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 여행을 다녀와서

3일차 구례 여행

by 낭만민네이션

마지막 3일차 이제 여름휴가가 막바지에 다다랐다. 한국의 명산이란 명산은 모조리 다니고 싶을 만큼 섬진강을 따라서, 또는 남해를 따라서 다녔던 시간들.


추억의 굴곡이 진하게 베인 시간들이었다. 다시 광주로 돌아가는 사이에 우리는 미국마을을 지나서 남해 다랭이 마을 그리고 구례 화개장터와 사성암을 지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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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삼천포


남해의 다랭이 마을이 생각난 건 토요일 아침, 여행의 3일차 막바지에서였다. 통영에서 저녁에 할 일이 별로 없었던 약간 지루한 시간을 걷어내고자 광주로 다시 돌아가는 길을 조금은 돌아가자는 취지였다. 그런데 정말로 돌아가게 되었다. 통영에서 고성을 지나서 남해로 가는 길에 진짜로 '삼천포'로 빠지게 되었던 것이다. 옛말에 그러다가 삼천포로 빠진다 혹은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진다라는 이야기 있었는데 이런 때 쓰는 것 같은.


삼천포항은 정말 예상하지 못했지만, 대단했다. 즐비한 해산물들은 말할 것도 없고 점포수만도 어마어마했다. 밖에 들어선 고깃배들도 통영과 거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싱싱한 놀래미며 이를모를 물고기들 잔치였다. 얼마나 인심도 후하던지 어머니께 물어보니 서울 가격의 절반이라고 한다. 완전 한국산 물고기들이 여기저기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어머니는 유유히 그 가게 사이를 지나가셨고 전라도 해남의 해창에서 고기를 고르던 그 솜씨로 이것저것 눈치로 좋은 물건들을 골라내셨다.


나는 뒤를 따라다니면서 어린아이와 같이 이것저것 배우는 기대감으로 하나하나 이름을 찾아보고 연신 놀라면서 지나다녔다. 삼천포는 정말 좋은 곳이구나 했다. 다음에는 조금 더 시간을 내서 다녀와야 겠다.


장어들이 정말 많았다. 무슨 뱀들의 천국인줄.
사천 케이블카가 있으나 길이는 통영의 절반정도 된다고나 할까?


#2.다랭이 논


외삼촌이 다랭이논 노래를 부르시면서 가자고 하셔서 거의 2시간을 내서 왔건만. 생각보다는 별로였다. 중간중간 밭들도 많고, 여러가지 관광지로 개발되면서 원래 자연의 모습을 잃어 버린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에서 다랭이 논을 개간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생각하게 되었다.


육지의 끝자락 물자도 부족하고 공산품도 부족하고 더군다나 농사를 지을 땅도 부족한 순간에 할 수 없어서 산을 개간해서 다랭이 논을 만들었던 것이다. 이상하게 이번 여행은 더욱 더 사람들이 흘린 땀의 길이 보인다. 그리고 그 길은 절대 쉬운 길이 아니었고, 일상 속에서 하루하루 충실하게 쌓아놓아야만 만들 수 있는 길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짧게 보고 돌아오는 시간에 다랭이 논처럼 겹겹히 쌓이는 우리네 인생을 다시 생각해보게되었다. 입구에서 하루종일 관광객 설문조사를 하던 젊은 청년의 땀방울도 많이 생각났다.


누군가를 기억한다는 것, 누군가의 땀냄새와 눈물을 추억한다는 것, 어떤 이의 노력의 결과를 헛되어 흘려보내지 않고 기념한다는 것. 그것은 어쩌면 나의 삶 속에 그 시간만큼의 주름이 생기는 시간인지도 모르겠다. 그 주름 사이에는 더 많은 의미와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을 것이고, 언젠가 추억의 앨범을 꺼내 볼 때 그 주름들 사이에 묻어 있는 추어들도 딸려 나오겠지.



