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의미지우기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 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것네.
저것 봐, 저것 봐
네보담도 내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것네
울음이 타는 강_박재삼
우울한 오후의 햇빛은
그 온도가 매우 차다
변하는 것들에게서 슬픔이 오다가
변하지 않는 것들에서 기쁨이 오기도 한다
점점 시간이 빨라지다가는
어느새 꽉 막힌 교통체증처럼 움직이지도 않는다
야 너 우울하면 안돼!
이러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왜 안되는데?
우리는 이렇게도 슬픈데.
인생 자체가 슬픈데
말로 할 수 없는 슬픔들이 얼마나 많은데.
나는 허공을 바라보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떠올랐다
나는 흘러가는 강물을 쳐다보있다
내게서는 흘러갔던 사람들이 생각났다
차디찬 했빛의 한 가운데서
나는 울고 있었다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살아온 삶을 돌아보고서
그렇게 하지말라는
자기연민에 흠뻑 도취되어 있었다
어떻게 이글을 마무리할까라는
고민보다는 어떻게 내 마음을 표현할까라는 생각
지나가는 사람들이
강물처럼 흘러가는 눈물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