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의 현대화 어떻게 볼 것인가?
신성장연구소에서 진행하는 수업에 가끔씩 참여한다. 매주 금요일 저녁 8시에 시작하는 스터디는 한마디로 이성계가 아니라 정도전을 위한 자리이다. 각 분야의 정책과 아젠다를 가지고 다양한 논의를 시작한다. 오늘은 김정섭 교수님의 강의시간이었다. 한미동맹에 대해서 새롭게 전략적으로 살펴보는 자리이다. 이전까지는 김지윤 교수님의 강의로 봤지만, 오늘은 전문가인 교수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다양한 고민을 할 수 있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2기의 구성과 전략에 대해서 한국이 새로운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전쟁은 일정한 특징이 있고, 그 특징은 억지력과 관련되어 있다. 힘의 균형이 깨지는 순간, 억지력이 깨지는 순간 세계대전을 일어난다. 우리는 그 억지력의 중심에 있다. 북핵문제와 한미동맹. 풀어야할 숙제가 너무 많다.
트럼프 행정부의 국방전략은 '미국 우선주의'를 기조로 삼아, 이전 행정부와는 확연히 다른 접근 방식을 취했다. 그 핵심은 전략적 경쟁으로의 회귀와 '힘을 통한 평화'**로 요약할 수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국방정책이 대테러 전쟁에 집중했던 것과 달리,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 러시아를 미국의 힘에 도전하는 '수정주의 세력'으로 규정하고 이들에 대한 장기적인 군사적 경쟁에 대비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이와 함께 국방비를 대폭 증액하며 군사력 재건에 힘썼다. 2018년 국방 예산은 약 7,000억 달러로 증액되었으며, 이는 F-35와 같은 첨단 전투기 도입, 함대 증강 등 군사력 우위 확보에 쓰였다.
이러한 국방 전략은 동맹국과의 관계 재정립을 포함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국들이 미국의 안보에 '무임승차'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강력히 요구했다. 일례로, 한국에 대해 2019년 방위비 분담금을 기존의 5배 이상인 약 50억 달러로 인상할 것을 요구했고, 나토(NATO) 회원국들에게는 GDP 대비 국방비 지출을 4%까지 늘리라고 압박했다. 이는 동맹의 가치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동맹국들이 더 많은 안보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려는 시도였다.또한, 트럼프 행정부는 지리적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 지역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늘렸다. 이는 남중국해에서 군사력을 확장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미국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하며 쿼드(Quad)와 같은 안보 협력체를 통해 중국에 대응했다.
동시에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같은 비전통적 안보 위협에도 대응하기 위해 미사일 방어체계를 강화하고, 전략 핵잠수함과 같은 핵전력 현대화에도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다. 이러한 변화는 미국 국방전략의 최우선 순위가 중동에서 아시아로 이동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변화이다. 이와 같은 트럼프 행정부의 국방전략은 전통적인 외교정책과는 달리, 동맹국과의 관계에서 국익을 최우선으로 내세우고, 군사적 힘을 통한 압박을 주요 수단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큰 특징을 지닌다. 이는 동맹을 안보의 공동 자산이 아닌, 경제적 관점의 거래 관계로 보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접근은 미국의 외교 및 국방정책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으며, 국제질서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한미동맹은 앞으로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 관세협상으로 한창 시끄러웠던 트럼프정부는 내심 '방위비' 부담에 대한 이슈를 대외적으로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고심하는 듯하다. 이에 따라서 주한미눅의 역할과 규모, 성경의 변화를 예상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전시작전권 환수의 문제도 미국의 전략적 변화로 인해서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 그럼 어떤 모순들이 있는지 조금 더 자세하게 살펴보자. 원래 전략의 핵심은 이상적인 미래를 그리는 것 이전에 올바른 현실인식이 필요하다. 예전처럼 굳건한 한미동맹이 아니라 지정학적이고 국제정세의 상황을 고려한 상태에서 전략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비용 압박 및 전가: 국방비 증액과 방위비 분담금 인상
한미동맹의 가장 민감한 현안 중 하나가 바로 비용 문제이다. 미국은 동맹국에게 더 많은 비용 분담을 요구해왔고, 특히 트럼프 행정부 시절 이 압박은 전례 없이 강화되었다.
12차 SMA(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 약 1조 5,192억 원으로,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약 50억 달러(한화 약 6조 원)에 달하는 인상을 요구했지만, 결국 한국은 이보다 훨씬 낮은 금액에 합의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한국 내에서는 ‘안보 비용을 과도하게 전가받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컸다.
전략자산 전개 비용: 미국은 한반도에 B-1B 전략폭격기(약 9만 6천 불), B-52H 폭격기(약 4만 9천 불), 니미츠 항모(약 700만 불) 같은 전략자산을 파견하며 억지력을 과시한다. 그러나 이 과정 역시 한국이 일정 부분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논리가 작동하며 ‘보여주기용 무력 과시’와 ‘비용 부담’ 사이의 갈등이 존재한다.