#3. 화개장터


경상도와 전라도를 가로지르는 화개장터. 조영남씨의 노래도로 유명한 이 화개장터에 처음으로 가보았다. 섬진강 뚝길을 따라서 한 20여분을 가자 흥겨운 노랫가락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있을 건 다 있고 없을 건 없답니다 화개장터~ ㅎ 정말 있을 건 다 있었다. 그리고 매일 매일 장이 열렸다. 더운 날씨지만 여러 분들께서 장사를 하고 계셨다.


조영남씨의 동상도 멋지게 있었고, 무엇보다 섬진강에서 직접 잡은 재첩국은 처음 먹어보는 밥이었다. 아주 깔끔하고 안성맞춤인 맛이었다.



#4. 구례 사성암


드디어 우리 여행의 마지막인 구례 사성암에 도착했다. 하동을 지나서 4킬로미터를 들어가지 화엄사로 가는 길이 나오고 그 가운데 차로 10여분을 올라가야 도착할 수 있는 사상암이 있었다. 전라도의 도솔암과 같이 절벽에 꽂혀 있는 사성암은 역시 많은 이들이 다녀갈 만했다.


사성암에서 바라본 구례의 전경은 절묘하다 못해 신비했다. 여운이 많이 남는 시간이기도 했다. 너무 좋은 경치인데 눈으로밖에 담을 수 없다는 게 말이다. 나는 기독교인이지만 인간이 가지고 있는 종교성의 최고봉은 역시 자연에서 취할 수 있는 장엄한 광경인 것 같다. 화엄의 세계가 열리는 듯이 나무들 사이로 장엄한 다양함 들이 열렸다.


버스를 타고 10분정도 올라가서도 10분정도를 꼭대기로 올라가야 했고 결국은 완전히 산 꼭대기의 정자까지는 가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바라보는 광경은 그리스의 메테오라에서 보던 그 광경과 비슷했다. 인간이 올라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경치란 이렇게 인간의 기분을 오묘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다리가 아프신 어머니를 모시고 한계단 한계단 올라서 사성암까지 도착했다. 부처님의 옆 얼굴이라고 하는 바위들도 보이고 도선굴이라는 동굴도 보인다. 막스베버가 이야한 것처럼 가치들의 체계가 있다면 아마도 종교적인 가치가 가장 위에 있을 것이다. 다시 한번 메타인지를 가지게 된 시간이었다. 땀은 비오듯이 쏟아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 속에 화엄의 세계가 열리는 듯 했다. 무엇보다 이 구불거리는 산을 버스는 단 10분만에 80킬로비터를 밟으면서 올라간다는 사실이 더욱 놀랍게 한다. 몸이 새차게 흔들린다.



5. 마치면서


2박 3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는 ktx 안에서 여행을 마무리했다. 어머니는 피곤하셨는지 주무시고, 나는 하루종일 운전이 힘들긴 했지만, 영광스럽게 무사고로 여행을 마쳤다. 외삼촌 댁은 광주송정역에서 알아주는 기사식당이다. 그래서 그런지 음식을 싸가지고 다니시면서 중간중간 먹었는데, 여기 김치와 밑반찬만큼 맛난 것을 먹어보지는 못한 것 같다.


일정을 마치고 외삼촌 댁에 왔는데 고양이가 10마리 새끼를 낳았다고 한다. 완전 내 스타일 고양이들이 내가 왔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넌 머니?'라고 물어보는 통에 정말 너무 매력적이여서 가지고 가고 싶었다. 이 녀석들 정말 매력적이다.


나도 매력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ㅎㅎ

어머니와 외삼촌께 정말 많은 칭찬을 들었다. 비록 해외여행이나 나만의 시간을 가지지 못하고 거의 40시간을 운전만 했으나 그럼에도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지구에 살아 있을 동안에 조금 더 이런 시간을 가져 보아야 겠다고 다짐했으나 몸은 무척 피곤하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