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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민네이션 Nov 16. 2017

가을과 마음

오랜만에 만난 친구


가을은 내 친구다

가을은 1년에 한번 밖에 찾아오지 않지만


찾아올 때마다 나에게

많은 질문을 던져주는 좋은 친구다


1년간 내 인생의 나이테가 얼마나

넓어지고 성장했는지도 봐주고


1년간 나의 감정들의 곡선이

어떻게 춤을 추었는지도 보아준다


비판하지 않으면서 자근자근

이야기해주는


언제왔는지 모르지만

누구나 이미 와 있는 걸 다 아는


시간과 벗삼아서 우리 나라에는

1년에 한번만 찾아오는 가을




아침에 가을을 만났다

오랜만에 떨어진 잎사귀들이 눈에 들어오고


불현듯, 사물들이 소리지르는 사이

뭉크의 붓 찍는 소리가 들린다



사물들이 자신들의 자리를 찾는 사이에

나의 마음도 내 자리를 찾는다


높여진 음성들과 우겨내던 생각들

남들보다 한 껏 잘나 보이고 싶던 욕망들


누구나 알고 있지만 내가 더 알고 있어라며

사람들보다 멋져 보이고 싶었던 순간들


영화라면 이런 영화는 없을 것이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아니


잃어버린 시간을 가을이 찾아줘서

곰곰히 내 인생의 영화를 보는 중이다




오랜만에 가을을 만난 마음이

아침부터 룰루랄라 흥얼거리는 중이다


물론 시무룩해지는 기억을 만나면

마음은 또 쪼그려 앉아서 울겠지만.


가을이 찾아오는 시간

나를 돌아보는 계절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얼마나 가고 있는지


가을과 함께 만나서 차

한잔 하는 시간


그렇게 깊은 소리가

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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