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것들이 날마다
해남은 벌써 35년 째이다
어릴적부터 해년마다
기차타고 버스타고
짐이되어 들쳐메어졌다가
이제는 짐을 들고 바삐
움직이는 여느사람들처럼
해남은 여행으로 잠깐 만나는
특별한 탈출구가 아니라
날마다 만나기에 의식하지 못하는
일상과도 닮아 있었다
장보고기념관이 있는
완도를 지나오는데
동백꽃이 추운겨울을 뚫고
열매를 세상에 내어 놓았다
남도의 시장은 여러가지 생선들로
분주한 비린내를 풍겼다
아주머니들의 입담에
낙지 5마리는 어느새 장바구니에 담겼다
갈치며 상어며
감퇴며 꼬막이며
싱싱한 자연의 일상이
너무나 말그대로 자연스레 잔치였다
남도의 젓갈향은 항상
향수보다 진했더라
두륜산 정상에 오르면
저 멀리 제주까지 보이는 날이 있었다
여명과 정오를 번갈아타면
산새는 밝아지고 자연은 일상으로 돌아왔다
태양과 겨울의 변주곡은 항상
인생사와 같은 곡조였다
멀리 보이는 경치의 한가닥
나의 마음도 보인다
남도 35년
나는 매년 이 길을 지나치면서도
감사하지 못했던 것들과 마주하고
매번 새로운 해석을 내어 놓았다
어머니와 이모들의
어려운 인생살이
조그마한 케익 한웅쿰으로
작게나마 기념하며 일상을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