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 여행을 다녀와서

1일차 거제도 여행

by 낭만민네이션

추억이 쌓여 간다. 어머니와의 추억이 점점 짙어지는 요즘, 늙어가시는 어머니의 손등에서 세월의 무상함을 느낀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용돈을 많이 드리는 것도 아니고 손자손녀들을 봐달라는 것도 아닌 '함께 시간을 보내기'였다. 지금 할 수 있는 게 이것 밖에 없지만 언젠가 부터 알게 되었다. 사실은 이것이 가장 큰 어머니의 기쁨이라는 것을.


아버지의 휴가는 1주일 전이라서 주말동안 함께 우리의 아지트 강화도와 임진각을 다녀왔고, 어머니의 휴가를 맞추어서 광주에서 기사식당 맛집으로 유명한 외숙모내외와 함께 2019 바캉스를 떠났다. 나는 3일동안 민기사가 되어서 안전하게 전국을 누리는 역할을 맡았다. 휴가를 이렇게 쓰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하지만, 또한 이렇게 즐기는 휴가도 나쁘지 않다. 나 혼자 즐기고 와서는 나이드신 부모님께 죄송한 것 보다는 함께 즐기고 몸이 조금 피곤한 정도면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휴가 때 마다 부모님과 시간을 갖기로 하고 기록을 남기고 있다. 벌써 이런 추억이 여러장 쌓여 있다. 읽을 때마다 눈물이 나는 이유는 뭘까?





새벽일찍 ktx를 타고 광주 빛고을에 도착했다. 후덥지근한 날씨였지만 무엇인가 고향이 온 느낌이었다. 포근하고 따뜻하고 무엇인가 영글어 가는 계절인듯한 이 느낌! 그렇구나 나는 흙에서 태어났구나~ 하는 남도의 창이 절로 나오는 듯했다. 외삼촌과 외숙모를 만나서 이것저것 반찬들을 챙기고 떠나면서 먹을 음료수를 한껏 챙겼다. 새로 차를 뽑은 친척동생은 풀 옵션으로 대접한다며 새로운 기능등를 알려 주었다. 그렇게 준비를 하고 우리는 통영과 거제로 향했다. 햇살은 반짝였고 그와 함께 온도도 계속해서 요동쳤지만 그래도 함께 어딘가를 간다는 것은 '여행'의 즐거움이 아닐까?



#1 문재인 대통령 생가


사실 갈 계획이 없었는데 3시간을 넘게 고속도로를 달리고서 들어온 통영을 지나니 문재인 대통령 생가라고 써 있는 이정표를 보고 말이 오고 갔다. 그래도 언제 우리가 거제를 다시 오겠냐며 한번 가보자고 했다. 통영시내를 지나서 거제도의 어떤 농촌 마을 구불구불 길을 들어서니 막다른 골목이 나온다. 그리고 끝없이 펼쳐진 추수를 위해서 여물어가는 논 한 가운데 아주 작은 슬레트의 집이 있었다. 안내를 해주시는 아주모니도 그리고 가면서 플랜카드도 약간 이상했다.


"잘 보이지 않을 꺼에요~ 잘 찾아보셔야 해요~"

" 사람들이 많이 찾아 오긴 하는데 대통령님의 명령이래요~ 그래서 아무것도 없어요. 주변 사람들도 너무 시끄럽다고 하고요. 관광객들은 다들 실망해서 가긴해요~"


빛바랜 플랜카드에 "문재인 대통령 생가"라고 적혀 있고 그 길로 들어가보니 거의 아무것도 없었다. 이렇게 관리가 안되어 있었나? 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지금은 현직에 있으니 무엇인가를 하면 안된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고 있는데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한국교회에서 그렇게 좋아하는 이명박 장로님?은 자기 사저며 흥해읍의 ktx기지국, 신항만, 고속도록 등등 어마어마하게 퇴임 전부터 챙겼는데, 왜 이렇게 다른가? 두 분다 가난하게 태어나서 성공한 케이스라고는 하지만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다른 길을 걷도록 만들었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난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이 다른 것일까? 가난을 극복하는 방법이 달랐을 것인가? 부모님의 영향인가? 그 마을의 어떤 분위기가 있었을까? 현대건설에 다니면서 그렇게 된 걸까?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그렇게 된 걸까?'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여러가지 생각들이 날뛰는 사이에 우리는 하는 수 없이 다음 일정으로 옮겨야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가방을 짊어매고 이 논길을 걸어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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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08-12-37-22.jpg 빛바랜 플랜카드 앞에서 한 컷




# 2 바람의 언덕


거제도의 바람의 언덕으로 향했다. 바람이 정말로 많이 불었다. 태풍이 몰려가고 후끈한 열기가 가득했다는 것을 구름들이 증명해 주었다. 다양한 색깔과 모양으로 하늘은 언덕을 맞이하고 있었고, 그 반대편에 아름다운 풍차가 관광객들을 맞이하공 있었다.


