어화 관련 논문
“미디어를 떼어놓고는 상상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미디어가 우리 삶의 모든 부분에 매우 깊숙하게 침투해있다” (Hepp, 2013)
“미디어화란, 점점 더 미디어 수렴적이고 미디어 제도화되는, 역사적이면서도 현재 진행중이며 장기적인 과정이다.” (Krotz, 2000)
“커뮤니케이션학은 미디어(media)에서 매개(mediation), 그리고 미디어화(mediatization)로 그 중요성이 옮겨가고 있다.” (Livingstone, 2009)
“매개가 재현(representation)을 개념적으로 본질로 한다면 미디어화는 전환(transformation)을 본질로 삼는다”(Thompson, 1990)
미디어는 다양한 사회적 장들을 (미디어의) 고유한 방식으로 변화시키는 힘을 갖는다(Hepp, 2000). 효과에서 표상으로, 미디어의 (제도적) 침투와 미디어 양식화. 미디어 내재적 관계로 재편되는 일상
미디어화 핵심
효과에서 표상(재현)으로, 미디어의 (제도적) 침투와 미디어 양식화. 미디어 내재적 관계로 재편되는 일상
미디어화란 미디어 로직(media logic)에 입각한 행위 인식 패턴이 뚜렷이 나타나야 함
미디어 로직이란, 미디어화 과정 뒤에서 이 과정을 유도하는 매커니즘: 미디어가 요구하는 양식적 특수성, 콘텐츠가 가지는 조직상의 스타일,
문법을 강조하는 포맷이나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표현 양식(Cornet, 1995), 미디어화는 미디어와 객관적인 관계를 유지한 채 살아가는(with media) 것이 아니라 미디어 안에서(in media) 미디어 삶(media life)를 사는 것(Deuze, 2011)
미디어화는 사회의 다양한 영역이 미디어 혹은 미디어 로직에 적응해가는 과정(Hjarvard, 2008)
미디어화가 미디어가 가진 방식으로 사용자의 인식과 행동양식을 바꾸는 것이라면 그것은 단순히 인간만 바꾸는게 아니라 인간이 만들고 운영하고 또 통제를 받고 있는 다양한 제도들이 미디어화에 의해서 변화되는 것도 가능해진다. 제도라고 하면 인간의 의식이 반영되어 인간과 인간 사이의 사회와 국가를 통제하는 수단으로써 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제도는 인간과 인간 사이에 약속이기 때문에 다양한 제도가 존재한다. 교육제도, 교통제도, 가족제도, 정치제도, 사회제도, 보험제도와 같이 우리가 살고 있는 '법치주의' 사회에서 모든 것들이 제도화 되어 있다.
다양한 제도적 변화가 있지만 교육제도의 경우 학생들은 대부분 미디어를 사용해서 공부를 한다. 예전에는 EBS와 같은 '인터넷강의'가 미디어로 사용되었다면, 최근에는 빅데이터를 이용한 프로그램이 학생들의 프로그램을 관리해주고 문제의 난이도를 결정한다. 교실의 풍경도 달라져서 책을 보면서 학습하고 토론하던 문화가 시청각자료를 이용하거나 핸드폰을 이용해서 참여를 높이는 방법도 등장하고 있다. 거꾸로캠퍼스 같은 경우에는 학생들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아이패드 앱을 사용하기도 하고, 과제를 제출할 때는 미디어를 통해서 만든 결과물을 제출하기도 한다. 하버드대학교에서는 아예 신입생들에게 노트북을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학교 자체를 미디어로 대체하는 '미네르바스쿨'이 미국에서 시작하여 전세계가 학교가 되고 만나는 방식도 미디어로 만나게 되는 방식을 전파했다. 그래서 '학습플랫폼'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https://www.dscu.ac.kr/ko/eco/platform
제도적 관점에서의 미디어화는 미디어가 다른 사회 제도들(예: 정치, 종교, 경제 등)에 영향을 미쳐 그 제도들의 운영 방식과 본질을 변화시키는 장기적인 사회 과정이다. 미디어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도구가 아니라, 그 자체로 독립적인 사회 제도로 자리 잡게 되는 것이다. 제도적 관점의 미디어화는 미디어가 사회를 ‘반영’하는 것을 넘어, 사회의 제도들을 ‘형성’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 과정이다. 이는 미디어가 다른 모든 사회적 행위자들이 따라야 하는 새로운 규칙과 자원을 제공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제도적 미디어화
미디어 논리(Media Logic): 미디어가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데 사용하는 규칙, 형식, 기술, 관행 등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뉴스는 짧고 극적인 형식으로 사건을 재구성하며, 소셜 미디어는 개인의 의견과 감정을 중심으로 정보를 확산하는 경향이 있다.
