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겸손, 실패, 작은브랭딩
스마트, 겸손, 실패, 작은브랭딩
요즘들어서 여기저기서 삶의 지혜를 듣는다. 그리고 작년까지 열심히 달려왔던 인생에서 조금은 쉼표를 찍을 수 있는 여유도 생기고 있다. 그러다보니 작년까지는 지식을 쌓기 위해서 열심히였는데, 요즘에는 마음을 돌아보고 생각을 정리하는 일에 더욱 열심히다. 매일 4시간만 자던 수면시간도 6시간 이상으로 늘고 삶의 질이 매우 높아졌다. 10년전에 약속했던 '조금 더 공부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지향하던 마음들도 이제는 현실로 바꿀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졌다. 삶을 깊이있게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느낀 것을 오늘은 남겨보려고 한다. 아주 작은 이야기이지만 미래의 어느시점에서 내가 읽을 때를 생각하면서 남겨놓을려고 한다. 수 많은 강연과 만남 속에서 얻은 것들을 조그만 글에라도 남겨 놓고자 시작하게 되었다.
어느 조직에서나, 어떤 영역에서나 10년정도나 일을 하면 일종의 '감'이 생기고, 역량인 지식과 스킬이 생긴다고 한다. 평범한 루틴이지만 이것이 하나의 변수로 인해서 생기거나 안생기거나 하는데 그것은 '태도'이다. 어떤 사람이 성공을 이루고 영향령을 많이 미친다면 그것은 그 사람이 '태도'가 그 사람을 그렇게 만들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인사부서에서 일을 하다보면 입사한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앞으로 얼마나 성장할지가 보이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들의 특징은 항상 '좋은 태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태도는 어떤 상황에서 어떤 대상에 대한 자세이다. 마음의 자세이기도하고 몸의 자세이기도 하다. 마음과 몸은 다소 연결이 안되는듯하지만 둘 중에 하나만 좋은 사람도 있기는 하다. 좋은 태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지금은 어떤 영향력이나 역량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시간의 문제가 된다. 주변을 둘러보면 생각보다 좋은 태도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많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사람은 점점 친구가 없어져 가고 조직에서도 밀려나게 된다.
오늘은 강연을 들으면서 'smart & humble'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똑똑하고 겸손한 사람이라고 정의내릴 수 있지만 이것을 다른 관점에서 '태도'로 바라본다면 조금은 깊은 생각의 집들이 만들어져 간다. 스마트하다는 것은 사리분별이 확실하고 앞뒤처리가 확실한 것을 넘어서 이미 전략적으로 미래의 일어날 일을 예상해서 현재에서 해결하는 것까지 포함된다. 그러니깐 숫자로 더하기만 잘하는게 아나라 머릿속에 이차 방정식을 가지고 있어서 어떤 상황에서 경향성을 볼 수 있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이것을 태도의 관점에서 보면 미리미리 생각해놓고 나를 포함해서 다른 사람들까지 챙기는 태도라고도 볼 수 있다. 시간에 있어서도 그렇고 공간에 있어서도 그렇다. 다른 시간에 일어날 일을 예상하면서 같은 공간이 어떻게 바뀔지를 생각하는 태도 말이다. 이것을 일종의 생각의 태도이다. 메타인지를 가지고 생각하는 태도의 중심에서는 항상 '좋은 질문'이 자리잡고 있다. '이렇게 하면 다른 사람이 피해를 입지 않을까?', '이걸 여기에 놓으면 누군가 불편하지 않을까?', '여기까지만 해 놓고 다른 사람들이 오면 같이 하면 될 것 같은데?'라는 좋은 질문 말이다.
