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참여와 거너번스 생각하기
행정대학원을 지나 과학사회학을 수료하고 다시 국정전문대학원에 왔다. 역시 새로운 환경에 오니 새로운 연구방법과 새로운 논문들이 넘쳐난다. 기존의 ‘거버넌스와 전자정부’ 그리고 재서노프의 ‘시민인식론’과 같은 과학사회학에 익숙한 주제들을 조금 벗어나서 기본적인 행정학차원의 논문들을 만난다. 역시 언제나 새로운 시작은 가슴이 뛰기도 하지만 적응력이 늦은 나로서는 항상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방법론을 배우니 신나기도 한다. 오늘은 첫시간인데도, 강의를 하시는 열정을 보면서 다시 마음을 잡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오늘은 시민참여의 개념 자체만 다룬다. 앞으로 공동생산과 협력적 거버넌스 그리고 새로운 방법론을 다루어 본다. 물론 참여예산제와 숙의민주주의 등 이미 알고 있는 주제들도 있지만 수준높은 논문들과 함께 새롭게 시작해 본다.
시민참여론 관련해서는 박영사에서 나온 이승종, 김혜정 교수님의 ‘시민참여론’이 가장 유명하다. 이런 정보가 유용하다. 여기서 “참여는 시민이 주인인 민주사회에서라야 가능한 것이다”라고 하면서 시작한다. 대의 민주주의의 한계와 숙의민주주의에 대한 기대감으로 시민참여는 1980년대 이후에 시민사회에 등장하게 된다. 특히 행정부의 성격이 Adminitrative State라고 하는 행정국가화가 되면서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한 정책결정이 매우 중요해졌다. 시민이 선출하지 않은 관료가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책무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식으로 시민참여론은 발전하게 되었다.
시민참여에 대해서는 다양한 논의들이 있어왔다. Creighton(2005)는 공중의 관심과 수요, 가치가 정부 똔느 기업의 의사결정에 통합되는 과정이라고 보았다. 공중에 의해서 지지를 받는 더 나은 의사결정이라는 목표를 갖는 양방향의 의사소통과 상호작용을 시민참여라고 보았다. Verba&Nie는 1972년 논문에서 선출직 공무원을 선택하거나 그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어느정도 직접적인 목적을 가진 시민활동을 시민참여라고 보았다. Norris는 2002년 논문에서 정부와 정책과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거나 시민사회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위해 설계되거나, 사회적 행위의 체계적인 패턴을 바꾸기 위한 모든 차원의 사회적 활동을 시민참여라고 본다.
앞서 소개한 시민참여론에서는 시민참여와 주민참여를 나누어서 생각한다. 특히 최창호(2009)는 시민참여는 주권연원자로서의 시민의 정치 행정참여, 지역이나 개별적 이익을 전제로 하지 않고 시민 전체의 이익이나 일정한 이념을 중심으로 하는 정치 행정참여를 말한다. 이수종과 윤영진(2009)은 일반 주민이 기존의 정치 체제의 틀 안에서 지역의 정책결정과 집행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체와 과정을 주민참여라고 보았다. 대부분은 시민참여와 주민참여를 비슷한 개념으로 보고 있다. (최문영, 정문기, 2015)
누가, 어떻게 참여가는가?
그렇다면 한국에서 시민참여제도는 어떤 것들이 있을가? 가장 쉬운 예로 모든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선거가 있고, 정책청원과 민원제기, 국민제안과 공청회와 같은 방식이 시민참여의 예시이다. 주요 국민참여 사업으로 보면 행안부의 ‘온국민소통‘이라던지 기획재정부의 ’국민참여예산제도‘라던지, 법제처의 ‘국민아이디어 공모제’와 같은 것들이 있다. 최광의에서 최협의까지 보면 정부에 대한 요구와 반대는 모두 포함된다. 그러나 정부영역 외의 시민활동은 최광의에서만 인정한다. 대부분은 정치적 참여, 정부에 대한 지지, 공격적이고 폭력적 회의, 의식적 측면들도 시민참여에 들어간다. 여러가지 유형구분이 있다. 제도적이나 비제도적 혹은 공식적이거나 비공식적, 전통적이거나 비전통적, 통상적이거나 비통상적 참여라고 하더라도 주요한 유형은 ‘직접적-간접적‘ 시민참여라고 할 수 있다.
시민의 직접참여
시민참여의 직접참여(Direct Participation)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시민이 정책 결정 과정에 직접 개입하여 권한을 행사하는 방식이다. 나바치(Nabatchi)와 암슬러(Amsler) 등의 연구를 토대로 직접참여의 핵심 이론과 유형을 분석해볼 수 있다.
첫째, 직접참여는 '시민 주권의 실질화'를 목표로 한다. 전통적인 대의제에서 시민의 역할이 선거 시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에 그쳤다면, 직접참여는 정책의 의제 설정, 설계, 집행, 평가의 모든 단계에서 시민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정부의 의사결정에 정당성을 부여할 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공공 문제에 대한 책임감을 공유하게 함으로써 민주적 거버넌스의 질을 한 단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온다.
둘째, 직접참여의 수준은 '참여의 사다리' 이론을 통해 분석될 수 있다. 단순히 정보를 제공받거나 의견을 청취당하는 수준을 넘어, 시민이 직접 예산을 배분하거나 정책을 결정하는 '시민 권력(Citizen Power)'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 직접참여의 핵심이다. 이는 행정 기관이 독점하던 결정권을 시민사회와 공유하는 과정이며, 이 과정에서 행정의 투명성과 반응성이 극대화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셋째, 직접참여의 대표적인 기제는 '숙의적 직접참여(Deliberative Direct Engagement)'다. 이는 무작위로 선발된 시민들이 전문가의 정보를 학습하고 심층적인 토론을 거쳐 합의안을 도출하는 방식이다. 시민배심원제, 시민의회, 공론화위원회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방식은 단순한 선호 조사가 아니라 시민들이 공익적 관점에서 숙고할 기회를 제공하며, 첨예한 갈등 사안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강력한 도구가 된다.