제도의 변화: 미디어화가 진행되면서 다른 사회 제도들은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미디어 논리에 적응하거나 이를 내면화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제도 자체의 운영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한다.
정치: 과거에는 정치인이 직접 대중을 만나거나 전통적인 연설을 통해 소통했다면, 미디어화가 진행되면서 정치인들은 미디어의 주목을 받기 위해 짧고 자극적인 메시지(sound bite)를 사용하거나, 시각적인 이미지를 강조하는 퍼포먼스를 펼치는 경향이 있다.
종교: 종교 지도자들은 설교나 종교 의식을 미디어 방송 포맷에 맞춰 제작하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신도들과 소통하며 종교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종교 활동의 형식과 내용이 미디어의 특성에 맞춰 변화한다.
교육: 학교는 온라인 학습 플랫폼, 유튜브 강의 등을 활용하여 교육 콘텐츠를 제작하고 제공한다. 이는 전통적인 교실 교육 방식에 미디어의 논리가 통합된 것이다.
소셜미디어와 플랫폼화 시대의 정치
개인화된 연결과 즉각적인 감정 반응을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는 과거의 대규모 동원이나 단순한 이미지 정치를 넘어선 새로운 미디어 로직을 따른다.
필터 버블과 에코 챔버 :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정치적 성향을 분석해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 그 결과, 사람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이나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의견만을 접하게 된다. 이는 확증 편향을 심화시키고, 정치적 논의를 특정 집단 안에서만 순환시키는 필터 버블(filter bubble)과 에코 챔버(echo chamber) 현상을 초래하는 것이다.
정서적 동원과 '밈(Meme)' 정치 : 정치적 메시지는 논리적 설득보다는 공감, 분노, 유머와 같은 감정적 자극을 통해 확산된다. 짧고 재미있는 영상, 짤방, 밈(meme) 등은 복잡한 정치적 이슈를 단순화하여 빠르게 공유된다. 정치인들 역시 자신을 유머러스한 캐릭터로 만들거나, 논쟁적인 발언을 통해 대중의 감정을 자극하고 정서적 지지를 얻으려는 경향이 있다. 이는 이데올로기보다 퍼포먼스와 감정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게 된 것이다.
직접 소통과 팬덤 정치 :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치인들은 유권자와 직접적이고 쌍방향적으로 소통한다. 이는 정치 엘리트와 대중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동시에 특정 정치인을 우상화하고 극단적인 지지를 보이는 팬덤 정치를 강화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지지자들은 단순한 유권자를 넘어, 적극적으로 메시지를 생산하고 확산하는 '정치적 셀럽'의 팬 역할을 하는 것이다.
플랫폼 기업의 영향력 : 정치적 정보의 유통을 담당하는 플랫폼 기업 자체의 영향력이 커졌다. 이들은 알고리즘을 통해 어떤 정보가 확산될지를 결정하며, 이는 여론 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플랫폼 기업의 정책이나 규제는 때때로 정치적 논쟁의 대상이 되며, 플랫폼은 민주주의와 정치의 새로운 격전지가 되었다.
정치 연설, 토론 등 정치영역에서의 프리젠테이션이 감정적 퍼포먼스를 강조하는 미디어 프레젠테이션의 로직을 따르는 것(Thompson, 1995)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소셜미디어와 플랫폼의 로직은 '연결, 감정, 개인화'를 중심으로 정치를 재편하는 것이다.
