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가 졌다.
미국 소수인종 우대 정책 폐지

미국연방대법원 Affirmative Action 폐지의 관한 생각들

by 민모네

최근 미국 연방 대법원은 하버드 대학교의 입학 과정에서, 동양인임이기 때문에 오히려 역차별을 당했다는 동양계 학생들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미국에서는 대학입학 선발 시, 소수인종 우대정책을 적용해 왔는데, 이는 백인 우월주의가 지금보다 더욱 심했던 1960년대, 최소한의 인종적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한 안전장치 같은 정책이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물론 여전히 아직도 미국에선 백인이 주류지만요. 저희 대학교만 해도 학교 교직원 80%가 백인이라고 해도 놀랍지 않습니다.


이번 소송에서 논란의 핵심이었던 부분은, 대학교가 인종에 상관없이 모든 학생들의 원서를 객곽적이고 공정한 기준으로 판단한 것이 아니라, 동양인보다 더 소수인 흑인, 히스패닉 등 인종들을 학교에 합격시키기 위해 가산점을 부과했다는 것입니다. 하버드 대학교가 정말 역차별을 했던지 안 했던지, 어쨌든 중요한 건 하버드 대학교가 졌다는 사실인 것 같습니다.


숨죽인 미국 대학교들


하버드대학교가 고소를 당했던 시점부터, 미국연방대법원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미국의 모든 대학들은, 숨을 죽이고 결과를 기다리며, 하버드 대학이 질 경우를 대비해야 했습니다. 제가 있는 학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결과적으로, 더 이상 미국대학은 입학원서 검토 시 그 학생의 인종을 참고할 수 없습니다.


이게 참 애매합니다.


학교는 인종을 고려할 수 없지만, 학생이 본인의 에세이나 자기소개서에 인종을 쓰는 것은 허용이 되기 때문입니다. 어떤 학생은 자신의 인종을 나타낼 것이고, 어떤 학생은 인종을 나타내지 않을 것이고. 미국에서 지내다 보니, 외국인인 저도 학생의 이름만으로, 백인인지 동양인인지 흑인인지 히스패닉인인지를 얼추 추측할 수가 있는데, 다른 미국인들은, 이름만으로 학생의 인종을 추측할 수 없을까요? 과연 완벽하게 인종이란 팩트를 가리고, 원서를 리뷰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80%가 백인인 대학에서, 과연 백인이 아닌 소수인종을 뽑을 것인가? 객관적인 성적, 공정한 기준으로 모두를 평가해 학생들을 뽑아야 한다는 것은 어쩌면 실력이 중요한 이 사회에서 당연하다고 생각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에서 더욱 뼈저리게 느낀 것은 돈이 있어야 더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백인이 주류인 사회에서 백인들은 당연하게도 경제력도 교육열도 높을 텐데, 경제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다른 소수 인종들은 천재적인 반짝임을 가지며 빛나지 않는 한, 별똥별처럼 계속 떨어져 내릴지도 모르겠습니다.


능력이 없다면 떨어져야지 -- 그것이 공정한 결정일지라도, 이번 정책 폐지가 최소한의 보호막까진 없애버린 건 아닐까 그런 걱정이 문득 들었습니다. 더 힘이 없는 학생들은 기죽고, 낮추게 만들지는 않을지, 과연 미국이란 나라가 공정하게 백인이 아닌 학생들을 뽑을지. 한편으로 마음이 씁쓸한 것은 어쩔 수가 없나 봐요. 더 많은 수능 공부도, 인턴쉽, 동아리, 밴드, 운동 활동 등 모두 경제적으로 뒷받침이 되어야 하는 것이니까요. 당장 학교가 끝나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학생들이 어떻게 열정페이로 인턴쉽을, 그리고 특별활동으로 동아리를 할 수 있을까요?


또 한 가지 문제가 되는 것은 소수인종을 대상으로 주던 장학금입니다. 미국 연방 대법원은 이번 판결이 장학금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에 대해서는 말을 해주지 않았습니다. 미국에는 다양한 장학금들이 많은데, 정부 장학금도 있고, 사립재단 장학금도 있죠 -- 동양인 공대 여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이 있고, 흑인 학생들의 의대 진학을 도와주기 위한 장학금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장학금들도 이제 위헌입니다. 어쨌든 인종이 장학금 수여 조건으로 들어갔기 때문인데요. 또 소수인종을 도와주기 위해 만든 교내 프로그램들 역시 위헌으로, 모든 학교는 프로그램 참여 조건들의 인종 역시 역시 빼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요새 덩달아 일이 참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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