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낭만민네이션 Apr 25. 2018

사랑과 평가

판단하는 사람 앞에서 머뭇거리기

람을 평가하기 좋아하는 사람이

곁에서 자주 그런 이야기를 한다


내가 쓴 글은 이게 부족하고

내가 이야기할 때 이런점이 부담스럽고


내가 발표할 때 제스처는 어떻고

내 옷차림은 어떻고.


나한테만 그러는줄 알았더니

사실은 모든 사람들에게 그러고 있었다


판단하는 주체에게 권력이 있다는 걸

증명하듯이 아무도 위임하지 않았지만


자기스스로도 속인체

판단권력을 남용하고 있다




나는 이시대를 살면서

판단하면서 살고 있지 않았나


값으로 매길 수 없는 것들

다른 것들로 환산할 수 없는 것들을


내면의 가치기준으로 판단하고

그걸 멘토링이나 조언이랍시고


그의 앞길에 커다란 돌들을

뿌려 놓은 것은 아닌가?


판단하는 권력이 주는

자율적이고 주도적인 주체가 된것 같은


그런 기분에 들떠서

보람찬 하루라며 돌아간 것은 아닌가?


계속 돌아보게 되고

계속 걸음이 느려지는 중이다




그 사람은 자신의 판단기준에 맞으면

합리적인 것이고 아니면 비실용적인 것으로


마치 어떤 우화에 나오는 것처럼

침대보다 길면 짜르는 격으로 모두를 대했다


그러는 사이

 신기한건


동일하게 자신에게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아니라


이중잣대로 자신에게는

예외권력을 부여한듯이 매우매우 관대하다는 것.


자신에게는 그 어떤 기준도 용납하지 않고

누군가 판단하려 하면,


권력을 소유한 사람에게는

미꾸라지 빠져나가듯이 스무하게 비켜냈고


권력이 없는 이들에게는

불같이 화를 내기도 했다


판단의 무화에서 판단의 미학으로

스스로 발견한 것 같은 우쭐함


이런 인간이 다 있나

속에서 열불이 났다




정신분석학자

융의 자아이론에 의하면


그사람의 이런 부분이 내게 보이는 것은

나의 열등자아가 그것과 공명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내 안에 그 모습이 있기에

공명하여 알아채는 것이라는.


맞는 것 같다!생각해보면

어느순간 나도 계속 판단하고


누군가 나를 판단하고 정리하려고 하면

막아서서 왜 나를 무시하나?라면서


불같이 화내거나 혹은

마음 속에 담아놓았던 일들이 생각났다


문제다

힘들다 허무하고.




어제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집에서 잠들기까지 내내


돌아보고 곱씹어 보고

같은 방식이 아니면 어떻게 해야하나?라는


고민에 답답함을 가지고

아침을 맞이했다


섣불리 답을 내려는 마음을

조금응 묻어두고 무엇인가 잡힐때까지


이 불편함을 가지고

나를 돌아보고


내면의 타자들을 불러내어서

서로 논의해봐야겠다


사물을 클리어하게 아는 것과

사람을 클리어하게 판단하는 것은 다르다


계속된 자아중심의 명제를 만들어낼 수록

내 안에 자유는 사라질 것이고


자유가 사라지면 의지가

태동할 공간이 없어서 자유의지도 사라질 것이다


그럼 자유의지에서만 발현되는

사랑의 진정한 모습도 사라질 것 같다


그래서 고민이 된다

오늘 사랑으로 살지 않는 나의 모습


아니 감춰져 있었으나 사실상은

매우 많은 날들을 사랑으로 살지 않았지


자유가 없었고 의지가 결여되고

타자의 욕망에 타자의 기준으로


다른이를 판단하고 구분해놓고

나의 안전한 성으로 들어온 사이


나 역시 이 성을 나갈 열쇠를

잃어버린 게 아닐까?




사랑은 자기가 갖지 못한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사랑은 뽐내지 않으며

자만하지 않으며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강요하지 않으며

'내가 먼저야'라고 말하지 않으며


화내지 않으며

다른 사람의 죄를 꼬치꼬치 따지지 않으며.


우리는 아직 모든 것을

분명하게 보지 못합니다


우리는 안개 한가운데서 눈을 가늘게뜨고

그 속을 들여다 봅니다


고린도전서 13장_메시지


사랑이 필요하다

다른이들을 신비로 놓아두는.


매거진의 이전글 현실과 보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