스티그 흐야르바르(Stig Hjarvard)로,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교 미디어학 교수이자 미디어 연구 분야의 권위자이다. 그는 특히 미디어화(Mediatization) 개념을 주창하고 발전시킨 핵심적인 인물 중 한 명이다. 그의 주요 연구는 미디어가 사회, 문화, 정치, 종교 등 다양한 영역에 미치는 영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의 주요 저서로는 '미디어화 이론: 미디어 문화의 제도적 측면'(Media, Culture, and Society in the Age of Mediatization: The Institutional Perspective)이 있으며, 이 책은 미디어화에 대한 제도적 접근법을 체계화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미디어가 단순히 사회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다른 제도들을 형성하고 변화시키는 주체적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스티그 흐야르바르의 미디어화(Mediatization) 이론은 미디어가 정보만 전달하는 매체가 아니라, 독립적인 사회 제도로서 사회의 다른 제도와 문화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흐야르바르의 이론은 미디어가 사회의 개인, 집단, 제도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통합적으로 설명한다. 미디어화로 인해 개인은 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집단은 미디어를 기반으로 관계를 맺으며, 사회 제도는 미디어의 논리에 적응하여 재구성된다. 이는 미디어가 단순히 도구적인 역할을 넘어 사회 변화의 주요 동력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흐야르바르의 이론은 미디어가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이 아니라, 사회를 '형성'하는 능동적인 힘을 가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는 미디어가 정치, 종교, 교육 등 다른 사회 제도에 미디어 논리(Media Logic)를 침투시키면서 그 제도들의 운영 방식과 본질을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미디어 논리(Media Logic)
미디어 논리는 미디어가 콘텐츠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데 사용하는 규칙, 형식, 기술, 관행 등을 의미한다. 이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포함한다.
압축과 단순화: 복잡한 이슈를 짧고 단순하게 재구성한다. (예: 텔레비전 뉴스에서 긴 연설을 '사운드 바이트'로 요약)
시각화와 극화: 시청자의 흥미를 끌기 위해 시각적인 요소와 갈등 구조를 강조한다. (예: 정치 토론을 엔터테인먼트 쇼처럼 연출)
개인화: 거시적인 사회 문제보다는 개인의 이야기나 감정에 초점을 맞춘다. (예: 정치인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
즉각성과 속도: 정보의 실시간성을 강조하고 즉각적인 반응을 유도한다. (예: 소셜 미디어의 '실시간 트렌드')
미디어화의 네 가지 단계
흐야르바르는 미디어화 과정을 네 가지 단계로 설명한다.
미디어의 확산: 미디어가 사회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보급되는 초기 단계이다.
미디어의 제도화: 미디어가 하나의 독립적인 사회 제도로 자리 잡기 시작한다.
미디어 논리의 내면화: 다른 사회 제도들이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미디어 논리를 수용하고 내면화한다.
제도 자체의 변화: 미디어 논리가 깊숙이 침투하면서 제도 자체의 구조와 기능이 근본적으로 변화한다. (예: 정치가 이미지와 퍼포먼스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
미디어화 시대에는 개인이 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구성하고 타인과 관계를 맺는다. 과거에는 단순히 콘텐츠를 소비하는 독자, 청취자, 이용자였다면, 이제는 콘텐츠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프로슈머(prosumer)가 되었다. 개인의 일상이 콘텐츠가 되어 타인과 공유되면서 관계를 형성하는 기반이 되는 것이다. 또한, 미디어를 통해 개인은 지리적 경계를 넘어 전 세계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탈영토화된 정체성과 소속감을 형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개인의 일상적이고 고유한 경험들이 미디어를 통해 확장되며 사회 전체의 트렌드와 연결되는 것이다.