넷째, 지방 정부 차원에서의 직접참여는 '주민참여예산제(Participatory Budgeting)'와 같은 형태로 구체화된다. 이는 시민들이 지역에 필요한 사업을 제안하고 투표를 통해 예산 편성 과정에 직접 개입하는 제도다. 나바치 등은 이러한 직접적인 예산 참여가 시민의 효능감을 높이고, 정부 예산 집행의 효율성과 공정성을 감시하는 가장 실질적인 책임성 강화 기제라고 평가한다.
다섯째, 직접참여는 '공동 생산(Co-production)'의 개념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시민은 단순히 정책을 결정하는 것에서 나아가, 실제 서비스를 생산하고 집행하는 과정에도 직접 참여한다. 예를 들어 마을 가꾸기, 자율 방범, 사회적 경제 활동 등이 있다. 시민의 자원과 노력이 정부의 행정력과 결합될 때 공공 서비스는 더욱 맞춤화되고 효과적으로 제공될 수 있으며, 이는 민·관 협력의 가장 진화된 형태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성공적인 직접참여를 위해서는 '제도적 설계와 행정가의 역할 변화'가 필수적이다. 시민들이 전문적인 정책 영역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인프라가 갖춰져야 한다. 또한 행정가는 지배적인 결정자가 아닌, 대화를 이끌고 갈등을 조절하는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로서의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이 충족될 때 직접참여는 형식적인 절차를 넘어 진정한 거버넌스의 혁신을 이룰 수 있다.
IAP2(국제공공참여학회)의 공공 참여 스펙트럼(Spectrum of Public Participation)
IAP2(국제공공참여학회)의 공공 참여 스펙트럼(Spectrum of Public Participation)은 시민 참여의 층위를 단순한 의견 수렴을 넘어 권력의 공유 과정으로 상세히 분석한 모델이다.
첫째, 정보 제공(Inform) 단계는 참여의 가장 기초적인 토대로서, 대중에게 균형 잡히고 객관적인 정보를 전달하여 당면한 문제나 대안, 해결책을 명확히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 목적이다. 이 단계에서 행정 주체는 시민에게 "우리는 여러분에게 정보를 계속 제공할 것이다"라고 약속하며, 이는 시민이 정책의 수혜자로서 상황을 파악할 수 있게 하는 일방향적 소통 채널의 역할을 수행한다. 정보의 투명한 공개는 이후 높은 단계의 참여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적인 전제 조건이 된다.
둘째, 협의(Consult) 단계는 정책의 분석이나 대안, 혹은 최종 결정에 대해 대중의 피드백을 수집하는 과정이다. 행정은 시민들에게 "여러분의 우려와 열망을 경청하고, 여러분의 투입이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환류하겠다"는 약속을 제시한다. 이는 단순히 정보를 주는 수준을 넘어 시민의 목소리를 듣는 양방향 소통의 시작이지만, 최종적인 의사결정의 주도권은 여전히 행정 기관에 머물러 있는 '형식적 참여'의 특성을 띠기도 한다.
셋째, 관여(Involve) 단계는 의사결정 프로세스 전반에 걸쳐 대중과 직접적으로 협력하는 단계로, 시민의 우려와 열망이 정책 설계 과정에서 일관되게 반영되도록 보장한다. 행정은 "여러분의 의견이 대안 개발에 직접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하며, 시민은 단순한 의견 제출자를 넘어 정책의 방향성을 함께 고민하는 검토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 단계부터는 시민의 목소리가 정책의 골격 형성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미치기 시작한다.
넷째, 협력(Collaborate) 단계에 이르면 시민은 행정과 대등한 위치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파트너십을 형성한다. 대안의 개발부터 최적의 해결책을 식별하는 모든 측면에서 시민과 협력하며, 행정은 "여러분의 조언과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최대한 결정에 반영하겠다"고 약속한다. 이는 현대 거버넌스에서 강조하는 '공동 생산(Co-production)'의 개념과 일맥상통하며, 시민의 전문성과 현장 지식이 행정의 법적 권한과 결합되어 최상의 정책 성과를 도출하는 단계다.
다섯째, 권한 위임(Empower) 단계는 공공 참여의 정점으로, 최종적인 의사결정권을 대중의 손에 직접 맡기는 구조다. 행정은 시민을 향해 "우리는 여러분이 결정한 사항을 그대로 이행하겠다"는 강력한 약속을 선언한다. 주민투표나 주민참여예산제 중 일부 고도화된 모델이 이에 해당하며, 행정은 결정자가 아닌 집행자로서의 역할에 집중하게 된다. 이는 시민 주권이 행정 과정에서 가장 직접적이고 강력하게 구현되는 형태다.
마지막으로, 이 스펙트럼의 핵심은 오른쪽으로 이동할수록 의사결정에 대한 시민의 실질적 영향력(Impact on the Decision)이 비약적으로 증가한다는 점에 있다. 각 단계는 서로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정책의 복잡성, 갈등의 강도, 필요한 자원의 성격에 따라 전략적으로 선택되어야 한다. 행정 기관은 단순히 참여의 횟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시민에게 한 약속(Promise to the Public)을 얼마나 충실히 이행하느냐에 따라 행정의 정당성과 시민적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 다음은 이러한 관점에서 다양하게 존재하는 시민참여의 예시를 보여준다.
정치적 참여와 시민참여는 어떻게 다른가?
