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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지식일기

관계를 읽는 4가지의 바운더리

돌봄형, 순응형, 지배형, 방어형

by 낭만민네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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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몇년간 심리학에 관한 책을 추천한다면 이 책으로 할 수 있겠다. 살아오면서 가스라이팅을 하는 사람부터 다른사람의 관심을 갈구하는 사람까지, 언제나 관계의 문제였고 아직 풀지못한 숙제들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이 책을 만나고서는 아주 어릴적부터 시작해서 현재 나의 반응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이책에 비록 라캉이나 프로이트의 관점이 담겨있지는 않지만, 멜라닌 클라인으로 시작되는대상관계 이론과 애착이론이 가득 담겨져 있다. 어릴적의 바운더리를 아직도 못 넘고 있는 수 많은 사람들을 본다. 나 역시 넘지 못하는 장벽이 있다. 인정하고 화해하고 사랑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벼르거 벼른 정리를 시작했다.



1. 바운더리_애착과 관계의 틀


'관계를 읽는 시간'은 단순히 '나'와 '타인'의 심리적 경계를 의미하는 전통적인 바운더리 개념을 넘어서서 일정한 유형들을 제공한다. 여기서 바운더리는 애착 관계에서 형성된 자아의 경계를 의미한다. 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특히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에서 형성된 애착 유형이 성인이 된 후에도 우리의 바운더리를 결정한다고 보고, 그 결정의 그 결과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특정 관계 패턴을 반복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건강한 바운더리는 단단하면서도 유연하여, 자신을 지키는 동시에 타인과 깊은 연결을 가능하게 한다. 반면, 애착 손상으로 왜곡된 바운더리는 관계 속에서 끊임없는 갈등과 좌절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며, 책에서는 4가지의 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네 가지 역기능적 관계의 틀

순응형 : 미분화 + 억제형

돌봄형 : 미분화 + 탈억제현

방어형 : 과분화 +억제형

지배형 : 과분화 + 탈억제형


바운더리와 유형의 관계

자아분화 (너 O, 나 O, 우리 O) : 우리에게는 양육자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어린 시절이 있다. 그 시절에는 양육자(너)와 아이(나)가 서로 공생(우리)하는데, 점차 아이가 클수록 양육자의 보호에서 벗어난다.

이것을 '자아분화' 라고 한다. (아브젝시옹)

이때, 양육자와 아이가 연결된 상태(우리)로 안정적인 분리(너, 나)가 이루어져야 아이는 건강한 자아를 갖는다. 이를 안정적 자아분화라고 한다.


과분화와 미분화

만약 양육자와 아이가 연결되지 않은 상태로 분리가 이루어진다면, 자아분화가 너무 많이 된 상태, 즉 과분화이다.

반대로 양육자와 아이가 분리되지 않고 연결된 상태로만 머물면, 자아분화가 되지 않은 상태, 미분화이다.


애착손상, 관계교류

애착손상은 아이가 양육자를 필요할 때, 양육자가 아이에게 적절한 반응을 해주지 않아 발생한다. 애착손상이 발생하더라도 아이와 양육자 사이의 교류를 통해 회복될 수 있다.

아이가 애착손상을 겪더라도 관계를 지속하다보면 갈등은 피할 수 없는 것으로 이해하고, 앞으로도 잘 풀어나갈 수 있는 힘을 기른다.

갈등을 겪는 그 순간은 아이에게 고통스럽지만, 양육자와의 소통과 교류를 통해 아이에게 갈등회복력을 키운다.

그러나 반복적인 애착손상은 아이에게 치명적이다. 갈등회복력은 커녕, 관계를 맺는 것에 큰 두려움을 갖게 한다. 성인이 된 후에도 반복적인 애착손상을 겪었던 사람은 인간관계에서 많은 어려움을 느낀다.


억제형과 탈억제형

반복적인 애착손상을 겪은 사람들은 기질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억제형이다. 어릴 적 양육자에게 ‘가까운 따뜻함’을 원했지만 실제 경험한 것은 ‘가까운 차가움’이었다. 그 차가움이 잠재의식 속에 그대로 남아, 누군가와 가까워지고 싶다가도 정작 가까워지면 부정적인 경험 때문에 움츠린다. 이 이들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필요 이상 두려워하고 조심하며 피하려 한다.

