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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예술일기

규범과 인간

로스트제너레이션, 솔리드제너레이션

by 낭만민네이션


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헤밍웨이는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를 발표한다


여기서 사람들은 전후세대가 가진

불안을 '로스트제너레이션'이라는


용어로 잘 표현했다고

칭찬하기도하고


전쟁의 상흔은 어쩔 수 없다라는

식으로 마무리했다


그러나 헤밍웨이는 이 책에서

새로운 인간형을 만들어내고 사람들에게 말한다


우리는 '로스트 제너레이션'이 아니라

'솔리드 제너레이션'이라고.


잃어버린 방황하는 세대가 아니라

내구성이 견고해지는 세대라고 말이다


많은 이들이 오해하고 있고

오독하고 있는 이 책에서


나는 아련한 실마리를 잡고

요즘 고민하는 '주체'에 대한 생각도


어느정도 정리할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규범적 인간'이다




언제나 그렇다

허울만 있는 이론이나 주장들은


처음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겠지만

곧 내실이 없어서 쳐다보지도 않게 된다


헤밍웨이가 내구성이 견고해진 세대'라고

이야기했을 때도 많은 이들은


말도 안된다는 식으로

열정 많은 20대의 패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람들이 이 책을 집어 들고

읽기 시작하면서 헤밍웨이의 패기가


단지 열정의 산물이 아니라

내구성을 다지는 '아메리카니즘'의


탄생이었다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되었다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외적인 합리성의 세계에서 사람들은 살았다


그러니깐 안정된 시스템과 국가운영이

모든 영역에서 체계적인 질서를 만들어내고


무엇인가 발전하고 있다는 생각에

미래에 대한 기대를 했었다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볼 수 있듯이

유럽은 축제의 분위기로 가득차 있었다


조르주가랑-에펠탑.jpg 조르주 가랑이 표현한 만국 박람회의 전경.

사람들은 자신들의 인생을 즐겼고

곧 현실도피적인 낭만주의도 사라지고


산업화에 따른 극대화된 이윤과

부유의 현재를 즐기면서 살았다


그러나 불연듯 세계대전이 일어나면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미래 개념이


무너지고, 깨지고, 사라지고 나서

사람들이 안정을 찾았던 외적 세계가 박살났다


외적 합리성으로 만든 시스템이 붕괴되면서

사람들의 내면의 질서도 붕괴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들이 결국 '로스트 제너레이션'(잃어버린 세대)을 만든다


이 과정에서 발간된 1926년

The Sun Also Rises.




주인공인 제이크 반스가 바로

솔리드 제너레이션을 보여주는 장치이다


물론 사람들은 제이크 반스가

로스트 제너레이션을 대표한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오독한 결과이다

그의 사상을 잘 읽어보면


제이크 반즈는 항상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이 정한 룰과 규칙이 있다


술을 마실 때도, 사람을 만날 때도

여행을 떠날 때도 자신의 규칙이 있다


그리고 그러한 규칙을 지키는

내면의 내구성 때문에


누가 머라고 해도 자신의 품위가

훼손되지 않는다


자기 스스로 자신의 품위를 지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솔리드제너레이션이다


외재성이 무너진 상황에서

내구성으로 세계를 다시 구상하는 주체.


이걸 잘못 읽는 사람들은 주인공이

향락과 쾌락에 빠져서 비틀거리는


세대를 대표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내구성을 가진 주체를 대표한다




무너져버린 현실에서 자신의 주체성을

찾는 '액체 근대'(지그문트바우만)가 아니라


스스로의 견고한 원칙norm으로

자신의 삶을 넘어서 사회를 구성하는 인간.


사실 이 지점이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가는

새로운 주체의 탄생의 지점이기도 하다


스스로 규칙을 만들고 자신에게 품위를 내 놓는

규범적nomative 인간의 탄생 말이다


그래서 제목도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이고

사람들은 다시 자신의 주체를 찾을 것이다


라는 것이 헤밍웨이의 주장이고

그의 소설의 즐거움이다




여러 사람을 연모하며 비틀거리는

세대를 대표하던 여주인공


브렛 애슐리는 마지막에 결국

윤리적인 요청으로 투우사 로메로를 보내준다


이 지점에서 내구성의 원천 중에 하나인 윤리'를 중심으로 주체가 회복되는 브렛을 보여준다


반스와 브렛은 결국 새로운 현대적 인간

의지와 주체를 가진 규범적 인간이 되는 것이다


무너진 세계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솔리드 제너레이션'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잃어버린, 혹은 우리가 잃어버린

내면의 질서와 규범을 찾아서


스스로의 품위를 지키며

인간의 담대함으로 살아가는 현실을


만들기 위해서 나는 오늘도

제이크 반스와 같이 새로운 세대를 기대해 본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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