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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과학일기

사회기술시스템 이론이란 무엇인가

과학기술정책에서 기술혁신과 사회혁신이 만날 때

by 낭만민네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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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격경제에서는 기술의 발달에 따라서 발생하는 다양한 부수효과도 추격을 하는 선진국의 사례에서 미리 알고 대처할 수 있었다. 그러나 탈추격의 경제가 되면 이제는 우리가 스스로 창조해서 뚫고 나가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사회적 문제와 기술이 가져온 문제를 해결하면서 가야한다. 그래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기술혁신과 사회혁신이 만나서 사회-기술시스템론이 나오게 된다. 사회문제를 기술적으로 해결하면서 '시스템'자체를 완전히 변화시키는 노력이 진행된다. 기존의 혁신체계가 기술의 발달에 따라서 혁신시스템이 개선되고 안착화되는 과정에서 구조화를 논의한다면, 사회-기술시스템론은 기존의 시스템들이 감당하지 못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시스템 자체를 전환해야 한다는 논의이다. 그래서 나온 방법론이 리빙랩이나 사회문제해결형R&D이었다.


오늘은 사회혁신과 기술혁신의 구분을 시작으로 사회-기술시스템론에 대해서 알아볼 것이다. 단순한 개선이 아닌 전환의관점에서 사회-기술시스템론이 어떤 비전을 가지고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 알아보자. 이러한 전환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그 시작점이 바로 '틈새'인 니치niche인데 여기서부터 시작하는 실험 과정을 살펴보고 이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거버넌스와 학습을 살파보자. 이 모든 것들은 결국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다. 그 과정과 방법이 다소 다를 뿐이지만 말이다. 사회혁신과 조금은 결을 다르게 하여 발전하고 있는 사회기술시스템이론에 대해서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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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술혁신과 사회혁신의 비교


한 때 한국사회를 휩쓴 단어가 있었으니 바로 '사회혁신'이었다. 박원순시장이 영국의 네스타를 벤치마킹하면서 제프멀건의 이론들을 서울시에서 적극적으로 가지고 와서 시민사회에서부터 시작해서 정부와 기업, 연구소와 학교까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혁신을 추구했던 때가 있다. 사회혁신은 '사회적 난제'를 다양한 혁신의 방법론으로 시민들이 거버넌스에 참여해서 해결하는 방법이다. 사회혁신은 사회적연대, 사회적 목표, 사회적 가치의 실현을 위해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사회문제가 다양하기 때문에 거버넌스를 만들면 이해관계자들이 시민들과 시민사회에서도 부터 공공기관과 기업들이 참여하게 된다. 사회혁신에 시민들이 참여하는 것은 직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리빙랩과 같은 방법도 있지만 의견을 제시하고 변화의 방향을 정하기 위한 참여도 있다. 보건, 고령화, 환경, 지역개발과 일자리 등등 계속해서 벌어지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지속적인 사회혁신이 필요하다.


반면에 기술혁신은 혁신의 동인으로 기술주도와 수요 주도가 있다. 기술주도는 새로운 기술이 만들어지면 혁신이 일어난다는 것이며, 반대로 수요주도는 사회와 시장의 요구가 있을 때 혁신이 만들어 진다는 것이다. 여기에 STS관점에서는 '기술의 사회적 구성이론'도 있다. 수요주도에서도 소비자로 대변되는 개인들의 목소리가 아니라 '시민'으로 대표되는 사회적인 존재들의 요구가 기술을 형성한다는 이론이다. 기술혁신은 보통은 하계와 연구계, 그리고 산업계가 직접 만들고 이것을 추동하는 것이 정부이다. 이른바 산업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기술혁신에서는 사회혁신과 다르게 기존 주체에 대해서 시민들의 참여는 저조한 편이다. 기술 자체를 시민이 만들기에는 재원과 시간, 노력과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민참여를 일부러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사회문제해결형 R&D의 관점에서 리빙랩이 주목을 받기도 한다.


