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서성이며
나이가 마흔이 되면
어떤 느낌일까
서르즈음에를 부르면서
아! 나도 이제 서른이구나 했는데
어느새 마흔으로 다가가는 사이
과거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대게 이런 경우
정체성이 유리알처럼 박혀있는
역대급 실수와 사건사고
중요한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한 편으로 손에 잡힐락 말락
아주작은 일이지만 뇌리에 남아있는
가벼운 웃음이 나게하는 사건과
사람들의 미소도 떠오른다
그 수 많았던 일들의 연속이
지금 여기 혼자서있는 자리에서는
별로 중요하거나 다급하거나
모든걸 포기할만큼 큰것 같진 않다
그 때는 왜 그랬을까
곰곰히 곰을 생각한다...이건 장난이다
인생은 점점 수렴되어 가는듯
내가 놓아야할 것들이 많아지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무엇을 목적으로 살았을까
무엇때문에 이렇게 열심히였을까
인생의 뒤안길을 노래하던
시인들의 흥얼거림이 들린다
전 역사를 돌아보노라면
참 많은 시들과 소설과 이야기들이 있었다
굳이 대작이라며 떠들어대지 않아도
작은인생의 큰 이야기들이 있었다
누가 크고 누가 작은가
누가 귀하고 누가 미천한가
인간이 만든 제도들의 위계질서는
그것에 접근하는 사람들에게 특권을 부여했다
그리고는 곧 엄청난 목적들이
사회와 국가와 가정을 이끌어가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 혐오와 부패는 구조화되고
목적만 옳으면 어떤 방법도 괜찮아라며
자신을, 자식을, 부모를, 친구를
이용하고 희생시켰다
나도 안다 그들은
그 상황에서는 그럴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을
(그러나 다른 존재였다면 그렇게 안했겠지)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다가오는 미래는
우리의 선택이지 않는가
이제는 목적들의 왕국에서
현실을 낭만화시켜서 공간을 만들어야하지 않나
돈이면 전부인가
널 위한거였다는 싸구려 변명이면 단가
존재하지도 않는 국가를 위해서
모든것 바쳤다며 이웃들이 행사한
폭력을 자랑스레 떠벌이는
이들의 쓴웃음 어쩔텐가
잠시 역사의 시간과
개인의 시간을 멈추고
긴 호흡으로 현재에 집중해보자
그러면 새록새록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뭉게구름 한웅큼
샛길사이 기어가는 지렁이와 벌레들의 재빠름
스쳐지나가는 자연의 속도는
우리의 속도와 다르다
미래가 침범하지 못하고
과거가 훔쳐가지 못하는 지금
내가 마주치는 얼굴들
나를 바라보는 시선들
현실의 낭만은
낭만화과정에 중독되지 않을만큼
목적을 내려놓았을 때 보이는
무지개같은 것이다
목적과 낭만의
두 갈래 길에서
나는 걷지 않고 가만히
응시하면서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