하늘 아래 인간은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인생의 바람의 언덕인지 모른다. 삶이라는 바람, 고통이라는 바람, 기쁨과 즐거움이라는 바람을 모두 맞으면서 우리는 그렇게 울고, 웃고, 실망하고 희망하면서 살아가는 것. 바람의 언덕에서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역시 여름에 올 곳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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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해금강


중학교 교과서에서 본 듯했다. 해금강과 기암절벽에 대한 에세이였던 것 같은데~ 거의 20년이 넘어서야 실물을 보게 되는 느낌이었다. 해금강을 가는 길은 여러곳이 있으나 우리는 와현해수욕장에서 유람선을 탔다. 장승포에서 타도 되는데 돌아가는 길이라서 짧게 배를 타려고 와현해수욕장에서 출발했다. 와현해수욕장도 너무 좋은 위치에 여러가지 분위기들이 나왔다. 그러나 오늘의 행선지는 해금강과 외도이기 때문에 조금은 시간과 관심을 아껴서 해금강으로 출발했다.


탈 때 고민해야 하는 것이 있었다. 작은 배를 타면 해금강의 십자동굴 안으로 들어갈 수 있으나 에어컨이 없기 때문에 매우 고통스럽다는 것. 큰 배는 대신 에어컨이 잘 나오지만 십자 동굴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우리는 너무 더웠지만 작은 매를 타고 해금강으로 출발했다. 구성진 트롯트가 흘러나오고 갈라지는 물결 사이로 바다의 내음을 느낄 수 있었다.


왜 해금강해금강 하는지 알겠다. 촛대바위, 약수동굴, 십자동굴, 사자바위 등등 구경할 것도 많았지만 기암절벽이 나름의 결로 갈라져 잇는 모습들이 정말 장관을 이루었다. 사람이 만들라고 하면 절대로 못 만들 그런 자연의 위대함이라고 할까? 항상 그렇다.


17세기 인간이 자연이 하는 것들을 재현할 수 있었을 때 자연은 개발의 대상이 되었다. 그리고 자연이 가진 위대함과 웅장함과 신비로움은 분석과 증명의 대상이 되어 버렸다. 아우라가 사라진 자연은 더 이상 보존해야할 것들이 아니었다. 단지 대상으로만 전락할 뿐. 그러나 자연은 또 스스로 자신안으로 파고들어서 자신이 지켜야 하는 것들을 숨겨놓고, 아우라를 기대하는 믿음을 가진 이들에게만 그 비밀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경청하는 마음으로 존경하는 마음으로 자연을 바라보기 시작하면 자연은 오래동안 숨겨논 영원한 빛everglow를 발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와현해수욕장의 분위기
2019-08-08-15-40-20.jpg 저 멀리 보이는 해금강과 매몰도
가는 내내 시원한 바람을 맞을 수 있었다.
2019-08-08-16-21-02.jpg 해금강의 사자바위
2019-08-08-16-26-27.jpg 외도의 십자 계곡
사자바위가 정말 그림 같다. 애국가에 나오는 명장면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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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외도


인간의 노력은 시간에 축적되면 무엇인가를 반드시 남긴다. 외도가 딱 그랬다. 자신의 학식이나 경험을 뒤로 하고 외도를 만든 이창호님은 1969년부터 들어와서 외도를 가꾸기 시작했다. 2000년이 지나가는 사이에 그의 역사는 끝이 났지만 그가 남긴 노력의 흔적은 외도에 고스란히 남았다. 만나는 사람마다, 외도에 대한 탄성을 금치 못하였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외도에서 새로운 광경들을 보고서는 수 많은 영감들이 하늘의 별처럼 빛났었다. 어떤 이들의 노력에 빚을 지고 있는 것 같은 오늘 외도를 여행했다. 다양한 나무들과 화초들 가운데 그분들의 땀과 노력이 거름이 되고 있는 것 같았다.


거의 30년을 마쳐서 일구어 놓은 미래의 유산들이 오늘 나의 마음 속에 새로운 희망을 만들게 했다. 너무나 더운 날씨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도가 주는 영감과 기쁨과 감사는 잊을 수가 없다. 언젠가 다시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오고 싶다. 역시 외국인들이 뽐은 1위의 섬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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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08-17-24-09.jpg 수국과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여러 섬들이 절묘하게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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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08-17-41-18.jpg 등대도 예술이었다. 정말 모든 것이 예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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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08-18-12-10.jpg 멀리보이는 해금강을뒤로 하고 다시 육지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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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저녁 시간


시간이 지나가면서 인생의 역사가 흘러가면서 소중하게 남는 추억은 역시 가족들과 함께 하는 것이란 걸 알았다. 어머니와 함께 떠나온 오늘 하루 외삼촌 가족들을 만나서 여러곳을 여행하는 사이에 또 새로운 관계의 깊음들이 시작되었다. 참이슬과 막걸리로 시작된 저녁만찬은 기쁨과 즐거움 그리고 감사함과 여유가 넘쳐 났다. 오는 내내 중간중간 쉬면서 들렸던 휴게소의 시간들도 지금은 다 꿈과 같은 추억이 되었다.




#6 민네이션


오늘은 한 껏 셀카를 찍어봤던 날씨와 여유였다고나 할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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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h8P8gIJPRmk

아이유의 리메이크 음악을 틀어놓고 글을 썼더니 다소 길어지고 감성적이 되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