사회적 이슈는 더 이상 소수의 엘리트에 의해서만 결정되지 않고,
미디어를 통해 형성되고 확산된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특정 이슈에 대한 의견이 실시간으로 표출되며, 기존의 느리고 구조화된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을 우회하는 실시간 민주주의가 가능해졌다. 또한, 미디어를 통해 불특정 다수의 개인들이 모여 정보를 공유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집단지성이 발현된다. 이는 전문가 집단이나 특정 제도의 독점적 지식 생산 방식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미디어화는 미디어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이론이 아니다. 오히려 미디어를 사용하는 커뮤니케이션 활동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집중한다. 즉, 미디어가 개인의 정체성, 인간관계, 사회적 논의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어떤 도구적이고 구조적인 역할을 하는지에 주목하는 것이다.
구술 대화가 아닌 문자적 대화가 일상화되면서, 사람들은 이제 문자, 이모티콘, 사진, 동영상 등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해 관계를 맺고 소통한다. 이러한 비대면 소통 방식은 시공간의 제약을 허물어 언제 어디서든 타인과 연결될 수 있게 했지만, 동시에 직접적인 상호작용에서 오는 비언어적 단서(표정, 목소리 톤)가 사라져 오해의 소지를 낳기도 한다.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미디어를 통한 사교 활동은 현대인의 주된 관계 맺기 방식이 되었으며, 심지어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관계의 깊이와 진정성, 그리고 인간의 정서적 교감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개인이 여가 시간을 보내는 방식은
미디어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과거에는 오프라인 모임이나 야외 활동이 주를 이루었다면, 이제는 넷플릭스, 유튜브, 모바일 게임 등 미디어를 소비하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늘어났다. 이는 미디어 중독이나 오프라인 관계 단절과 같은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또한, 노래방 기기(MR)를 통한 개인적인 노래 연습처럼 미디어가 오프라인 놀이 문화에 깊숙이 침투하면서, 여가와 업무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상도 발생한다. 예를 들어,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 영상을 제작하는 것이 단순한 놀이를 넘어 직업이나 수익 창출의 수단이 되는 경우가 늘어나는 것이다.
미디어가 제시하는 외모와 몸매에 대한 표준화된 이미지들은 사회 전반에 걸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사람들은 TV 속 연예인이나 SNS 인플루언서와 닮기 위해 노력하며, 성형수술, 다이어트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다. 이러한 현상은 특정 외모를 선호하게 만들고, 외모지상주의를 심화시키는 주요 원인이 된다. 또한, 사이버 인격체(아바타)의 등장은 현실의 육체적 한계를 넘어 새로운 정체성을 구축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온라인 게임이나 가상현실 속에서 사용자는 자신의 현실 육체와 다른 모습으로 활동하며, 이는 현실 육체와 가상 육체 간의 정체성 괴리를 야기할 수도 있다.
개인의 삶과 활동이 데이터화되어 정보와 콘텐츠화되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소셜 미디어에 올리는 사진, 글, 위치 정보 등 모든 활동이 데이터로 축적되며, 이는 기업의 마케팅이나 사회 분석에 활용된다. 노동의 과정 역시 플랫폼의 알고리즘에 의해 관리되고 통제된다. 배달 기사의 이동 경로와 배달 시간, 업무 배정 등은 모두 알고리즘에 따라 결정된다. 이러한 알고리즘화는 효율성을 극대화하지만, 동시에 노동자의 자율성을 박탈하고 감시를 강화하는 문제점을 낳기도 한다.
내비게이션, CCTV, 실시간 교통정보 등 미디어가 제공하는 정보에 기반해 지리적 위치를 파악하고 이동하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이는 길을 찾는 수고를 덜어주지만, 동시에 인간의 공간 인지 능력을 퇴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한, 현실 공간에 가상 정보를 덧씌우는 증강현실(AR) 기술은 쇼핑, 교육,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며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물리적 공간의 의미를 변화시키고, 현실과 가상 세계가 중첩되는 새로운 형태의 삶을 가능하게 한다.