미국은 ‘안보 우산 제공’이라는 명분으로 한국의 방위비 부담을 늘리려 하고, 한국은 동맹 유지와 자주국방 사이에서 균형을 고민하는 구조이다.
주한미군 조정: 역할, 규모, 성격 변화
주한미군의 성격과 배치는 한미동맹의 또 다른 핵심 쟁점이다.
주한미군 감축: 2020년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약 4,500명의 주한미군 철수를 검토한 바 있다. 이는 동맹을 지렛대로 활용하여 한국의 방위비 분담을 압박하는 카드로 쓰였으며, 한국 안보에는 불안 요인으로 작용했다.
전략적 유연성: 2006년 반기문–라이스 합의 이후 주한미군은 단순히 ‘북한 억제’ 역할을 넘어, 동북아와 심지어 인도·태평양 전역까지 작전이 가능한 ‘전략적 유연성’을 갖게 되었다. 즉, 주한미군은 이제 ‘한국 방어군’이 아니라 ‘미국의 세계 전략 자산’으로 재편된 것이다.
이 변화는 한국에게 양날의 검이다. 안보를 미국과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한국의 동의 없이도 주한미군이 다른 지역 분쟁에 투입될 수 있다는 불안정성을 내포한다.
한미 지휘관계 재조정: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마지막 현안은 한미 지휘구조의 변화, 즉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문제이다.
전작권 전환: 현재 한국군은 평시작전권은 갖고 있지만, 전시에는 한미연합사령부가 작전권을 행사하며, 실질적인 지휘권은 미군 장성이 갖고 있다. 한국은 이를 자주국방의 미완성으로 보고, 점진적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주일미군과의 위상 차이: 일본은 자국 자위대가 독립적 작전권을 유지한 채 미국과 협력하는 구조지만, 한국은 아직 전작권이 미국에 종속된 상태이다. 따라서 전작권 환수는 단순한 지휘체계 변화가 아니라 한미동맹의 대등성, 나아가 국가 주권의 상징적 과제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유엔사령부의 역할과 위상 문제도 얽혀 있어, 단순히 군사적인 논의를 넘어 국제법적, 정치적 차원에서도 복잡한 협상이 필요하다.
미국 발 동맹변환의 모순과 딜레마
트럼프 행정부 시기 미국은 동맹 정책에서 기존의 기조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 한반도 방위와 관련해 한국의 책임을 강화하면서도 미국의 확고한 안보 보장을 약화시키는 방식이었다. 즉, 한국에게는 더 많은 비용과 책임을 요구하면서 정작 미국의 커밋먼트는 줄어드는 모순이 드러났다. 동시에 주한미군의 역할은 북한 억제에 집중하던 것에서 벗어나 중국 견제를 위한 전진기지로 성격이 바뀌었고, 이는 한국이 원하지 않더라도 미·중 전략 경쟁에 연루될 가능성을 높였다.
이러한 변화는 한미동맹의 효용과 비용을 재점검하게 만들었다. 미국의 공약이 약화되고 주한미군의 성격이 변하면서 한국이 얻는 억지력 효과는 줄어든 반면, 방위비 분담금은 크게 늘었다. 나아가 주한미군 활동이 중국을 겨냥하게 되면서 한국의 외교적 부담은 증대되었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과거보다 더 큰 비용을 부담하면서도 안보 효과는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역설적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동맹 결속이 주는 비용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보다 4~5배 높은 방위비 분담을 요구했고, 이는 단순한 협상 압박을 넘어 한국의 외교적 자율성을 제약하는 수단으로 작용했다. 또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는 한국을 미·중 갈등의 전면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내포했다. 한국은 동맹을 유지하는 동시에 자국 외교의 독립성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이중의 부담을 지게 된 것이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현상 유지가 언제까지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있다. 한미동맹은 한국 안보의 근간이지만, 트럼프 시대의 경험은 이 동맹이 결코 ‘무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동맹은 필수적이지만 그만큼 비용과 제약도 커지고 있으며, 한국은 앞으로 동맹 강화와 외교 자율성 확대라는 상충된 선택지 사이에서 전략적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 딜레마는 단순히 방위비 문제가 아니라, 한국 외교·안보 전략 전반을 규정하는 근본적인 과제라 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 시기 미국은 동맹 정책에서 기존의 기조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 한반도 방위와 관련해 한국의 책임을 강화하면서도 미국의 확고한 안보 보장을 약화시키는 방식이었다. 즉, 한국에게는 더 많은 비용과 책임을 요구하면서 정작 미국의 커밋먼트는 줄어드는 모순이 드러났다. 동시에 주한미군의 역할은 북한 억제에 집중하던 것에서 벗어나 중국 견제를 위한 전진기지로 성격이 바뀌었고, 이는 한국이 원하지 않더라도 미·중 전략 경쟁에 연루될 가능성을 높였다. 이러한 변화는 한미동맹의 효용과 비용을 재점검하게 만들었다. 미국의 공약이 약화되고 주한미군의 성격이 변하면서 한국이 얻는 억지력 효과는 줄어든 반면, 방위비 분담금은 크게 늘었다. 