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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민네이션 Apr 29. 2024

피지털 커먼즈란 무엇인가?

'피지털커먼즈' (이광석, 2021)의 개념과 실천

주제_피지털 커먼즈: 해방의 기술과 호혜의 공통장/ 인간의 활동을 예속하는 플랫폼 질서와 이에 대항하는 문화정치적 실천과 해방의 가능성 고찰


교재 : 이광석. 『피지털 커먼즈』, 갈무리, 2021.    

3장 커먼즈, 다른 삶의 직조 (pp.102-144)

5장 파토스의 문화 커먼즈 (pp.200-236)


0. 들어가기


오늘날 자본주의는 물질형태의 부와 비물질의 정보와 지식영역까지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물질계에서는 대도시의 개발로 인한 환경파괴와 슬럼화,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고 약자의 안전은 사라지고 불평등이 조장되는 공간이 되었다. 물질적인 부를 취하기 위한 이들은 내부에서 외부로, 외부에서 내부로 약탈과 침입을 일삼았고 독점적인 이득을 취하였다. 그러나 비자본주의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 공통의 가치를 추구하는 흐름은 '인클로저'의 논리인 무차별적 사유화에 맥없이 무너져 내렸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물질계를 섭렵한 사유화의 논리는 이제 비물질형태의 정보와 지식이 형태를 이룬 디지털계의 질서 역시 '인클로저'로 확대해갔다.


디지털계는 사실 무한복제와 한계비용 제로의 비경합재화이기 때문에 누구도 소유화의 논리가 작동할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했지만, 지식재산권이나 기술의 코드화를 통해서 자산의 보호를 강제하기 시작했다. 권자중심의 논리로 지식재산권은 특허권, 상표권, 저작권으로 분화되어 비물질 공통자원을 강제로 재산권화으로 시키는 인클로저 장치가 되었다. 최근 등장한 '메타버스' 역시 가상의 디지털 사물들을 모두 실물자산 사고팔 수 있게 되었으며 더욱이 블록체인 기술은 실물의 진본성authenticity을 지킨 것과 같은 '디지털 아우라'를 부활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디지털 아우라의 부활이 가능할까?


플랫폼 장치가 중심이 된 플랫폼 자본주의에서는 물질과 비물질 양계모두에서 전환이 일어나며 더욱이 플랫폼은 이 두 세계를 상호 연결함으로써 상호의존성을 강화시켰다. 비물질의 디지털 세계digital와 물질의 물리적physical 세계가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면서 혼합되는 세계가 만들어지는데 이것을 '피지털'phygital이라고 한다. '피지털'이라는 용어는 원래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소비 경험의 차이를 줄여주기 위해서 브랜딩 바케팅 용어로 쓰였으나 '피지털 커먼즈'의 저자인 김광석은 바우웬스의 용법으로 정리하여 비물질 세계와 물질세계가 혼재하는 혼합현실mixed reality로 사용한다. 피지털계는 구글, 인스타그램, 우버 등의 빅테크 회사들의 주도하에서 새로운 플랫폼자본주의의 모습을 보여준다.


오늘은 대안으로 제시할 수 있는 '피지털 커먼즈'의 개념을 알아보고 위하여 먼저 커먼저의 개념에 대해서 알아보고 디지털 세계와 물리적인 세계의 변화가 어떻게 커먼즈와 접목하여 드러나는지를 살펴본다. 아울러 이러한 피지털의 상호의존적인 변화 속에서 커먼즈라는 대안이 어떻게 '피지털 커먼즈'를 만들어가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더 나아가서 피지털 커먼즈가 문화의 영역에서 어떤 방식으로 확대되고 재상산되는지 리믹스, 매시업의 층위에서도 다루어보고자 한다. 피지털 커먼즈라는 개념을 소개하고 선포하는 것을 넘어서 실재로 공동의 생산이 일어나는 과정과 그 결과에 대해서 살펴봄으로써 플랫폼 자본주의의 신인그룹인 피지털의 층위를 전환의 국면에서 살펴보면서 유토피아는 아니더라도 잠정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유토피아를 그려보자.

피지털 커먼즈(이광석, 2021)의 전반적인 구상을 새롭게 디자인함.


피지털 커먼즈

피지털(Physital): 현실의 물리(physical) 세계와 비물질의 디지털(digital) 세계가 상호 연결되고 혼합되어 인간과 사물, 사회 문화 전반의 지형과 배치를 만들어내고 있는 국면이다. 

피지털 커먼즈는 플랫폼자본주의의 견고한 질서와 축적의 코나투스를 살피면서도 대안 실천의 무기력을 깨기위한 커먼즈 운동을 강조하고 있다. 

커먼즈는 사유와 공유를 넘어 다른 삶을 살기위해 다중이 스스로 짜는 대안 기획이자 실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공동생산과 상생의 규칙을 만들어나는 호혜의 공동체가 바로 피지털 커먼즈이다. 


왜 커먼즈(commons)인가?

커먼즈의 한국어 표기법인 ‘공유‘는 플랫폼의 공유경제(sharing economies)로 포획돼 죽은 언어가 되었음. 공유 전통의 호혜 개념을 시민의 언어로 재전유하고자 함

‘공유지’ 는 국가 관리의 유휴 토지 등 물질 자원의 시민 임대나 위탁을 지칭하고 있어 토지 개념으로 사용

‘공통장’ 공유문화가 생성되는 바탕, 근거지라는 범용화된 용어로 공유지 개념에 비해 비물질 디지털 자원의 공통적인 것을 아우르지만

물질과 비물질 자원을 공동생하는 주체와 집합 관계적 실천의 뉘앙스가 잘 묻어나지 않음




1. 커먼즈란 무엇인가?