두 번째는 탈억제형이다. 애착손상이 사람을 경계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경계를 풀어버리는 쪽으로 작용한다. 이들은 관계에서 적절한 거리를 조절하지 못하고 부적절하게 상대에게 다가가고 관여한다.


건강한 바운더리 회복을 위한 방법

자신의 '관계의 틀' 알아차리기: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의 왜곡된 바운더리 유형을 솔직하게 마주하는 것이다. 내가 어떤 상황에서 순응하고, 방어하고, 통제하려 하는지를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점검해야 한다. (조아리스윈도우)

'자기 결정권' 회복하기: 작은 것부터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하는 연습을 시작해야 한다. '내가 오늘 무엇을 먹고 싶은가?',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싶은가?'와 같은 질문에 답하며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훈련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타인의 시선이나 기대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자아를 회복할 수 있다.

애착 손상 치유하기: 애착 손상을 완벽히 없앨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관계에서 상처가 발생했을 때 그것을 회피하거나 단절하는 대신, '이 관계는 회복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관계를 복구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상처를 주고받더라도 솔직하게 사과하고 용서하는 과정을 통해 관계의 안정성을 경험하는 것이 치유의 핵심입니다.

건강한 자기표현 훈련하기 (P.A.C.E.): 내 감정과 생각을 상대방에게 건강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P.A.C.E.(Pace, Acceptance, Curiosity, Empathy)와 같은 대화 기술을 익혀 자신의 경계를 명확히 전달하면서도 상대방을 존중하는 소통법을 훈련해야 한다.

'자기 세계' 구축하기: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자신을 위한 취미, 관심사, 휴식 공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관계 밖에서 독립된 자아의 힘을 기르면, 관계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서 벗어나고, 내가 단단해야 관계도 건강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순응형 바운더리

이 유형은 관계의 평화를 위해 자신의 감정, 욕구, 의견을 끊임없이 억누르고 희생한다.

이들은 '착한 사람'이라는 가면 뒤에 자신의 진짜 모습을 숨긴다.

어릴 적 부모의 사랑을 받기 위해 자신을 포기하는 경험을 했을 가능성이 높은 이들은 자신의 희생이 결국 상대방의 미움이나 거절을 불러올까 두려워한다.

그래서 순응하고 무엇이든지 퍼 준다. 본인 또한 타인이 상처 받을까 거절을 잘 하지 못한다.

자신이 거절 당할 때 고통이 큰 것처럼 타인도 그럴 것이라는 1인칭 사고에 갇혀 있다.

의존적이며, 상대가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길 바란다.

결국 자신을 돌봐줄 사람이 필요한데 '외로움'으로 빠져드는 과정을 겪는다.


돌봄형 바운더리

자아분화가 되지 않아, '나'와 '너'가 분리되지 않고 연결된 상태로 남아있다.

상대방을 과도하게 책임지고 돌보는 데 몰두하는 유형이다.

타인의 문제를 자신의 문제처럼 끌어안고 해결하려 하며, '과잉 책임감'에 시달린다.

자신의 필요는 외면한 채 타인에게 헌신하는 것이 익숙해져, 오히려 상대방이 독립적이 되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방해하기도 한다.

따라서 상대방과 연결보다는 일체감을 느끼고 싶어한다. 타인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에서 큰 기쁨을 느낀다.

그래서 행복하고 유쾌한 이들보다 불행한 이에게 관심을 갖고, 자신이 돌봐줄 수 있는 사람들과 사랑이 이루어진다.

상대를 사랑한다고 하지만,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 보다 자신으로 인해 상대의 감정과 삶이 달라지길 바란다.

관계가 지속될수록 돌봄 받는 이는 책임감 있는 주체로 서지 못하고, 상대에게 떠넘기는 무책임한 모습으로 전락하기 쉽다.

시간이 지날수록, 돌봄형의 사랑이 결국 사랑으로 포장된 통제임을 느낀다.


방어형 바운더리

자아분화가 너무 많이 이루어져, '나'와 '너'가 연결되지 못하고 분리되어 있다.

상처받을까 봐 두려워 먼저 상대방을 공격하거나 거리를 두는 유형이다. 이들은 내면에 깊은 불신을 품고 있어, 친밀함이 형성될 조짐이 보이면 오히려 관계를 깨뜨리려 한다.

진정한 연결을 원하면서도,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관계를 회피하는 모순적인 행동을 반복한다.

타인과의 경계가 매우 선명하다.

자신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에 예민하다.