humble이라는 단어는 한국어로는 '겸손'하다라는 뜻이지만, 라틴어 어원은 humilis으로 '낮은(low)'이라는 뜻이다. 더 들어가보면 이 단어 역시 humus이라는 '땅, 흙'에서 출발한다. 이는 모든 생물은 흙에서 나오며 땅에서부터 시작해서 하늘로 성장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니깐 누구나 시작이 있고, 누구나 새싹을 피울때가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생각하는 것이 '겸손함'의 진정한 의미이다. 우리가 흙에서 태어나서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매번 생각하고 기억하는 태도가 있는 사람은 '욕심' 때문에 다른 사람을 '도구화'하지 않으며 자신의 욕망에 스스로 사로잡히지도 않는다. 욕망은 때로는 욕구와 다르게 시작점인 땅을 멀리하고 하늘에만 둥둥 떠 있는 환상처럼 생성되기 때문이다. 겸손한 태도는 나 뿐 아니라 다른 사람 역시 땅에서 나왔고 그 사람도 땅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태도이다. 그래서 돈 많고 권력있는 사람에게 비굴하지 않고 어리고 약한 사람들에게 당당하지도 않는다. 그야말로 누구에게도 처음이 같듯이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도 같다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태도를 가진 사람을 만나보면 안다. 이 사람이 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제 3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말하지 않아도 그 사람의 몸의 태도에서 알 수 있고 그것은 곳 마음의 태도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 요즘시대에는 이런 스마트하고 겸손한 태도를 둘 다 가진 사람이 많지 않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이 존재하는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태도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보면 단번에 알게 된다. '이 사람이 진국이다'라거나 '이 사람이 리더가 되면 다들 너무 좋겠는데?'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지금은 미성숙하더라도 이런 태도를 가진 사람은 언젠가는 그 태도가 지향하는 것처럼 똑똑해지고 다른 사람을 능히 아우를 수 있는 겸손한 사람이 된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이렇게 쓰는 이유는 항상 같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으니깐 말이다.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미래를 생각하고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나를 바꾸어가는 태도가 나에게는 '모든 순간에서 배운다'라는 것으로 드러난다. 오늘 오랜만에 'smart & humble'을 만났다. 그랬더니 나에게도 좋은 태도의 모범이 생긴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어느 공원 벤치에서 중년의 남자와 10살짜리 초등학생이 앉아서 각자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었다. 중년의 남자는 사실 이미 출근을 해야할 시간이었지만 정리해고를 당하고 할 일이 없어서 공원에 앉아있던 것이었다. 그래서 게임이나 하고 있던 것이었는데 마침 옆에 앉은 초등학생과 같은 게임을 하고 있었다. 게임을 하다보니 중년 남자가 그 판에서 졌고 화면에 'failuer'라는 단어가 떴다. 마치 인생의 실패와 같은 이런 단어들이 자신의 심장을 괴롭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 장면을 보고 있던 초등학생은 싱긋싱긋 웃으면서 처다보고 있는 것이었다. 조금은 열이 받은 중년 남자는 물어보았다.
"얘! 너 왜 웃니?"
"히히 failure라고 떴잖아요!"
"아니 너 failure가 무슨 뜻인지 아니?"
"아 그럼요 '실패'잖아요?"
"오~ 똑똑하다. 그럼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아니?"
"에이 다시~ 하라는 뜻이잖아요?"
아주 짧은 이야기이지만 '실패'에 대해서 다른 관점을 주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 중년의 남성이 다시 삶을 새로 시작하는 찬란한 미래가 펼쳐질지는 모른다. 그러나 '실패'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틈이 생기는 것 같다. 요즘들어서 '옳은 실패', '더 나은 실패'를 고민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오늘 이런 이야기를 듣고서는 내가 가지고 있는 '실패'의 개념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는 평생 우유부단하게 이래도 흥 저래도 흥하면서 백면서생으로 살줄 알았는데, 요즘은 브런치 글도 많이 쓰고 대학원도 나왔다고 사람들이 인정해준다. 그러다보니 나의 '진정성'보다는 '누구에게 잘 보일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때가 많아진 것 같다. 그럴 때마다 다가오는 불안은 '실패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것이었다. 누가 보지 않고 내 자신에게 충실하다면 '다시 하면되지'가 될텐데, 누구에게 잘 보일려고 하면 항상 '이걸 실패하면 그 사람들이 실망할 거야'라는 식으로 나 자신을 스스로 검열하고 있는 것이었다.
다시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다시 '나다움'으로 돌아가야 한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한 전략'이 아니라 '내가 진정으로 기쁘고 즐거운 것'에 집중해야 한다. 그게 글쓰기였고, 그게 운동이었고, 그게 공부였다. 그런데 가끔식은 오히려 다른 이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글쓰기가 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럴 때면 글을 쓸 수가 없다. 마음이 움직이지 않고 더 잘 쓰고 싶다는 생각때문에 오히려 문장도 하나 완성하지 못한다. '이 좋은 이야기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해야지, 이 재미있는 지식들을 필요한 사람들이 언제나 볼 수 있도록 정리해야지' 이런 생각때문에 르런치를 시작한지도 벌써 4년째가 되었다. 요즘 한동안 지친 것도 있지만 돌이켜 보면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고'하기 때문에 글이 안 써지는 것도 같다. 어떻게 보면 실패이지만, '에이~ 다시 시작하라는 이야기잖아'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전략기획부서로 옮기면서 다양한 전략툴을 배우고 성과관리를 몸소 경험하고 있다. OKR을 통한 성과관리를 하면서도 다양한 부서 사람들과 1년후의 결과를 놓고 목표를 세우고 있다. 전략이라는 것은 항상 '무엇인가를 하지 않음에서 시작하고 결론은 무엇을 그래서 해야 한다'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작은 브랜딩 전략'은 요즘 대세이기도 하면서 업계 2인자들이 하는 전략이다. 또한 '진정성'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안도감을 주는 전략이기도 하다. 사실 '대중사회'에서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영향력을 끼치기 위해서 '빅 브랜딩'전략이 대세가 된다. 어떻게 하면 대중들에게 먹히는 캠페인이되고, 광고가 될까를 고민하는 전략이다. 빅 브랜딩 전략은 당연히 '전환율'을 높이기 위해서 소비자들에게 최대한 많은 광고와 노출을 하고 다른 사람들의 입소문을 탈 수 있도록 다양한 에이전시와 채널을 사용한다. 이는 업계에서 보통 1위들이 하는 전략이다. 그리고 그 1위를 뒤쫓아가는 조직이나 회사들이 추구하다가 망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최근 대학원 친구들이 초대를 해서 '흰문'이라는 오마카세집에 가보았다. 처음 가보는 오마카세여서 너무 기대가 되었다. 그런데 들어가려고 보니 공덕역에서 조금 떨어진 허름한 상가 지하 구석에 조그마한 문앞에 물고기가 걸려 있는 곳이었다. 이름을 잘 알 수 있는 명패도 없고 얼마나 비싸고 품격있는지를 알려주는 광고판도 없고 단순히 흰 문 가장자리에 손잡이 하나만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깜짝놀라서 입이 벌어졌다. 완전히 외부와는 차단되어서 다른 음악과 온도, 새로운 시간과 공간이 펼쳐지고 있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서울대 건축가 출신의 쉐프가 친구들과 함께 만든 구조였다. 책상이며 스피커며, 100만원짜리 의자에 일본의 장인들이 만든 그릇들에, 잘 정돈되어 있는 생선몸통과 이제막 제주에서 올라온 흑돼지 팩까지. 어느것 하나 의미없는 것들이 없었다. 시간도 딱 7시에 한 타임만 운영하고 6명 이상 받지 않는다. 8가지 정도의 코스가 나왔는데 '오마카세'답게 그날, 그 시간에만 먹을 수 있는 메뉴로 대접을 받았다. 15만원짜리 와인잔도 경험할 수 있었다.
