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사회학_과학의 이미지화와 시각화에 대한 사회적 연구
과학사회학적인 관점에서 오늘 살펴볼 내용은 과학에서 '이미지'를 어떻게 사용하는가이다. 사실 철학적으로 '이미지'는 관념에 직접적으로 투사되는 경험과 현상으로 인간은 무의식적으로 이미지를 계속 처리하고 있다. 인간이 어떻게 과학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까? 그것은 대부분의 시대에 '이미지'를 사용해서 역사적으로 인간의 이해를 높이도록 그 기술이 발전시켜왔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번 장에서는 과학 지식의 표현과 전파에서 불가분의 역할을 하는 이미지, 다이어그램, 표, 사진 시뮬레이션, 신체 스캔 등 다양한 형태의 과학 이미지가 언급된다. 다음의 학자들의 논문을 발췌했다. Regula Valérie Burri and Joseph Dumit. 과학이미지는 실험실을 넘어 뉴스, 법정, 미디어 등 일상적인 공간으로 퍼져나가고, 우리가 살고 있는 시각문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배경하에 과학 이미지의 페르소나와 그것이 생성하는 시각적 지식에 대한 연구와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고 이야기 한다.
과학에서 이미지를 사용한 역사적 경로 요약
자연철학 시대: 시각적 모사와 우주의 형상. 고대와 중세의 과학은 대체로 자연현상을 관조하고 묘사하는 데 초점을 맞췄으며, 천체의 운동이나 해부도 등은 대중보다는 학문 내부의 이해를 위한 그림이었다. 예컨대 프톨레마이오스의 우주 체계도는 지구 중심의 우주 질서를 시각화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세계는 질서 있게 설계되었다’는 인식을 전달했다. 이 시기 이미지는 사실과 진리를 보여주기보다는, 상징적으로 우주관을 구조화하는 데 쓰였다.
근대 과학혁명기: 관찰의 도구로서 이미지. 16~17세기의 과학혁명은 ‘보는 것’의 중요성을 급격히 부각시켰다. 갈릴레이는 망원경을 통해 달의 분화구를 그리고 목성의 위성을 스케치하여, 기존의 아리스토텔레스적 천문학을 반박하는 데 시각 자료를 적극 활용했다. 여기서 이미지는 단순한 보조수단이 아니라 논증의 핵심 도구가 되었다. 대중은 이러한 시각적 증거를 통해 권위가 아닌 ‘관찰된 사실’을 직접 경험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계몽주의와 백과전서 시대: 지식의 시각화. 18세기 프랑스의 『백과전서』(Diderot & d'Alembert 편)는 이미지의 사회적 기능을 극대화한 사례이다. 수백 장에 이르는 삽화들은 복잡한 기계 구조, 공예 과정, 해부도 등을 담아 대중에게 기술과 과학을 시각적으로 ‘보이게’ 했다. 이는 인쇄기술과 결합하여 지식의 민주화에 기여했으며, 시각자료는 "누구나 볼 수 있는 지식"으로 과학의 권위를 확산시켰다.
19세기 생물학과 해부학의 대중화: 자연의 시각적 박물관화. 19세기는 박물학, 해부학, 진화론의 시대였다. 다윈의 『종의 기원』에 수록된 생명계통도는 복잡한 진화의 개념을 간결하게 시각화한 이미지로서, 학계뿐 아니라 대중에게도 큰 파급력을 지녔다. 해부도, 식물도감, 동물 스케치 등은 자연의 시각적 박물관 역할을 하며 대중에게 자연을 ‘과학적’ 시선으로 보도록 훈련시켰다.
20세기 물리학과 원자의 이미지: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이게 하다. 양자역학, 상대성이론 등 추상적 과학 이론이 대두한 20세기 초에는 과학적 이미지는 더 이상 ‘실제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세계를 가시화하는 상상적 도구로 변했다. 보어의 원자 모형이나 아인슈타인의 시공간 왜곡 이미지, DNA 이중나선 구조 등은 개념을 이미지로 치환함으로써 대중의 이해를 도왔다. 이 시기부터 이미지는 설명과 상상력 사이의 매개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과학에서 시각적 재현은 왜 중요할까? 여기서 재현과 현현의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재혁은 re-presentation이어서 선물과 같은 현재를 다시 사람들의 인식속으로 불러온다는 것을 뜻한다. '대표'라는 뜻도 있는데 이것은 공간적인 관점에서 재현을 말한다. 그러니깐 재혁은 시간과 공간에 있어서 다양한 것들을 다시 불러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재현의 방법은 여러가지 접근법이 있지만 오늘은 우리는 특별히 '이미지'에 집중하고 있다. 과학에서의 시각적 재현은 다양한 이론적·분과적 시각에서 연구되어왔다. Griesemer & Wimsatt, Ruse & Taylor, Ihde 와 같은 과학철학자들은 과학에서 시각적 재현의 본질과 특성에 관한 존재론적 질문을 제기했다.
이는 현상학적 관점에서 우리에게 투영되는 현상에 대한 인식에서 이미지가 어떻게 우리 기억 속에서 해석학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이다. 이렇게 보면 결국 철학과 과학의 교차점에 관한 이론화 작업이 진행되었다고 볼 수 있다. 과학의 시각적 재현에 대한 존재론적 질문은 단순히 과학적 데이터가 어떻게 시각화되고 해석되는지를 넘어 우리의 지식체계와 세계 이해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탐구한다.