시민참여의 개념에서 정치적 참여를 완전히 배제하기보다는, 행정학적 맥락에서 그 목적과 기능을 명확히 구분하여 이해하는 것이 핵심이다. 시민참여의 주체는 정부 내 공직이나 행정직을 보유하지 않은 사람이며, 이들은 선거라는 전통적 정치 행위를 넘어 정책의 전 과정에 개입하는 존재다. 정치적 참여가 주로 '대의제를 통한 권력의 형성'에 집중한다면, 행정적 의미의 시민참여는 정책의 분석과 대안 형성 과정에서 시민의 목소리를 높이고 행정의 책임성을 증진하는 데 그 본질적인 목적이 있다. 방법론적 측면에서도 두 개념은 차이를 보인다. 정치적 참여가 투표나 정당 활동과 같은 거시적 행위 중심이라면, 행정적 시민참여는 정보 제공(Information), 협의(Consultation), 관여(Engagement)와 같은 구체적이고 절차적인 소통 방식을 취한다.
특히 IAP2 스펙트럼은 참여를 정보 제공(Inform)부터 권한 위임(Empower)까지 5단계로 세분화하여, 시민이 의사결정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력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이러한 단계적 접근은 정치적 갈등보다는 정책의 품질과 실행력을 높이는 '행정적 도구'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결론적으로, 시민참여에서 정치적 요소를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으나, '이해관계자 참여(Stakeholder participation)'와 일반적인 '시민참여(Citizen participation)'를 전략적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특정 정치적 집단의 이익이 개입되는 것을 경계하고 보편적 시민의 숙의를 보장할 때, 비로소 나바치(Nabatchi) 등이 강조한 '시민의 목소리를 통한 공적 책임성 강화'라는 학술적·실천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행정 프로세스 안에서는 정치적 동원보다는 행정적 협력(Collaborate)과 파트너십에 집중한 설계가 우선시되어야 한다.
시민참여는 정책과 서비스의 질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동시에 민주주의의 근본적인 가치를 실현하는 필수 기제다. 시민의 실질적인 투입(Input)이 반영된 정책은 현장에서의 실효성이 높아지며, 이는 관료나 전문가가 놓치기 쉬운 구체적인 요구를 충족시켜 자원 배분의 최적화를 가능하게 한다. 또한, 의사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정부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고 정책의 정당성을 확보하며, 정부가 시민의 목소리에 반응하게 함으로써 공적 책임성(Accountability)을 강화하고 대의제 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완한다. 동시에 시민참여는 사회적 형평성을 증진하고 시민의 기본권을 수호하는 민주적 거버넌스의 핵심 요소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시민들과 소외된 계층의 목소리를 포용함으로써 사회적 불평등을 완화하고 다양성을 장려하는 통로가 된다. 활발한 시민 참여는 단순한 시혜적 특권이 아니라 주권자로서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에 개입할 당연한 권리이자 민주적 통치 체제를 유지하는 근간이다. 마지막으로 IAP2 스펙트럼이 제시하는 것처럼 참여는 정보 제공을 넘어 실질적인 협력과 권한 위임으로 나아갈 때 그 가치가 극대화된다. 시민이 정책의 공동 생산자로서 효능감을 느낄 때 지속 가능한 민주주의가 형성되며, 이는 정책의 수용성을 높여 사회적 갈등 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결국 참여는 민주적 거버넌스를 지탱하는 강력한 사회적 자본이며, 정부와 시민이 함께 공공의 가치를 만들어가는 필수적인 과정이다.
아른슈타인(Arnstein)의 시민참여 사다리: 권력 구조의 비판적 분석
아른슈타인은 시민참여를 단순한 '행위'가 아닌 '권력의 재분배' 과정으로 정의했다. 사다리의 하단인 비참여(Non-participation) 단계는 정부가 시민을 교육하거나 치료하려는 시혜적 태도를 보이며, 중단 단계인 형식적 참여(Tokenism)는 정보 제공이나 공청회처럼 의견을 듣기는 하되 결정권은 여전히 정부가 쥐고 있는 상태다.
진정한 의미의 참여는 상단인 시민 권력(Citizen Power) 단계에서 실현되는데, 이때 시민은 정부와 대등한 협력 관계를 맺거나 예산 및 정책 결정권을 위임받아 실질적인 통제권을 행사한다. 이는 현대의 주민참여예산제나 마을 공동체 사업이 어느 단계에 머물러 있는지를 비판적으로 성찰하게 하는 지표가 된다.
하버마스(Habermas)의 숙의 민주주의와 의사소통적 합리성
하버마스는 다수의 결정을 따르는 양적 민주주의의 한계를 지적하며, '토론의 질'을 강조하는 숙의 민주주의를 제시했다. 그는 권력이나 돈이 지배하는 시스템이 '생활세계'를 침범하는 것을 경계하고, 시민들이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공론장(Public Sphere)의 회복을 주장했다.
이를 위해 제안된 '이상적 담화 상황'은 모든 참여자가 평등한 발언권을 가지고, 논리의 타당성만을 근거로 합의에 도달하는 유토피아적 모델이다. 현대의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와 같은 사례는 이러한 하버마스적 이상을 행정에 구현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으며, 갈등이 심한 사안일수록 숙의 과정이 정책의 정당성을 높이는 핵심 기제가 된다.
패이트먼(Pateman)의 참여 민주주의와 시민의 역량 강화
캐럴 패이트먼은 대의제 민주주의가 시민을 수동적인 투표자로 전락시켰다고 비판하며, 사회 모든 영역에서의 직접 참여를 강조했다. 그녀의 이론에서 참여는 단순히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수단이 아니라, 참여를 통해 시민이 공적 마인드를 배우고 민주적 기술을 익히는 '교육적 효과'를 갖는다.