기술혁신과 사회혁신은 모두 사회적 요구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기술과 사회가 서로 영향을 미친다는 유기적인 관점에서는 과학사회학적인 관점도 공유하고 있다. 기술혁신이나 사회혁신 모두 사회와 국가체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영향력에 있어서는 한 조직을 넘어서 넓게 확산되는 것이 특징이다. 혁신의 방법을 쓴다는 의미에서는 개선과 다르게 '프로세스, 기술, 패러다임'의 전환을 추구한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기술에 있어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거나 과정자체의 혁신을 이루거나 기존에 생각하던 방식을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생각하는 패러다임의 전환등이 혁신의 구성요소이기 때문에 이것을 사회운영에 적용할 것인지 아니면 기술 자체에 적용할 것인지는 혁신의 관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2. 사회-기술시스템론


사회-기술시스템론(Socio-Technical Systems Theory, STS에서 주로 다룬다)은 기술과 사회를 분리된 요소가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공동으로 진화하는 유기적 시스템으로 본다. 이는 단순히 기술의 발전이나 사회의 변화 중 하나만을 중심으로 시스템을 이해하려는 접근을 넘어서, 기술적 설계와 사회적 맥락이 상호적으로 구성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STS론은 기술이 사람을 대체하거나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기술이 공존하고 협력하는 방식으로 조직과 사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기술 도입이나 조직 개편 시 인간 중심의 가치(자율성, 만족도, 협업 등)와 기술적 효율성 사이의 균형을 중시한다. 이는 특히 대규모 정보시스템, 스마트 인프라, 공공정책 등에서 기술적 성과와 함께 사회적 수용성과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오늘날의 요구와 깊이 맞닿아 있다.


이 이론은 1950년대 영국 타비스톡 연구소에서 활동하던 에릭 트리스트(Eric Trist)와 켄 벨펀(K. Bamforth)의 석탄광산 조직 실험에서 비롯되었다. 당시 광산에서는 기술적으로 효율적인 라인 생산방식이 도입되었지만, 작업자들의 불만과 조직 내 갈등이 심각하게 증가했다. 이에 트리스트와 벨펀은 인간의 사회적 욕구와 기술 시스템 간의 불균형을 문제의 핵심으로 보았다. 그들은 기술 중심이 아닌, 인간 중심의 조직 설계가 필요하다는 전환적 시각에서 "사회적 요구와 기술적 구조를 동시에 고려한 설계" 개념을 정립했다. 이는 이후 인간공학, 조직이론, 정보시스템설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의 참여와 기술의 공동설계 필요성을 주장하는 이론적 기반이 되었다. STS론은 인간을 수동적 사용자로 보지 않고, 기술 설계와 운영의 적극적 참여자이자 해석자로 간주하는 관점을 강화하였다.


네덜란드 연구자들은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에 걸쳐, 지속가능성을 중심으로 한 사회기술시스템(Socio-Technical Systems, STS) 전환 이론을 집중적으로 발전시켜왔다. 특히 Frank W. Geels, Johan Schot, René Kemp, Jan Rotmans 등은 지속가능한 전환(sustainability transitions)의 분석 틀을 체계화하고, 다층적 관점(Multi-Level Perspective, MLP)과 전환관리(Transition Management) 개념을 정립하면서,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전환 연구의 중심축을 형성하였다. 이때부터 사회-기술시스템론은 사회혁신에 있어서도 그렇고 기술혁신에 있어서도 서로가 모두 '생태학적 관점'을 적용하여 융합되기 시작하였다.



Geels의 다층적 관점(Multi-Level Perspective, MLP)

Frank W. Geels는 사회기술시스템의 전환을 설명하기 위해 가장 대표적으로 다층적 관점(MLP) 모델을 제시했다. 이 모델은 사회기술 시스템의 변화를 세 가지 수준의 상호작용으로 설명한다. Geels는 시스템 전환이란, 니치 혁신이 성숙하고, 레짐의 내부 위기가 발생하며, 경관 변화가 압력을 가하는 삼중 작용 속에서 가능하다고 주장하였다. 예를 들어, 전통적 자동차 산업(레짐)이 기후위기와 환경규제(경관)의 압력 아래에서 전기차나 공유모빌리티(니치)의 확산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설명할 수 있다.

