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분위기도 주인 아주머니도 거칠면서 달큰하다.
*겨울 막바지에 제작한 독립 출판물 '을지로 야옹이'를 매주 브런치에 소개합니다
거칠지만 달큰한 맛의 돼지 갈비.
가게 분위기도
주인 아주머니도
거칠면서 달큰하다.
회사가 창경궁 근처에 있는 덕분에 을지로를 자주 ‘뿌술’ 수 있었고,
대부분 회사 동료들과 함께였다.
을지로 ‘경상도집’도 회사 동료 중 ‘정 없어’라고 부르는 사람들과 함께 방문했던 곳이다.
아무리 자주 어울려도 어쨌든 회사 동료이기 때문에 선을 지키기 위해 다들 쿨한 척을 했고, 서로 ‘정이 없다’며 놀리던 것에서 지은 이름이다.
‘정 없어’ 모임이 있던 어느 겨울 아침,
멤버 중 한 명이 양념 고기가 너무 먹고 싶다고 했다.
셋 다 맛 없는 곳은 안 가는 타입이라 열심히 서치했고, 내가 제안한 ‘경상도집’이 간택되었다.
후미진 포장마차치고는 비싼 편이면서 현금만 받는 이상한 집이었는데, 을지로 토박이 친구가 소개해줘서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이 골목 끝에 가게가 있다고?”
버스 타고 가기도 애매하기도 하고 한파가 조금 풀리기도 해서 걸어가는데, 도착지에 다다를 때쯤엔 너무 으슥해서 의심부터 들었다.
군사 시설로 보이는 곳의 담장을 따라 걸었는데, 보안 때문인지 지도 앱에는 우리가 허허벌판 옆 오솔길을 걷는 것처럼 나왔다.
저 멀리 불빛과 함께 포장마차 두 개가 보였다.
골목 왼편에 있는 가게에는 ‘경상도집’이라는 이름 대신 ‘생고기 불갈비’라고 적힌 작은 간판이 붙어있었다.
갈비를 굽는 곳으로 보이는 불 앞에 주인인 것 같은 아주머니가 스마트폰으로 드라마를 보고 계셨다.
“안녕하세요~”
“…(열심히 시청 중)”
“안녕하세요!!”
“…(열심히 시청 중)”
“저희 어디 앉으면 돼요?”
살짝 놀란 아주머니는 편한 데 앉으라는 말과 함께 골목 오른편의 포장마차 두 개를 가리켰다.
그렇게 추웠는데도 포장마차에는 소주잔을 기울이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고 주인 아주머니를 기다렸다.
여긴 특이하게 초장 베이스의 소스가 제공된다. 많은 블로거가 이 소스를 그렇게 칭찬했다. 살짝 찍어 먹어 보니 그냥 초장 같았다. 블로거가 되긴 글렀다. 뜨끈한 콩나물국에 소맥을 비우고 있으니 수북이 쌓인 양념 갈비가 나왔다. 여기저기 탄 부분을 가위로 잘라 낸 흔적이 보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퍽퍽한 살, 기름진 살,
양념이 많이 묻어 짠 살, 덜 묻어 싱거운 살,
총 네 가지 경우의 수를 가진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어떨 땐 퍽퍽하지만 양념이 많이 묻은 살을 집은 터라 술이 술술 넘어갔고,
어떨 땐 기름지지만 싱거운 살을 집은 터라 술이 술술 넘어갔다.
거친 맛이다.
을지로에는 맛있다고 소문난, 오래된 양념 소갈비 집이 있다.
부드럽고 균일한 맛을 내는 그곳의 소갈비보다 ‘경상도집’의 돼지갈비가 더 기억에 남는다.
달큰한 숯불의 향, 나만 알고 있는 맛집 포스 분위기, 친절하진 않아도 서운하지는 않은 서비스.
이 삼 박자가 들어맞았기 때문인 것 같다.
‘정 없어’ 멤버 중 연차가 제일 높은 동료가 현금이 있다며 계산을 했다.
다음 날 정산을 요구했으나 ‘언니니까 내가 쏜다’며 거절했다.
그러나 ‘정 없는’ 우리는 ‘쏠 거면 소고기 먹게 미리 말하라’며 끝끝내 인원수대로 나누기로 했다.
너무 가깝게 지내다 급격히 사이가 틀어진 회사 친구가 생각 났다. 어쩌면 적당히 정 없는 거리를 유지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정 없어’ 모임은 앞으로 더 오래갈 거 같다.
내일은 ‘정 없어’ 멤버들에게 ‘경상도집’에 가자고 해야겠다.
이제 봄이니 야외에서 한잔 해야 하지 않으냐며.
경상도집
을지로6가 국립중앙의료원과
훈련원공원 사이 골목 끝 집
고기는 왼쪽에서 굽고 식사는 오른쪽에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