즉, 시민이 지역사회나 직장의 의사결정에 직접 참여해볼수록 더 유능한 시민으로 성장하며, 이러한 개개인의 성장이 전체 민주주의의 수준을 끌어올린다는 논리다. 이는 학교 자치나 직장 내 민주주의 등 일상의 민주화를 강조하는 현대적 흐름과 맞닿아 있다.
퍼트남(Putnam)의 사회적 자본과 시민적 관여(Civic Engagement)
로버트 퍼트남은 이탈리아 지방 정부와 미국의 시민 사회를 연구하며, 공동체의 성패가 사회적 자본에 달려 있음을 입증했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동호회, 종교 단체, 시민 모임 등에 참여하며 쌓은 신뢰와 네트워크는 협력을 유도하는 '사회적 접착제' 역할을 한다.
사회적 자본이 풍부한 지역에서는 시민들이 공적 사안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서로 감시하며 협력하기 때문에, 정부 행정도 더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작동한다. 반대로 사회적 자본이 약화되면 시민참여가 저조해지고 각자도생의 사회로 전락하며 행정 비용이 급증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을 경고한다.
토마스(Thomas)의 참여 결정 모형과 전략적 관리
존 토마스는 시민참여를 무조건적인 선(善)으로 보기보다, 상황에 따라 적절한 수준을 선택해야 한다는 상황 적응적 관점을 제시했다. 그는 '정책의 질(Quality)'과 '수용성(Acceptance)'이라는 두 가지 축을 중심으로 참여의 범위를 결정할 것을 조언했다.
만약 정책의 기술적 난도가 높아 전문성이 우선시된다면 참여를 제한할 수 있지만, 지역 주민의 동의 없이는 정책 집행이 불가능한 '비선호 시설 건립' 같은 사안은 반드시 광범위한 시민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이 이론은 행정가가 효율성과 민주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며 참여의 수준을 전략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실무적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킹(King)의 진정한 참여와 행정 패러다임의 전환
킹과 그의 동료들은 기존의 시민참여가 행정의 정당성을 홍보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한 '형식주의'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이 주장하는 진정한 참여(Authentic Participation)는 정책의 의제 설정 단계부터 시민이 깊숙이 개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행정가는 전문 지식으로 시민을 압도하는 지배자가 아니라, 소통을 돕는 촉진자(Facilitator)로 변화해야 하며, 행정 조직 구조 또한 시민이 언제든 접근 가능하도록 개방적으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이는 시민을 '고객'이나 '민원인'이 아닌, 공공 가치를 함께 창출하는 '공동 생산자(Co-producer)'로 인식하는 인식의 대전환을 요구한다.
https://brunch.co.kr/@minnation/1192
앞으로 거버넌스에 대해서 알아볼 예정이지만, 오늘은 예비적 단계에서 기존의 거버넌스에 관한 이론들을 살펴보자. 거버넌스는 전통적인 정부 주도의 수직적 통제에서 벗어나, 정부와 시민사회, 시장 등 다양한 주체들이 대등한 관계에서 공공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협력적 의사결정 체제를 의미한다. 이는 정책 과정에서 시민의 목소리를 높이고 공적 책임성을 증진하는 핵심 기제로 작용하며, 단순히 효율적인 관리를 넘어 민주적 정당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거버넌스 체제 안에서 시민은 정책의 단순한 수혜자가 아니라 공동 생산자(Co-producer)로서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는 파트너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러한 거버넌스의 실효성은 시민참여의 깊이에 따라 결정되는데, 이는 정보 제공(Inform)부터 권한 위임(Empower)까지 단계적으로 구체화된다. 성공적인 거버넌스는 소외된 계층의 목소리까지 포괄하는 다양성을 장려하여 사회적 형평성을 증진하고, 정책 집행 과정에서의 갈등을 사전에 조정하여 민주주의를 견고하게 만든다. 결국 거버넌스는 시민의 참여를 기본권으로 인정하고, 공공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민관이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협력하는 지속 가능한 통치 시스템이라 할 것이다.
신공공거버넌스 (New Public Governance, NPG)
신공공거버넌스는 시장의 효율성과 경쟁을 강조하던 신공공관리론(NPM)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했다. 이 이론은 공공 서비스가 단일 조직에 의해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공공과 민간의 여러 조직이 얽힌 네트워크를 통해 생산된다는 점에 주목한다.
여기서 정부의 역할은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명령하는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 전체가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조율하고 관리하는 '메타 거버넌스'로 변화한다. 이는 조직 간의 신뢰와 장기적인 관계 형성을 행정의 가장 중요한 자산으로 간주한다.
사회적 자본 이론 (Social Capital Theory)
거버넌스가 성공적으로 작동하기 위한 무형의 인프라를 강조하는 이론이다. 신뢰, 규범, 네트워크로 구성된 사회적 자본은 사회 구성원들 간의 협력을 촉진하고 불필요한 감시 비용과 갈등을 줄여준다.
로버트 퍼트남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결사체 활동이 풍부할수록 거버넌스의 질이 높아지고 민주주의가 공고해진다고 주장했다. 특히 서로 다른 집단을 연결하는 '교량적 사회적 자본'은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혁신적인 해결책을 도출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자원 의존 이론 (Resource Dependency Theory)
조직들이 왜 서로 협력할 수밖에 없는지를 전략적 관점에서 분석한다. 현대 사회의 난제는 예산, 정보, 기술, 법적 권한 등 모든 자원을 한 조직이 독점할 수 없게 만든다.
따라서 정부, 기업, 시민단체는 각자가 가진 고유한 자원을 교환하기 위해 상호 의존적인 관계를 맺게 된다. 이 이론에 따르면 거버넌스는 단순한 선의에 의한 모임이 아니라, 각 주체가 생존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선택한 지극히 합리적이고 전략적인 협력 체계다.