나아가 주한미군 활동이 중국을 겨냥하게 되면서 한국의 외교적 부담은 증대되었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과거보다 더 큰 비용을 부담하면서도 안보 효과는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역설적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동맹 결속이 주는 비용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보다 4~5배 높은 방위비 분담을 요구했고, 이는 단순한 협상 압박을 넘어 한국의 외교적 자율성을 제약하는 수단으로 작용했다. 또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는 한국을 미·중 갈등의 전면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내포했다. 한국은 동맹을 유지하는 동시에 자국 외교의 독립성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이중의 부담을 지게 된 것이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현상 유지가 언제까지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있다. 한미동맹은 한국 안보의 근간이지만, 트럼프 시대의 경험은 이 동맹이 결코 ‘무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동맹은 필수적이지만 그만큼 비용과 제약도 커지고 있으며, 한국은 앞으로 동맹 강화와 외교 자율성 확대라는 상충된 선택지 사이에서 전략적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 딜레마는 단순히 방위비 문제가 아니라, 한국 외교·안보 전략 전반을 규정하는 근본적인 과제라 할 수 있다.
콜비와 'Strategy of Denial'의 핵심
엘브리지 콜비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방 전략 수립을 주도한 인물로, 그의 저서 『Strategy of Denial』은 오늘날 미국 보수 진영의 대중국 전략을 대표하는 책이다.
콜비는 자유주의적 패권 외교, 즉 “민주주의 확산”을 지향하는 전통적 미국 외교 노선을 비판하면서, 이제는 가치 외교보다 전략적 현실주의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콜비의 전략의 핵심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의 군사·외교 자원을 최대한 동아시아와 서태평양에 집중시키고, 불필요한 지역 개입을 줄이는 것이다.
대만해협과 서태평양의 요충지화
콜비의 사고에서 대만해협과 동아시아는 단순한 지역 현안이 아니라 세계 패권의 분수령이다.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통일하거나, 서태평양에서 미군의 영향력을 밀어내면,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자체가 흔들린다고 본다.
따라서 미국은 중동이나 유럽에서의 개입보다 대만해협과 서태평양에서의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 이는 곧 한국, 일본, 필리핀, 호주 같은 동맹국들이 중국 견제 전선에 필수적으로 동원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를 가진다.
주한미군 감축과 전략적 유연성 논리
콜비의 구상은 주한미군에 직접적인 함의를 갖는다. 그의 논리에서는 주한미군이 ‘북한 억지 전담군’으로만 머무르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미국의 자원을 절약하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주한미군이 중국 견제에 활용 가능한 전략적 유연성을 가져야 하며, 필요하다면 주한미군 규모를 감축하거나 재배치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는 한국 입장에서는 안보 공백과 비용 증가라는 이중의 압박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한국이 미국 전략의 일부가 되는 대신, 자체적인 방위비와 외교적 위험을 더 많이 떠안아야 하는 구조이다.
Homeland Defense와 트럼프 진영 내 조화
콜비는 무엇보다도 미국 본토 방위(Homeland Defense)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관점을 강조한다. 해외 주둔 미군이 지나치게 분산되어 있으면 본토 방위력이 약화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군의 해외 개입은 본토 방위와 직결되는 경우로 한정해야 한다. 이러한 논리는 트럼프, 콜비, 그리고 공화당 내 대표적 대중 강경파인 마르코 루비오(Rubio) 같은 인물들 사이에서 일정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즉, 트럼프 진영은 자유주의적 가치 확산보다는 중국 견제, 비용 절감, 본토 우선이라는 기조 아래에서 새로운 동맹 조정론을 발전시켜온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전략 경쟁은 단순한 패권 다툼이 아니라, 억지와 강압, 제한전쟁과 핵전쟁의 가능성까지 아우르는 복합적 안보 문제이다. 두 국가는 서로의 군사력과 정치적 의지를 시험하면서, 전쟁을 피하려는 동시에 전쟁 준비를 지속하는 모순적 상황에 놓여 있다. 따라서 이 경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억지의 작동 방식, 강압의 본질, 군사 충돌 시나리오, 그리고 핵전쟁 가능성까지 다차원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런 차원에서 주한미군은 전략적 유연성에 따라서 대만해역으로 파견될 수도 있고, 감축되고 군사비를 아끼는 수를 둘 수도 있다. 미중전쟁 시나리오에 따라서 대응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말그대로 전략적으로 유연하게 대처해야하는 때가 왔다. 아니 이렇게 '주한미군'은 절대적일 줄 알았는데, 이제는 스스로 해볼 고민을 해야 한다니.