'커머즈'commons라는 단어는 국내에서 공유, 공유지, 공통적인 것, 공통장, 공동자원, 시민자산, 공유자원, 사회연대경제로 번역되어서 사용되고 있다. 커먼즈는 시장의 탐욕과 소유의 욕망으로부터 벗어나 시민들이 스스로 유형과 무형의 자원을 함께 생산하고 관리하는 협력의 관계이자 공동츼 소유권을 기초로한 '반-인클로저'운동의 실천으로 볼 수 있다. 원래 커먼즈는 인간의 노동이 투여되기 이전, 상업경제가 시작되기 이전, 인간의 재산권이 선포되기 이전, 국가장치가 소유하기 이전의 원시적인 상태를 의미했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가 전세계를 신자유주의로 덮어버린 세상에서 커먼즈라는 개념은 무인도나 밀림과 같은 진공의 순수한 야생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래서 커먼즈에서 새로운 세상을 상상하는 것이 힘들어졌다.  


미국 생물학자인 개릿하딘은 1968년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책에서 공유지는 각자의 사적 욕망이 초래되면서 점섬 황폐해지고 사라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에 대해서 엘리너 오스트롬은 '공유의 비극을 넘어'(2010)에서 공유지의 비극을 해결할 수 있는 공동체의 공유지관리의 방법을 귀납법적으로 연구하여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이에 대해서 홍기빈 박사는 한 인터뷰에서 하딘의 개념은 공유지가 아니라 '개방지'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개방지는 아무도 관리를 하지 않은 공간을 말하기 때문에 커먼즈가 효과가 없다는 것을 증명할 수 없다고 말한다. 오스트롬은 공유지의 비극을 넘어선 공동체의 특징은 명확한 경계, 규칙의 부합성, 집단적 선택장치, 감시활동, 점증적 재제, 갈등해결 장치, 최소한의 자치권 보장이라는 조건을 찾아냈다. 이렇게 볼 때 '공유지의 비극'이 아니라 오히려 '사유지의 비극'이 발생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다른 관점에서 문화인류학자 루이스 하이드는 커먼즈를 '함께'라는 의미의 com-과 의무를 진다라는 뜻의 '무니스'munis 혹은 무너스munus에서 온 무니아munia가 어우러진 말로 표현한다. 커먼즈는 텅 빈 공간이 아니라 이미 그곳에 특정한 구성원들이 있고 그들 사이에 사회적 관계가 형성되어 있고 공동체 규칙이 굳게 잡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커먼즈의 구성요소는 '공통의 부'commonwealth와 이를 둘러싼 책임있는 구성원commoner, 그리고 공통의 부를 지속가능한 형태로 분배하고 확대 재생산하는 '공동체'community이다. 커먼즈 공동체에서는 공통의 부를 매개로 커머너들끼리의 정서적이고 사회적인 관계가 중요하다.


또한 상호 이익이 되는 방식으로 공통적인 것을 생산 혹은 재생산하기 위한 '공통감각'Sensus Communis도 중요한 작업이다. 커먼너들은 커먼즈를 기반으로 공통화하는 작업인 '공통화'commoning를 이루기 위한 공통의 의사결정, 네트워킹, 책무와 프로젝트, 상호의견 조정을 한다. 이를 통해 공통의 삶을 도모할 수 있는 유형과 무형의 자원과 지식을 매개해서 소속된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공생화 호혜의 관계를 맺고 자본주의의 수탈에 맞서서 다른 삶을 기획하려는 대안적이고 대항적인 방법론을 만들고 있다. 기존의 협동조합이나 조합주의와 다르게 커먼즈 운동은 공통적인 것을 확장해 사유화된 질서 바깥을 사유한다는 점에서 커먼즈 운동은 대안적이고 실천적이다.


'반-인클로저'라는 관점에서 시민 자산화, 지역자치 운동, 공간점유 운동, 탈성장 운동 원주민 생태운동, 도시 공동자원운동, 비판적 제작 운동, 예술행동주의, 반개발운동과 같이 다양한 흐름들이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커먼즈 운동은 새로운 운동들을 일으키는 운동이자, 전략적인 구심점이 되고 있다. 커먼즈 개념은 평등주의적이고 생산주의적이기 때문에 'n-1'이라는 탈집중 실천 지향성을 전제로 한다. n이 절대적인 통치의 지배력이라고 생각하면 n-1은 절대 통치권자가 없이도 수평적으로 움직이는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자원의 자율적인 관리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정치적 실천의 관점에서 커먼즈 운동은 약탈의 자본주의를 넘어서 민주적인 관계를 도모하려는 급진적 전망이라고도 볼 수 있다.