레짐 이론 (Regime Theory)
주로 도시 정치와 지역 거버넌스를 설명할 때 사용되는 이론으로,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의 핵심 행위자들이 형성하는 '비공식적이고 안정적인 연합체'에 주목한다. 정부는 법적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자원이 부족하고, 민간(주로 기업)은 자본은 있지만 공적 의사결정권이 없다.
이들이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맺고 지역 사회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구조를 '레짐'이라 부르며, 이 안에서 형성되는 비공식적인 협력 메커니즘이 공식적인 제도보다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다중심 거버넌스 이론 (Polycentric Governance)
엘리너 오스트롬이 제시한 이론으로, 단일한 중앙 권력이 아닌 독립적인 여러 의사결정 단위가 중첩되어 작동하는 구조를 강조한다.
하나의 거대한 정부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보다, 지역 특성에 밝은 소규모 자치 단위들이 서로 경쟁하고 협력하며 규칙을 만들어갈 때 공공 자원(공유지)이 더 효율적으로 관리된다는 논리다. 이는 시스템 전체의 회복 탄력성을 높이며, 하향식 행정의 경직성을 탈피하여 현장 중심의 유연한 대응을 가능하게 한다.
숙의 민주주의 이론 (Deliberative Democracy)
거버넌스 내에서의 의사결정 방식과 정당성에 집중하는 이론이다. 단순한 다수결이나 자원 교환을 넘어, 참여자들이 평등한 위치에서 이성적인 토론과 논의를 통해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하버마스의 공론장 개념을 토대로 하며, 이해관계자들이 서로의 입장을 경청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칠 때 그 결정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이 높아진다. 이는 시민 참여가 단순한 의견 수렴을 넘어 질적인 합의로 나아가는 경로를 제시한다.
협력적 거버넌스는 공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민간, 시민사회가 수평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의사결정을 내리는 통치 형태를 의미한다. 현대 사회의 문제는 특정 기관의 자원만으로는 해결 불가능한 복합성을 띠고 있어, 다양한 주체 간의 자원 공유가 필수적이다. Bryson 등(2014)은 이를 '누구도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세상'에 대응하기 위한 필연적 선택으로 규정한다. 전통적 계층제와 시장 중심의 경쟁 모델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 사회적 합의와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 협력적 거버넌스의 본질이다. 협력적 거버넌스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시민의 역할이 서비스 수혜자에서 정책의 '공동 생산자(Co-producer)'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승종·김혜정(2006)은 참여의 양적 확대보다 시민의 전문적 식견과 공적 책임감이 결합된 '생산적 참여'가 중요함을 강조한다. 시민은 단순히 불만을 제기하는 수준을 넘어, 공공가치를 함께 설계하고 실행하는 파트너로서 거버넌스에 참여한다. 이러한 질적 성장은 거버넌스의 민주적 효능감을 높이고 정책 실행의 동력을 제공하는 핵심 기제가 된다.
다양한 주체가 얽힌 협력 구조에서는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는 '많은 손의 문제(problem of many hands)'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 Lee & Ospina(2022)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의 수직적 감사를 넘어선 '수평적·다자간 책무성' 모델을 제안한다. 공식적인 법적 기준뿐만 아니라 파트너 간의 신뢰와 공유된 규범이 주체들의 행동을 규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책무성은 고정된 결과가 아니라, 협력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지속적인 정보 공유와 상호 학습을 통해 확보된다. 협력적 거버넌스의 최종 목적지는 단순히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가 지향하는 '공공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다. 공공가치는 경제적 성과뿐만 아니라 민주적 정당성, 사회적 형평성, 적법 절차 등을 포괄하는 다원적인 개념이다. 거버넌스 네트워크 내의 주체들은 숙의 과정을 통해 무엇이 공익인지 함께 정의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을 공동으로 수립한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일방적 지시자가 아닌, 공공가치 창출을 위한 플랫폼 제공자이자 촉진자로서 기능해야 한다.
성공적인 협력적 거버넌스를 위해서는 상호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의 축적과 더불어, 각 주체의 역량 강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특히 한국 사회는 관료 중심의 계층제적 관성이 강하므로, 민간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시민을 실질적 파트너로 인정하는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 또한 거버넌스가 특정 집단에 의해 포획되지 않도록 투명한 운영 체계와 숙의의 장을 제도화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결국 협력적 거버넌스는 완성된 시스템이 아니라, 신뢰와 책임 공유를 통해 공동체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는 지속적인 진화 과정이다. 다음은 협력적거버넌스에 관한 다양한 이론들이다. 이번학기부터 새로운 이론과 기존의 이론을 깊이있게 바라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일단은 기존의 이론들을 정리해보자.
안셀과 가쉬(Ansell & Gash)의 협력적 프로세스 심화 모형
안셀과 가쉬는 협력적 거버넌스를 단순한 현상이 아닌, 특정 입력값이 결과로 치환되는 '설계된 프로세스'로 분석한다. 이론의 핵심은 참여자들이 처음부터 완벽한 합의를 이룰 수 없다는 전제하에, '신뢰 구축 전념 공유된 이해 중간 성과'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를 만드는 것이다.
특히 '촉진적 리더십'은 이해관계자 간의 권력 불균형을 시정하고, 갈등 상황에서 중립적인 중재자 역할을 수행하여 협력의 동력을 유지하는 결정적 변수로 작용한다. 또한, 초기 조건에서 과거의 갈등 이력이 깊을수록 '작은 성공(Small Wins)'을 전략적으로 배치하여 참여자들의 회의론을 불식시키는 과정이 필수적임을 역설한다.