미중 전쟁 시나리오
미·중 전략에서 중요한 것은 억지(deterrence)와 제한전쟁(limited war)의 대립이다. 억지는 상대의 행동 의지를 꺾어 도발을 막는 것이고, 제한전쟁은 전면적 확전을 피하면서 국지적 충돌을 관리하는 전략이다. 중국은 점진적 강압과 시간을 벌어 미국의 개입을 지연시키려 하며, 미국은 이를 억제하고 차단하려는 전략을 취한다. 이 과정은 단순히 군사력의 비교가 아니라 심리전과 외교적 압박까지 포함하는 복합적 구조를 가진다.
강압의 본질은 실제 전쟁이 아니라 전쟁을 상상하게 하는 능력에 있다. 상대방이 전쟁의 대가를 의식하고 스스로 양보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세 가지 핵심 시나리오가 제기된다. 첫째는 억지가 실패하는 경우, 둘째는 오판으로 인한 의도하지 않은 확전, 셋째는 선제적 예방전쟁이다. 특히 두 번째 경우는 정치적·군사적 계산 착오가 예상치 못한 전면전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가장 위험하다.
군사 충돌은 미사일 공격, 도서 점령, 해상 봉쇄, 전면 침공 등 다양한 형태로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분석하기 위해 전략가들은 전쟁 시뮬레이션(war game)을 수행하며, 핵심 변수인 군사력 균형, 동맹국의 개입, 핵 억지의 신뢰도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마지막으로 “생각할 수 없는 것을 생각하라”는 명제는 핵전쟁 가능성을 상정해야 함을 뜻한다. 제한 핵전쟁은 국지적 사용을 가정하지만, 일단 핵무기가 사용되면 확전 위험은 걷잡을 수 없다. 따라서 미국과 중국은 핵전쟁의 상상 속 시나리오를 통해 억지력을 강화하고 전략적 선택지를 조율한다.
제한전쟁의 사례와 특징
제한전쟁의 대표적 사례로는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걸프전을 들 수 있다. 한국전쟁에서 미국과 유엔군은 한반도의 공산화를 막으려 했지만 중국·소련과의 전면전을 피하기 위해 전쟁 범위를 한반도로 한정하였다. 맥아더 장군의 만주 공격 제안이 거부된 것은 제한전쟁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베트남전쟁에서도 미국은 남베트남 방어라는 목표를 설정했으나, 핵무기 사용이나 북베트남 전면 점령은 배제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제한은 전략적 모순을 낳아 결국 전쟁에서 패배로 이어졌다. 걸프전은 제한전쟁의 전형으로 평가되는데, 다국적군은 쿠웨이트 해방이라는 한정된 목표만 달성하고 이라크 정권 붕괴까지는 나아가지 않았다.
제한전쟁의 가장 큰 특징은 정치적 목표가 제한된다는 점이다. 전면적인 정권 교체나 국가 해체를 추구하지 않고, 특정 지역 방어나 점령 해제, 세력 확산 억제 등 제한된 목표를 세운다. 이는 전면전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정치적 계산을 전제로 하며, 전쟁의 시작부터 종료까지 목표와 범위가 비교적 명확하게 설정된다.
제한전쟁은 전쟁 수단에서도 분명한 제약을 둔다. 핵무기와 같은 대량살상무기 사용은 배제하거나 극도로 신중하게 고려하며, 군사 행동 역시 특정 지역과 국지적 범위로 한정된다. 이러한 수단의 제한은 확전을 관리하려는 전략적 의도에서 비롯되며, 군사적 파괴보다는 정치적 압박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운영된다.
제한전쟁은 국제 정치적 고려와 협상의 병행이 두드러진다. 특히 강대국 간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주변국과 국제사회의 반응을 고려하며, 종종 대리전의 형태를 띠기도 한다. 또한 제한전쟁은 협상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군사적 충돌이 외교적 타협을 유도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며, 억지와 협상이 병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엘브리지 콜비와 '부정의 전략(Strategy of Denial)'
콜비는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자유주의적 패권 외교를 비판하면서, 무제한적 개입이 아니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위협에 전략적으로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의 구상은 단순히 이상주의적 가치 외교가 아니라, 냉정한 국익 중심의 힘의 균형 전략에 기반한다.
대만과 서태평양의 전략적 요충지 : 콜비의 핵심 논지는 대만해협과 동아시아·서태평양 지역이 세계 패권의 향방을 좌우할 요충지라는 점이다. 중국이 이 지역을 장악하면 미국의 동맹망은 붕괴하고, 국제질서의 헤게모니가 중국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미국은 전 세계적으로 분산된 개입보다 대만 방어와 인도·태평양 안정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나토 확장이나 중동 개입보다 훨씬 더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전략적 우선순위로 제시된다.