사람들과 갈등이 생기면 바로 관계를 끊어버린다.


지배형 바운더리

자신의 생각과 주장이 옳다고 믿으며 관계를 자신의 통제 아래 두려는 유형입니다.

이들은 자신의 불안감을 감추기 위해 관계에서 항상 우위에 서려 하고, 상대방의 약점을 파고들어 비난하기도 합니다.

'나는 솔직하다'는 명분으로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면서 관계의 균형을 무너뜨립니다.

관계 초기에는 사람들에게 잘 대하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 인정과 찬사를 원해서일 뿐이다. 그 사람 자체에게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다.

상대에게 끊임없는 인정과 찬사를 받거나 상대를 깎아내리면서 자신의 우월감을 확인한다.

지배형이 관계에서 원하는 것은 상대를 자신의 말을 잘 듣는, 또는 자신의 마음에 드는 사람으로 바꾸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목표는 지배형의 지속적인 공격을 초래한다.


건강한 바운더리 회복을 위한 방법

자신의 '관계의 틀' 알아차리기: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의 왜곡된 바운더리 유형을 솔직하게 마주하는 것이다. 내가 어떤 상황에서 순응하고, 방어하고, 통제하려 하는지를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점검해야 한다. (조아리스윈도우)

'자기 결정권' 회복하기: 작은 것부터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하는 연습을 시작해야 한다. '내가 오늘 무엇을 먹고 싶은가?',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싶은가?'와 같은 질문에 답하며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훈련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타인의 시선이나 기대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자아를 회복할 수 있다.

애착 손상 치유하기: 애착 손상을 완벽히 없앨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관계에서 상처가 발생했을 때 그것을 회피하거나 단절하는 대신, '이 관계는 회복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관계를 복구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상처를 주고받더라도 솔직하게 사과하고 용서하는 과정을 통해 관계의 안정성을 경험하는 것이 치유의 핵심입니다.

건강한 자기표현 훈련하기 (P.A.C.E.): 내 감정과 생각을 상대방에게 건강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P.A.C.E.(Pace, Acceptance, Curiosity, Empathy)와 같은 대화 기술을 익혀 자신의 경계를 명확히 전달하면서도 상대방을 존중하는 소통법을 훈련해야 한다.

'자기 세계' 구축하기: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자신을 위한 취미, 관심사, 휴식 공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관계 밖에서 독립된 자아의 힘을 기르면, 관계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서 벗어나고, 내가 단단해야 관계도 건강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2. 애착 이론의 확장


그렇다면 이제 이 책에서 주로 사용하는 이론에 대해서 논의해보자. 다양한 이론이 있지만 크게는 애착이론과 대상관계이론으로 접근한다. 라캉이나 프러이트의 이런을 사용하지는 않았다. 먼저 애착관계에서 살펴보자. 애착 관계 형성을 이해하려면 심리학의 여러 이론적 배경을 함께 살펴하는데 특히 존 볼비의 애착 이론이 그 핵심에 있다. 물론 그 뿌리에는 대상관계 이론발달심리학의 연구가 깊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이후에 대상관계 이론도 살펴보려고 한다.


존 볼비 2가지 이론 (Attachment Theory)

애착 이론의 창시자 존 볼비(John Bowlby)는 제2차 세계대전 후 부모를 잃고 시설에 수용된 아이들을 관찰하면서 이 이론을 발전시켰다.

그는 아이가 단순히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양육자에게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강력한 정서적 유대(bond)를 형성하려는 본능적인 욕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유대는 아이가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세상을 안전하게 탐색할 수 있는 '안전 기지(safe base)'의 역할을 한다.

이론 1_내적 작동 모델(Internal Working Model): 영아기에 양육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아이는 자신과 타인, 그리고 관계에 대한 기본적인 표상(representation)을 형성한다고 보았다. 예를 들어, 민감하고 반응적인 양육자를 경험한 아이는 '나는 사랑받을 가치가 있고, 세상은 안전하다'는 긍정적인 내적 모델을 갖게 된다. 반면, 예측 불가능하거나 무심한 양육자를 경험한 아이는 '나는 사랑받지 못하고, 세상은 불안하다'는 부정적인 모델을 형성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모델은 성인이 된 후에도 모든 대인 관계의 틀로 작용한다.

