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 속물은 누구일까
근대적 속물의 개념은
1800년대 등장했다
영국 교육이 인권확장에 따른
평준화가 진행되면서
귀족들과 평민들이 같은 반에 앉아서
역사와 수학을 배우게 된다
매일 좋은 옷에 좋은 차에
좋은 부모님의 편애를 받으며 등장하는
귀족아이들의 미소는
평범한 서민층의 아이들의 찡그림과 달랐다
인생의 즐거움이 학교에
다니는 것에 있는 듯 매우 행복해보였고
그러한 여유있는 삶의 태도를
동경한 나머지 그들처럼 되고 싶어했다
귀족을 나타내는 nobility라는 단어에서
귀족이 아니라는 뜻의 Snob이 나왔다
그리고 점점 snob은 경향성을 갖게되는데
우리는 이것을 속물근성 snobbery이라 한다
속물근성의 특징은
몇 가지가 있다
속물근성의 특징은
비교의식이 매우 뚜렸하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과 다른 상황과
다른 나라와의 비교를 통해서
반대급부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다
속물근성은 비교의식의 누적으로
하나의 관점을 가지게 된다
하나의 관점으로 모든 삶과
사람과 상황을 판단하는 것이다
삶의 다양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다원적인 삶의 근원을 경험하지 못하고
하나의 기준과 하나의 경험
하나의 느낌으로 삶을 살기 때문에
내면의 공간은 매우 협소하고
인생의 의미는 항상 휘발된다
속물근성은 이렇게 하나의 관점에
매몰되어 버린 시선에서부터
모든 삶의 구조를 정해버리고
심지어 다른이의 삶까지 정해버린다
그래서 자신도 부자연스럽고
타인도 부자유하게 만든다
속물근성이 마르크스를 만나면
사회주의 독재가 되고
속물근성이 자본주의를 만나면
천민자본주의가 된다
속물근성으로 뭉쳐진 사람
집단, 국가는 그래서 항상 불안하다
이러한 불안'을 모티브로
알랭드보통은 '불안'이란 책을 썼다
반대로 귀족은 어떤가
이미 풍부하게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하나의 관점을 가지지 않는다
풍족하게 가진 이에게는 무엇이나
자유가 임한다
재산도 지위도 명예도 풍족하다
그러나 반대로 말하면 귀족도
그 상황과 조건이 사라진다면
속물로 전락할 위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간의 함수, 소유로부터 나오는
정체성의 집합들은 항상 이런 식이다
우리에게 언제나 동일하게
풍부하게 있는 것들은 어떤 것일까
대부분은 보이지 않는 것들
사랑, 공기, 마음, 시간
이러한 풍부한 공유재를 누릴 수 있는
자아에게는 공간이 주는 자유가 아니라
시간이 주는 동행을
항상 향유한다
내면의 자유와 시원한 공기와
거침없는 마음과 영원의 시간
우리에게 이미 주어진 이 풍부함들은
좀처럼 사라질 수 없는 것들이다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우리에게 주어진 오늘, 공평한 하루
자아를 꺼내놓고 시원한 이야기에
"하루하루 나는 잘 살고 있습니다" 한다
욕구와 욕망의 변증법을 빠져나온 자아는
비로소 나의 과거와 화해를 하고
같이 한번 이 시간을
끌어 안고 걸어가자고 한다
흔들리던 자아를 짜라투스트라에게
맡겨두었던 과거를 돌이키고
비로소 코기토에게도
빼어와서
에머슨과 산책한다
하루를 기쁨으로 산다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