주한미군과 동맹의 전략적 조정 : 콜비는 주한미군 문제와 관련해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한다. 즉, 한국에 미군을 무한정 주둔시키는 것보다 비용과 위험 대비 효과를 따져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는 단순히 방위 공약을 약화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한정된 자원을 중국 견제라는 더 큰 목표에 집중하려는 계산에서 나온 것이다. 결국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도 단순한 수동적 수혜자가 아니라, 공동의 부담을 지고 전략적 조율에 참여해야 하는 파트너로 간주된다.
미국 내 정치적 맥락과 우선순위 논쟁 : 콜비의 논리는 미국 내 정치적 맥락에서도 큰 의미를 지닌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그는 트럼프, 루비오 등과 함께 중국 우선 전략을 뒷받침하는 이론적 기반을 제공했다. 그는 Homeland Defense(본토 방위)를 최우선으로 두되, 해외 개입은 중국 억지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경우에 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였다. 이는 자유주의적 패권 유지 전략과 대비되는, 현실주의적·선택적 개입 전략으로서 미국의 동맹 정책을 재편하는 방향성을 제시한다.
한반도는 역사적으로 지정학적 요충지로 여겨져 왔지만, 오늘날에는 단순히 북한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미국의 작전과 군수 지원을 위한 동북아 전략 허브 기지로 발전하였다. 일본과 중국 본토 사이에 놓여 있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한반도는 동북아시아의 세력 균형을 결정짓는 데 있어 필수적이다. 특히 중국이 서태평양으로 세력을 확장하려는 상황에서, 미국에게 한반도는 중국의 팽창을 견제하고 억제할 수 있는 핵심 지점으로 자리매김한다. 미국은 한국을 단순히 방어 대상국이 아니라, 인도·태평양 전략을 수행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거점으로 간주하며, 이를 통해 북한 도발 억지와 중국 견제를 동시에 달성하려 한다.
주한미군의 성격도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이전의 주한미군이 북한의 남침을 막기 위한 정태적 방어군이었다면, 오늘날에는 역동적 전력화(dynamic forces)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한반도에 배치된다. 이는 단순히 주둔하는 군대가 아니라, 동북아시아 전역에서 빠르게 기동할 수 있는 전략적 신속 대응군으로 재편되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주한미군은 한국 내에서만 작전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경우 대만해협, 일본, 괌, 심지어 남중국해까지 이동하여 상황에 개입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북한 억지를 넘어서, 중국의 부상과 서태평양 질서 재편에 대응하기 위한 보다 포괄적이고 유연한 전략적 전환을 보여준다.
전략가들이 한반도를 “중국과 일본 본토 사이에 놓인 항공모함”이라고 묘사하는 것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군사적 현실을 반영한다. 지리적으로 대만에서 미국 본토 샌디에이고까지의 거리는 약 1만 km에 달해, 직접적인 지원이 쉽지 않다. 그러나 대만에서 한국을 거쳐 괌까지의 거리는 약 2,800km로, 훨씬 짧고 작전 효율성이 높다. 이 차이는 미국이 한반도를 전진 항공모함처럼 활용할 때, 훨씬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군사력을 투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한국은 단순한 동맹국을 넘어 미국이 아시아에서 패권적 입지를 유지하기 위한 핵심 플랫폼으로 기능하며, 주한미군의 존재 자체가 중국의 전략적 계산을 크게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반도의 전략적 가치는 북한 위협과 대만해협 분쟁이 단절된 문제가 아니라
상호 연결된 안보 과제임을 드러낸다.
북한의 도발은 한반도 차원에서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전체를 압박하고 중국의 전략적 여지를 넓히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은 한국 방위를 통해 북한을 억제하는 동시에, 대만 사태에 개입할 수 있는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하게 된다. 이미 “전략적 유연성”은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작동하는 원리로, 주한미군은 한국만이 아니라 동아시아 전역의 위기 대응을 담당하는 다목적 전력(multifunctional forces)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한국은 단순한 군사 동맹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되며, 미·중 패권 경쟁의 교차점에서 전략적 협력자이자 부담 분담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적 유연성 이해
미국 국방부의 '전략적 유연성'은 냉전 종식 이후 전 세계적인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군의 해외 주둔 방식을 재편하는 군사 전략이다. 이 개념은 단순히 특정 지역 방어에만 국한된 군사력을 운용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전 세계의 다양한 분쟁이나 위기에 신속하게 투입할 수 있는 기동 타격군으로 미군을 전환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특히 주한미군과 같은 해외 주둔군을 '붙박이 군대'가 아닌, 전 세계 작전에 동원 가능한 전략적 자산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외교 정책의 핵심으로 삼았으며, 이는 전략적 유연성 개념을 더욱 실리적이고 비용 효율적인 방향으로 해석하는 계기가 되었다.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 : 트럼프 행정부는 해외 주둔 미군이 제공하는 안보 혜택에 대해 동맹국이 충분한 비용을 분담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인식 아래, 주한미군을 포함한 해외 주둔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명목으로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증액하려 했다. 이는 동맹국이 미군의 글로벌 전략에 대한 '비용'을 더 많이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졌고, 실제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상당한 인상 요구가 있었다.
