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것, 마음 속에 있는 것 써보기
다소 한가해졌다. 오랜기간 대학원을 다니면서 8년 정도를 썼다. 아침부터 절치부심으로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학교에 도착해야 했으며, 주말에도 과제나 발표를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대학원에서 만난 사람들과 인연이 깊어지면서 동아리도하고 학생회도 하고, 스터디 모임도 하고, 법인도 만들었다. 이제 박사과정까지 수료하고 나니 참 많은 이들을 만났고 도전했으며 남은 것들이 풍성해졌다.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주말에는 조금 한가하고 주중에도 일이 끝나면 집에서 쉬는 시간이 많아졌다. 오랜시간 불규칙하게 밤을 지새우던 습관을 버리고 요즘에는 일찍 자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 운동도 규칙적으로 하고, 조금은 안 좋아진 몸을 돌보느라 여념이 없다. 앉아만 있었더니 살이 많이 쪄서 살을 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사실 이제 시작인 것도 같다. 지금까지 배운 것들을 하나로 만드는 작업들.
일하는 곳에서 조직 전반의 성과를 관리하는 일을 맡아서 하게 되었다. 작년 말에는 OKR 성과를 종합하는 일을 했는데, 이번에는 아예 1년동안 진행할 성과목표를 규명하고 OKR을 통해서 구조화하는 작업을 했다. 작년까지 OKR 목표 설정과 성과관리, 성과평가가 각각 따로였고 매주 스프린트 미팅을 했어야 했지만 이번에는 이 모든 것을 하나로 합쳐서 하나의 엑셀파일에서 모든 팀의 목표와 성과를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 세상에는 실력자가 정말 많은 것 같다. 같이 일하던 분이 만든 툴 덕분에 아주 쉽게 이 모든 것을 하나로 합쳤다. 새삼 느끼는 것은 일을 잘하게 되면 시간을 아낄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을 덜 피곤하게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전략을 짜는 부서에서 아무런 도움이 안되는 데이터를 생성하려고 사람들에게 이상한 것을 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이 생겼다. 그럴려면 어떤 정책이나 전략을 선택했을 때 반대급부를 생각해보고 그 영향력을 따져봐야 한다. 메타인지를 엄청 돌려서 사람들이 자신의 책상에 앉아서 어떤 정책이 실행될 때 마우스를 얼마나 클릭하는지까지 따져보는 버릇이 생기고 있다.
OKR을 모든 부서가 작성하였고 이번주부터는 이제 피드백을 해야 한다. 피드백에는 미국해병대가 사용했다는 AAR의 5가지 방법이나 COP와 같은 방법이 사용되지만, OKR은 근본적으로 CFR을 해야 한다. 응원하고 피드백을 주면서 인정하고 격려하는 것이다. 예전에 구글한국 대표님께서 조직에 방문해서 강의를 한 적이 있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나같이 궁금했던 질문은 '구글에서는 OKR관리를 어떻게 하는가?'였다. 이에 대해서 그 대표님은 "한가지만 하면된다. 그것은 매니저의 1:1 코칭"이라고 말했다. 그 만큼 OKR은 피드백시스템이 중요하다. 어떻게 피드백을 받는가에 따라서 일주일이 완전히 바뀌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유로 내가 있는 조직에서 7년간의 OKR을 도입한 결과가 이제 성과관리로 바뀌게 되었다.
읽는사람들이라는 정치적 독서모임의 사무처장으로 일한지도 벌써 3년이 되어 간다. 처음에는 운동권 선배들의 '의지'를 계승하는 뜻깊은 일이라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다음 세대를 세우는 프로젝트로 '쓰는 사람들'이라는 에디터 프로그램까지 만들게 되었다. 매달 3째주 토요일에 책 저자를 부르거나 독서나눔을 하면서 정치적 독서모임을 하는 것이다. 여기서 매달 진행하는 북토크나 독서모임을 진행하면서 벌써 20회가 넘은 것 같다. 운영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도 있었고, 참여하는 분들에 대한 욕구도 파악해야 하고, 운동권 선배들의 미묘한 감정적 흐름도 읽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달 새로운 책을 읽고 나누고 고민한다는 것은 엄청난 성장을 하는 계기가 되었음은 두말 할 것도 없다. 홈페이지도 만들고, 매달 진행하는 홈페이지에 올리는 포스터도 만들면서 사회 속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법을 계속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 이렇게 매달 루틴한 일들이 있고 토요일은 다소 긴장하면서 준비해 나가고 있다.
불의에 굴하지 않는 사람들, 민주화가 멈춰선 곳에서 다시 시작하려는 사람들,
노무현이 갔던 길을 새롭게 걸어가려는 사람들, 그래서 시대의 흐름을 읽고,
사람들의 마음을 읽고, 정치의 속살을 읽으려는 사람들.
