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을 못하는 이유에 대한 증명
5000원을 잃어버렸던 어린시절
나는 왜 그것이 문제가 되는지 몰랐다.
종이에 쓰여진 숫자가 정확히 5000원의 가치에
매겨진 물건과 대응한다는 것을 알기 까지는
직관 넘어에 있는 사회적 약속을
익힐 때까지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숫자가 만들어낸 수학이
사실은 공간을 일부러 제약하고
보여지지 않는 약속으로 이론을
만들어 놓았던 학문을 만나게 된 것이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수학은
보이지 않는 약속의 총체였다
직관으로 절대 알 수 없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수학이 무한을 다루기 때문이다
무한에 질서를 부여하고 그러한 질서들을
연결시켜서 보이지 않는 영역을 묶는 것이 수학이었다
무한을 센다는 개념에서는
나는 혀를 내둘렀다
말도 안돼!
그 다음부터 수학은 젬병이 되었다
무한을 다루는 기술을 스스로
익힌 이들이 있는가하면
무한을 다루는 방법을
암기하는 이들도 많았다
암기하는 이들에게 세상은
이론과 지식의 세계라서
점점 보수화되는 경향을
많이 보게 되었다
공간에 관련된 수학은 어느정도 이해가 갔지만
숫자로 정리되는 함수는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것은 약속과 약속이 연결되어 공리라는 것으로
증명된 것이 진리를 만들어낸다는
수학의 기본 원리를
나는 부정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아직도 숫자와 현실이
정확히 매칭된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
더욱이, 무한의 개념을 정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다만, 그 시점에서는 기수의 개념으로
잡아둘 수 있겠으나
그렇게 잡아 놓는 순간
수 많은 무한의 물결이
그 기수를 피해서 흘러가고
있는 것을 볼 것이다
흘러가는 시간을 잡아두려는
시계나 시간의 전략도
사실은 흘러가는 것을 임의로
상정하고 붙잡아 두려는 것이다
이러한 수학을 통해서
가치를 숫자에 묶어둔 재화나 통화라는 것에서는
더더욱 받아들일 수 없게 되었다
이것이 신적권위까지 격상된 자본주의는 어떻겠는가?
지금도 나는 종이에 쓰여진 5000이라는
숫자를 그 만큼의 가치로 두고 싶지 않다
그것은 허상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실재로 존재하는 것들
바로 거기서 다시 시작하고 싶은 것이다
그렇다고 어떤 독재자처럼
수학자나 과학자들을 이 세상에서
다 몰아내고 싶은 것도 아니다
나는 현실을 살고 싶을 뿐이다
간단하게 내가 수학을 못하는 이유에 대한
바디우식 증명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