경제 활동의 주축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과 네트워크로 이동했다. 은행에 가지 않아도 모바일 뱅킹으로 금융 거래를 할 수 있고, 복잡한 절차 없이 간편 결제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 이는 소비자에게 편리성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소비 방식 역시 미디어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 인플루언서의 추천을 받아 물건을 구매하거나, 소셜 미디어의 광고를 통해 새로운 상품을 접하는 등 미디어 콘텐츠가 소비의 결정적 요소가 되었다.
정치적 담론이 대중매체에서 개인화된 대중의 공간인 소셜 미디어로 이동했다. 이로 인해 과거처럼 소수의 언론이 여론을 독점하는 영향력이 감소하고, 개인이 직접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고 확산시키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변화는 때때로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SNS 혁명을 촉발하기도 한다. 하지만 동시에, 검증되지 않은 가짜 뉴스가 빠르게 퍼져나가고,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맞는 정보만을 소비하는 필터 버블 현상이 심화되면서 건전한 공론장이 붕괴될 위험도 커지고 있다.
미디어 교육이 정규 교과 과정에 포함되는 등 교육의 보편적인 요소가 되었다. 학사 관리 시스템은 네트워크화되어 출결, 성적 확인 등 모든 정보가 온라인으로 관리된다. 가장 큰 변화는 교육 콘텐츠가 온라인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접근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유튜브, 온라인 공개 강의(MOOC) 등은 지식과 학습의 시공간적 제약을 허물었으며, 학생들은 교과서 외의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를 통해 스스로 학습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학생들의 집중력 분산을 초래하고, 교사와 학생 간의 직접적인 상호작용 감소와 같은 문제점을 낳기도 한다.
종교 활동이 미디어의 논리에 따라 세속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과거에는 신성한 공간에서만 이루어지던 종교 의식들이 방송, 유튜브 채널을 통해 중계되면서 대중에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미디어를 활용한 포교 방식의 변화를 가져왔으며, 종교의 교리를 흥미로운 영상이나 콘텐츠로 만들어 대중의 관심을 끌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일부 비판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종교의 신성함과 깊이를 훼손하고,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로 전락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이다.
기타 미디어화 현상
전쟁의 미디어화: 현대 전쟁은 단순한 물리적 충돌을 넘어, 미디어를 통한 여론전의 성격을 강하게 띤다. 드론 영상, SNS 실시간 중계 등을 통해 전쟁이 대중에게 생생하게 전달되며, 이는 국제 여론에 영향을 미친다.
지식과 학습의 미디어화: 집단지성을 기반으로 한 위키피디아와 같은 온라인 백과사전이나, 온라인 공개 강의(MOOC) 등은 지식의 생산과 소비 방식을 민주화시켰다.
사회참여의 미디어화: 온라인 청원, 소셜 미디어 캠페인 등은 시민들이 정치적 의견을 표명하고 사회적 변화를 요구하는 주요 창구가 되었다.
알고리즘화(algoritmification): 사회 전반의 의사결정 과정이 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알고리즘에 의해 자동화되고 있다. 이는 효율성을 높이지만, 동시에 편향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호모 모빌리쿠스(Homo Mobilicus): 모바일 기기를 통해 끊임없이 이동하며 소통하고 정보를 소비하는 현대인의 특성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이들은 언제 어디서나 미디어에 접속하며 삶의 대부분을 미디어와 함께한다.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게임의 흥미로운 요소를 비게임 분야(교육, 마케팅, 노동 등)에 적용하여 참여를 유도하는 현상이다.
소프트웨어화(softwarization): 기존의 물리적 장치나 시스템이 소프트웨어로 대체되면서 유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과정이다.