미군의 역할 재조정 및 재배치 : 트럼프 행정부는 미군의 해외 주둔을 미국의 국익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재조정하려는 의도를 보였다. 특히 주한미군을 북한 억제라는 기존 역할 외에 중국 견제라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시각이 강했다. 이는 한반도 안보 문제와 별개로, 중국과 대만해협 등 다른 지역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 주한미군이 투입될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접근은 한국 내에서 "한국을 중국 견제를 위한 발진기지로 만들려 한다"는 우려를 낳기도 하였다.
거래적 외교 방식의 적용 :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 관계를 안보와 경제를 연계한 '거래'의 대상으로 여겼다. 이로 인해 '전략적 유연성'은 단순히 군사적 개념을 넘어, 방위비 증액이나 무역 협상 등 다양한 외교 현안과 결부되는 특징을 보였다. 동맹국이 미국의 요구에 부응할 경우에만 군사적 지원을 유지하거나, 심지어 주둔 병력 감축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압박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전략적 후퇴(pivot home) 전략과 트럼프정부
주한미군 감축 논의와 전략적 후퇴 구상 : 전략적 후퇴론은 미국이 해외에 광범위하게 주둔하는 군사력을 축소하고, 본토 방위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이 맥락에서 제시되는 대표적인 안 중 하나가 주한미군의 급진적 감축안이다. 현재 약 28,500명 규모의 주한미군을 10,000명 수준으로 줄이자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병력 감축이 아니라, 미군의 해외 전력 전개 방식 자체를 재편하려는 움직임으로, 비용 절감과 군사적 효율성을 동시에 고려한 논의라 할 수 있다.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와 회의론 : 주한미군은 오랫동안 한반도 방위와 동시에 동아시아 전역에서 다영역 임무를 수행하는 존재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전략적 후퇴론자들은 이러한 역할에 대해 점점 회의적인 시각을 갖는다. 즉, 한반도라는 특정 전장에 미군을 고정 배치하기보다, 본토나 괌·하와이 등 후방 거점에서 필요 시 전력을 투사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주장이다. 이는 동맹국 방위 공약을 약화시키는 위험이 있지만, 동시에 미군이 지나치게 전 세계에 분산되어 중국과 같은 핵심 도전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계산이 담겨 있다.
대만 문제와 인도태평양 전략의 재구성 : 전략적 후퇴론은 대만 문제와도 직결된다. 미국에게 대만은 분명히 중요한 전략적 거점이지만, 중국과의 전면전을 감수할 만큼 절대적인 이익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Taiwan matters to the U.S. – just not enough to justify a war with China”라는 문구가 보여주듯, 미국 내에서는 대만 방어가 중요하지만, 이를 위해 중국과 직접 전쟁을 벌이는 것은 비용 대비 위험이 크다고 본다. 따라서 미국은 중국의 매파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인도태평양 전략을 구상하며, 대만을 지키되 전면 충돌을 피하려는 신중한 태도를 취한다.
확장억제, 제2도련선 후퇴, 그리고 핵 억제력 : 전략적 후퇴론자들은 전진 배치된 미군의 생존성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중국의 장거리 정밀 타격 능력이 강화되면서, 한반도·일본·대만 등 제1도련선(first island chain)에 주둔하는 미군은 위협에 취약해졌다. 따라서 후방의 괌이나 하와이 같은 제2도련선(second island chain)으로 물러나 미군을 배치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확장억제의 신뢰성이다. 미국이 전진 배치를 줄이고 본토 중심 전략으로 회귀할 경우, 동맹국들은 미국의 방위 공약을 신뢰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략적 후퇴론은 우호적 핵확산 가능성을 자극할 수 있으며, 한국·일본 같은 동맹국들이 독자적인 핵무장을 고민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미중전쟁은 어떻게 될까?
불안정한 현상유지와 지속 가능성 : 미·중 경쟁은 현재 불안정한 현상 유지 위에서 진행되고 있다. 대만해협, 한반도, 남중국해 등에서 군사적 긴장과 갈등은 고조되지만, 동시에 전면전은 피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긴장 관리가 영원히 지속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냉전 시기 미·소 간에도 쿠바 미사일 위기와 같은 위기 순간이 있었듯, 미·중 경쟁에서도 작은 사건이 전면 충돌로 비화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불안정한 현상유지가 얼마나 오래 유지될 수 있는가?”는 핵심적인 전략 질문이다.