읽는사람들은 1987년의 민주주의가 미완의 프로젝트임을 기억하며 시대적인 과제로 부상한 민주주의의 개혁을 추구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른바 민주주의 2.0의 프로젝트를 이루어가기 참여와 성장, 혁신과 대안을 만들어 가려는 사람들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어떤 정당을 만들어야 하는가’를 구체적으로 검토하려는 사람들 입니다. 정당을 지지하고, 비판할 우리안의 기준을 함께 만듭니다.
매월 정기 독서모임을 통해서 단단한 지성의 기초를 만들고 그 위에 정치와 사회에 관심을 콘텐츠로 풀어내는 '읽는 사람들 에디터'를 양성합니다. 또한 한국에서는 언급만 되었지 실제로 실현되지 못했던 '플럼북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하여 플럼북 제작과 함께 플럼북을 통한 네트워킹을 만들어 가려고 합니다. 이를 통해 정무적 비전과 정책적 대안을 가진 정치기업가를 양성하는 명실상부 '정치인양성 사관학교'가 되고자 합니다.
https://www.homoreaders.co.kr/
전략기획실에 오니깐 전략에 대한 전문성을 쌓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최대한 얻을 수 있는 모든 정보를 모으고 그 중에서 내가 모르는 정보는 책을 사든지 아니면 유튜브강의를 듣던지 하면서 학습하고 있다. 원래 학습조직이라는 단어는 '공부하는 모임'이 아니라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학습하면서 조직이 성장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나는 나 자신이 하나의 작은 조직이기 때문에 내가 지금 풀수 없는 문제는 학습을 통해서만 풀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어떻게 보면 대학원 공부를 열심히 한 이유는 현실에 도사리고 있는 수 많은 변수들을 진정시켜서 독립변수와 종속변수로 만들고 서로의 인과관계를 만들어서 묶어주는 역할을 잘 하기 위해서인지도 모른다. 상관관계에서 인과관계로 발전할 수 있도록 튼튼히 밧줄을 묶는 것 말이다.
전략기획팀에 와서 새롭게 배운 퍼셉션 마케팅, 옳은 실패, 스몰브랜딩전략, 퍼널전략, 페르소나 인지마케팅, 그리드시스템과 그라데이션 시스템, 아이젠하워매트릭스, 전략적 리스크관리 등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는 툴이 많다. 아주 오랜기간 완성형으로 존재했던 팀장님의 후광에 힘입어서 이것저것 돌려보고 넣어서 예시로 만들어보고 빠르게 실행해본다. '학습민첩성'이라는 개념은 두 가지로 이루어지는데 먼저는 '패턴발견'이고 그 다음은 발견한 패턴을 '다른 영역에 적용'하는 것이다. 나는 열심히 배운 전략툴을 나의 인생과 인간관계, 게임할 때의 전략 등등으로 영역전개를 해서 돌려보고 있다. 간단하지만 STP툴로 몇몇의 스타트업에 도움을 줄 수 있었다. 배워서 남주자라는 말에 있어서 전략툴만큼 더 잘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은 없는 것도 같다.
지난달 회의설계소와 함께 정책퍼실리테이터 과정을 4회정도 열었는데, 반응이 예상보다 좋았다. 그래서 후반기에는 8주 과정으로 열고 정식오픈하기로 했다. 대학원에서 배운 공공정책의 지식을 이제 많은 이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범용으로 개발하는 작업이 남았다. 더욱이 퍼실리테이션의 전문가들과 함께하는 협업이라서 어려운 내용들이 엄청나게 쉬워질 것 같아서 기대가 되기도 한다. 이어서 회의설계소와는 다양한 실험을 하기로 했는데 전략퍼실리테이션, 리더십퍼실리테이션 그리고 혁신을 만들어내는 혁신퍼실리테이션 과정을 설계하고 진행하기로한 부분이다. 또 며칠밤을 새면서 강의안을 준비하고 강의컨셉과 워크샵컨셉을 잡아야 하지만 매우 즐거운 일임에는 분명하다.
https://brunch.co.kr/@minnation/4192
10년전 우연히 기도모임에서 만난 청년이 있었다. 그 청년은 나와 비슷하고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고 역사 속에서 무엇을 배워서 미래에 적용해보고 싶었다. 특히나 임용한 교수님이 쓰신 '시대의 개혁가들'을 읽고 이성계를 도움 조준과 김지의 세미나의 감명을 받은 친구였다. 나 역시 그렇게 준비하는 세미나집단을 통해서 미래의 우리가 그릴 수 있는 최선의 국가를 그리고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3년전에 그 청년은 연구탐사대라는 컨셉으로 '나이오트'라는 스타트업을 시작했다. 처음 탄생할 때부터 다양한 논의를 같이 시작했던 터라 계속 만나서 응원도 하고 같이 전략도 논의하고 있었다.