Lorraine Daston과 Peter Galison와 같은 과학사가들은 과학적 이미지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떻게 변화했는지, 그리고 이러한 변화가 과학적 객관성과 어떻게 상호작용했는지를 분석했다. 저자는 19세기 새로운 객관성 개념이 등장하는데 있어 자연에 대한 과학적 묘사가 지닌 중요성을 지적했다. 과학적 객관성이 고정된 개념이 아니라, 역사적 맥락과 과학적 실천의 변화에 따라 발전하는 개념임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실험실연구는 과학지식의 생산에서 이미지의 사용을 사회학적/인류학적 시각에서 탐구했다. 책에서 언급했든 Latour와 Woolgar, Knorr Cetina 등 많은 연구자들은 과학지식의 구성과정에서 그래프, 이미지 등 다양한 형태의 표현이 과학적 주장의 신뢰성과 객관성을 어떻게 구성하는지 그리고 다양한 사회적 기술적 맥락속에서 어떻게 생산되는지에 초점을 맞추었다.
Michael Ruse_진화 이미지의 이데올로기성
Ruse는 진화생물학의 역사에서 시각적 도식이 어떻게 과학적 설명을 넘어 이데올로기적 내러티브를 형성하는지를 비판적으로 분석하였다. 예를 들어, 『종의 기원』 이후 등장한 생명계통도(tree of life)는 단순한 계통적 설명을 넘어, 생명의 방향성과 목적성을 암시하는 방식으로 이미지가 사용되었다.
핵심 주장: 과학 이미지는 가치중립적인 ‘반영’이 아니라, 특정한 형이상학적 전제(진보, 질서, 목적 등)를 시각화하는 방식이다.
존재론적 함의: 과학 이미지는 객체에 대한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존재의 구조를 특정한 방향으로 구성하는 참여자이다.
James E. Taylor_시각화와 과학적 리얼리즘
Taylor는 과학에서 ‘시각화(visualization)’의 발전을 단순한 기술적 진보로 보지 않고, 그것이 어떻게 실재에 대한 관념 자체를 변화시켰는가를 분석한다. 그의 관심은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이도록 구성된 실재’에 있다.
핵심 주장: 과학적 시각화는 관측을 넘어서, 실재 구성(realization)의 행위이다.
존재론적 함의: 과학은 '존재하는 것을 본다'기보다, '존재하게 만들고 그것을 시각화한다.' 따라서 이미지는 존재론적으로 실재의 재현이 아닌 창출에 가깝다.
Don Ihde_기술-매개적 시각성과 ‘현상학적 존재론’
Ihde는 과학적 이미지가 기술을 통해 어떻게 구성되고 경험되는지를 현상학적으로 분석한 대표적 학자이다. 특히 그는 기술을 통해 보이는 세계가 단순히 ‘확대된 실재’가 아니라, 전혀 다른 방식으로 구성된 실재임을 강조한다.
기술-매개적 시각성: 현미경, 망원경, CT, 시뮬레이션은 우리의 시각적 경험 자체를 재구성한다.
현상학적 주장: 이미지는 본질적으로 ‘접근 방식(mode of access)’이며, 이를 통해 실재는 서로 다른 양태로 현상한다.
존재론적 함의: 과학적 시각 이미지는 실재를 재현한다기보다는 다양한 실재 양태의 구성 경로를 제공한다. 따라서 존재론은 기술적-시각적 매개의 방식에 따라 다층적이어야 한다
STS와 다른 분야의 교차점에서도 시각적 이미지에 대한 연구는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미술분야 학자들은 문화에서 회화적 전환이 이루어졌다. Mitchall은 소쉬르의 언어적 전회와 다르게 문화와 학문 분야에서 이미지와 시각적 표현의 중요성이 급증하는 현상을 설명하고 있다. 과학에서도 마찬가지로 캐롤라인 존스와 피터 갤리슨은 ‘과학의 회화, 미술의 생산’에서 미술이론과 STS 사이의 교차점을 탐구하는데있어 새로운 접근을 했다. 그들은 미술과 과학 사이에 존재하는 상호 작용에 대해 탐구했다. 과학이 자신의 이론을 대중에게 이해시키기 위해서 이미지를 사용할 때 미술과 과학이 서로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려고 했다. 이들의 연구는 과학적 이미지가 단순이 기능적 목적을 넘어 문화적, 미학적 의미를 내포하고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연구는 과학이 기존에 가지고 있는 특성인 객관적 활동만이 아니라 미적이고 문화적 요소를 포함하는 복합적 활동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존스와 갤리슨의 이론
캐롤라인 존스(Caroline A. Jones)와 피터 갤리슨(Peter Galison)은 'Picturing Science, Producing Art'(1998)에서 과학과 미술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독창적인 시각을 제시한다. 이들은 과학의 시각적 재현과 예술의 이미지 생산이 본질적으로 닮아 있으며, 양자는 모두 특정한 문화적·기술적·윤리적 조건 속에서 형성된다고 본다. 즉, 과학 이미지도 단순히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이론, 장치, 실천 방식에 따라 구성된 결과물이며, 마찬가지로 미술 역시 작가 개인의 감성과 기술만이 아니라 시대의 규범과 미학적 기준에 따라 생산되는 구성물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들은 특히 ‘이미지’가 단순한 보조 자료나 미적 표현이 아니라, 지식 생산과 인식의 핵심 도구라는 점에 주목한다. 과학자와 예술가는 각각의 방식으로 ‘보는 법’을 훈련하고, 그 훈련된 시선을 통해 세계를 재구성한다. 따라서 과학 이미지와 미술 이미지는 모두 특정한 공동체 안에서 공유되는 시각적 규범과 이상을 반영하며, 이미지의 제작은 하나의 사회적 실천이 된다. 과학의 도판이나 시각화 자료는 ‘객관성’이라는 이름으로 권위를 얻지만, 그 객관성조차 시대에 따라 다른 미학적 원칙을 따른다.