이론2_애착 행동 체계(Attachment Behavioral System): 아이가 양육자와의 근접성을 유지하고 보호받기 위해 사용하는 일련의 본능적인 행동(울기, 미소 짓기, 따라다니기 등)을 의미한다. 양육자의 반응에 따라 이 행동은 강화되거나 억제되는데 이는 아이의 전두엽 발달과 연결된다. 눈동자를 마주치는 행동을 학습하지 못하면 교감하기 어렵고 사회적인 장애를 가질 위험도 생긴다.



발달심리학과 '낯선 상황 실험'

볼비의 이론을 구체적으로 검증하고 애착 유형을 분류한 사람은 그의 동료인 메리 에인스워스(Mary Ainsworth)이다. 그녀는 '낯선 상황 실험(Strange Situation Procedure)'을 통해 아이들이 양육자와 분리되고 다시 재회할 때 보이는 반응을 관찰했다. 이 실험은 아이와 양육자의 상호작용의 질이 애착 유형을 결정한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주요 유형을 확립했다.

안정 애착 (Secure Attachment): 양육자가 '안전 기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경우. 아이는 양육자가 있을 때 자유롭게 주변을 탐색하고, 양육자가 떠나면 불안해하지만 돌아왔을 때 쉽게 안정을 되찾는다.

불안정-회피 애착 (Anxious-Avoidant Attachment): 양육자의 반응이 무심하거나 둔감한 경우. 아이는 양육자의 부재에 크게 반응하지 않고, 돌아와도 양육자를 피하거나 무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불안정-양가 애착 (Anxious-Ambivalent Attachment): 양육자의 반응이 일관적이지 않고 예측 불가능한 경우. 아이는 양육자에게 매달리면서도 동시에 분노를 표출하는 모순적인 행동을 보인다.



3. 대상관계 이론 (Object Relations Theory)


애착 이론의 뿌리에는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대상관계 이론이 있다. 정신분석학의 한 분파인 대상관계 이론은 인간의 성격이 외부 대상(주로 주 양육자)과의 관계 경험을 통해 형성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대상(object)'은 단순히 사물이 아닌, 우리 내면에 표상(representation)으로 자리 잡은 타인(예: 어머니의 모습, 아버지의 목소리)을 의미한다. 대상관계 이론은 양육자와의 초기 관계가 단순히 본능 충족을 넘어, 내면세계와 자아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통찰을 제공하며, 볼비의 애착 이론이 발전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대상관계 이론의 시작

멜라니 클라인(Melanie Klein): 유아는 대상을 '좋은 대상(만족을 주는)'과 '나쁜 대상(좌절을 주는)'으로 분리해 인식하고, 점차 이 둘을 통합해 하나의 '전체 대상'으로 인지하는 과정을 통해 성격이 발달한다고 보았다.

도널드 위니콧(Donald Winnicott): 그는 '충분히 좋은 엄마(good enough mother)'의 개념을 제시했다. 완벽할 필요는 없지만, 아이의 욕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적절한 좌절을 주는 엄마와의 관계를 통해 아이는 건강한 '진정한 자기(true self)'를 형성한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위니콧의 '충분히 좋은 엄마'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은 엄마: 위니콧은 '완벽한 엄마'가 아닌 '충분히 좋은 엄마(good enough mother)'가 아이에게 더 좋다고 주장한다. 완벽함을 추구하며 아이의 모든 욕구를 즉각적으로 충족시키는 것은 오히려 아이의 독립심과 현실 적응력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의 욕구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충분히 좋은 엄마는 아이의 욕구에 100% 완벽하게 반응하지는 않지만, 아이의 필요를 파악하고 적절하게 반응해주는 역할을 한다. 처음에는 아이의 모든 것을 채워주는 '일차적 모성 몰두'를 보이지만, 점차적으로 아이의 자율성을 위해 적절하게 실패하고 아이가 좌절을 경험하도록 돕는 것이다.

현실을 알려주는 역할: 충분히 좋은 엄마의 이러한 '적절한 실패'를 통해 아이는 세상이 항상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는 않는다는 현실을 배우게 된다. 이는 아이가 '진정한 자기'를 형성하고, 현실에 적응하며 건강하게 성장하는 데 필수적인 과정이다.