니치(niche): 새로운 기술, 대안적 실천, 혁신이 발생하는 실험적 공간

레짐(regime): 현재 시스템을 지탱하는 기술, 정책, 문화, 인프라 등 안정적 구조

경관(landscape): 거시적 구조로서 사회적 가치, 환경, 정치, 글로벌 변화 등


Kemp & Rotmans의 전환관리(Transition Management) 이론

René Kemp와 Jan Rotmans는 MLP 모델을 정책 실천에 연결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전환관리(transition management) 이론을 발전시켰다. 이는 다음의 원칙들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전환관리는 기존 정책 도구들이 단기성과 부처 간 칸막이에 갇혀 지속가능한 전환을 유도하지 못한다는 비판에서 출발한다. 이들은 새로운 기술만이 아니라 사회적 규범, 제도, 가치까지 함께 바꾸는 방식으로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이행을 설계해야 한다고 본다.

장기적 관점에서의 변화 지향

참여 기반의 거버넌스 모델

실험과 학습을 통한 정책 조정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의 협력 구조 형성


네덜란드 전환이론의 공통 특징

시스템적 사고: 기술, 정책, 제도, 문화, 행위자가 얽혀 있는 복합적 시스템으로 접근

사회기술 공진화: 기술 발전과 사회 변화는 동시에 진화(co-evolution)한다는 전제

실험 중심 접근: 리빙랩, 파일럿 프로젝트, 테스트베드를 통한 실험적 전환 시도 강조

정책 통합과 거버넌스 혁신: 기존 수직적 정책방식 대신, 네트워크형 참여 거버넌스 강조

지속가능성 지향성: 단순한 경제 성장보다, 환경적·사회적 지속가능성을 핵심 목표로 설정



사회-기술시스템론에서 가장 핵심적인 구성 요소는 기술 시스템과 사회 시스템의 통합이다. 기술 시스템은 기계, 알고리즘, 도구, 소프트웨어, 정보인프라 등을 포함하며, 사회 시스템은 인간, 역할, 조직문화, 제도, 가치관, 소통 구조 등을 포함한다. STS론은 이 두 시스템이 단절된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하며 함께 작동한다고 본다. 예컨대 병원에서 전자의무기록시스템(EMR)이 도입될 때, 단순히 기능과 성능만이 아니라 의료진의 업무 흐름, 판단 권한, 환자의 정보접근권 등의 사회적 요소와의 조화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STS는 '이원적 최적화(dual optimization)'라는 원칙을 제시하는데, 이는 기술적 효율성과 사회적 만족도를 동시에 최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시각은 단순한 시스템 도입보다, 기술을 사회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존재’로 다루는 포괄적 접근을 가능하게 한다.


STS론은 현대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한 이론적 및 실천적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스마트시티 구축에서 시민 참여 기반의 기술 설계, 디지털 플랫폼에서 노동자 권리 보장을 고려한 알고리즘 설계, 병원 정보시스템의 사용자 친화적 구조화, 정부의 디지털 정책 설계 등은 모두 사회-기술 통합적 사고를 요구하는 영역이다. 예를 들어, 배달 플랫폼에서의 경로 추천 알고리즘이 최단 시간 배달을 목표로 설계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해 노동자가 겪는 피로, 위험, 자율성 저해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면 이는 비효율적 사회-기술시스템으로 간주될 수 있다. STS론은 이러한 문제를 단순히 ‘기술적 실패’가 아니라 ‘사회적 설계 부재’로 해석하며, 기술 설계 단계에서부터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와 공공적 책임성을 요구한다. 이와 같이 STS론은 기술 개발과 사회 구조의 통합적 접근을 통해, 지속가능하고 공정하며 효율적인 시스템 구현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사회-기술시스템론이 현실에서 이상적으로 구현되기에는 여러 제약과 한계가 존재한다. 첫째, 기술 도입이나 시스템 설계 과정에서 사회적 요소가 형식적으로만 고려되거나, 참여가 형식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둘째, 기술 개발자와 사용자 간의 권력 비대칭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공동 설계는 쉽게 실현되기 어렵다. 셋째, 조직 운영에서는 단기적 효율성과 비용절감이 우선시되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사회-기술 간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이 외면되기 쉽다. 또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조율하는 데 드는 시간과 자원이 많아 실제 실행 과정에서 좌절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TS론은 기술을 중립적이거나 독립적인 실체로 보지 않고, 항상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형성되고 실현된다는 점을 밝힘으로써, 보다 포괄적이고 인간 중심적인 시스템 설계를 위한 지적 토대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기술이 일상생활 전반에 스며든 디지털 사회에서는, 이와 같은 통합적 사고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3. 전랴적 니치관리