피터 갤리슨은 로레인 다스턴과 함께 쓴 'Objectivity'에서도 이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룬다. 이들은 ‘기계적 객관성’, ‘훈련된 판단’, ‘구성적 신념’이라는 개념을 통해, 과학 이미지 제작에서의 시각 윤리가 어떻게 역사적으로 변해왔는지를 분석한다. 예컨대 19세기 후반에는 관찰자의 개입을 배제하는 기계적 기록이 이상으로 간주되었지만, 이후에는 숙련된 전문가의 판단이 오히려 신뢰의 기준이 되었다. 이는 미술사에서도 볼 수 있는 변화와 병렬적으로 읽히며, 두 영역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왔음을 시사한다.
존스와 갤리슨은 궁극적으로 과학사와 미술사를 병렬적으로 읽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학과 예술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현실을 구성하고 의미를 부여하지만, 모두 시각적 전략을 통해 지식을 생산하고 감각을 조직한다. 따라서 그들은 이미지의 분석을 통해 양 분야의 감성적 구조, 인식론적 전략, 문화적 실천을 통합적으로 조명하고자 한다. 이런 접근은 과학도 예술도 단순히 사실이나 감각의 산물이 아니라, 모두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생산물임을 드러내며, 과학과 미술의 경계를 넘어선 새로운 학제적 통찰을 제공한다.
다른 한편 문화연구에서는 과학의 이미지와 대중적 서사의 교차점을 탐구했다. 특히, 페미니스트 시각에서의 신체의 이미지에 관해 숙고한다는 점에서 최근의 문화이론과 과학의 연결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과학적 대표성의 입장에서 볼 때 생물학에서 '이미지'를 가장 많이 사용한다. 특히 신체의 이미지가 중립적이거나 객관적인 묘사라고도 볼 수 있고 초기에는 그랬다. 그러나 최근 이미지 생성의 기술이 발전하고 신체에 대한 대중의 이해가 높아지면서 문화적, 사회적, 정치적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를 통해서 과학 이미지에 대한 비판적이고 성찰적인 질문이 깊어지고 있다. 본 논문에서는 과학의 이미지화와 시각화(Scientific Imaging and Visualization, SIV)에 대한 사회적 연구의 접근법들을 소개하고, 앞으로 과학에서의 시각적 재현에 대한 연구와 관련해 던져야 할 질문과 방향들을 제기한다.
과학의 이미지화와 시각화는 공식적으로는 Scientific Imaging and Visualization라고 쓰며 줄여서 SIV라고 줄여서 쓴다. 과학의 이미지화와 시각화가 과학활동에서 시각적 재현이 하는 역할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가장 먼저는 연구가 일어나는 실험실의 상황과 연결될 수 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서 Lynch는 과학연구에 대한 민족지방법론 연구에서 이미지의 구성을 분석했다. 실험실에서 연구에 사용된 혹은 사용하는 표본들이 어떻게 연구과정에서 이미지로 변형되어 시각적 자료로 전환되는가를 보여주었다. Knorr Cetina는 시각적 이미지는 과학적 발견의 증거로서의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시각적 이미지는 과학자들 사이의 의사소통 및 합의 형성 과정에서 핵심적인 매개체가 된다고 주장했다. 행위자네트워크 이론의 대가인 브루노 라투르Latour는 이미지가 과학자 공동체 내에서 동맹군을 찾고 연결망을 창출하려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용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SIV는 과학 실험실과 과학자 공동체를 넘어 사회적인 맥락으로 확장한다.
이미지가 학계 환경 바깥으로 나아가
다른 맥락속으로 확산되면 어떤 일이 생기는가?
과학의 이미지화와 시각화(Scientific Imaging and Visualization, SIV)는 단순한 보조 수단이 아니라 과학 지식 생산의 핵심 요소가 되었다. 초기에는 이미지를 적용하는 것 자체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현대에 와서는 이미지와 과학의 연계성에 대한 사회적 연구는 다양한 이론적 접근을 통해 그 의미와 함의를 분석해왔다. 과학기술사회학(STS), 시각문화연구(Visual Culture Studies), 인식론적 구성주의(Epistemological Constructivism), 매체고고학(Media Archaeology) 등은 SIV를 단순한 기술의 문제로 보지 않고, 과학 내부의 권력, 규범, 미학, 상호작용의 복합적 장치로 분석한다. 그럼 여기서 몇 가지 접근법들을 살펴보자. 이를 통해서 어떻게 이미지가 과학의 중심에서 시민들과 만나는지를 들춰볼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 접근은 과학 이미지의 역사성과 수행성에 주목하는 STS적 분석이다. 이 접근은 과학 이미지를 객관적 사실의 재현이 아니라, 특정한 이론, 기술, 제도적 조건 하에서 생산되고 선택된 ‘구성된 시선’으로 보는 것을 말한다. 피터 갤리슨과 로레인 다스턴은 ‘객관성(objectivity)’이라는 시각 윤리도 역사적 산물이며, 이미지 제작 과정에는 이상적인 시선에 대한 사회적 규범이 작동한다고 분석하였다. 이 접근은 SIV를 통해 과학적 권위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밝히는 데 중점을 둔다. 두 번째로는 시각문화연구와 미술사적 접근이다. 이 연구들은 과학 이미지가 미학적 기준과 시각적 언어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과학과 예술 사이의 상호작용을 분석한다. 특히 도식화, 색채, 구도, 추상화 등 미술사적 도구를 통해 과학 이미지의 ‘보여주기 전략’을 해석한다. 이는 과학 이미지를 단순한 정보 전달 수단이 아니라, 감각적 설득력과 시선 통제의 장치로 해석할 수 있게 해준다.