미디어화의 다양한 예시들
대인 커뮤니케이션의 미디어화: 구술 대화가 아닌 문자적 대화인 카카오톡, 카페, 블로그 등을 통한 사교
놀이의 미디어화: 미디어로 여가시간 보내기, 개인 MR로 노래하기, 미디어를 통한 여가와 업무의 넘나듦
육체의 미디어화: 닮아가는 외모, 표준화된 몸매, 미디어 문화의 놀이문화 침투, 사이버 인격체의 등장
인간활동의 미디어화: 개인정보의 정보화, 콘텐츠화, 노동의 알고리즘화
지리의 미디어화: 내비게이션 운전, CCTV와 실시간 교통정보, 현실과 가상의 중첩(증강현실)
경제의 미디어화: 금융거래, 경제활동의 네트워크화
정치의 미디어화: 담론의 개인화, 대중매체의 영향력 감소, 개인화된 대중의 등장, SNS 혁명
교육의 미디어화: 미디어 교육의 보편화, 학사관리의 네트워크화, 교육현장에서 지식 콘텐츠의 일상적 활용
종교의 미디어화: 종교활동의 세속화, 종교수행의 미디어화, 미디어 종교 포고 방식의 변화
전쟁의 미디어화, 소비의 미디어화, 지식과 학습의 미디어화, 사회참여의 미디어화, 갈등의 미디어화. 소프트웨어화(softwarization),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알고리즘화(algoritmification), 호모모빌리쿠스(Homo Mobilicus)
자아연출의 사회학은 사회학자 어빙 고프만(Erving Goffman)이 주창한 이론이다. 최근 연기를 준비하는 후배와 갖가지 연극과 뮤지컬을 보면서 '자아연출' 방법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특히 강의를 많이 하는 내가 제일 배워야 하는 부분이 전면영역과 후면영역의 차이였다. 인간의 모든 사회적 상호작용을 연극(drama)에 비유하여 설명한다. 이 관점에서 개인은 단순히 주어진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자아(self)'를 의도적으로 연출하는 '배우(performer)'와 같다고 본다.
모든 사람은 타인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일상적인 삶의 무대 위에서 끊임없이 연기하며, 이러한 연기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간다. 고프만의 이론은 '자아'가 미리 정해진 본질적인 실체라고 보지 않는다. 대신 자아는 상황을 초월한 본질적 자아(I)가 있기보다, 사회적 상호작용 속에서 형성되고 실현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즉, 개인이 처한 복수의 상황에 따라 그만큼 복수의 자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는 전문가로서의 자아를, 친구들과의 모임에서는 편안하고 유머러스한 자아를 연출하며, 이 두 자아가 서로 충돌하지 않고 각 상황에 맞게 존재한다는 것이다.
연극적 비유의 핵심 요소
전면영역(Front Region):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공식적이고 격식 있는 공간이다. 배우가 연기를 펼치는 무대 위와 같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의 회의실이나, 손님을 맞는 응접실이 이에 해당한다. 이곳에서는 개인이 사회적 역할에 맞는 의상을 입고, 말투와 행동을 의식적으로 조절하며 타인에게 기대되는 인상을 관리한다.
후면영역(Back Region): 공연을 준비하거나 공연을 마친 후 긴장을 푸는 무대 뒤 공간이다. 이곳은 전면영역과 물리적으로 분리되어 있으며, 개인이 연출된 모습을 벗어던지고 자신의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사적인 공간이다. 예를 들어, 집의 침실이나 직원들만 사용하는 휴게실이 후면영역에 속한다.
인상 관리(Impression Management):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기대하는 바에 따라 반응하며, 자신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보이도록 관리하는 행위이다. 개인은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의례적 규칙을 수호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획득하고 유지한다. 이는 타인에게 특정한 인상을 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표정, 몸짓, 말투, 옷차림 등을 통제하는 것을 포함한다.
이런 측면에서 미디어화와 고프만의 자아연출 이론은 개인의 정체성 형성과 사회적 상호작용이 미디어의 논리에 따라 재구성되는 현상을 설명한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두 이론 모두 사회가 단순히 주어진 구조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능동적인 행위와 특정 '논리'에 의해 형성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고프만의 이론은 미디어화 시대의 개인 행동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분석 틀을 제공한다. 미디어화가 '어떻게' 사회를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주는 과정이라면, 고프만의 이론은 그 과정 속에서 개인이 '무엇을' 하고 '어떻게' 자아를 형성하는지를 설명하는 것이다. 두 이론은 모두 사회가 개인의 행위를 일방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사회적 논리에 맞춰 자신의 행위를 능동적으로 연출한다는 공통된 관점을 공유하는 것이다.
