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속 그의 그림자
누구나 가슴 속에 잊혀지지 않는 사람 한명 쯤은 가지고 살고 있지 않나
사랑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특히 마음 속에서 떠나지 않고 계속해서 내 마음에 동산에 어딘가에 살고 있는 사람이 있지 않나.
바쁜 일상 속에 그 사람을 잊고 살다가 문뜩 마음 속 한켠에 서 혼자 꺼내고 있는 그 사람을 만나는 때가 있지 않나.
누군가를 그리워 하고 좋아한다는 건 아름다운 일이지만 또한 서로의 마음이 맞는다는 건 기적이기도 하다. 그리고 상당수의 사람들이 그런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나지 못 하고 찾지 못한 채로 인생을 살아가는 것 같다. 어쩌면 나는 아직도 그 사람을 마음 속 어딘가에 있다고 생각하고 찾아 다니고 있는 건지도 몰라서. 달리기를 하고 공부를 하고 사람들 만나고 그리고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문득 문뜩 그 사람의 무게가 느껴지는 때가 있는 것 같다.
그 사람의 기억속에서 나는 사라진지 오래겠지만 나의 기억 속에서는 그 사람이 사라지지 않아서 계속 힘들어 하는 것도 같다. 어떤 책에 보니깐 어떤 사람은 그런 사람을 기다릴지 못 하고 그 당시에 마음이 맞는 사람과 결혼 했다가 시간이 흐른 후에 그 마음 속에 품고 있던 사람이 나타나서 괴로워 하는 이야기를 본 것 같은데.
사람은 항상 그렇게 그리워 하고 아파하고. 그러나 때로는 만나서 즐거워 하다가도 다시 인생의 역경이 찾아 오거나 어려움이 발목을 잡으면,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사람 보다는 오히려 이 문제를 해결 하느라 자기 자신에게도 숨어 버리는 것도 같다. 인생이란.
그래서 아직 만나지 못한 그 사람에 대해서 잊지 못 하면서도 또 한편으로 있게 되는 게 인생인가 한다. 사랑에 대한 수많은 글을 썼지만 오랜 시간을 두고 마치 마음에 벚처럼 생각하고 기다리던 사람은 한 사람 밖에 없는 것 같다. 그게 괴롭고 또 행복하다. 그 사람과 다시 만날 수 없을 것도 같지만 그래도 마음 속에 그러한 기다림을 품고 산다는 건 토요일 저녁 바람이 불고 나뭇잎이 흔들릴 때 아름다운 프랑스 샹송을 듣는 기분이랄까. 인간은 그런것 같다. 희망이 있어야 살 수 있는.
거의 몇년동안 숫자와 통계 그리고 이론과 지식에 파뭍혀 살다 보니 이러한 시적인 언어를 잊어 먹고 살았다. 공부의 끝이 보이는 길목에서 잠시 멈춰 보니깐 아직도 이렇게 아름다운 이야기가 내 마음 속에 있었던 거 같아서 다행이란 생각을 한다. 그리고 내 마음 속 동산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그 사람의 그림자를 찾아 다니는 이 시간이 낭만적이고 즐거운 것도 같아서 다행이다. 다시 만날 수 없더라도 그런 사람을 마음 속에 그리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 하고 행복한 것 같다. 보낼 수 없는 편지지만 쓰고 있는 이시간.
사랑은 소유가 아니야
사랑이 소유가 아니라는 말처럼 나는 그 사람을 소유 할 수 없고 내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그 사람에 대한 마음이 더 커지는 것도 같다. (계속 이렇게 같은 말을 많이 할 예정이다. 어차피 그사람은 읽지 않을 터이니 내 마음이 풀릴 때까지, 이 그리움이 저물어들때까지) 예전에는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볼 때 이런 부분이 마음에 들고 저런 부분이 마음에 들어서 ‘나는 이 사람이 좋아’라고 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오히려 그 사람의 존재만으로도 감사한 것 같다. 그리워할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로 말이다. 영혼과 정신까지 아름다웠던 그 사람. 예전에는 뭐든지 그 사람에게 얻을 게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앞으로 미래에 어떤 시점에 그 사람이 가진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당연히 누구보다 아름답고 누구보다 매력적인 그 사람의 존재가 나의 부족한 존재를 채워줄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던 거지.