세 번째 접근은 인식론적 구성주의에 기반한 분석이다. 이 시각은 이미지가 데이터를 단순히 시각화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데이터를 ‘구성’하고 ‘재배열’하며 새로운 인식과 개념을 창출한다고 본다. 예컨대 현미경이나 MRI를 통해 얻어진 이미지들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아니라, 알고리즘, 해석틀, 장치의 설정값 등을 통해 가공된 결과물이다. 따라서 SIV는 과학적 사실이 아니라 과학적 가능성의 산물로 분석된다. 네 번째는 매체고고학 및 디지털 인프라 분석이다. 이 관점은 이미지의 생성과 유통이 이루어지는 장치와 시스템의 역사, 그리고 그것이 인식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한다. 이를 통해 시각화가 단지 인간 과학자의 산물이 아니라, 디지털 기술, 코드, 네트워크의 집합적인 산물임을 보여준다. 이는 SIV를 기술철학과 매체이론의 관점에서 해석하게 해주며, 과학의 시각화가 특정한 기술-문화적 조건에 의존함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페미니스트 과학연구나 탈식민주의적 STS의 시각은 어떤 시각이 ‘표준적’이고 ‘정상적’인 이미지로 간주되는가를 비판적으로 성찰한다. 이들은 SIV가 은연중에 특정한 인종, 성별, 계급의 시선과 권력을 반영한다고 지적하며, 이미지의 보편성 주장 속에 숨겨진 배제와 위계의 문제를 드러낸다. 예컨대 의학 이미지나 인류학적 시각화는 백인 남성 중심의 인체를 표준으로 제시함으로써 다른 몸과 시각을 배제해왔다는 비판이 있다. 이와 같이 SIV에 대한 사회적 연구는 단지 이미지의 기능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어떻게 진리를 구성하고, 사회적 권위를 만들며, 감각과 인식을 규율하는지를 다층적으로 분석한다. 과학 이미지는 단지 현실을 재현하는 창이 아니라, 현실을 구성하는 ‘기계적 시선’이자 ‘문화적 언어’이며, 따라서 그 분석은 과학 자체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데 핵심적인 출발점이 된다.
시각문화연구 (Visual Culture Studies)
시각문화연구는 시각적 재현이 단순히 세계를 반영하는 수단이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 권력적 질서 속에서 구성된 감각의 체계임을 강조한다. 과학 이미지 또한 이와 같은 시각문화의 일부로 간주되며, 보는 방식과 보여지는 방식이 어떻게 규범화되는지에 주목한다. 예를 들어, 현미경 사진, 의학 도해, 기후변화 그래픽은 객관적 사실을 보여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선택된 관점, 시점, 형식, 색상, 구도를 통해 특정한 해석과 정서를 유도한다.
이러한 연구는 미술사, 사진이론, 영화학, 문화이론과 연결되어 있으며, 과학 시각화를 감각의 정치학(politics of perception)으로 분석한다. 즉, 누가 무엇을 보게 만들고, 무엇을 감추는가를 묻는다. 존 버거(John Berger), 니콜라스 미르조에프(Nicholas Mirzoeff), 마틴 제이(Martin Jay) 등은 시각이 단지 생리적 감각이 아니라 문화적 기술임을 보여주었고, 이는 과학 이미지의 분석에도 직접적으로 응용된다.
인식론적 구성주의 (Epistemological Constructivism)
인식론적 구성주의는 지식이 세계의 객관적 반영이 아니라, 주체와 도구, 언어, 제도에 의해 구성되는 것이라는 입장을 취한다. 과학 이미지 역시 세계의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이론적 전제, 장치의 설정, 시각적 언어에 따라 구성된 결과물이다. 즉, 이미지는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뇌 스캔 이미지(fMRI)는 단순한 뇌의 상태가 아니라 수많은 알고리즘, 선택된 색상 코드, 기준 임계치 등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해석적 산물이다. 이처럼 인식론적 구성주의는 이미지가 자료(data)의 가공 산물이며, 현실을 구성하는 과정의 일부임을 강조한다.
대표적인 이론가로는 브루노 라투르(Bruno Latour), 한스 요르그 라인베르거(Hans-Jörg Rheinberger) 등이 있으며, 이들은 과학의 실험실, 장비, 기록 방식 등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과학적 사실과 이미지가 어떻게 ‘구축’되는지를 탐구한다.
매체고고학 (Media Archaeology)
매체고고학은 이미지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기술적 기반과 물질적 조건의 역사에 주목하는 이론적 흐름이다. 이는 이미지가 단지 인식이나 표현의 문제가 아니라, 기계적·기술적 조건에 따라 매개되는 사물임을 강조한다. 예컨대 현미경, 사진기, 컴퓨터 그래픽 엔진, 3D 시뮬레이터 등은 단순히 보조 장치가 아니라, 지식과 감각을 형성하는 기술적 환경이다.
