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이 Jan 06. 2024

던져? 말아?

사람이 싫어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더니.

오늘도 나는 폭발했다.


그녀는 오늘도 말이 통하지 않았다. 대화의 의미를 모른 단말인가. 분명 ‘대화’라는 것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의견이 맞지 않으면 서로 조율을 해 가는 것이 대화 아니냐고.



보름 전쯤, 그녀와 첫 마찰이 있었다.

그녀의 업무 중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하는데, 참여자가 적다는 것이다. 그래서 강사를 부를 수가 없으니, 내가 해야 할 것 같다는 것이다.

“선생님, OO가 선생님이 하는 게 어떨지 저에게 말을 하고, QQ(상사)께 보고하러 갔어요. “

“네? 그게 무슨 말이죠? 제가 하는 건데, 저한테 말 한마디 없이요?” - 뭔 소리냐 나

“그래서 제가 선생님을 도와 드리려고, 샘이 어디까지 하실 수 있는지 여쭤보러 왔어요.”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갑자기 너무 당황스러워요.” - 한 대 맞은 나


그때 걸려온 전화. 띠링~


전화 속 OO “거기 ZZ (그녀) 있으세요? 지금 QQ(상사)가 찾으세요.”

“네, 가시라 할게요.” - 비서도 아니고 나

“선생님, 제가 다녀와서 연락드릴게요.”




그녀가 사무실에서 나가고, 난 멍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전화가 울렸다. 띠링~

“선생님, 어쩔 수 없었습니다. 제가 올라갔을 때는 이미 끝났습니다. 제가 어떻게 해볼 수 없었어요.”

“네? 그게 무슨 말인지” - 파악 중 나

“선생님께서 어느 정도 하실 수 있는지 말씀해 주세요. “

“네? 선생님. 지금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겠어서, 일단 제게 시간이 (일단 전화를 끊어야겠다) 필요할 것 같아요. “

“(말을 가로채며) 선생님, 재료가 필요하시면 제가 주문을 해야 해서 빨리 말씀을 해 주셔야 할 것 같아요 “

네? 선생님. 근데 일을 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니에요. 갑자기 하라 그러고, 어디까지 할 수 있느냐니 당황스럽네요. 생각 좀 해 볼게요.(좀 끊어라). “


뭐가 왔다 간 거니. 그리고 이건 무슨 일이니.


자기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인데, 강사를 부르기 어려우니, 나보고 하란다. 내가 왜? 상담사니까~

응? 뭐? 상담사면 땜빵 하는 거니?? (올바른 표현이 아닌 점 양해 부탁드려요.) 내가 땜빵하려고 이 늙은 나이에 죽어라 공부해서 상담사 된 거니???

어차피 프로그램에 못 온 사람들 상담해야 하니까, 그 프로그램을 내가 하는 거라고?? 이건 무슨 말도 안 되는..  그것도 다음 주 화요일인데? 오늘이 금요일이고?




몰아붙인 느낌에 혼이 빠졌다.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분명히 밝히지만, 일을 하는 것의 불만이 아니다. 일을 요청하고 의논하는 ‘방식’의 문제 아닌가.

다시 생각해 봐도 그녀가 할 일이었다. 크게 보면 같은 팀으로서 그녀의 일을 도울 수는 있다. 하지만 그녀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애써 맘을 억누르고 있는데.


띠링~

“선생님, 저 OO인데요. 프로그램 재료 어떻게 하실 거예요? 다과는요?” (얘는 또 뭐라니. 두 대 맞은 기분) 싸하게 전화를 받았다. “네? (목소리 깔고) 선생님. 흠. 음. 제가 아직 정리를 못했어요.“

분위기가 이상하다고 눈치챈 OO. 얼른 말을 바꾼다. ”선생님 혹시 못하실 것 같으면 말씀해 주세요. 제가 중간에서 난처하니까, 못하신다면 QQ(상사)에게 말할게요. 그리고 결정되시면 ZZ(그녀)에게 말씀해 주세요. “ 후다닥 끊는 OO.

이건 또 무슨 상황.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일은 일이니까 정리를 해야 했다.


그녀에게 회사 내 메신저로 메시지를 보냈다.

선생님, 일단 제가 할게요. 하지만 일을 진행하는 방식이 불편하네요. 그리고 OO 선생님의 전화 역시 기분이 좋지 않아요. 일을 왜 이렇게 진행하시는 건지 이해가 잘 되지 않고요. 앞으로는 이렇게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내 의사를 전달했지만, 찝찝한 기분은 남았다. 마음을 진정시키려 노력하자. 기분 상하면 나만 손해지. 어차피 할 거면 일에만 집중하자. 하고 있는데.


똑똑!

그녀다. “선생님~” 문을 열며 “네”

“제가 OO 한테 재료 얘기를 했어요. 제가 재료 빨리 주문해야 한다고 했더니, 자기가 해결해 주겠다고, 선생님께 전화를 걸었어요.” “아~ 네. (뭐니. 이럴 거면 회의를 하면 되잖아.) 그래서 OO가 전화하자마자 재료 얘기를 했군요 “ 상황 대충 그려짐.

그리고 그녀는 자리에 앉아, 자기가 원했던 상황은 이게 아니었고, 나를 도와주려 했는데 이렇게 될 줄 몰랐다는 등의 말을 끝없이 했다. 처음에는 그녀의 말에 집중했고 들으면서 생각했다.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닐 거야. 자기 의도대로 안 된 거겠지.‘라며. 아. 네 하며, 순응적으로 그녀의 말을 듣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왠지 그녀의 말을 믿지 않으면 좀 슬플 것 같았다.




나는 그녀에게 좋은 동료이고 싶었고, 나는 그녀가 좋은 사람이라 믿었다. 그래서 지나가다 혼자 일하고 있는 그녀를 보면, 하나라도 도우려 했다. 심지어 빗자루를 들고 청소까지 하며.

그런데 이번에도 나의 기대였을까. 내 주변에는 좋은 사람들만 있다고 그렇게 긍정 확언을 외쳤건만.  


그 충격이 겨우 사라지고 그래도 억지 웃으며 인사하는 정도가 되었는데… 그녀는 오늘 나에게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두 번째 이야기 - 투비 컨티뉴-


<사진 출처 : 픽사베이>




매거진의 이전글 지금도 그는 뒷바라지 중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