커먼즈의 층위

마이클하트와 네그리의 구분 : 지구와 에코시스템, 비물질 자원, 물질 자원, 도시-지역 사회적 영토, 사회기관 및 서비스 자원

커먼즈 혁신가들의 구분 : 자연자원 커먼즈, 사회 커먼즈(사민주의 노동자 연대), 지식 커먼즈(인지자본주의 이후 급증한 빅데이터), 도시 커먼즈(팹랩, 공동제작 공간)

데이비드 볼리어의 소유형태에 따른 구분 : 원주민 자급의 토지, 어로 커먼즈, 디지털 커먼즈(자유 소프트웨어 라이센스GPL,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 이광석은 CCL의 경우 사용은 가능하지만 변용이 불가능하여 재생산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CCL이 한계적이라고 본다), 사회 커먼즈(시간은행, 혈액 및 장기 기증 시스템), 국가신탁 커먼즈, 범지구적 커먼즈, 지삭과 존재방식으로서의 커먼즈(세계관, 사회적 태도, 삶의 방식)

가이 스탠딩의 구분 : 자연 커먼즈, 사회 커먼즈(사회복지 안정망), 시민 커먼저(시민권 영역), 문화 커먼즈, 지식 커먼즈


한국에서 커먼즈의 예시

공덕역 경의선 공유지 운동

민달팽이 유니온 등 청년 주거 공간 실험

공동체 화폐은행 '빈고'

농지 살림 운동

인천 배다리 공유지

을지로와 세운상가 알대 도심 제조업 생태계 운동

예술가 커뮤니티 자립의 '공유성북원탁회의'

약탈적 플랫폼 현실에 대항한 '플랫폼 협동주의'

성미산 마을 공동체 실험


2. 비물질계 커먼즈란 무엇인가?


비물질계는 디지털 데이터와 정보, 지식이 주요한 자원이다. 물질세계와 다르게 비물질적인 자원은 정부통제나 기업의 사유화를 벗어나면 쉽게 재생산이 가능하고 나눌수록 그 효과가 더 커지기 때문에 다른 경로로 탈주할 수 있는 길이 많다. 네그리와 하트는 이러한 비물질계 커먼즈가 갖는 시민공통자원으로서의 가능성을 예견했다. 인터넷 테크놀로지의 의한 혁신은 제한되지 않은 네트워크들 속에서 서로 연결하고 상호 작용하는 능력에 의존하고 공통적인 코드와 정보자원 접근에 의존한다. 따라서 생산을 위해서 사유화와 공적 통제를 넘어선다면 공통적인 것들의 재생산과 복제는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물질계보다 훨씬 더 파급력이 큰 것이 비물질계이다.


로고스는 모든 인간에게 공통의 것이다
_콩도르세


정보와 지식의 비물질계는 인간의 근원적인 지적 자원이자 새로운 문명 축적과 자유로운의식의 교환처로 기능해 왔다. 그러나 비물질계의 자본주의적 사유화는 물질계의 자본주의적 사유화와 함께 인클로저 과정에 묶여 있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의 의식 영역을 데이터 상품 시장으로 끌여들이고 물질재화와 마찬가지로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지식재산권으로 취급하는 약탈의 과정이 지속되고 있다. 물론 18세기 프랑스 정치철학자인 콩도르세의 이야기처럼 모든 지적 재산은 사회적 원천이자 특혜로써 일시적인 점유만 가능하다고 했던 개념이 남아서 현재 '카피레프트'copyleft로 발전했기는 하지만 말이다.


미국의 법학자 로렌스 레시크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리어센터'라는 CCL 개념을 발전시켰고, 퍼블릭 도메인의 연구자이면서 법학자인 제임스 보일은 이것을 '마음 커먼즈'the commons of the mind로 해석했다. 일러한 카파레프트 운동은 지식에 대한 특정인의 독과점을 막고 보다 많은 이들에게 나누어서 자유롭게 사회에 증여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려고 한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본의 사유화는 디지털 인클로저의 형태로 강화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반격으로 비물질 커먼즈가 개념적으로 그리고 실천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공통의 디지털 문화 자에 기반하여 자유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커뮤니티라던지 프로젝트 구텐베르크, 위키피디아, 지식저장소, 인터넷 아카이브, 과학 퍼블릭 라이브러리 등의 실험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피지털 커먼즈(이광석, 2021)
피지털 커먼즈(이광석, 2021)

우리 시대에 요구되는 과업은 동시대 지식 재산권에 기생하거나 지식의 사유 논리에 적당히 적응한 CCL 모델이 아니라 시민 커머너들이 지식 재산권의 폭력에 맞서서 자율의 대항력을 북돋을 수 있는 정보 지식 커먼즈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유롭게 가져다 쓰고 재생한하여 다시 기여할 수 있는 자유소프트재단의 라이센스 규칙인 GPL과 같이 '커먼즈 기반 동료생산'commons-based production의 다양한 디지컬 커먼즈 모델이 개발되어야 한다. 사회적인 특허방시으노 공용 라이센스 모델과 같이 자본가의 디지털 바원의 강체 탈취로부터 그들만의 공통 지식 매뉴얼을 법적으로 보호해야 한다. 이를 통해서 지속적인 재생산이 가능한 문화를 만들고, 닷컴 자본의 지식 인클로저를 차단하는 기획을 실현시켜야 한다.


비물질계의 구성(이광석, 2021)


3. 피지털 커먼즈란 무엇인가?


