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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예술일기

마음과 소리

고갱의 단상

by 낭만민네이션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尖塔)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도 들려 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 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하늘과 별과 바람과 시_1948 윤동주

황색의 그리스도_고갱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한 그루 나무를 보라


바람부는 날에는

바람부는 쪽으로 흔들리나니

꽃 피는 날이 있다면

어찌 꽃 지는 날이 없으랴

온 세상을 뒤집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밤에도


소망은 하늘로 가지를 뻗어

달빛을 건지더라

더러는 인생에도 겨울이 찾아와

일기장 갈피마다


눈이 내리고

참담한 사랑마저 소식이 두절되더라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침묵으로


세월의 깊은 강을 건너가는

한 그루 나무를 보라


가끔씩 그대 마음이 흔들릴 때는_이외수

심연의 가장자리_고갱


고갱의 선이 좋다

고갱의 색이 맘에 든다


정형화된 것들로 벋어나서

심연의 가장자리까지 가보면


행복한 사나이 예수 그리스도와 만난다

십지가의 여운이 남아있던


예배 후 환상에서

야곱과 찬사가 뒹엉켜 싸운다


갑짜기 쳐들어왔다

감정의 실타래들이


불현듯 생을 마감한 이들의

기침소리가 들리는 이밤


나는 하염없이

하늘을 날아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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