사회기술시스템론에서 전략적 니치관리(Strategic Niche Management, SNM)는 기존의 사회기술체계(socio-technical regime)를 변화시키기 위한 실천 전략이다. 이는 기술 그 자체의 개발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술이 사회적으로 수용되고 확산될 수 있는 보호된 공간(niche)을 조성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니치는 신기술이 기존 시스템의 규범, 가치, 규제 등으로부터 일정 부분 보호받으면서 실험되고 조정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즉, 사회적 실험의 장으로서 기술뿐 아니라 제도, 행위자, 인식 등이 상호작용하며 진화한다. 이를 통해 기술은 단순한 도입이 아니라, 사회 전체를 변화시키는 씨앗으로 성장할 수 있다. SNM은 특히 지속가능한 전환이 요구되는 에너지, 교통, 농업 분야에서 활발히 적용되어 왔다.


SNM은 크게 세 가지 핵심 구성요소로 설명된다. 첫째는 ‘비전과 기대치(visions and expectations)’로, 새로운 기술의 방향성과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여 관련 행위자들의 동기를 유도한다. 둘째는 ‘사회적 네트워크(network building)’로, 기업, 시민, 정부, 연구자 등이 협력하는 구조를 만들며 지식과 자원을 공유하는 토대를 마련한다. 셋째는 ‘학습 과정(learning)’으로, 단순한 기술 성능이 아니라 제도적, 문화적, 시장적 차원의 학습까지 포함한다. 이 세 요소는 상호 연계되며, 성공적인 니치 형성과 확산을 위해 균형 있게 작동해야 한다. 따라서 SNM은 단기적 실험이 아니라 장기적 시스템 전환을 위한 사회적 투자로 간주된다.


SNM의 핵심 구성요소 세 가지

비전(Visions)과 기대치(Expectations): 이해관계자들이 공유하는 미래지향적 목표와 전망. 이는 실험의 방향을 제시하고 정당성을 부여한다.

사회적 네트워크 구축(Network Building): 다양한 이해관계자(기업, 정부, 시민, 연구자 등) 간의 상호작용을 촉진하여 자원, 지식, 지지를 모은다.

학습 과정(Learning Processes): 기술적 성능뿐 아니라, 제도적, 사회적, 문화적 맥락에서의 적응과 의미부여에 관한 학습이 포함된다. 즉, ‘제도적 학습’ ‘시장 구조 학습’도 중요하다.


기존 사회기술체계는 경로의존성과 잠금현상으로 인해 새로운 기술의 수용에 저항적인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SNM은 기술 혁신이 제도나 문화적 저항에 부딪히지 않도록 안전지대를 마련한다. 니치는 기존 체제와 직접 경쟁하지 않으면서도 서서히 영향력을 넓힐 수 있는 공간이다. 예컨대 초기의 태양광 마을이나 전기차 시범사업은 정책적 지원 아래 니치로 존재하다가, 시간이 지나며 대중적 수용성을 획득했다. 이처럼 SNM은 사회적 실험을 통해 새로운 기술을 시험하고, 적절한 사회적 조건을 학습하는 장이 된다. 그 결과 니치는 점차 제도와 시장에 통합되며, 기존 체제의 전환을 유도한다.