에머슨(Emerson)의 통합적 거버넌스 프레임워크와 시스템 역학
에머슨과 그 동료들은 협력적 거버넌스를 개별적인 사건이 아니라, 거시적인 '시스템 환경'과 미시적인 '협력 역학'이 결합된 생태계로 파악한다. 시스템 환경은 법적 규제, 정치적 기회 구조, 자원의 희소성 등 협력을 강제하거나 유도하는 외부 압력을 의미하며, 협력 역학은 그 안에서 벌어지는 구체적인 상호작용이다.
여기서 '공동 행동 역량(Capacity for Joint Action)'은 매우 중요한데, 이는 단순히 모이는 것을 넘어 협력 체계가 자체적인 절차적 규정, 지식 공유 기반, 그리고 실행 가능한 자원을 확보하고 있는지를 뜻한다. 이 이론은 협력의 결과가 다시 외부 환경을 변화시키는 환류(Feedback) 과정을 통해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을 진단한다.
신공공거버넌스(NPG)와 네트워크 관리 이론의 진화
신공공거버넌스(New Public Governance)는 시장의 경쟁과 효율성을 강조하던 신공공관리론(NPM)의 파편화된 행정 서비스를 비판하며 등장했다. NPG의 핵심은 공공 서비스가 단일 조직이 아닌 다수 조직의 '네트워크'를 통해 생산된다는 점에 있으며, 정부의 역할은 명령과 통제가 아닌 네트워크 전체를 조율하는 '메타 거버넌스(Meta-governance)'로 재편된다.
이는 정부가 민간 파트너들과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상호 의존성을 관리하는 능력이 현대 행정의 핵심 역량임을 시사한다. 결과적으로 행정의 가치는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공익을 실현하기 위한 '관계적 가치'와 '사회적 응집력'에 두게 된다.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과 신뢰의 경제적 기능
사회적 자본 이론은 협력적 거버넌스가 작동하기 위한 '무형의 인프라'를 다룬다. 신뢰, 규범, 네트워크로 구성된 사회적 자본은 참여자들 사이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고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집단을 연결하는 '교량적 사회적 자본(Bridging Social Capital)'은 협력적 거버넌스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유입되는 통로가 된다. 사회적 자본이 풍부한 공동체에서는 별도의 법적 강제 장치 없이도 참여자들이 약속을 이행할 것이라는 믿음이 형성되어, 감시와 제재에 들어가는 막대한 '거래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정책의 순응도를 높이는 결과를 낳는다.
자원 의존 이론(Resource Dependency Theory)의 전략적 교환
자원 의존 이론은 협력을 선의에 기초한 행위가 아니라 조직의 생존을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분석한다. 현대의 공공 문제는 어느 한 조직이 모든 정보, 예산, 기술, 정당성을 가질 수 없을 만큼 거대하기 때문에, 조직들은 자신이 결여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타 조직과 의존 관계를 맺게 된다.
이 관점에서 협력적 거버넌스는 각 참여자가 가진 고유의 자원을 주고받는 '교환의 장'이 된다. 정부는 법적 권한과 자금을 제공하고, NGO는 현장의 전문성과 도덕적 지지를 제공하며, 기업은 기술력을 제공함으로써 서로의 결핍을 채우는 호혜적 관계가 형성될 때 거버넌스는 가장 강력한 실행력을 갖게 된다.
오스트롬(Ostrom)의 다중심(Polycentric) 거버넌스와 자치 원리
엘리너 오스트롬은 중앙 정부의 일방적 규제나 완전한 시장화가 아닌, 제3의 길로서 '자치적 협력 체계'를 제시한다. 다중심 거버넌스 이론은 현장의 정보에 밝은 이해관계자들이 스스로 규칙을 설계하고 감시하며 위반 시 제재하는 시스템이 대규모 관료제보다 효율적일 수 있음을 증명한다.
여러 층위의 의사결정 단위가 독립적이면서도 중첩되어 작동하는 구조는 특정 단위의 실패가 전체 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지지 않게 하는 '회복 탄력성(Resilience)'을 제공한다. 이는 현대 지방 자치와 마을 공동체 사업에서 주민 참여가 왜 단순한 민주적 절차를 넘어 실질적인 정책 효율성을 낳는지 설명하는 핵심 근거가 된다.
전통적인 통치 체제에서 시민은 정책의 수동적인 객체나 관리 대상에 머물러 있었으나 거버넌스 체제에서는 그 위상이 근본적으로 변화한다. 이제 시민은 공공서비스를 단순히 소비하는 고객을 넘어 정책을 함께 설계하고 실행하는 공동 생산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거버넌스는 정부의 독점적 권력을 민간과 분점하는 과정이며 이 과정에서 시민 참여는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필수 요소가 된다. 이승종·김혜정은 참여의 양적 확대보다 참여의 질이 거버넌스의 성패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라고 주장한다. 단순히 숫자가 늘어나는 참여가 아니라 시민이 전문적 식견을 갖추고 결과에 책임을 지는 생산적 참여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자신의 집단 이익만을 관철하려는 도구적 참여를 넘어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고민하는 교양 시민의 역할을 요구한다. 따라서 거버넌스 하의 시민참여는 정부를 견제하는 기능을 넘어 사회적 성과를 함께 만들어가는 협력적 기제로 재정의된다. 이러한 위상의 변화는 시민들이 공공 문제 해결의 주체로서 자율성과 책임감을 동시에 갖게 함으로써 거버넌스를 지탱하는 견고한 토대가 된다.