근데 내가 보기엔 그 정신에 깊이가 깊은 그 사람은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걸 그 당시에는 알았을 것 같다. 그래서 그 사람은 어쩌면 그때 나를 밀어냈는지도 몰라. 그때는 매우 마음이 어렵고 속상하고 그립고 현실 인정하기 싫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그러한 공간과 여백이 지금 나에게는 아름다운 기억으로 삶 속에 조그만 행복으로 남은 것 같아. 그래서 그 사람을 만날 수 없더라도 나는 지금 만족 하는 것 같아.
이렇게 마음을 먹기까지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 그리고 그 사람을 생각하면서 써내려 갔던 글들이 벌써 몇 십 페이지나 된 것 같아 인생이란 무엇일까 사랑이란 무엇일까 정말 알 수가 없는 거 같아. 그래도 그냥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했고 무언가 이룰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 또 내가 원하고 원 해도 결국 만날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인정하게 된 거 같아.
내가 욕망하는 것에서 구해줘
제니 홀져가 그런 말을 했지 내가 욕망 하는 것들로부터 나를 구해줘 라고 어떻게 보면 나한테는 그 사람과 멀어진 그 시간 부터 지금도 이렇게 그 사람을 원하고 있는 상황까지 내가 욕망 하는 것들로부터 더 이상 욕망 하지 않는 방법을 배우는 시간이었던 것 같기도 해. 더 이상 그 사람에 대해서 원하는 게 없어지고 더 나아가서 그 사람을 마음속에 간직 하지만 그 사람을 원 하지 않게 되는 시간 까지 오면서 그 사람을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아
그게 어쩌면 그 사람 덕분에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로운 것 같다. 앞으로 내가 누구를 만날지 나는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누군가에게 내가 원하는 것이 있는지 없는지를 찾기보다 오히려 내가 그 사람과 함께 하면서 이러한 마음의 여유와 생각의 여백들을 함께 공유하고 함께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생긴다.(철든 것일까 아니면 결혼은 전쟁일까) 물론 상대방도 그렇게 준비 되어 있고 그렇게 성숙해져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같이 만들어 가면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해 보는 것 같다.
밤이 깊어 가고 감정은 한없이 무르익어서아무도 모르는 깊은 산 속으로 점점 들어 가는데, 이렇게 나도 마음을 남기고 그 사람에 대해서 기억하고 있다. 다가올 사람에 대해서도 기다리는 마음으로 이렇게 글을 남기는 건 나에게도 그 사람에게도 만날 사람에게도 좋은 것 같다. 차분하게 천천히 기다리고 기대하고 희망하며 오늘 하루를 마무리 하자.
내일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수많은 일들이 벌어질 거고 이번 주 주말에도 내가 가진 생각과 지식을 모두 동원해서 풀어야 할 모임과 만남과 강의와, 워크샵이 있지만. 지금 이렇게 조그맣게 속삭이면서 내 마음을 들쳐 보는 시간 때문에 나는 오히려 더 기쁘게 그 분주함의 중심으로 들어갈 수 있다.
앞으로도 이런 시간을 종종 가지려고 한다. 누군가 나를 인정해 주거나 주목 하지 않아도 지금 내가 하는 말이 가장 먼저 듣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니까.
내가 속삭이는 이 언어를 나의 영혼이 가장 먼저 듣고 있으니까. 나는 계속해서 이렇게 남기고 이렇게 마음을 펼쳐 보는 일들을 할 것 같다. 누구나 마음 속에 잊혀지지 않는 사람 한명 쯤은 있지 않나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