Kemp와 Rotmans(2005)는 SNM을 생태효율성과 시스템 전환을 촉진하는 전략으로 보았다. 생태효율성은 같은 기능을 더 적은 자원과 에너지로 수행하는 것을 의미하며, 지속가능성의 핵심 지표로 작동한다. SNM은 새로운 기술이 이러한 생태효율성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지를 사회적 실험을 통해 탐색한다. 동시에 시스템 전환은 단일 기술의 채택이 아니라 기술, 제도, 가치, 시장 구조 등 다차원적인 재구성을 수반한다. 이 전환은 점진적이며, 니치의 확산과 기존 체제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완성된다. 따라서 SNM은 단순한 기술 보급이 아닌 사회 전체의 시스템 변화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전략적니치전략의 한계

그러나 SNM에도 몇 가지 한계가 존재한다.

첫째, 니치가 메인스트림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고립될 위험이 있다.

둘째, 정책적 뒷받침이 부족할 경우 실험은 일회성으로 끝날 수 있으며 구조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다.

셋째, 기술 중심의 접근이 사회문화적 맥락을 간과할 수 있으며, 깊이 있는 사회적 학습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에는 다중 수준 관점(Multi-Level Perspective)이나 전환관리(Transition Management) 등과 결합한 통합적 접근이 시도되고 있다.

이를 통해 니치에서 축적된 경험이 체제 수준의 변화로 연결될 수 있는 메커니즘이 보완되고 있다. 전략적 니치관리는 여전히 중요한 실험장이지만, 체제 변화와의 연결 고리를 설계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이다.


과학기술혁신정책에서 사회기술시스템론의 활용

시스템 전환과 장기비전: 현재의 것과는 다른, 그렇지만 지속가능한 성격을 지닌 기술, 생활방식, 제도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회기술시스템을 전망(Kemp and Rotmans, 2005) e.g. 에너지전환정

사회기술시스템론과 연구개발사업 기획: 연구개발 내에서 ‘사회-기술 기획’ 활동을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활동

사회기술시스템론과 참여형 연구개발사업 추진: 새로운 혁신주체인 시민참여가 보장되는 거버넌스로의 전환이 요구됨.e.g. 리빙랩(Living Lab)

사회기술시스템론과 과학문화사업: 일반시민들과 함께 미래 과학기술에 대한 공유된 기대를 형성해 가는 활동 e.g. 시민참여형 과학문화 활동


4. 사회문제해결형 R&D


회문제해결형 R&D는 기술 개발의 목적을 단순한 경제 성장이나 산업 경쟁력 강화에 두지 않고, 사회가 직면한 복잡한 문제들(예: 고령화, 기후위기, 감염병, 불평등 등)을 해결하기 위한 연구개발 활동을 의미한다. 이러한 접근은 기존의 공급자 중심 기술개발에서 수요자 중심, 즉 시민과 사회의 요구에 응답하는 공공성 지향 R&D 모델로의 전환을 내포한다. 과학기술이 사회의 일상적 삶과 문제 해결에 실질적으로 기여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면서, 국가 차원에서도 정책적 우선순위로 부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의 과기정통부는 '포용적 혁신성장'과 '사회적 가치 실현'을 목표로 사회문제해결형 R&D를 전략화하고 있다. 이는 기술 자체보다 문제 중심(problem-oriented)으로 연구의 출발점을 두는 특징을 갖는다.