매체고고학자들은 이미지의 의미보다 그 기술적 구조와 작동 조건, 저장 방식, 알고리즘적 로직에 집중하며, 이미지를 산출하는 시스템 자체를 해체하고 분석한다.
지그프리트 츠엘린스키(Siegfried Zielinski), 볼프강 에른스트(Wolfgang Ernst) 등이 대표적인 학자로, 이들은 과학 이미지의 시각적 형식보다 그것이 어떻게 저장되고, 처리되고, 출력되는지에 관심을 둔다. 이는 과학 이미지가 단지 시각적 결과가 아니라, 기술-문화적 집합체임을 드러낸다.
도나 해러웨이Donna Haraway는 “매개되지 않은 사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는 것은 오직 대단히 구체적인 시각적 가능성뿐이며 이들 각각은 훌륭할 정도로 상세하고 능동적이지만 부분적인 세상의 조직 방식과 결부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해러웨이의 이러한 주장이 가진 의미는 과학 이미지는 보편적이고 중립적인 외양을 띠지만 실제로는 선별적으로 특권을 부여하거나 다른 관점을 무시한다는 것이다. 예로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 이미지는 종종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소중한 장소인 지구’ 라는 관념에 호소함으로써 환경에 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때 사용한다. 우주상에서 바라본 지구와 같은 이미지는 고도로 가공되었음에도 실제로 사실성과 초 사실성 역시 모두 지니고 있다. 이미지로 시각화된 지구의 모습은 대중이 보기에는 우주비행사가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진짜 사진보다 더욱 큰 설득력이 있다.
지구, 뇌의 활동, 지구온난화 등과 같은 현상들의 시각화에는 진실을 보려는 욕망(desire to see)이 들어있다. 위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과학과 미술에서 이미지의 역사는 시각과 인지가 역사적이고 문화적으로 형성된 것임을 알았다. 따라서 과학에서 사용되는 의료, 광기, 감옥 시스템에 부분도 역시 역사적으로 볼 수 있다. 미쉘 푸코는 이에 대해서 과학기술 관료제, 분류체계에 대한 면밀한 살펴봄으로써 눈으로 볼 수 있는 것(what can be seen)의 역사화가 갖는 가치를 보여주었다. 미셸 푸코의 분석에서 우리는 눈으로 볼 수 있는 것, 즉 시각성의 역사화가 갖는 가치는 여러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푸코의 연구는 우리가 사물을 '보는' 방식, 그리고 이러한 시각적 관찰이 사회적, 문화적, 그리고 권력적 맥락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한다. 특히, 그는 권력이 어떻게 시각적으로 매개되고 실행되는지 그리고 이 과정에서 지식이 어떻게 생성되고 사회적 실체가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고민했다.
푸코의 분석과 '광기의 역사' 그리고 '감시와 처벌'
과학에서 사용되는 의료, 광기, 감옥 시스템은 단지 기술적·의학적 제도나 장치가 아니라, 역사적 구성물이며, 사회가 무엇을 정상으로 간주하고 무엇을 예외로 간주하는지를 결정하는 시각적·분류적 체계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미셸 푸코(Michel Foucault)는 이러한 제도들을 단순한 치료나 처벌의 장치로 보지 않고, 지식과 권력의 네트워크가 작동하는 장소로 분석하였다. 그는 특히 ‘눈으로 볼 수 있는 것(what can be seen)’의 조건, 즉 가시성의 제도화에 주목하며, 그것이 어떻게 사람들을 통제하고 지배하는지 그 역사적 계보를 추적하였다.
푸코는 '광기의 역사'에서 광기는 절대적 비이성의 상태가 아니라, 시대마다 다르게 정의되고 배제되는 개념임을 밝혔다. 르네상스 이전에는 광기가 자연과 신의 세계와 통하는 특별한 상태로 여겨졌지만, 근대에 들어서면서 그것은 비정상성의 표상으로 재구성되고 병원이라는 공간에 격리되기 시작한다. 이 과정은 단지 의학적 진보가 아니라, 누가 보이도록 할 것인가, 누가 숨어야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권력의 시각적 조직이기도 하다.
'감시와 처벌'에서는 감옥이라는 제도 안에서 시선의 권력, 즉 파놉티콘적 구조를 통해 개인이 내부화한 감시 체계를 형성하는 방식을 설명한다. 푸코에 따르면 감옥은 단지 범죄자를 수용하는 곳이 아니라, 인간 행동을 표준화하고 규율화하는 시각적 장치로 작동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처벌'이 아니라 '보이게 만들기', 즉 보이는 것의 조직을 통한 통제이다. 의료 또한 마찬가지로, 의학적 진단과 병리학적 시각화는 몸을 읽고 분류하고 기록하는 방식을 통해, 건강과 질병,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그린다.
이러한 푸코의 분석은 과학기술의 발전이 단지 인류를 진보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시민 개개인을 식별하고 분류하며, 행동을 규범화하는 체계적 장치로도 작용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과학의 이름으로 시행되는 분류, 진단, 측정은 시각적 질서 속에서 가시성과 비가시성, 중심과 주변을 나누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결국 푸코는 과학기술 관료제, 의료 체계, 감시 시스템 등이 '보이게 만드는 방식'의 역사적 구조라는 점을 밝히며, 과학적 진실도 권력의 효과 속에서 형성된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이는 과학이 단지 진리를 밝히는 수단이 아니라, 무엇이 현실로 구성되고 인정될 수 있는지를 설정하는 제도적 메커니즘임을 인식하게 한다. 과학은 이처럼 보이게 하며 동시에 지배하는 시각적 권력으로 작동하며, 푸코는 이를 통해 가시성의 정치학이 어떻게 근대 사회를 형성했는지를 역사화하였다.