급속한 기술변화에 맞춰서 시장자본은 '온라인 to 오프라인'서비스(스타벅스의 사이렌오더, 배달의 민족, 직방 등)와 같이 기술을 응용해서 물질계와 비물질계의 생산과 재화를 연결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미 세상은 물질과 비물질이 혼재된 상태로 존재하며 이것을 상징적으로 연결해주는 '플랫폼'에 의해서 플랫폼자본주의로 옮겨간지 오래되었다. 따라서 이제는 커먼즈 운동에서도 물질계와 비물질계를 결합한 '피지털계'에 관심을 가지고 발전시켜야 한다. 피지털계에서는 비물질의 디지털 논리가 물질에 대해서 우위에 선다. 데이터질서가 물질계 질서를 압도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배다앱 알고리즘이 상품을 주문할 때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치며, 평점과 댓글이 매출이나 부동산 가격을 좌지우지하며, 인스타그램의 인증샷이 물질계의 다양한 변화들을 만들어낸다.


피지털계는 플랫폼 알고리즘 테크놀로지를 통해서 기존의 운동방식과 가치 생산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한다. 데이터, 인공지능과 알고리즘 기술을 통해서 자본주의가 간과했거나 고려하지 않았던 흩어진 물질과 비물질의 자원을 흡수해서 재배치함으로써 가치를 포획한다. 이를 통해서 물질과 비물질계를 연결하면서도 자신들의 '피지털계'를 새롭게 구상하여 간다. 그 동안 자본의 바깥에서 머물렀던 선물과 증여의 물질계 커먼즈 유형과 자본은 아주 빠르게 플랫폼 경제의 일부로 재배치되거나 흡수된다. 플랫폼자본주의는 이전에는 상호호혜에 의해서 자본화되지 않은 관계를 모두 자본화하여 재전유한다.


이에 대해서 시민 커머너의 주도로 물질과 비물질 커먼즈를 실험하면서도 피지털계의 특성을 파악하고 이를 선점함 플랫폼 자본의 운동방식을 미리 계산하여 미래의 기술에 대비해야 한다. 플랫폼을 매개로 한 수탈을 공통적인 방식으로 재전유해 민주적 용도로 변경하는 개방형 협력주의open cooperativeism방식도 있다. 처음부터 브로커가 존재하지 않는 방식으로 자율적인 시민조직을 만들고 자원을 공동관리하고 공동생산하는 민주적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특히 '플랫폼 협동조합'platform cooperatives와 같이 플랫폼 노동자들이 참여자들의 공동자산 운영과 이익의 평등한 재분배 방식을 고민하면서 피지털계의 인클로저에 대항할 수 있다.


피지털 커먼즈운동의 예시

트레버 숄츠와 네이션 슈나이더의 플랫폼 혐동조합 컨소시엄 : 플랫폼 협동주의의 국제거 추이 확인, 북미와 유럽 및 호주를 중심으로 280여개의 협력 플랫폼 협동조합이 등재

폴란드 경제학자 얀 지그문트스키의 논문 및 영국 협동조합 연합의 2019년 9월 발간보고서 :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 직접 운영하고 소유하는 노동중개 플랫폼 협동조합이 늘어나는 추세

뉴욕 업앤드고 : 돌봄과 청소 노동

독일 페어몬도 :  공정무역 및 유통

암스테르담 공유도시 연합 : 시소유 유후 공간이나 대중교통 수단과 같은 공공자원을 시민사회로 임대하는 모델

아이슬란드의 레즈네이트 : 인디음원 유통

캐나다의 스톡시 : 사진유통

미국 덴버 그린택시 플랫폼 노조

독일과 프랑스의 라이더유니언 조합 : 오픈소스 음식배달 관리 앱 '쿱사이클 소프트웨어'를 제작하여 무료 배포

플랫폼 협동조합 : 중개인이 브로커가 사라지고 공동선을 추구하는 사회적 연대 경제 모델 지향하여 평등주의적 조직문화 창출, 조합원은 공동소유의 이윤 재분배, 합리적 보상시스템, 민주적 거버넌스를 형성. 그러나 개방형 협력주의를 만들지 못하면 성공하기 어려운 특징.

피지털 커먼즈(이광석, 2021)


4. 파토스의 문화커먼즈란 무엇인가?


이제 자본주의 사유화 논리인 저작권, 지식재산권 체제에 대한 창의적인 문화전통에 대해서 알아보자. 피지털 커먼즈의 관점에서 저작권이라는 의식 돔점의 인클로저 기제에 대행해 왔던 예술 창작과 디지털 자유문화의 흐름을 점검함으으로써 '문화 커먼즈'를 이해하고 이를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문화 커먼즈는 도서관, 미술관, 박물관, 건축물, 경관, 아카이브와 같이 고정된 유형을 공간이 핵심이지만, 인간 종의 창의력의 원척이라고 할 수 있는 비무형의 공통자원 역시 포함하고 있다. 패러디, 복제, 모방, 콜라주와 같이 수행적인 비물질적 가치들이 이에 포함될 수 있다. 문화 커먼즈는 유형과 무형의 대상과 함께 문화운동이나 문화 권리 실천으로도 확대될 수 있다. 이는 앞에서 언급된 '카피레프트'copyleft와 연결된다.