참 자기와 거짓 자기: 위니콧은 '충분히 좋은 엄마'와의 관계를 통해 아이가 자신의 본능적이고 자연스러운 자아인 '참 자기(true self)'를 발달시킬 수 있다고 보았다. 반대로, 완벽함을 강요하거나 아이의 욕구를 무시하는 환경에서는 아이가 현실에 적응하기 위해 타인의 기대에만 맞추는 '거짓 자기(false self)'를 형성하게 될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충분히 좋은 엄마'는 완벽한 돌봄을 제공하기보다 아이가 자율적으로 성장하고 현실에 건강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현명한 존재를 의미한다. 위니콧은 인간의 성숙과정이 단순한 생물학적 발달이 아니라, 촉진적 환경(facilitating environment)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이 이론의 핵심은 '충분히 좋은 엄마(good enough mother)'가 제공하는 보살핌이 아이의 심리적 성장을 돕는다는 점이다.



촉진적 환경의 개념

촉진적 환경은 아이가 자율성을 형성하고 참 자기(true self)를 발달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안전하고 지지적인 공간을 의미한다. 위니콧은 촉진적 환경의 세 가지 핵심 요소를 제시하였다.

안아주기(holding): 신체적, 심리적 의미에서 아이를 안전하게 지켜주는 것을 뜻한다. 엄마가 아이를 물리적으로 안아주고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은 물론, 아이의 감정적 혼란과 불안을 수용하고 이해하는 것을 포함한다. 이 과정을 통해 아이는 자신의 존재와 연속성을 느낄 수 있다.

다루기(handling): 아이의 신체적 욕구와 운동 발달을 다루는 과정을 의미한다. 엄마가 아이를 씻기고, 먹이고, 옷을 입히는 등의 일상적인 돌봄을 통해 아이는 자신의 몸과 자아를 통합하는 경험을 한다. 이는 아이가 자신의 몸을 온전한 존재로 인식하는 데 도움을 준다.

대상 제시(object-presenting): 아이가 외부 세계의 대상을 점진적으로 인식하고 관계를 맺도록 돕는 것을 말한다. 엄마는 아이의 환상이나 욕구에 맞추어 대상을 제시함으로써 아이가 '내가 대상을 창조했다'고 느끼게 해준다. 시간이 지나면서 엄마는 점진적으로 '적절한 실패'를 경험하게 하여, 아이가 현실을 인식하고 외부 세계와의 관계를 배워나가도록 유도한다.




성숙과정: 의존성에서 독립으로

위니콧은 성숙과정을 의존성에서 독립성으로 나아가는 연속적인 과정으로 설명하였다.

절대적 의존 단계: 신생아는 엄마에게 전적으로 의존한다. 이 시기에 '충분히 좋은 엄마'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엄마의 완전한 헌신은 아이에게 자신과 외부 세계가 분리되지 않은 듯한 '환상'을 경험하게 해준다.

상대적 의존 단계: 아이는 점차 자신과 외부 세계의 분리를 인식하기 시작한다. 이 시기에 엄마는 아이의 욕구에 덜 완벽하게 반응하는 '적절한 실패'를 경험하게 한다. 아이는 좌절을 겪지만, 이를 통해 현실을 인식하고 자신을 조절하는 능력을 배우게 된다.

독립으로 가는 단계: 아이는 독립적인 존재로 성장하며, 외부 대상과의 관계를 맺고 자율성을 발휘하게 된다. 이 단계에서 아이는 더 이상 엄마에게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으며, 자신만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위니콧은 이러한 성숙과정이 촉진적 환경이라는 토대 위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고 강조하였다.



4. 관계를 읽는 시간의 작가의 접근방식


정신과 의사인 작가는 환자의 증상을 단순히 다루는 것을 넘어, 그 증상의 근본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애착 이론대상관계 이론을 활용했다고 볼 수 있다. 정신과 의사는 내담자의 현재 증상(예: 우울증, 불안장애, 대인관계 문제)이 단순히 현재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어린 시절의 경험에서 비롯된 왜곡된 심리적 패턴일 수 있다고 본다. 이 패턴을 이해하는 데 가장 유용한 도구가 바로 애착 이론과 대상관계 이론이다. 문요한은 환자가 겪는 관계의 어려움이 존 볼비가 말한 '내적 작동 모델'에 기인한다고 분석한다. 즉, 과거 주 양육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된 '나는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가?', '세상은 안전한가?'와 같은 무의식적인 믿음이 현재의 모든 관계에 그대로 투영된다는 것이다.


'관계를 읽는 시간' 속 이론의 활용

문요한은 자신의 책 '관계를 읽는 시간'을 통해 이러한 전문적인 이론들을 일반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재해석했다.