STS에서 실천적 전환은 우리에게 ‘생산과정’과 ‘결과물’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모두 과학기술의 ‘작업’에 주목하도록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마이클 린치와 스티브 울가의 “과학적 실천에서의 재현”에서 시각적 재현은 그것이 사용되는 실용적 상황으로부터 분리해서는 이해될 수 없음을 이야기한다. 그들의 연구는 시각적 재현을 만들어내고(과학적 실천에서 이미지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연구자의 해석이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다루는 실천, 그리고 과학에서 시각적 지식을 형성하고 확산(과학적 이미지가 어떻게 공유되고, 커뮤니티 내외에서 어떻게 인식되고 변화하는지)시키고 적용하고 체현(과학적 이미지가 실제 연구, 교육, 정책 결정 등에서 어떻게 사용되며,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하는 실천의 문화적 배태성(특정한 문화적, 사회적 맥락에서 어떻게 형성되고 해석되는지)을 연구하는 하나의 출발점이다. 이와같은 맥락에서 SIV는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사용하는 것이 어떻게 과학적 진리 생산과 인지적 관습의 실천에서 보고 믿는 것과 한데 합쳐지는지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다음장에서는 시각화의 생산, 관여, 활동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서술한다.
생산 PRODUCTION
STS학자들은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것과 관련된 실천, 방법, 기술, 행위자, 연결망을 분석함으로써 이미지 어떻게 누구에 의해 만들어지는지를 탐구한다. 이것은 인공물로서의 이미지를 연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어떻게 만들어졌는가(이미지는 긴 기술적 기회, 제약, 협상, 결정에서 나온 것)
MRI이미지는 MRI기계와 생성될 데이터의 설정과 관련된 일련의 결정에 좌우된다. 예를 들어 단면으로 자른 조각의 수와 두께, 잘라낸 각도, 해상도 등의 변수들에 관련된 결정을 하고 -> 이미지를 가공할 때도 각도를 회전시키거나, 콘트라스트를 고치고, 색상을 선택한다.
이런 결정들은 기술적, 전문직업적 표준뿐만 아니라 문화적, 미학적 관습, 개인적 선호에 의존한다. 따라서, MRI스캔은 ‘중립적’산물이 아니라 문화적으로 형성된 일련의 구체적인 사회기술적 협상의 결과물이며, 형식화와 변형의 과정을 담고 있다.
누가 관여하는가 (한 사람에 의해, 개인 간의 전달에 의해, 팀 작업에 의해)
초기 X선 기술자들은 해부학을 배워서 기계를 정확한 위치에 갖다 댈 수는 있었지만, 방사선학자-의사처럼 병리학을 배워 진단능력을 갖추진 않았다(의사의 진단이라는 역할을 지켜주기 위해). 그러나 CT 스캐너의 경우 진단에 유용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려면 병리학을 공부해야 했고, CT 기술자 대신 숙달이 덜된 방사선학자들이 이를 학습했다. 고급 의료 기술인 CT 스캐너의 도입은 의료 기술자 간의 위계가 더욱 선명해지는 결과를 초래했으며, 이 기술적 변화는 직업적 위계와 역할에도 영향을 끼쳤다.
누가 이미지를 읽을 수 있고(can), 누가 그것을 읽도록 허용되는가에서(allowed) 나타나는 편차에 주목하는 것은 STS 통찰의 특징이다.
이처럼 과학, 의학 삽화가, 시뮬레이션 모델 제작자, 프로그래머, 그래픽디자이너 등 현대 실험실에 필요한 시각적 과학기술에서 분야를 확립한 것과 같이 시각적 전문성은 판별능력과 전문화를 만들어낸다.
관여(ENGAGEMENT)
과학지식의 생산에서 이미지가 하는 도구적 역할에 초점을 두고, 이미지가 과학연구의 과정에서 어떻게 사용되며 과학지식의 생산에서 어떻게 도구적인 역할을 하는가를 탐구하는 것이다.
이미지 중 어떤 것은 해석되지 않은 원데이터로 취급되고 다른 것들은 의미있는 것으로 만들기 위한 시각적 조작과정을 거치며, 어떤 것들은 알려져 있는 의미의 해석적 요약으로 간주된다.
생물학 실험에서 디지털 공초점 현미경은 세포 내 단백질 변화에 관한 데이터를 7차원 데이터(세가지 물리적 차원, 시간, 공간적으로 서로다른 유전자 활동)를 담음 : 원데이터
다양한 데이터 추출 기법, 시각적 선별 등을 통해 서로 다른 이미지들을 생성 = 데이터를 의미있는 것으로 만듦(조작과정) : 이것은 중간과정이며 용이하게 만드는 관찰, 개입의 한 방식이다.
지식으로서 데이터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시각화로써 지식의 요약본을 작성하는데 쓰인다.