정보는 자유롭길 원한다


카피레프트는 '정보는 자유롭길 원한다'라는 디지털 자유문화의 전제를 받아들여서 무한 복제, 비경합성, 한게비용 제로, 익명성 등의 방식을 확산한다. 구체적으로 매시업, 리믹스, 샘플링 등 디지털 복제문화를 만들고 패킷 스위칭 데이터 전송, 익명성의 소통방식, 분산형 네트워킹 시스템, 자유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철학, 중심없는 또래간 네트워크킹 등 문화 커먼즈의 동력이 되어 왔다. 소유권의 측면에서 보자면 문화 커먼즈 실천은 카피레프트보다 더욱 급진적인 '카피파레프트'copyfarleft 전망까지도 포괄한다. 이는 오직 커머너 구성원들에게만 라이센스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서 커머너 집단에 속하기만 하면 자유롭게 복제, 배포, 수정이 가능하도록 하는 대신 사적 자본의 침입에 대해서 공통의 소유권을 보호할 수 있다.


창작물의 과도한 사유화에 대한 사회적 안전판으로써 카피레프트 전통에서는 '퍼블릭 도메인'public domain이 과도한 저작권 행사를 막는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퍼블릭 도메인은 영국 왕실이나 미국 연방정부가 국민에게 제한적으로 빌려줘서 쓰개 했던 공적유휴 토지를 말한다. 공공재나 공통재와 같은 개념들이 바로 퍼블릭 도메인에서 나왔다. 물질 영역에서 국가 토지 등 민간 양도하에 위탁 이용방식으로 공적 자원을 가리키던 개념이 비물질 영역에서는 지식재산권이 만료되거나 지식소유자가 저작권을 포기하는 것에 상관없이 법적 권한이 미치지 않기 때문에 접근과 이용이 용이했다. 퍼블릭 도메인은 사유화된 질서로부터 빠져나와 '공유영역'이라는 용어로 쓰인다. 중요한 것은 물질적 그린벨트와 같이 보호유지만 하는게 아니라 확대 재생산 할 수 있는 지향점과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피지털 커먼즈(이광석, 2021)


5. 디지털 복제와 미메시스 문화의 일상화


플랫폼 자본주의와 저작권에 익숙해져가는 우리에게 복제는 합법적인 시장 거래를 기만하는 행동이자 더 나아가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행동으로 비춰진다. 그러나 인류는 언제나 복제와 모방으로 부터 문화를 이식받았고 발전시켰다. 복제란 '한 대상의 이름을 다른 대상에 부여하고, 한 대상의 형상을 다른 대상 안에서 생사하거나 인식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복제는 결국 모사와 모방이라는 베끼기와 전유하기의 두 과정이 합쳐진 단어이다. 모방이라는 미메시스의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모방한 사본을 얼마나 새롭게 변형했는가의 문제이다. 다시 말하면 창의적인 모방의 방법론이자 표현이라고 할 수 있으며 문화커먼즈가 확대 재생산되는데 매우 중요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피지털 커먼즈(이광석, 2021)


디지털 복제 시대는 과거에 비해서 시민 다중의 끊임없는 전유, 리믹스, 매시업, 복제와 미메시스 문화를 통해서 풍요로운 문화 공통장을 만든다. 창의적인 모방의 세계이지만 자본주의 인클로저 시스템으로 인해서 복제문화의 형성 과정이 법과 코드로 통제되고 플랫폼 기업의 전유 장치에 폭넓게 포획되고 있다. 따라서 카피레프트와 예술저항이 필요하다. 시민 다중이 플랫폼자본주의의 확장과 강제적 법ㅈ도의 인클로저에 대항하기 위해서 주로 창작과 예술을 통한 업압의 사유질서를 냉소하고 비판하는 문화정치와 예술저항을 시도할 수 있다. 모방과 전유 문화를 통해서 전문 창작기법이 등장하고 다다이즘과 아방가르드 운동과 같이 기존의 질서를 비틀어서 새롭게 창조할 수도 있다.


예술적 저항의 예시

뒤샹 : 뒤샹은 1917년 남성용 소편비로 만든 작품 '샘'에 'R, Mutt'라는 변기회사 이름을 서명해 전시장에 보내기도 했다. 이를 통해서 저자의 허구성과 자본주의 시장에 포획된 예술제도를 비판하기도 했다.

베를린 다다의 존 하트필드 : '포토몽타주' 기법을 통해 저자의 신화를 뒤흔든다. 기성 이미지의 합성으로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내어 독일 군국주의 폭력제체와 엄숙주의를 비판하였다.

프랑스 상황주의자 비예글레의 '데콜라주' 혹은 '익명의 찢기' : 과거의 포스터 위에 덧댄 포스터가 찢기며 오래된 포스터의 이름 모를 흔적과 기억이 함께 드러나면서 특권이 찢겨나가는 효과가 발생한다.

문화 간섭의 측면에서 팝파겐다 아이스트 론 잉글리시 : 팝아트 기법을 통해 대중 문화의 약호를 패러디해 비꼬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미키마우스를 통해서 월트디즈니를 비판한다.

네거티브랜드 : 표절시비와 상관없이 소리, 음원, 소음, 목소리, 기계음을 채취하여 새로운 창작곡을 만들어 낸다.