거버넌스 유형에 따라 요구되는 시민참여의 성격과 중점 요소는 각기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 정부 중심의 거버넌스에서는 관료의 독주를 막기 위해 권력 균형을 위한 참여의 양적 확보가 우선적으로 강조된다. 반면 시장 중심의 거버넌스에서는 자원 배분의 불평등을 교정하기 위해 소외된 계층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참여의 질이 중시된다. 가장 이상적인 형태인 참여형 거버넌스에서는 확보된 양적 참여를 바탕으로 시민들 간의 고도의 질적 숙의가 결합되어야 한다. 참여의 질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무분별한 양적 팽창은 오히려 이해관계자 간의 갈등을 증폭시킬 우려가 있다. 또한 준비되지 않은 참여는 거버넌스 체제 전체에 대한 대중의 냉소주의를 초래하여 민주주의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러므로 각 거버넌스 모델의 운영 원리에 부합하는 적절한 참여 기제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행정적 노력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결국 시민참여는 거버넌스의 유형별 한계를 보완하고 시스템의 민주적 완성도를 높이는 결정적인 장치로 기능한다.
시민참여의 질적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장치 마련과 더불어 시민사회의 자생적 역량 강화가 병행되어야 한다. 정부는 시민들이 공공 사안에 대해 충분히 학습하고 토론할 수 있는 숙의의 장을 일상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주민투표나 주민소환제와 같은 직접 참여 제도를 내실화하여 시민들이 실제 정책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효능감을 느끼게 해야 한다. 또한 행정 관료들은 시민을 간섭자가 아닌 전문적인 파트너로 인정하는 전향적인 인식의 전환을 보여주어야 한다. 시민사회 내부에서도 특정 소수가 참여를 독점하지 않도록 다양성을 확보하고 공익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규범을 정립해야 한다. 신뢰와 네트워크라는 사회적 자본이 풍부할수록 시민참여는 더욱 생산적인 방향으로 흐르며 거버넌스의 비용을 절감시킨다. 지역사회 단위에서부터 작은 성공 경험을 축적하는 풀뿌리 거버넌스의 활성화는 시민참여의 질을 높이는 가장 실질적인 방법이다. 결과적으로 고도화된 시민참여는 거버넌스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내부 동력이자 민주주의를 성숙시키는 열쇠가 된다.
생산적 참여론 (Productive Participation Theory)
이승종·김혜정은 거버넌스의 성공을 위해 참여의 양적 확대보다 질적 성장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생산적 참여는 시민이 전문적 식견을 갖추고 결과에 대한 책임을 공유하는 고도화된 참여 형태를 의미한다. 이는 단순한 민원 제기나 도구적 참여를 넘어 공동체의 사회적 성과 제고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과정이다.
시민은 정부와 대등한 입장에서 협력하며 공공 문제 해결의 주체로서 자율성을 발휘해야 한다. 지식과 책임이 결합되지 않은 양적 팽창은 오히려 거버넌스에 대한 냉소주의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 참여형 거버넌스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참여의 양적 요소와 질적 요소가 반드시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따라서 생산적 참여는 한국적 민주주의의 진전을 위한 핵심적인 실천적 지표가 된다. 이 이론은 시민을 행정의 객체가 아닌 생산적인 파트너로 격상시키는 논리적 근거를 제공한다.
공공가치 거버넌스론 (Public Value Governance Theory)
브라이슨 등은 전통적 행정과 신공공관리(NPM)를 넘어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공공가치 거버넌스를 제안한다. 이 이론은 효율성을 넘어 민주적 적법성, 형평성, 사회적 신뢰와 같은 다원적 공공가치 창출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다.
정부는 공공가치의 보증인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며 시민사회와 비영리 부문은 능동적인 문제 해결자로 참여한다.
시민은 서비스를 소비하는 고객이 아니라 공공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는 시민적 주체이다. 네트워크화된 사회에서 공익은 단일한 지표가 아닌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숙의를 통해 정의된다.
정부와 민간이 결합된 협력적 네트워크는 공공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가장 유연하고 강력한 구조이다. 공공가치 거버넌스는 행정의 정당성을 회복하고 공동체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 통치 원리이다. 이 이론은 누구도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복합적인 현대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공동 생산론 (Co-production Theory)
거버넌스 체제에서 시민의 역할은 공공 서비스를 단순히 수혜받는 입장에서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 생산자로 변화한다. 공동 생산은 정책의 기획부터 실행, 평가에 이르기까지 시민과 공무원이 자원을 공유하고 협력하는 과정이다. 이는 시민을 서비스의 수동적 소비자나 관리의 대상으로 보던 과거의 관점과는 확연히 차별화된다.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와 기여는 공공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행정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동력이 된다. 공동 생산 과정에서 시민은 정책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게 되며 이는 높은 정책 수용도로 이어진다. 정부와 시민사회 간의 수평적 파트너십은 서비스 생산 비용을 절감하고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는 결과를 낳는다.
공동 생산론은 거버넌스 내부의 주체들이 어떻게 서로 보완하며 가치를 창출하는지를 잘 설명해 준다. 결국 공동 생산은 시민참여를 행정의 부수적 요소가 아닌 필수적인 운영 원리로 내재화하는 핵심 이론이다.
다차원적 책무성론 (Multilateral Accountability Theory)
이슬기와 오스피나는 협력적 거버넌스에서의 책임 소재를 규명하기 위해 다차원적 책무성 이론을 제시한다. 거버넌스 하의 책무성은 기존의 이분법적 관계를 넘어 다자간(Multilateral) 협력 체계 안에서 작동한다. 상벌 중심의 수직적 책무성과 더불어 파트너 간의 신뢰와 공유된 규범에 기반한 수평적 책무성이 중시된다.
공식적인 법적 기준뿐만 아니라 비공식적인 도덕적 규범이 참여 주체들의 행동을 규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책무성 과제는 단순한 감사나 통제를 넘어 주체들 간의 신뢰 구축과 갈등 관리로 확장된다. 프로세스 중심의 접근은 협력의 과정 자체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상호 학습이 일어날 때 책임성이 확보됨을 뜻한다.
