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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민네이션 Aug 04. 2024

그 많은 사랑이 사라졌네

자우림_영원히 영원히

라라라라라라 너의 손을 꼭 잡고서
영원히 영원히 영원히 너와 함께 있고 싶어


라라라라라라 사라지지마 흐려지지마
영원히 영원히 여기 있어 줘


사랑은 시들고 노래는 잊혀진다고
그렇게 사람들 말하곤 하지


언젠가 너도 시들어 기억에서 사라질까
계절이 흘러 가버리는 것처럼


노을이 지던 골목길 너와 걷던 그 길
별을 헤며 어느 밤에 나누던 꿈들


다시는 돌아가지 못 할 그날들
아른아른 눈가를 적시네


라라라라라라 그저 노래를 부를 뿐
왔다 가 버리는 모든 걸


잡아둘 수는 없으니까 라라라라라라
사라지지마 흐려지지마


영원히 영원히 영원히 영원히

라라라라라라


너의 손을 꼭 잡고서 영원히 영원히 영원히
너와 함께 있고 싶어 라라라 라라라


사라지지마 흐려지지마
영원히 영원히 영원히 영원히


노을이 지던 골목길 너와 걷던 그 길
별을 헤며 어느 밤에 나누던 꿈들


다시는 돌아가지 못 할 그날들
아른아른 눈가를 적시네


라라라라라라 사라지지마
흐려지지마 영원히 영원히


자우림_영원히 영원히



https://youtu.be/ba7feV8L3rQ?si=P4BqfTK-p04mezM5





사실 이 노래를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세상에는 정신언어와 같이 사람들의 마음 속 깊이 묻어 있는 원초적인 감정을 꺼내는 말이 있다. 이런 언어를 들으면 한 순간 인간의 본성 깊은 곳에서 움직이는 거대한 역사적인 흐름들이 마음의 표면으로 올라와서 사람들을 한 순간에 바꾸어 버리기도 한다. 자우림의 노래는 가끔씩 정신언어를 사용해서 마음 속 깊이 묻혀 있는 감정을 꺼내서 마음 속 천장에 덕지덕지 붙여 버린다. 노래고 끝나고 나면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의 폭풍우가 일어나서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오늘 불현듯 이 노래를 듣고 마음을 추스리기가 어려워서 할 수 없이 글을 쓰게 된다. 


오늘 사실 진도를 다녀왔다. 팽목항이 가까이에 있었는데 차마 갈 수가 없었다. 가지는 않았지만 진도대교를 건너가면서 울돌목의 물살을 바라보면서 차가운 물 속에서 죽어간 영혼들이 생각났다. 벌써 10년이나 지났다. 10년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아직도 나는 그들을 용서하지 못하겠다. 작게는 선장에서부터 그 당시에 책임을 져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던 사람들, 사라진 대통령, 거짓을 외치던 청와대 홍보수석, 오보를 낸 KBS보도본부장 그리고 청해진해운과 관련된 사람들. 용서하지 않는다는 것은 지금으로서는 '기억하기' 뿐이다. 그러나 기억하기는 언젠가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친구들의 노래를 듣고 싶어서일 것이다. 


사라지지 않고, 흐려지지 않고 영원히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서 오늘도 마음 속 깊은 곳에 숨겨왔던 마음을 꺼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장 행복한 순간은 '사랑'하는 순간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또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만나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행복한 순간을 지나는 내내 스스로는 사랑인지 모르지만, 그 사람이 떠나고 나면 알게 된다. 그 때가 정말 행복했던 이유는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었음을. 사람은 살면서 얼마나 많은 사랑을 하고 살까? 아마도 셀 수도 없는 사랑을 하면서 살 것이다. 인간을 사랑하듯이 동물을 사랑하기도 하고 자연을 사랑하기도 한다. 한 인간 존재로 태어나서 결국에는 사랑하는 마음만 남는다. 이제 막 태어난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살아하게 될까를 생각하면 마음이 두근거리고 내일이 희망으로 반짝인다. 


그 많은 사랑이 사라졌네


그런데 그 많은 사랑이 사라졌다. 10년전에 그 많은 아이들이 사라졌다. 우리 눈앞에서도 사라지고 마음에서도 사라지고 생각에서도 사라졌다. 그 아이들이 사랑할 수 많은 사랑이 사라졌다. 얼마나 많은 빛들을 세상을 밝게 만들었을까? 그 사랑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또 얼마나 많은 어둠이 내려 앉을까? 천개의 바람이 되어서 사계절 내내 불어오는 아이들의 숨소리가 메아리처럼 마음 속에 울린다. 아마도 영원히 영원히 들릴 것이다. 아마도 영원히 영원히 불어올 것이다. 아쉬움과 미안함이 죄책감으로 다가오는 날,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기억하는 것 밖에 없기에 나는 조용히 눈물을 흘리면서 음악을 듣는다. 그저 노래를 부를 뿐이다. 그러나 언젠가 기억하고 있으면 반드시 그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다. 



이태원에서 비명을 지르면서 생명을 다한 친구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잊을 만하면 떠올라서 트라우마로 다가온다. 뉴스에서 그 장면을 생생하게 보도했고 처음에는 이게 뭐지라는 신기함에서 시간이 지나면서 절망으로 다가오는 뉴스들이 마음을 괴롭게 했다. 그 많은 사랑이 사라졌다. 그 사랑 안에서 태어날 더 많은 사랑이 사라졌다. 흐려지고 부서지고 쪼개져서 이 세상의 어두운 곳으로 들어간 것 같다. 누군가의 부주의든지, 어떤 이가 의도적으로 했듯이 아무도 책임지지 않은 이태원에서의 참사는 세월호 참사와 함께 사랑을 데리고 가버렸다. 그 많은 사람이 떠났다. 남겨진 이들은 마음 속에 그 공간만큼 병들고 멍들고 외로워하게 되었다. 누군가의 오빠이고, 누군가의 아들이고, 어떤 이의 연인이었으며, 모두에게 희망이었을 친구들. 그 많은 사랑이 사라져버렸다. 


오로지 이러한 감정에 괴로워하면서 기억만 할 뿐이지만. 절대로 잊지 않겠다. 마음 속에서 절대로 사라지지 않게 붙잡아 두고 더욱 노래할 것이다. 사라지지 말고, 흐려지지 말고 영원히 영원히 함께 걸어가야 한다. 책임져야 했을 사람들이 하나도 책임을 지지 않았으니 반드시 기억하고 책임지게 만들라고 하는 비명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메아리가 울린다. 절대로 잊지 말아달라고. 영원히 영원히. 이태원에서만이 아니라 이 세상에서 비참함과 고통 속에 있는 이들이 계속해서 울부짖는다. 세계의 고통, 세상의 비참 앞에 망연자실하게 물끄러미 서 있는게 아직은 전부지만, 나는 계속 노래하고 계속 기억할 것이다. 책임질 수 있을 때 책임질 수 있게. 그 많은 사랑이 다시 부활할 수 있게. 영원히 너와 함께 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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