파토스의 커먼즈는 기존에 우리가 알던 미술관, 박물관, 기념관, 기록관과 같이 인류의 정념과 창제작의 역사를 대규모로, 공식적으로 기념비적으로 늘어놓은 것을 넘어선다. 파토스 커먼즈는 시민 스스로 생동하는 창제작 행위를 갈무리하여 이것을 사회공통의 정서적 자산으로 함께 공유하는 의식 교감이라는 측면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권위와 엘리트주의에 의해서 기록되고 나열된 전시목록이 아니라 시민 다중이 주체적으로 현실 사회 안에서 상호 교감을 이룬 고통의 감각을 확장하는 커머닝의 행위이다. 개인보다는 사회적 교감을 무형 자원으로 보존하면서 현세대와 함께 '공통 감각'을 어떻게 유지하고 지속할 것인가를 다룬다. 결국 물질 커먼즈와 파토스 커먼즈가 만나서 공통의 공간에서 '공통의 감각'을 만들어내고 이것을 통해서 또 새로운 공통의 공간과 기억, 이미지, 개념이 생겨나게 된다. 이는 인클로저 질서에 대한 탈전유의 문화를 확산시킨다.


피지털 커먼즈(이광석,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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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현실은 상상계와 실재계의 중첩이었다. 이것을 상징계에서 어떻게 풀어낼지가 핵심이었다. 때로는 책으로, 때로는 디지털 기술로, 때로는 메타버스로, 때로는 플랫폼으로 풀어냈다. 저작권과 같이 소유의 논쟁이 붙지 않으면 모든 사람들이 마음대로 사용하면서 모방과 모사를 통해서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고 더 좋은 아이디어를 생산할 수 있다. 그러나 언제나 '공유지의 비극'과 같이 현실주의의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 우리의 인생은 이기적인 사람과 이타적인 사람 그리고 그 사이에 기회주의자들이 존재한다. 기회주의자가 이기주의자를 만나면 자연스럽게 이기주의자가 된다. 그러나 반대로 기회주의자가 이타주의자를 만나면 자연스럽게 이기주의자가 된다. 10번은 더 이타주의자를 만나야 경우 기회주의자가 이타주의자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이타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덕분에 '공유지'는 관리되고 유지된다.


커먼즈 운동은 바우웬스의 책들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접했지만 이광석의 책을 통해서 기본적인 개념과 문화적 커먼스, 파토스의 커먼즈 개념을 접할 수 있었다. 프랑크푸르트의 비판학파의 거장인 마르쿠제는 에로스와 문명에서 결국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낼 사람들은 '학생이거나 예술가'라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 오늘 그 이유를 알게 되는 것 같다. 예술의 영역에서 파토스가 기존의 로고스를 비틀어서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내고 전유, 미메시스, 매시업, 리믹스의 방법을 통해서 아예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을 구성할 재료를 만들어내니깐 말이다. 이전까지 소유권, 마이데이터, 지적재산권의 자본주의의 모세혈관이 나의 정신을 구성하도록 놓아두었던 탓에 한참을 읽고 생각을 했지만 명확하게 그런 방식으로 간다면 이 세상은 이기주의자들만 존재하는 세상이 될 것 같다.


커먼즈운동과 같이, 이 책의 저자와 같이 계속해서 세상의 질서를 탈주하면서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희망적이다. 나 역시 기회주의자의 그룹에서 한 발짝 떨어져 나와서 새로운 변화를 시작해야겠다. 최근 함께 모임하는 사람들(변호사, 행정사, 노무사, 회계사)과 시민사회단체 무료 컨설팅 프로젝트를 진행하려고 하는데 생각해보니 결국 커먼즈 운동의 일환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식 커먼즈이면서 로고스 커먼즈가 되겠지만 이것을 시작으로 시민사회단체의 다양한 물질적 커먼즈를 쌓을 수 있는 재료가 만들어지면 좋겠다. 이 과정을 통해서 일종의 '공통 감각'이 시민사회 안에서 다시 모아져서 더 나은 민주주의를 꿈꿀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기회주의자들의 세상에서 냉정한 이타주의자들이 만드는 커먼즈의 시대를 꿈꾸는 시간이었다.


피지털 커먼즈(이광석, 2021)


출판사 제공 개념 설명


피지털(phygital)의 부상

‘피지털’은 ‘피지컬’(physical, 물질)과 ‘디지털’(digital, 비물질)을 결합하여 만든 단어이다. 오늘날 물질계와 디지털계의 공간 지각이 뒤섞인 혼합 현실이 출현하고 있음을 표현하는 말이다. 식당에서 키오스크로 음식을 주문하거나, 오프라인 매장의 상품에 붙은 QR 코드로 상품 정보를 조회하는 경험들이 ‘피지털’을 비즈니스에 적용한 사례로 언론에 소개된다.

이 책 『피지털 커먼즈』에서 저자 이광석이 주목한 ‘피지털’ 현상은 좀더 광범위한 사회적 의미를 띤다. 저자는 ‘피지털’계의 출현으로 인해 우리는 이제 디지털 신기술이 물질계의 지형과 자원의 배치를 좌우하는 현실을 살게 되었다고 진단한다.


플랫폼자본주의의 피지털 영향력

피지털은 우리에게 디지털 신기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선사하기도 하지만, 플랫폼 기업이 주로 디지털 기술 논리를 무기로 물질계의 지형과 자원의 배치를 좌우하는 오늘날의 닫힌 현실을 의미하기도 한다.