중국의 전략과 강압의 강화 : 중국은 강압(coercion)의 수위를 높이며 미국과 동맹국을 시험하고 있다. 군사적 무력시위, 경제적 압박, 외교적 고립 시도 등을 통해 상대방이 먼저 양보하게 만들려는 전략이다. 예컨대 대만에 대한 군사 훈련, 한국에 대한 사드(THAAD) 보복, 호주에 대한 경제 제재 등은 모두 이러한 강압적 수단의 일환이다. 중국은 전쟁을 직접 일으키지 않고도 상대가 스스로 주저하게 만드는 효과를 노린다.
비용 감수 의지와 인내의 경쟁 : 강대국 경쟁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군사력의 크기가 아니라, 누가 더 많은 고통과 비용을 감수할 용의가 있는가이다. 전쟁에서 인명 피해와 경제적 타격을 누가 더 견딜 수 있는지가 승부를 가를 수 있다. 미국은 민주주의 사회 특성상 대중 여론과 정치적 압력에 민감하고, 중국은 권위주의 체제 특성상 장기적인 희생을 더 감내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따라서 양측은 서로가 어느 정도까지 인내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심리적 경쟁을 벌이고 있다.
대만 전쟁의 실질적 이해관계 : 대만 문제는 미·중 경쟁의 중심축이다. 그러나 미국에게 대만은 중요하지만, 중국과 전면전을 감수할 만큼 절대적 이익인가라는 의문이 따른다. 반면 중국에게 대만은 체제 정당성과 민족주의 차원에서 훨씬 더 절박한 문제이다. 따라서 대만 전쟁에서 진정으로 걸려 있는 이해관계는 비대칭적이며, 이는 갈등의 불균형을 만들어낸다. 결국 대만 문제는 단순한 영토 분쟁이 아니라, 미·중이 각자의 체제와 패권을 걸고 맞서는 시험대가 된다.
동아시아 패권의 향방과 미국의 사활적 이해 : 마지막으로, 동아시아 패권이 미국에 사활적인가?라는 질문은 전략 논의에서 중요한 분기점이다. 만약 미국이 동아시아 패권을 잃으면, 글로벌 패권 유지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반대로 미국이 국내 문제와 본토 방위에 더 집중한다면, 중국이 동아시아에서 우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단순히 지역 문제가 아니라, 세계 질서의 패권 구도에 직결되는 사안이다. 따라서 미·중 경쟁은 단순한 지정학적 갈등이 아니라, 21세기 국제질서를 규정할 결의의 경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능동적 동맹변환 모색
동맹 변화와 한국의 전략적 선택 : 미·중 경쟁이 심화되면서 한미동맹도 더 이상 과거의 정태적 형태를 유지하기 어렵게 되었다. 주한미군의 규모와 역할, 그리고 우선순위가 변화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동맹의 확장과 전략적 자율성 확보라는 두 가지 길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미국이 동맹국들에게 더 큰 부담 분담을 요구하는 가운데, 한국은 기존의 수동적 동맹 구조에서 벗어나 주체적으로 안보와 외교의 방향을 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강과 전략적 자율성 확보 노선 : 한국이 추구해야 할 중요한 방향 중 하나는 한반도 방위의 한국화이다. 이는 전작권 전환을 포함하여 한국군이 자국 안보를 보다 주도적으로 담당하는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동시에 북한 억지와 확장억제를 보완할 수 있는 Plan B 구상도 필요하다. 더 나아가 한국은 미·중 전략 경쟁 속에서 단순히 한쪽에 일방적으로 기울기보다, **연성 균형(loose balancing)**을 통해 신중하게 포지셔닝할 필요가 있다. 이는 외교적 다변화를 통해 선택지를 넓히고, 전략적 자율성을 극대화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동맹의 공통 분모 확인과 핵심 토대 관리 : 한미동맹의 존속과 발전을 위해서는 양국이 공유하는 공통 분모를 재확인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대표적으로 북한 억지와 한반도 안정은 미국과 한국이 모두 중시하는 핵심 과제이다. 특히 북한의 핵 도미노 현상을 차단하는 것은 한국뿐만 아니라 동북아 전체의 안정과 직결된다. 동시에 급격히 변화하는 국제 세력균형 속에서, 한국은 중국의 패권 견제라는 미국의 전략적 목적을 어떻게 수용할지에 대한 현실적 고민을 안고 있다.
중국 인식과 전략적 함의 : 궁극적으로 한국이 직면한 핵심 질문은 “우리에게 중국은 어떤 의미인가?”라는 것이다. 중국을 단순한 위협(threat)으로 규정할지, 혹은 도전(challenge)이자 기회로 볼지는 한국의 전략 방향에 중대한 함의를 지닌다. 경제적으로는 최대 교역국인 중국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으나, 안보적으로는 북한과의 연계성, 미·중 갈등 구조 속에서 직접적 위협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따라서 한국은 경제와 안보의 딜레마 속에서 중국에 대한 다층적 접근을 모색해야 하며, 이는 능동적 동맹 변환 전략의 가장 중요한 축이 된다.