진짜는 자랑하지 않는다. 본질을 가진 사람은 드러내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실력을 가진 쉐프는 음식을 하기 전에 자신이 음식을 얼마나 잘 만드는지 자랑하지 않고 설득하지 않는다. 그냥 보여준다. 그리고 아주 오랜시간이 걸릴 수도 있지만 그 시간 안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다시 그것을 보여줄 수 있을 때까지의 시간을 연마하면서 연구하고 실험한다. 흰문에서 했던 경험을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식사를 하는 내내 쉐프와 이야기하는 고품질의 지식들은 음식맛과 함께 분위기에 휙휙 감기여서 기억이 바로 추억이 되어 버렸다. 작은 브랜딩의 힘을 역기서 느낄 수 있었다. 1인당 11만원이나 했지만 오히려 더 내야 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고민까지 들 정도였다. 순간 '나도 이런 사람이 되어야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내가 있는 조직도 이런 조직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전략기획팀에서 이번년도 우리 조직에 제시한 전략은 '작은 브랜딩 전략'이다. 우리는 모금을 많이 하는 조직이 하는 TV광고와 유튜브광고를 늘리고, 후원자들에게 더 많은 선물을 주는 것이 아니라 진짜 우리가 잘하고 즐거워하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정말 우리가 집중해야하는 것은 현지에 있는 가난과 빈곤에 허덕이는 사람들이 스스로의 가난을 손 털고 자신의 삶을 당당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거기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사람, 자원, 아이디어를 가지고 촉진하는 일이다. 이것을 정말 잘하려면 우리는 '피스메이커이자 퍼실리테이터'가 되어야 하고, 다른 사람과 공동체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 현장에서 빈손으로 갔어도 사람들이 다시 힘을 얻고,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 마치 '흰문'처럼, 아무에게도 광고하지 않지만 정말로 다른 경험을 제공하여 모두가 희망을 꿈꿀 수 있게 도와주는 조직이 되는 것이 우리의 '작은 브랜딩'전략이다. 얼마나 기쁠까? 얼마나 즐거울까? 그것이 이루어지는 시간, 장소, 관계 속에서 우리는 또 내일에 대한 희망에 얼마나 기쁨이 넘쳐날까? 작은 브랜딩 전략으로 2025년을 열어본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 다시 땅에서 시작하자. 이제 막 걸음을 걷기 시작한 사람처럼 순수하고 열정어린 마음으로 내일을 맞이해보자. 항상 메타인지로 위와 아래와 양 옆을 바라보고, 누구에게도 평등하고 동등한 존중을 해보자. 작은 것에서부터 배우고 실패라는 의미가 '다시 시작하라'라는 뜻으로 알고 용기와 비전을 가지고 시작해보자. 작은 브랜딩의 힘을 믿으면서 나부터 휴먼브랜딩으로써 더 작아지고 더 진실해지고 더 깊어지자. 지금까지 지식을 많이 쌓았다면 이제부터는 지혜를 더 풍성하게 누리는 공부를 하자. 마음의 자세와 몸의 자세를 일치시키고 누구를 만나던지 어디에 있던지 사람들을 사랑하고 다른이를 존중하자. 사실은 이 모든 것이 내게는 예수님이 보여준 삶이다. 삶을 더 살아갈 수록 예수님이 했던 이야기와 삶의 태도가 나에게 오롯이 마음 속의 북극성처럼 반짝반짝 빛난다. '더 많은 이들과 이 기쁨을 나누는' 성탄절처럼 나에게는 매일매일 성탄절 같다. 전쟁과 폭력, 살인과 강도, 자연재해와 사고들이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일단은 나의 마음에 뜬 밝은 빛으로 태도를 고쳐먹고 진정성과 깊이를 담아서 다시 시작해보자. 희망이 넘치는 삶을 선물하는 사람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