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벤서방정
극도의 무기력증은 호전되었으나
여전히 우울감은 남아있어 진료 시간에 이런 말을 꺼내놓았다.
"국가가 안락사를 허용한다면 아묻따 바로 신청할 것 같아요"
널을 뛰던 감정기복은 잦아들었지만,
마음속이 텅 비어버린 것 같은 공허함과 버거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저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다고 느껴질 뿐이었다.
그래서 새로 처방받은 약이 에스벤서방정
에스벤서방정은 세로토닌의 재흡수를 도와주는 항우울제 계열이라고 했다.
효과가 있기를 바라며 8월부터 복용을 시작했다.
4주 정도 꾸준히 복용해야 효과가 있다고 하던데,
효과보다 먼저 찾아온 건 부작용이었다.
1. 심장 두근거림
2. 구역질을 동반한 울렁거림
3. 손, 발의 간헐적 떨림
아침에만 복용하기로 했는데
빈 속에 이 약을 먹으니 위 세 가지 부작용이 한꺼번에 찾아와 너무 힘들었다.
정신과 약을 복용하고, 여름이 되면서 사라졌던 식욕
그나마 조금이나마 있던 욕구까지 싹 사라져 밥 한술 뜨기도 어려웠다.
안 그래도 더운 여름에 식사까지 제대로 못하니 매일을 좀비처럼 살아냈다.
기운이 없어서 퇴근 후 누운 채 그대로 잠이 든 적도 있었다.
미미한 두통도 더해져 출근길 버스에서 멀미하듯 괴로웠고
아침을 굶고 출근하면 항상 꼬르륵 천둥소리가 나던 배는 조용했다.
약을 복용한 후로는 점심을 세 숟갈 이상 넘기는 게 어려웠다.
심장은 계속 두근거리고 커피 세 잔을 연달아 마신 것 같은 불편한 각성상태가 계속되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도
출근길 두통에 멀미를 하고 김밥 반줄을 겨우 먹었다.
8월 내내 이 상태라니
곧 약효가 돌아보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