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만난 친구
가을은 내 친구다
가을은 1년에 한번 밖에 찾아오지 않지만
찾아올 때마다 나에게
많은 질문을 던져주는 좋은 친구다
1년간 내 인생의 나이테가 얼마나
넓어지고 성장했는지도 봐주고
1년간 나의 감정들의 곡선이
어떻게 춤을 추었는지도 보아준다
비판하지 않으면서 자근자근
이야기해주는
언제왔는지 모르지만
누구나 이미 와 있는 걸 다 아는
시간과 벗삼아서 우리 나라에는
1년에 한번만 찾아오는 가을
아침에 가을을 만났다
오랜만에 떨어진 잎사귀들이 눈에 들어오고
불현듯, 사물들이 소리지르는 사이
뭉크의 붓 찍는 소리가 들린다
사물들이 자신들의 자리를 찾는 사이에
나의 마음도 내 자리를 찾는다
높여진 음성들과 우겨내던 생각들
남들보다 한 껏 잘나 보이고 싶던 욕망들
누구나 알고 있지만 내가 더 알고 있어라며
사람들보다 멋져 보이고 싶었던 순간들
영화라면 이런 영화는 없을 것이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아니
잃어버린 시간을 가을이 찾아줘서
곰곰히 내 인생의 영화를 보는 중이다
오랜만에 가을을 만난 마음이
아침부터 룰루랄라 흥얼거리는 중이다
물론 시무룩해지는 기억을 만나면
마음은 또 쪼그려 앉아서 울겠지만.
가을이 찾아오는 시간
나를 돌아보는 계절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얼마나 가고 있는지
가을과 함께 만나서 차
한잔 하는 시간
그렇게 깊은 소리가
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