진단 도구로서의 애착 이론: 그는 불안정 애착 유형(회피형, 양가형)이 관계 속에서 어떻게 '순응형', '돌봄형', '방어형', '지배형'과 같은 역기능적인 '관계의 틀'로 발현되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정신과 의사의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틀은 단순히 성격이 아니라, 치유가 필요한 심리적 상처의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치료의 방향 제시: 그는 증상을 완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왜곡된 '내적 작동 모델'을 건강하게 재구성하는 것을 궁극적인 치료 목표로 삼는다. 이를 위해 책에서는 '자기 결정권 회복', '자기 세계 구축' 등 실용적인 방법들을 제시한다. 이는 상담실에서 내담자의 자아를 강화하고 새로운 관계 경험을 쌓게 하는 치료 과정과 동일한 원리이다.

작가는 애착 이론을 단순히 지식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무의식 깊은 곳에 자리한 관계 패턴을 이해하고, 이를 치유하기 위한 구체적인 치료 방향을 제시하는 임상적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러한 이론들을 우리가 가진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까? 작가가 의도한대로 한국인들 대부분이 50대 전쟁을 지나쳐온 부모님을 겪었고 또 그렇게 과분화 혹은 미분화된 가족에서 태어나 자기 역시도 어떤 패턴을 가지고, 또 자녀들을 낳아서 기른다. 그러니 우리는 어떤 '고리'를 끊고 새로운 출발을 하려면 결국은 이 책에서 이야기한대로 대안을 찾아야 한다. 대상관계 이론은 환자의 증상을 직접적으로 없애는 '기술'보다는, 치료 관계 자체를 통해 상처 입은 내면을 치유하는 것을 핵심적인 처방으로 삼는다. 즉, '치료자가 내담자를 위한 새로운 대상이 되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처방인 것이다.


대상관계 이론의 핵심 치료 목표

내면화된 '나쁜 대상'의 통합: 내담자가 과거에 내면화한 '나쁜 대상'(자신을 버리거나 거부했던 타인)과 '나쁜 자기'(사랑받을 가치가 없다고 느꼈던 자기 자신)를 직면하고 통합하는 것을 돕는다.

분리된 경험의 통합: 극단적으로 나뉘어 있던 좋은 경험과 나쁜 경험을 하나의 온전한 대상으로 통합하는 것이다. '완벽하고 좋은 엄마'와 '좌절을 주는 나쁜 엄마'라는 분리된 표상을 '때로는 완벽하지 않지만 사랑을 주는 엄마'라는 현실적인 이미지로 통합하게 된다.

현실적인 자기-타인 관계 형성: 치료를 통해 자신과 타인을 좀 더 현실적이고 수용적인 태도로 바라보게 된다. 자신과 타인에게 완벽을 요구하는 대신,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능력을 기르게 된다. 나는 나로써 그 자체로 좋은 것이다.


주요 치료 기법 및 과정

버텨주기 (Holding): 도널드 위니콧의 개념에서 나온 가장 중요한 치료 기법이다. 치료자는 내담자의 불안, 분노, 두려움 등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들을 비난하거나 거부하지 않고 묵묵히 받아주고 지지한다. 마치 불안정한 아기의 감정을 어머니가 '버텨주듯' 말이다. 이 경험을 통해 내담자는 자신의 감정이 안전하게 수용될 수 있다는 것을 배우고, 내면의 혼란을 정리할 힘을 얻게 된다.

투사적 동일시의 이해 및 활용: 대상관계 이론에서 중요한 개념인 투사적 동일시(projective identification)를 치료자가 적극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내담자는 과거에 내면화한 감정(예: 거부당한 분노)을 치료자에게 무의식적으로 '투사'하고, 치료자가 그 감정을 실제로 느끼게 만든다. 치료자는 이 감정을 깨닫고, 내담자에게 다시 되돌려주며 '당신이 지금 느끼는 감정은 이런 것인가요?'라고 물어보며 통찰을 돕는다.

재경험과 새로운 대상의 제공: 치료자는 내담자에게 과거에 경험하지 못했던 '충분히 좋은 대상(good enough object)'이 되어준다. 과거 양육자가 무심했거나 예측 불가능했다면, 치료자는 일관되고 예측 가능한 존재가 되어 내담자가 안전감을 느낄 수 있게 돕는다. 이 과정을 통해 내담자는 새로운 내적 대상을 형성하고, 건강한 관계를 맺는 새로운 방식을 배운다.