팬데믹의 최대 수혜자 중 하나인 배달 플랫폼을 예로 들어보자. 배달앱의 알고리즘은 배달 노동자들의 노동을 초 단위, 분 단위로 과도하게 통제하고 있다. 배달 플랫폼은 골목상권에 침투하여 자영업자들이 플랫폼에 의존하면서 수수료를 부담하지 않고서는 영업이 어렵게 만들었다. 별점 평가 시스템은 시민 갈등의 원인이 되며 노동자와 자영업자의 생존 자체에 위기를 초래했다. 피지털의 휘황찬란함과 함께 엄연히 벌어지고 있는 굴절 현상들이다. 이 책의 저자 이광석이 책의 여러 곳에서 무수한 사례를 참조하여 강조하듯이, 피지털 현실은 장밋빛이 아니다. 넷플릭스 같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 자본의 경우에도 콘텐츠를 창조하고 제작하는 일선 노동자들의 과중한 노동, 열악하고 위험한 노동조건에 대한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이제 이와 같은 사례를 우리 주위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책에 따르면 플랫폼 기업은 우리가 플랫폼을 통하지 않고 일상적으로 해왔던 호혜적 행위들을 흡수하여 이익을 낸다. “우리에게 익숙한 상호부조와 품앗이 전통은 태스크래빗이, 아는 이들끼리 빈집 잠자리를 함께 나누던 지역문화는 에어비앤비가, 동네 커뮤니티 수준에서 비공식적으로 이뤄지던 카풀은 우버나 집카가, 하숙집의 거주 문화는 셰어하우스 플랫폼이 흡수하거나 대체한다.”(27쪽) 공동체의 사회 증여 행위들에 사유지의 말뚝이 세워지고, 시장 바깥과 주변에서 호혜에 기반을 두고 유지되던 경제 형식과 공유 자원들이 플랫폼이 강화됨에 따라 점점 사라져간다. 이 책은 새로운 피지털계의 이러한 자본주의적 왜곡에 대해서 경고한다.


공유경제는 자원중개 시장 모델에 불과하다. 도시 커먼즈를 구축해야 한다.

공유경제가 대안일 수 있을까? 저자는 공유경제 모델의 기원, 그리고 해외의 공유경제 열풍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2010년대 서울시의 공유도시 정책의 역사를 검토한다. 이 책은 “그저 유익하고 선하기만 하다”는 외피를 쓰고 있는 공유경제 모델의 장점과 한계 모두에 대해서 날카로운 통찰을 보여준다.

플랫폼 자본주의의 하위 범주로서 주목받는 공유경제는 우리가 아는 상호 부조나 호혜적 ‘공유’와는 다른, 승자독식의 자원 ‘중개’ 시장 모델이다. 최근에는 “열렬한 시장주의자조차도 이젠 ‘공유’경제라는 용어 자체를 쓰기가 민망해 이를 버리고 열악한 시장 현실을 지칭하는 용어들, 아예 ‘자원 중개 경제’나 ‘긱 경제’로 솔직하게 기술하자고 말하기도 한다.”(153쪽) 저자에 따르면 공유경제는 물류와 유통, 배송의 알고리즘 기술 혁신을 통해 유무형 자원의 적정한 배치를 효율적으로 이루려는 경제 유형에 해당한다.

저자는 오피스 공유 플랫폼 ‘위워크’가 공유라는 슬로건에 무색하게 건물주와 임대인 사이에서 지대를 수탈하는 오피스 공유 브로커의 출현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한다. 저자는 ‘공유경제’가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어떤 기능을 수행해 왔는지에 관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공유경제만의 신자유주의 덕목은 줄곧 플랫폼 자본주의 운동 방식의 수탈적 본성을 은폐하는 일종의 알리바이로 기능해왔다.”(155쪽) 무엇보다 공유경제는 생체리듬을 지닌 인간을 여느 물질 자원처럼 하찮게 취급한다는 점에서 치명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고 이 책은 말한다. 공유경제에서는 사람이 ‘서비스 노동 자원’으로 취급되면서 노동 인권이 쉽게 생략된다는 것이다.

『피지털 커먼즈』에서 강조하는 ‘도시 커먼즈’는 이러한 공유경제의 비인간적 기술 효율성 논리를 넘어서고자 한다. 가장 중요한 점은 시민이 유무형 자원의 윤리적인 소비자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에 근거한 수많은 유무형 자원에 대한 공동 생산, 운영, 배분 등의 과정에 직접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커먼즈(공통장)는 이처럼 ‘공유(커먼즈)’의 가치를 직접 실현하고 공통의 가치를 사회적으로 확산하는 실천 운동이다.


피지털 커먼즈(공통장)의 가능성

근년에 우리는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가 어려운 다양한 ‘피지털’ 사회운동들의 출현을 목격한다. 지역에서, 온라인에서, 박물관에서, 학교에서, 광장에서, 공원에서, 시민들이 직접 모이거나, 서명운동을 하거나, 소셜네트워크 포스팅을 공유하거나, 전시를 하거나, 공연을 하거나, 캠페인을 하거나, 줌으로 회의를 하는 등 온오프라인을 활용하여 다채로운 방식으로 관계 맺고 무언가를 생산하고 창조하고 주장을 알리고 대안 전망을 표현하고 발전시켜가는 모습들이 늘어가고 있다. 바쁜 일상을 멈추고 돌아보면 우리의 협력과 관계와 열정의 산물이 주위에 가득하다. 이 움직임들을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 이 책에 따르면 이 모든 것이 커먼즈(공통장)일 수 있다.