사회문제해결형 R&D의 핵심은 문제 정의와 해결 방식의 공동 설계(co-design)에 있다. 문제를 정의할 때부터 과학기술자뿐 아니라 시민, 현장 전문가, 정책 담당자 등이 참여하여 다양한 이해관계를 반영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사회적 타당성’과 ‘기술적 실행 가능성’을 함께 고려하게 만들어 주며, 연구 결과의 현장 적용성과 수용성을 높인다. 예컨대 지역의 치매 돌봄 문제에 대해 의료계, 가족, 지방자치단체, 기술 개발자들이 함께 접근하면 보다 실질적이고 통합적인 해법을 도출할 수 있다. 이런 방식은 기존 R&D에서 소외되기 쉬운 취약계층의 목소리를 반영한다는 점에서도 포용적이다. 따라서 사회문제해결형 R&D는 단순한 기술개발이 아닌 사회혁신(social innovation)의 도구로 간주된다.



이러한 R&D 모델은 복합적 문제와 시스템적 접근을 요구하는 사회문제에 특히 유효하다. 사회문제는 하나의 기술로 해결되지 않으며, 제도, 문화, 인식, 경제 구조 등이 서로 얽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학제적 연구와 정책 연계, 시민참여, 현장 중심의 실증연구가 병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최근에는 리빙랩(living lab)이나 미션 지향형 연구(mission-oriented R&D) 같은 형태가 활용되며, 연구의 성과를 단순한 기술 특허나 논문 수가 아니라 사회적 영향력(impact) 중심으로 평가하는 경향도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연구개발의 지향점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공공재적 성격을 지닌 기술 개발에서 그 효과는 단기 수익보다 장기적 사회 안정과 신뢰 회복에 기여할 수 있다.


사회문제해결형 R&D의 국내외 사례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핀란드의 SITRA(지속가능성 혁신 재단)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 기반 기술과 시민참여 설계를 결합하여 정책과 기술을 통합적으로 설계한다. 한국에서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도시열섬 저감 기술', '장애인 보조기기 개발', '코로나19 백신 플랫폼 구축' 등이 대표적 사례다. 이들 과제는 기술개발뿐 아니라 문제 진단, 사회 수용성, 현장 적용성, 제도 개선까지 함께 설계되고 실행된다. 즉, 기술이 목적이 아니라 문제 해결의 수단이자 매개가 되는 구조이다. 이를 통해 사회적 신뢰와 기술의 실효성이 동시에 확보될 수 있다.


하지만 사회문제해결형 R&D도 몇 가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우선, 문제의 복잡성으로 인해 명확한 성과 산출이나 정량적 평가가 어렵다는 점이 있다. 또한 기술 중심의 기존 R&D 시스템에서는 사회적 성과를 정당하게 인정받기 어려운 평가 체계의 한계도 존재한다. 연구자들에게는 사회문제 중심의 연구가 ‘학문적 성과’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어 동기 유인이 부족하다. 이에 따라 정책적으로는 사회성과 중심의 R&D 평가기준 마련, 참여자 중심의 기획·운영 체계, 지속가능한 실증 플랫폼 등의 제도적 기반이 보완되어야 한다. 이처럼 사회문제해결형 R&D는 과학기술의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하는 접근이며, 향후 정책, 거버넌스, 가치평가 체계의 재정비와 함께 발전해야 할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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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경기도청에서 개최하는 사회혁신 조례관련 워크샵에 다녀왔다. 그간의 연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왔다. 박원순 시장 이후에 사회혁신은 멈춰 있는 듯하다. 아니 오히려 후퇴한 것 같기도 하다. 지금은 시민사회도 그렇고 마을기업이나 협동조합의 위상이 한 없이 낮아진 것도 같다. 잠시 돌아보면 진보에서 이야기하는 담론들이 가진 한계는 자신들의 영역을 넘어서지 못하고 자칫하면 부서이기주의처럼 자신들의 영역만 중요하다고 외치는 것과 같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저소득층과 청년우울증에 대한 지원을 늘린다는 것은 다른 한편 장애인이나 노동자에 대한 예산도 함께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회혁신의 방법은 오히려 예산과 통제의 관점을 넘어서는 시민들의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서 문제를 해결하고 기술을 개발하는 방식이 앞으로 지속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혁신의 정의에서 미래를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전략적니치 전략을 비롯해서 사회 안에서 기술이 어떻게 시스템을 만드는지에 대해서 구체적인 연구를 시작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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