에드워드 터프트는 이러한 이미지가 지식을 공유하기 위해선 많은 작업과 시각적 판별능력이 요구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렇게 이미지가 지식의 일부가 되면, 지식과 이론적 개념을 확산시키고 안정화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 이미지는 설득하거나 논증을 뒷받침하는 도구(Keith & Regh)이기에 연구자들이 과학자 동맹체에서 동맹군을 찾는 일을 도와준다.(Latour)
과학적 이미지나 시각화는 단순히 현실을 재현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과학적 이미지나 시각화를 생성하는 행위는 새로운 개념적 공간을 만들어내며, 이 공간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탐구되고, 새로운 질문이 제기되며, 현실을 이해하는 새로운 방법이 개발된다. 즉 단지 이미 알려진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지식을 구성하고 확장하는 활동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미지는 결국 새로운 개념적 공간을 만든다. 예를 들어 Visible Human Project에서 냉동한 시신을 얇게 썬 단면을 통해 이미지를 디지털화해 새로운 신체 공간을 생성함으로써 데이터 집합이 만들어졌다. 이는 개인에 근거한 신체 공간을 일반화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새로운 질문-한국인 프로젝트, 여성 프로젝트 등과 같은)
또한 위의 프로젝트들이 외과의사들을 교육할 때 쓰인다면 그들이 ‘진짜 환자들과 마주하게 될 인간의 다양성에 어떻게 대비하게 할 것인가’ 하는 추가적인 질문들도 갖게 한다. 따라서 이미지나 시각화를 사용한다는 것은 그것의 공간적, 인식론적 기준에 의해 규율 받는 것을 의미한다.(Prentice, 2005) 이처럼 시각화의 상호작용성(interactive)에 주목하는 것은 연구자들이 컴퓨터나 기기들과 몸을 써서 관계를 맺는 것에 주목해야 함을 의미한다. 특히 단백질 결정학 분야의 연구자들이 컴퓨터 화면상의 3차원 구조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즉 단백질 결정학자들은 화면상의 구조와 실질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이 과정에서 자신의 신체적 감각과 인지능력을 사용하여 구조를 해석하고 이해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는 과학적 연구와 분석이 단지 추상적이고 이론적 활동만이 아니라 실체화된 인식과 밀접하게 연관되어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컴퓨터 화면상의 작업이라 할지라도 이러한 실체화된 관계가 연구자들이 복잡한 과학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활용 DEPLOYMENT
상이한 사회적 환경에서 과학적 시각화의 사용에 주목하고, 이미지가 실험실 바깥에서 어떻게 쓰이고 우리 자신과 우리 세상에 관한 상이한 형태의 지식과 어떻게 만나는지 초점을 맞춤
눈에 보이는 여성(The Visible Woman) : 이미지화 기술, 젠더, 과학에서 저자는 의료를 전면에 내세워 페미니스트연구와 문화연구를 STS와 결합시켰다. 이 책에서는 의료 및 과학적 이미징 기술이 여성의 몸을 어떻게 표현하고 해석하는지, 그리고 이러한 표현과 해석이 성별, 과학, 그리고 사회적 맥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시각화 기술이 단순히 중립적인 도구가 아니라, 성별화된 가정과 가치를 반영하며, 여성의 몸과 정체성을 구성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미지는 지배적인 은유와 이야기에 힘을 실어준다. 이는 과학적 사실이 중립적이거나 객관적인 관찰의 결과만은 아니라는 것을 시사한다. (Emily Martin) “대체로 우리는 이야기를 듣지 않고 사실을 듣는데 과학을 그토록 강력한 것으로 만들어주는 요인의 일부이다.” 과학적 이미지는 특정한 사회적 서사를 담고 있으며, 과학자들은 프레이밍, 장시간 노출 등 다양한 기법들을 조작해 과정을 이해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실제성을 설득한다. 가령 편집을 완벽하게 하면 시범 연구 데이터조차 완벽하게 보일 수 있고, 오래된 프로그램을 써서 편집하면 결과물이 첨단일지라도 시대에 뒤떨어진 것처럼 보인다.
또한 오레스케스(Oreskes, 2003), 보터(Bowker, 2005), 라센(Lashen, 2005) 에드워즈 (Edwards) 같은 학자들은 글로벌 기후 변화와 생물 다양성에 관한 데이터 생성 과정이 단순한 과학적 측정이나 관찰의 결과만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기술적 요소들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기후 변화 데이터와 시각화가 과학적 연구와 노력의 결과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데이터와 이미지가 어떻게 정치적 논쟁의 대상이 되며, 과학적 권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
예를 들어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 기후 모델링 등 기후변화에 대한 연구의 방향과 초점은 경제적, 정치적 압력 그리고 사회적 가치와 같은 외부 요인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 STS 연구는 이러한 복잡한 데이터와 시각화의 생산 과정을 분석함으로써, 과학적 결과물이 어떻게 사회적, 기술적, 그리고 정치적 요소들에 의해 형성되는지를 밝힌다. 이와 동시에, 이러한 분석이 과학적 데이터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과학적 주장을 반박하는 전략으로 활용될 수 있는 이중적인 가능성도 지적한다.
법정은 시각적 권위에 대한 도전이 일어나는 또 다른 장소이다. 재서노프(Jasanoff, 1998)은 재판을 시각적 권위가 창출되고 방어되는 장으로 분석했다. 제니퍼 누킨(Mnookin, 1998)과 탤 골런(Golan, 1998, 2004)은 사진과 X선이 어떻게 법정으로 들어오게 되었는지를 추적하였다. 이러한 증거는 해석을 다시 한번 강조하게된다: 이미지는 결코 완전히 명백하지만은 않으며, 그것들은 다의적이거나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사진, X-레이, 그리고 다른 의료 이미지 및 모든 종류의 컴퓨터 시각화는 설명과 전문가 해석이 필요하다. 반면 정형화된 의미를 전달(부러진 뼈)할 경우 이미지가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시각적/촉각적 수사공간을 창출한다. 다른 말로 이미지는 스테레오타입, 관습적인 의미를 전달하는 힘이 상당히 강하다는 것이다.