결론적으로, 대상관계 이론의 '처방'은 내담자의 행동을 직접적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치료자와의 안전한 관계를 통해 상처 입은 내면을 재구성하고 치유하는 것이다.



5. 비판적인 관점에서 다시 보기


물론 모든 사람을 만족 시킬 수는 없다. 대상관계 이론과 애착관계 이론이 가지고 있는 수 많은 비판요소가 있다. 또한 이러한 대상관계이론과 연결된 '관계를 읽는 시간'에 대한 비판점은 존재한다.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씩 비판지점을 찾아보는 것은 중요하다. 이것을 통해서 자신이 처한 바운더리가 확장되었을 때 또 그 바운더리에 갖히지 않고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는 계속 성장하고 성숙할 수 있다. 단지 치료와 회복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돕고 더 풍성한 삶을 살 수 있는 잠재성을 가진 존재이다. 비판점은 다음과 같다.


대상관계 이론에 대한 비판점

대상관계 이론은 행동주의나 인지심리학처럼 과학적 검증이 어렵다는 비판을 받는다.

실증적 증명 부족: 대상관계 이론의 주요 개념인 '내적 대상'이나 '분리-개별화' 과정은 관찰이 불가능한 내면의 심리적 현상이다. 이는 과학적 방법론으로 증명하기 어렵고, 따라서 이론이 객관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다.

지나친 유아기 결정론: 모든 심리적 문제를 유아기의 초기 관계 경험으로 환원시키는 경향이 있다는 비판도 있다. 성인이 된 후의 사회적 경험, 환경, 개인의 의지 등 다양한 요소가 성격과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다는 지적은 타당하다.

치료의 비효율성: 대상관계 치료는 오랜 시간이 걸리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치료 관계를 통해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은 효과적일 수 있지만, 단기적이고 구체적인 문제 해결을 원하는 내담자에게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니깐 책만 읽어서 어쩔 수 없고, 결국 치료를 받아야 한다.


'관계를 읽는 시간'에 대한 비판점

단순한 유형화의 함정: 책이 제시하는 순응형, 돌봄형 등의 네 가지 유형이 사람들의 복잡한 심리를 지나치게 단순화한다는 비판을 받기 쉽상이다. 독자가 자신을 특정 유형에 가두고, 오히려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자기 합리화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있다. 사실 모든 사람은 여러 유형의 특성을 복합적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책임을 과거로 돌리는 경향: 책은 애착 손상을 관계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제시하는데, 일부 독자는 이를 '내 문제는 부모님 탓'이라는 태도로 이어갈 수도 있다. 이 경우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약화시키고, 과거의 상처에만 머물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물론 책에서는 쌍방향적인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독자가 일방적인 책임으로 받아들일 위험이 있다.

실천 방법의 한계: 책에 제시된 극복 방법(예: '아니오'라고 말하기, 자기 세계 만들기)은 원론적으로는 옳지만, 실제 삶에서 실천하기에는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을 수 있다. '사람이 쉽게 변할 수 있을까?'라는 회의론이 따를 수 있으며, 이는 전문적인 심리 상담의 도움 없이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기도 하다.




0. 나오기


치유는 아닐찌라도 회복하자! 그리고 화해하자! 자기혐오와 자기성과주의 시대에 자신을 너무 미워하지 말고 화해하자. 인간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나면, 어쩔 수 없이 연약함에서 시작할 수 밖에 없다. 누군가 돌봐주어야만 겨우 일어설 수 있고 누군가가 보살펴 주어야만 겨우 어른이 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수동적으로 받을 수 밖에 없는 상처들, 아픔들, 무관심과 냉소 그리고 적대감. 언젠가 이걸 해석할 수 있는 시간이 오면 잠자고 있던 유령이 깨어난다. 분노를 무의식에 내재한 체로 살아가는 사람들. 그 분노를 해결하는 길은 자기용서 밖에 없다.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까지는 아니여도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밖에는. 그러나 이제는 선택할 수 있고 판단할 수 있고 거절할 수도 있다. 그러니 마음 속 분노에 사로잡힌 어른아이를 해방해줘야 한다. 얼른 밖으로 나가서 성장하고 의미를 찾도록. 어릴적의 그 바운더리를 이제는 가뿐히 넘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자. 하나하나 해보자. 조금씩 조금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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