복잡한 네트워크 안에서도 행정의 투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주체들은 지속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해야 한다. 이 이론은 거버넌스가 자칫 빠질 수 있는 책임 회피의 함정을 극복하고 시스템의 안정성을 보장한다.
숙의 민주주의론 (Deliberative Democracy Theory)
거버넌스 체제의 시민참여는 단순한 투표나 여론 조사를 넘어 주체들 간의 깊이 있는 대화와 토론을 지향한다. 숙의 민주주의론은 시민들이 공공 사안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이성적인 논의를 거쳐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을 중시한다. 이는 특정 집단의 수적 우위로 결정을 내리는 방식이 아니라 논증의 설득력을 통해 정당성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숙의 과정에 참여하는 시민들은 편협한 이기주의를 극복하고 공동체적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역량을 기르게 된다. 거버넌스는 이러한 숙의가 일어나는 제도적 장을 제공함으로써 갈등을 조정하고 사회적 통합을 이끌어낸다. 참여의 질적 고도화는 이러한 숙의 기제가 일상화될 때 비로소 가능해지며 이는 정책의 민주적 정당성을 공고히 한다.
숙의를 통해 도출된 정책은 시민들의 높은 신뢰를 바탕으로 실행 단계에서 강력한 추진력을 얻게 된다. 결국 숙의 민주주의는 거버넌스를 가동하는 가장 핵심적인 민주적 운영 원리이자 참여의 질을 결정하는 기준이다.
현대 사회의 사회문제는 여러 부문에 걸쳐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어느 한 기관의 힘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특징을 갖는다. 브라이슨 등은 이러한 상황을 특정 주체가 단독으로 상황을 통제할 수 없는 '누구도 완전히 주도하지 못하는 세상'으로 규정한다. 이러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기업, 시민사회가 각자의 자원과 전문성을 결합하는 협력적 거버넌스가 필연적으로 등장하게 된다. 협력적 거버넌스는 수직적 계층제의 경직성을 극복하고 유연한 네트워크 구조를 통해 문제 해결의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각 주체는 서로 독립적이면서도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상호 의존적인 관계를 맺으며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다. 단순한 자원 동원을 넘어 문제의 정의부터 대안 탐색까지 전 과정을 함께하는 파트너십이 이 모델의 핵심이다. 이는 과거의 통치 방식이 가진 한계를 보완하고 급변하는 외부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유연성을 제공한다. 따라서 협력적 거버넌스는 현대 행정이 직면한 복잡한 공공 문제를 풀어나가는 가장 유효한 전략적 틀로 자리 잡았다.
협력적 거버넌스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실질적인 공공가치의 창출과 실현에 있다. 공공가치는 단순한 경제적 효율성을 넘어 민주적 정당성, 사회적 형평성, 그리고 시민의 권익 보호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협력적 과정 자체가 무엇이 진정한 공익인지에 대해 주체들이 끊임없이 대화하고 숙의하는 민주적 장으로 기능한다. 이 과정에서 창출된 성과는 특정 집단의 이익이 아닌 공동체 전체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정부는 일방적인 결정권자에서 벗어나 공공가치 창출을 위한 플랫폼을 제공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촉진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다양한 가치가 충돌할 때 이를 민주적으로 조율하고 최선의 대안을 도출하는 능력은 거버넌스의 성공을 좌우하는 핵심 역량이다. 사회적 난제 해결 과정에서 쌓인 성공적인 협력 경험은 공동체 내부의 신뢰를 증진시켜 향후 다른 문제 해결을 위한 토대가 된다. 결론적으로 공공가치는 협력적 거버넌스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동시에 그 존재 이유를 증명하는 근거가 된다.
협력적 거버넌스가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참여 주체들 간의 책무성을 관리할 수 있는 정교한 기제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슬기와 오스피나는 협력 구조에서 발생하기 쉬운 책임 소재의 모호성을 해결하기 위해 다차원적 책무성 모델을 제안한다. 공식적인 감사나 수직적 통제를 넘어 파트너 간의 상호 신뢰와 비공식적 규범이 주체들의 행동을 규율하는 강력한 기준이 된다. 책무성은 정책의 결과만을 따지는 사후적 평가를 넘어 협력의 과정 속에서 투명하게 정보를 공유하는 활동을 포함한다. 각 주체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자신이 맡은 역할에 대해 다른 파트너와 사회 전체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속적인 상호 학습과 소통을 통해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잠재적인 책임 회피 문제를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 다차원적 책무성 체계는 복잡한 네트워크 안에서도 행정의 책임성을 유지하고 주체들 간의 결속력을 강화하는 안전장치가 된다. 결국 이러한 책임 공유의 문화가 정착될 때 협력적 거버넌스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강력하고도 신뢰받는 기제로 기능할 수 있다.
오늘부터 시민참여와 협력적 거버넌스 수업을 듣는다. 이럴수가 다음수업 첫번째 발제자가 되었다. 공지를 빠르게 확인하지 못한 탓이다. 오늘도 밤을 지새우며 준비를 해야하지만 언제나 배움은 재미있다. 거버넌스에 대해서 다시 한번 정리하고 이론으로도, 방법론으로도, 담론으로도 여기에 확신한 도메인을 가지고 시민참여의 거버넌스를 발전시켜야겠다. 교수님의 강의와 연구방법은 최신의 연구를 담고 있고, 그 수준도 거의 최고라서 열심히 배우면서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다음으로는 공동참여와 공동생산에 대해서 논문을 보고 발제도 하고 시민참여의 수준도 살펴보려고 한다. 쉽지 않지만 언제나 도전은 가슴을 뛰게 한다. 얼른 운동하고 와서 내일 발제 준비를 해야겠다.
https://brunch.co.kr/@minnation/4584
https://brunch.co.kr/@minnation/4548
https://www.maxwell.syr.edu/directory/tina-nabatch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