2016~2017년 촛불은 “민주 정치의 실종과 국가 파탄에 격노한 시민이 열어젖힌” 파토스의 공통장이었다. 당시 다양한 성별과 나이와 직업의 시민들이 함께 광장 공간을 점유하고 국가 소유의 광장을 시민의 공통장으로 재전유했다. 또 이 책에 의하면 “공덕역 경의선 공유지 운동, 민달팽이 유니온 등 청년 주거 공간 실험, 공동체 화폐은행 빈고, 농지 살림 운동, 인천 배다리 공유지, 을지로와 세운상가 일대 도심 제조업 생태계 운동, 예술가 커뮤니티 자립의 공유성북원탁회의, 약탈적 플랫폼 현실에 대항한 ‘플랫폼 협동주의’(platform cooperativism), 성미산 마을공동체 실험은 이제까지 존재하지 않았지만 시민 다중 스스로 호혜의 가치를 만들기 위해 구성한 커먼즈 단위들”(116쪽)이다.

저자에 따르면 ‘피지털’계의 출현 그 자체는 커먼즈를 지지하고 돌보는 사람들(커머너들)에게 기회이다. 하지만, 피지털계의 주도권을 플랫폼 빅테크 기업이 쥐면서 이는 빠르게 재앙이 될 수 있다. 『피지털 커먼즈』는 ‘4차 산업혁명’ 이후 불어오는 ‘메타버스’ 열풍이 플랫폼 기업이 주도하는 피지털계 논리의 극한 양상이 될 것이라 내다본다. 메타버스의 구상에는 기업들의 사유화된 시장 질서만 존재할 뿐, 시민 권리와 공통의 호혜 관계에 대한 가치는 전혀 언급되지 않는다. 이 책은 미래 피지털계나 메타버스가 재앙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커머너들 스스로 일구는 커먼즈적 공생의 가치와 디지털 기술의 자유문화적 속성을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까에 대한 대안 기획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문화 커먼즈를 옥죄는 지식재산권 체제

이 책에서 문화 커먼즈는 인간 의식의 소산이며, 공통의 정보, 지식, 예술 등 인류의 문명을 풍요롭게 만들어왔던 문화 유산을 확장하는 실천을 뜻한다. 인터넷의 복제와 전유 문화는 문화 커먼즈의 확산에 중대한 거름이 됐다. 하지만 오늘날의 지식 재산권 체제는 기업의 영향력을 크게 확장하고, 동시에 끊임없이 각종 기술적 코드를 통해 저작물을 과잉보호하고 있다. 닷컴 기업과 문화 산업의 논리가 확산되면서 인간 의식의 거의 모든 결과물이 지식 재산권화하는 것이 자본주의의 현실이 되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문화 커먼즈를 옥죄는 지식 재산권 체제를 의식과 문화의 ‘인클로저’라 부른다. 궁극적으로 의식의 인클로저는 문화 생태계에 창작과 지식 생산의 위기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기업 법인체들에 의한 창작물의 독점적인 소유 권리의 주장만이 아니라 개인 창작자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보다 근본적으로 문화 커먼즈는, 아마추어 시민의 자유로운 창작 문화와 지식 생산의 활동이 보장되는 공통의 인터넷 자유문화가 발산되는 토양을 마련해야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고 책은 말한다. 저자의 말처럼 이제 “사적 플랫폼 내에서 담론과 재현의 문화정치를 반복하기보다는 이들 영향력 바깥에서 어떤 호혜의 대안 플랫폼을 구상할 수 있는지에 대해 역발상을 할 때다.”(93쪽)


커먼즈는 자본주의와는 다른 삶의 가치와 관계를 생성하는 관점이자 실천이다

한국 정부는 최근까지 ‘사람 중심’과 ‘포용 국가’의 위상을 언급해왔다. 하지만 현실 사회 약자의 공적 돌봄은 거의 공백 상태라 할 수 있다. 시장 대기업과 플랫폼 기업 또한 노동자의 안정된 삶과는 무관하게, 집단 해고, 노동 불안, 끊임없는 산재라는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다. 코로나 충격은 이와 같은 상황을 더 악화하였다. 기술 물신성도 더 커지고 있다. 국가의 공적 역할의 방기와 기업의 성장 중심의 논리로 인해 사회 타자와 생명 약자의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그들 스스로 함께 자신을 돌볼 수 있는 자율적인 사회적 돌봄의 대안 기획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 책은 동시대 자본주의가 강요하는 척박한 현실과는 다른 길, 다른 삶을 직조하기 위한, 커먼즈(공통장)에 기댄 약자와 타자의 연대 기획을 강조한다.

‘인류세’ 국면 생태 커먼즈의 구성 논의는 동시대 가장 화급한 쟁점이라 할 만하다. 특히 『피지털 커먼즈』는 생태 커먼즈의 구성에 있어서 인간 기술과 뭇 생명과의 공존 문제를 다룬다. 기술로 지구를 살릴 수 있다고 믿는 지구공학적 낙관론이나 환경근대주의적 기후위기 해결책은 섣부르고 위험하다. 기술-생태의 공생적 사유와 상상이 중요하다. 오늘날 기후 위기 등 ‘인류세’ 국면에서는 변화를 위한 행동 구호나 국가 탈탄소 전환 정책이 실천적으로 유의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생태 지속가능성과 관련한 근본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이 책에 따르면 장기적인 생태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좀 더 지역과 장소를 기반으로 한 자원 공동체가 중심이 된 생태 커먼즈의 구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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