최근에는 작년부터 개발한 전략툴을 가지고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하는 일들을 했다. 특히 사회문제해결연구를 관리하기 위해서 OKR을 도입하기로 했다. OKR챌린지를 통해서 연구자들이 자신의 연구의 목적과 결과를 정하고 매주 관리자는 스프린트 미팅을 통해서 응원하고 피드백을 주는 것이다. 이것도 사실 위에서 말한 학습민첩성의 일종이었다. 경영에서 배운 OKR을 학문영역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더욱이 STP를 통해서 논문의 변수들을 정렬하고 페이오프매트릭스를 통해서 빠르게 실행할 수 있는 연구주제와 연장전처럼 오랜기간을 들여야하는 연구주제를 나눌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다음주에는 퍼실리테이터 교육을 비롯해서 OKR코칭과정을 진행하기로 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
아울러서 연구탐사대원들이 '철학적 소양'이 늘어날 수 있도록 '연구산책'이라는 이름으로 철학스터디를 진행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 아침 '처음읽는 프랑스현대철학'으로 준비해서 진행했다. 지난학기에는 '영미현대철학'자들도 훑어보았고 이제 다음주부터는 독일현대철학자들을 돌아본다. 무엇보다 재미있을 것 같다. 마르크스에서부터 시작해서 호르크하이머와 마르쿠제, 악셀호네트와 위르겐하버마스, 가다머까지 모두 둘러볼 예정이다. 연구의 핵심은 이론과 방법론 그리고 딜리버리다. 이것들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것이 바로 철학이다. 철학이 어떻게 보면 연구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도 해본다.
오늘부터 튜터십 3기 양성과정이 시작되었다. 튜터십은 공교육에서 부족한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기 위해서 진행하는 '보완교육'을 이끌어가는 인재를 양성하는 사업이다. 기존의 교육에서는 '핵심'만 외우고 연결하는 과정을 한다면 보완교육에서는 영혼이 담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고 그에 대해서 토론하고 서로의 주장을 확인한다. 이를 위해서는 선생님이 아니라 '튜터'가 필요하다. 일정을 체크하고 서로 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퍼실리테이션을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있는 튜터들을 양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오늘은 첫시간이라서 간단한 게임을 통한 친해지기 시간과 보완교육의 필요성과 내용을 공유했다. 그리고 이문열 선생님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먼저 읽고 오고 그것을 가지고 주인공을 바꿔보거나, 결말을 바꿔보는 식의 새로운 플롯을 짜는 워크샵을 짧게나마 가졌다.
꿈을 꾼다. 아이들이 더 큰 꿈을 꾸고, 자신이 살아가는 세상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꿈. 이러한 꿈을 꿀 수 있도록 계속해서 아이들의 잠재력을 개발하게 도와주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 살아있는 책을 읽고 메타인지를 함양하며 이를 통해서 다방면에서 깊이를 가진 폴리매스가 탄생하게 된다. 한국교육시스템의 근본적인 개혁을 위해서는 대안이 필요하고, 제시만이 아니라 실제로 했을 때 어떤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실험과 도전이 필요하다. 지금 그 일을 하고 있다. 미국의 세인트존스칼리지처럼 고전을 읽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새로운 질문을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들은 거의 무한대로 꿈을 꿀 수 있다. 현실을 넘어 그 다음에 있는 것들을 보기 때문이다.
튜터십칼리지에 오신 다양한 참가자들의 미래를 본다. 함께 세상을 바꿔나가는 작은 걸음을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작은 공동체로 시작해서 변화의 물결을 커질 것이다. 사실 이 과정은 무료이고 이것을 준비하려고 여러번 커리큘럼을 짜고 엎고를 반복했다. 강사비도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들을 만났다는 것에 기쁜 마음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주구장창 돈이 안되는 일만 하고 있다. 주위에서는 이제 돈 좀 벌라고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길로 들어서서 이제 바꿀수가 없긴 하다. 계속해서 내가 가진 것을 '배워서 남주자'의 정신으로 나누고, 또 확대해서 다시 생산할 수 있도록 돕는일을 해 나간다.
학교 코스웍이 끝나면 한가해질 줄 알았는데 이렇게 일이 잔뜩 쌓인다. 좋은 일이기도 하면서 막상 바쁘고 선택을 해서 한가지는 혹은 두 가지는 않하는 방법도 있지만 둘 다 해보는 방향으로 선택을 한다. 낑낑거리면서 잠을 자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회의를 하러 간다. 주말에는 철학스터디를 진행하고 일요일에는 정치학스터디와 함께 초등학생들을 위한 보완교육을 진행한다. 한 주가 지나갈 때마다 나는 매번 한계를 만나고 그 한계에서 간신히 버티다가 다시 업그레이드가 되어서 다음 국면으로 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