생의학적 시각에서 생각해보자. 우리는 어린 시절과 평생에 걸쳐 우리의 몸에 대해 배운다. 이런 형태의 메타 학습을 Emily Martin은 “실습(Practicum)”이라고 부르며, 이는 “이상적이고 건강한 사람”에 대해 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의 학습 방법이다(Martin, 1994: 15). 이는 과학적 데이터와 이미지가 단순히 객관적 사실을 전달하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지와 이야기는 우리가 우리 몸, 건강, 그리고 병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정자와 난자의 이야기는 성별 역할에 대한 전통적인 이해를 반영하고 강화할 수 있으며, 세포에 인격을 부여하는 것은 생명 과학에서의 개체성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형성한다. 과학적 데이터와 이미지가 단순한 정보의 전달 수단을 넘어서 사회적, 문화적 가치와 의미를 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생의학적 시각은 단순히 설득적일 뿐만 아니라, 우리를 관여시킨다. 인간의 과학적 이미지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나타내며, 우리에게 지시적으로 가리키며(Duden, 1993), 우리 자신에 대한 진실을 말해준다. 질병의 이미지(바이러스, 유해 유전자, 비정상적인 뇌 스캔 등)은 인격의 기본 범주, 정상과 비정상을 만들어내고 강화한다. 이러한 과학적 이미지와의 일상적 동일시는 “객관적 자기양식화”(Dumit, 2004)이라고 불릴 수 있다. 특정 질병이나 상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형성하고,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비정상'인지에 대한 이해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생물의학적 관찰과 이미지의 힘은 단순히 기술적 발전이나 의학적 진단을 넘어서, 우리의 자아, 몸, 그리고 사회적 관계에 대한 깊은 사회적 및 문화적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이중나선이라는 책을 친구를 통해서 소개 받았을 때, 그저 'DNA의 이중구조'와 RNA와의 비교를 하는 이미지를 떠올렸다. 사실 생각해보면, 갈릴레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피사의 사탑에서 실험하는 것이나 지동설과 천동설을 구분하는 모습 등의 이미지를 떠오르게 된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과 같은 경우 휘어져 있는 우주공간을 상상하게 되고,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은 우주 속에서 질량을 가진 행성들의 궤도를 그려보게 한다. 연구실에서 근무하는 이들이 만들어내는 이미지는 무엇인가 권위를 주고 전문성을 느끼게 한다. 연구하는 복장과 태도 그리고 현미경의 미세한 디테일들은 과학은 진리를 찾는 방법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이렇게 과학은 계속해서 이미지를 통해서 자신의 자리를 잡고, 사람들에게 자신이 취하는 '진리의 방법'에 대해서 설파한다. 오늘날은 이미지를 떠나서 과학을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이다.
STS는 어떻게 보면 '기술의 사회적 구성'이라는 측면에서만 보더라도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이미 형성되어 있거나, 새롭게 미래에 등장할 기술에 대한 상상력이 오히려 새로운 기술을 만들도록 유도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재서노프의 이야기처럼 '시민인식론'의 관점에서 시민들의 인식 속에 존재하는 이미지, 존재하게할 이미지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그 사회가 가진 제도와 문화적 배경에 따라서 용인되고 사용되고 관여하게 되는 이미지가 다르다는 것도 유추해 볼 수 있다. 오늘은 이렇게 과학에서 이미지와 시각화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STS의 관점에서 이미지를 어떻게 제공하는가에 따라서 시민들의 인식과 욕망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그러니 앞으로 실험 데이터나 통계, 이미지를 마주할 때 고려해야할 사항이 아주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학의 이미지화와 시각화에 대한 사회적 연구: 연구의제의 개관
우리는 지식생성과정에서 “지식사물”로서 이미지의 지위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
라인버거(Rheinberger)는 지식사물을 과학적 연구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지식 생성 과정에서 변화하고 발전하는 동적인 객체로 정의하고, 이미지가 연구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지식을 구성하고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미지가 어떻게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조르다노바(Jordanova, 2004)의 모델은 불완전한 개념 이라는 통찰을 출발점으로 활용 할 수 있다.
“ 그것이 있을 때 모델이 뜻이 통하는 다른 무언가의 존재를 암시한다. 그 결과 관찰자들이 채워 넣어야 하는 해석적 간극, 곰브리치의 말을 빌리면 ‘보는 이의 몫’이 남게 된다.”
결국 이미지와 이미지화 기술은 사회조직, 제도적·분과적 질서, 작업문화, 연구자 공동체 구성원들 간의 상호작용에 영향을 미친다. 저자는 SIV에 대한 국제적 비교연구와 다문화적 접근이 다양한 문화적, 사회적 맥락에서 어떻게 다르게 이루어지는지, 또 이런 차이가 지식의 생성과 소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또한 과학과 기술이 점점 더 시장과 마케팅에 중점을 두게 됨에 따라, 이미지가 광고와 공공 관계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연구하는 것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과학이미지와 예술사이의 관계도 연구할 가치가 있다. 과학자들과 예술가들이 협력하여 만든 전시나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는 과학 이미지에대한 새로운 관점을 배울 수 있다. 이 모든 것들은 SIV, STS의 중요한 연구 주제들이라고 이야기하며 본 장을 끝낸다.
https://www.youtube.com/watch?v=zfY_ZkMVNh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