고프만의 이론에서 '전면영역'은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공식적인 무대이다.
미디어화 시대에 이 전면영역은 소셜 미디어, 블로그,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으로 확장되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실제 모습을 모두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타인이 기대하거나 호감을 가질 만한 '자아'를 연출하여 게시물로 올린다. 이는 미디어의 시각화, 개인화라는 논리에 맞춰 자신의 삶을 콘텐츠화하고 긍정적인 '인상 관리'를 수행하는 것이다. 고프만이 말하는 인상 관리는 다른 사람에게 특정한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한 의도적인 행위이다. 미디어화는 이러한 인상 관리를 더욱 정교하고 전략적으로 만들었다. 소셜 미디어의 필터, 편집 기술, 알고리즘은 개인이 원하는 이미지를 쉽게 연출하고 확산시키는 도구가 된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자신의 약점이나 사적인 면모는 숨기고, 성공적이고 행복한 모습만을 부각하며 미디어 논리에 맞는 자아를 구축한다.
고프만은 상황에 따라 복수의 자아가 존재한다고 보았다. 미디어화는 이러한 복수의 자아를 물리적 공간의 제약 없이 표현할 수 있게 한다. 온라인 게임에서 용감한 전사로, 인스타그램에서는 전문적인 셀럽으로, 친한 친구들만 있는 단톡방에서는 솔직한 모습으로 각기 다른 자아를 연출할 수 있다. 이는 개인화와 탈영토화라는 미디어화의 핵심 속성으로 설명된다. 개인은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현실과는 분리된, 복수의 온라인 자아를 동시에 운영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그래서 미디어화는 결국 사회 속에서 각각 다른 전면부와 후면부를 갖고 그에 따른 다른 정체성을 갖게 된다. 미디어화에 따른 개인의 분화는 정체성의 분화와 그것이 다시 미디어로 재투영되는 효과를 가지고 온다. 순환적인 미디어화의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결속에서 '파타피지컬'한 변화를 맞게 된다.
장보드리야르는 '시뮬라시옹'이라는 개념을 주장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모든 것들은 일정한 구조를 가지고 있고 특정한 이미지와 연결되어 있는데 이것이 모두 시뮬레시옹 된 결과인 시물라크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시뮬레이션 되어서 머릿속에서 굳어진 체계나 이지미를 시뮬라크라고 한다. 한편 줄리아크리스테바는 물질이 원인 물질과 떨어져 나와서 독립체가 되었을 때 비로소 존재가 된다는 개념을 주장한다. 이것을 '아브젝시옹'이라고 한다. 아브젝트라는 것은 어딘가로부터 떨어져 나왔다는 것이다. 그러니깐 물질이든 정신이든 기존의 몸체와 정신에서 떨어져 나온 것이다. 이렇게 떨어져 나온 물체에 시뮬라크르가 연결되면 그것은 실제의 존재가 된다. 생각도 하고 움직이는.
오늘 논의한 미디어화로 보면 미디어는 시뮬라크르는 형성하고, 그것을 탑재한 인간은 미디어화에 의해서 미디어가 된다. 이런 방식으로 인간은 미디어에 의한 미디어가 된다. 그러니깐 모든 것이 다 미디어가 되는 것이다. 어느순간은 무엇인가를 매개하는 존재가 아니라 그 자체가 메시지가, 맛사지가 된다. 이를 너무나 잘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인간들에게 카메라를 선물했다. 그 미디어인 인간을 복제가능한 미디어로 만드는 방법으로 말이다. 미디어에서 떨어질 수는 없지만, 미디어가 그럼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고, 어떻게 영향력을 행사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미디어가 된 인간에게는 1의 값어치가 아니라 100이나 1000 혹은 100000의 값어치가 붙어 버린다. 그러니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이 점점 병들어 간다. 미디어화를 어떻게 볼 것인가? 자본주의와 연결해서 비판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067757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