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가속을 멈출 때
요즘들어 삶이 더더더욱
느리게 가기 시작한다
삶의 의미가 실리니깐
시간의 가속이 멈춘다
삶의 의미는 곧 무게이다
인식과 고민의 무게만큼
삶의 속도는 줄어들고
생각의 중력은 커져간다
삶이 느려지면 일상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나를 둘러싼 이미지들의
해석의 문제가 다가온다
그 해석은 시간이 가속될 때는
한단어나 한두문장으로 끝나지만
시간이 느려지기 시작하면
한권의 책이나 여러편의 장편소설보다
더욱 긴 호흡으로도
읽히지 않는 무한의 이미지들이 찾아온다
생명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다
태초와 종말의 사이에 앉아 있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나는 시간을 최대한 길어뜨려 놓고선
고통과 악의 문제와
위선과 폭력의 문제를 고민한다
생명의 근원에 대한 의문과
죽음 이후의 질문을 한다
시간은 1분이 1억광년처럼
무한의 질서를 가지고
나름의 답들을 내게 던져놓고
훌쩍 사라져버린다
인생의 현재는 현상학적으로 살지만
인생의 과거는 모두 해석학의 터전이다
지나간 지금 이후의 이미지들은
항상 해석의 문제가 놓여 있다
그것이 이해'가 될 것인가
아니면 몰이해가 될 것인가가
시간이 가속화된 상태인가
시간이 느려진 상태인지에 달려인다
바람이 노래하는 것을 듣는다
산맥들이 포효하는 흐름을 읽는다
인간 안에 꿈틀대는 무언의 탑들의 묘지에서
흘러나오는 메아리를 듣는다
때론 하늘 위로 펼쳐진
희망의 메시지들의 성전들이 반짝인다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
체계와 이론의 틈새에서
희망과 잠재력을 발견하고
어린아이같이 기뻐하기도 한다
미래를 해방으로 열어준 친구들에게
영광을 돌리면서 걷는 길이다
그러는 사이 중력의 깊이는
영혼을 충분히 잡아 두었고
시간의 느림 흐름 속에서
나는 많은 이웃들의 얼굴을 발견했다
해석과 무게 사이에서
시간이 걸어가는 것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