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효도랄것도 없지만
새벽 4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된장국이 끓는 소리가 지글지글 거린다
어머니께서 요즘 잠이 없으신데
혹시 배고프셔서 그런가? 하며 문을 슬그머니 열었다
아버지는 약간 굽은 어깨를 들석이시며
새벽찬을 준비하고 계셨다
오늘은 간석역에서 호출이와서
새벽 6시까지 도착해야한다며
밍기적 어그적 또는
주섬주섬 챙겨입으시고는
무거운 가방안에 도시락과 작업복을
한가득 실어놓고 작업화를 신으신다
꿀잠이나 평안한 주말이 기다리는
나의 일상과는 많이 다른 아버지의 삶에
갑짜기 나의 시간을 싣고는
아버지의 가방을 대신 들쳐맷다
인생의 무게만큼이나 무거운 가방이
아들에게는 헬스장의 덤벨보다 가벼웠다
651번 첫차를 탈려면 달려야한다는
아버지의 음성을 듣고는 쏜살같이
정류장으로 아버지와 달려가는 잠깐의 시간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정말 651번 첫차가 달려오고 있었고
아버지는 무거운 작업화 탓인지
차가 떠나는데도 정류장에 오시지 못했고
간발의 차로 첫차를 놓쳤다
새벽이라 20분이 지나서야 다음차를
탈수 있는데 이를 어쩌나 하다가
금방 소카를 빌려서 자랑스럽게
아버지앞에 나타났다
어디서 났냐며 어리둥정해 하시는
아버지를 사장님 자리에 모시고는
방화동에서 부터 인천까지
느긋한 새벽 드라이브를 즐겼다
별빛들이 아직은 소리를 내어 달리는 새벽
달빛과 인사하고 쏟아지는 졸음을 참으며
몽롱하지만 일상의 이야기를 꺼내어
아는형님 같은 장면을 연출했다
버스와 지하철을 타면 겨우 1시간 반이 지나서야
도착하는 코스이지만
30분도 되지 않아서 간석역에 도착했다
꼴등일줄 알았는데 일등이라며
아버지는 안심을 하셨고
아들은 특유의 미소로 인증샷을 남겼다
인생이라는 것이 혹은 행복이라는 것이
멀리있는게 아니다
내 시간을 떼어서 다른이의 시간에 맞추는 사이
내게 씌워진 무언가의 속박을 빗겨내고
함께 걸어갈 여유가 생기는 지점에
인간의 행복이 있단다
아버지는 부지런히 작업도구를 챙기는 사이
아들은 멋적은 인사를 하고 돌아온다
인생이다 사랑이다
사람이다 그래 사람이다
아버지의 새벽의 무게가 조금은 가벼웠기를
기대해보며 다음 월급에는
좋은 가방하나 사드려야겠다
이런다 아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