생각해볼 수 있는 요소들
잘못된 진단과 잘못된 처방의 위험 : 국제정치에서 반복되는 오류는 선과 악의 이분법적 사고, 지도자의 악마화, 그리고 국제도덕이라는 가면 뒤에 숨어 있는 힘의 논리를 무시하는 데서 비롯된다. 자유주의적 가치와 권위주의적 질서가 대립하는 구도는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힘의 배분이 변할 때 국제질서가 바뀌는 것이 현실이다. 침략전쟁과 방어전쟁이라는 구분도 현실에서는 흐려지며, 이익의 갈등은 평화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불안정한 현상유지로 이어지곤 한다. 지난 80여 년간의 비교적 안정된 세계는 사실 예외적 시기에 불과했음을 직시해야 한다.
자유주의 국제질서에서 세력균형 질서로 : 냉전 종식 후 확립된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는 초대된 제국, 즉 미국의 자비로운 패권에 기초해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미국은 좁은 국익을 강하게 추구하는 보통 강대국의 모습으로 회귀하고 있다. 그 결과 국제질서는 세력권 확정, 거래와 타협, 각자도생과 합종연횡이 맞물린 강대국 세력균형 질서로 이동 중이다. 권력 독점의 종말은 새로운 전쟁 가능성을 열었고, 민주당의 자유진영 규합과 바이든 행정부의 미국우선주의가 교차하면서, 외교의 무게 중심도 변하고 있다. 이는 우아한 위선의 시대에서 정직한 야망의 시대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국제질서의 재편 순간들 : 역사는 반복적으로 질서의 대전환(Re-ordering moments)을 경험해 왔다. 1648년 베스트팔렌 체제는 근대 주권국가 질서를 열었고, 1815년 빈 회의는 나폴레옹 전쟁 이후 유럽 균형을 회복했다. 1919년 파리강화회의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새로운 질서를 모색했으나 불안정했다. 1945년 포츠담 회의는 제2차 세계대전의 승자들이 세계를 재편했고, 1989년 냉전 종식은 미국 단극체제를 열었다. 2001년 9.11 테러는 새로운 위기의 서막이었으며, 2015년 중국의 부상은 ‘신냉전’의 출발점이 되었다. 그리고 2025년, 우리는 다시금 신(新)강대국 정치(New Great Power Politics)의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
기존 질서의 대붕괴와 새로운 연대 : 오늘날 자유무역 질서의 종언은 뚜렷하다. 미국 패권의 기초였던 브레튼우즈 체제, 대서양·태평양 동맹은 약화되고 있다. 물가 치솟기, 경제전쟁, 동맹 이탈, 규칙 부재의 세계가 전개되면서, 미국은 더 이상 믿을 수 없는 파트너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디리스킹(de-risking)”이라는 개념은 미국 의존도를 줄이고 새로운 안전망을 찾으려는 움직임을 반영한다. 이러한 붕괴 속에서 새로운 연대와 지역 블록, 자국 중심의 경제·안보 질서가 등장하고 있으며, 이는 세계정치의 향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우리는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황혼과 강대국 세력균형 질서의 부상을 동시에 목격하고 있다. 지난 80년간의 안정된 세계는 예외였으며, 이제 다시금 전쟁과 협상, 세력권 다툼과 합종연횡이 일상화되는 시대가 다가온다. 미국의 패권적 신뢰는 약화되고, 중국은 도전자로 부상하며, 다른 국가들은 자국 중심의 전략적 자율성을 추구한다. 따라서 한국과 같은 중견국은 단순히 기존 질서에 안주할 수 없으며, 새로운 불확실성 속에서 자강, 동맹 재설계, 전략적 유연성 확보라는 능동적 대응이 필수적이다. 미국이 주한미군을 통해서 '핵우산'이라던지 '인계철선'을 형성하던 시기는 지났다. 더욱이 '버퍼링 스테이트'와 같은 식의 중국을 억지하는 전략으로 한국을 사용하지도 않을 가능성이 크다. 지금 미국은 자국의 이익이 우선인 상황이다. 북한은 오히려 작은 위협이면서 방위비를 거기에 들이고 싶지도 않아 한다. 그럼 당연히 협상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우리의 국방력은 어떤 방식으로 발전시키고 어느부분을 강화해야할까? 이제는 미군에 기대기보다는 우리의 관점에서 전략적인 유연성에 맞는 전략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 오랜만에 국방전략에 대해서 생각해본 시간이었지만,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https://www.youtube.com/watch?v=S99ezLWfl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