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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콤앙마 Jan 24. 2024

1. 지율아 '아' 하렴

동시로 시작해서 에세이로 마무리 첫 번째 이야기 

 이 시는 2018년에 썼던 시다.


 당시 5살이던 둘째 지율이는 평소 빵빵 터지는 미소가 너무 사랑스러운 순딩순딩 애교쟁이였다.

 하지만 식사 시간만 돌아오면 고집쟁이 악동으로 변했다. 조잘조잘 말하기를 좋아해서 좀체 다물지 않던 입을 닫힌 조개처럼 꾹 다물고 어떤 반찬도 쉽게 넣으려 하지 않았다.


 가뜩이나 당시 키도 몸무게도 하위권에 속했던 터라 엄마인 나는 그럴 때마다 속이 탔다.

 뭐든 더 먹이고 싶은 엄마 마음에 밥 밑에 몰래 깔거나 좋아하는 반찬 속에 숨기는 일을 숱하게 했다.  그럼 뭐 하나, 혀 끝이 얼마나 예민한지 넣기가 무섭게 금방 찾아내서 뱉어내곤 했다. 


 그런데 또 이 예민함이 한편으로 다행인 것도 있었다. 바로 워킹맘인 나를 대신해 아이들의 아침 식사와 등 하원을 도와주시던 어머님께 말이다. 어머님께선 눈 나쁜 본인의 실수로 종종 작은 생선 뼈를 미처 다 발라내지 못하고 지율이 입 속에 넣어주곤 하셨는데, 그때마다 지율이가 귀신같이 잘 찾아냈다며 두고두고 말씀하셨다.    


 그렇다고 무섭게 하면서 억지로 먹여보자니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내키지 않았다. 본래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린다고 했고, 먹는 것에 진심인 내게 식사 시간은 늘 즐거운 시간이어야 했다. 더 나아가 당시 내가 답답해서 찾아봤더니, 모 유명 육아전문가도 식사 시간에 뭘 억지로 먹여서 불쾌한 마음으로 식사를 하게 하는 것은 식사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만 키워서 오히려 아이의 정서와 성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다 언제부턴가 나도 모르게 반찬을 수저에 얹으며 이야기를 함께 떠 먹이기 시작했다. 사실 난 원래 가볍게 이야기를 만들거나 농담 따먹기 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지금도 가족들을 상대로도 장난스럽게 이야기할 때가 많다. 물론 대부분 나 빼고 모두 T인 가족들에게 이상한 사람 취급받으며 공감받지 못할 때가 많지만 말이다.  원래 지율이는 어려서부터 창작 동화보다 과학 동화를 더 즐겨보는 논리 분석적인 경향성을 자주 보였다. 그럼에도 당시엔 어려서인지 엄마의 엉뚱한 상상이야기에 관심을 보였다. 


 그래서 그런 지율이를 앞에 두고  멸치 반찬, 가지 조림, 소고기 장조림, 감자볶음 등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꾸며댔다. 지율이 뱃속에 들어가서 얘네들이 어떻게 변신할지 상상해보게 하면서 말이다. 


 뭐 매번 성공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그런 엄마의 애씀을 눈치챈 건지 또 군말 없이 먹어주며 엄마를 기쁘게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무슨 그런 상전이 있나 싶다. 게다가 코로나를 기점으로 키도 많이 크고 몸무게는 한 술 더 떠서 다이어트가 필수인 상태가 된 지금에서 보면 그때 굳이 그렇게까지 먹이려고 애쓸 필요가 있었나 싶다.


 다 그렇듯 그땐 너무 중요했던 것들이 돌아보면 별거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그때의 기억은 이렇게 소중한 시로 남았다.


 한 스푼 한 스푼에 지율이에 대한 사랑을 담아 입 속에 넣어주며 하던 내 오랜 기도는 여전히  오늘의 기도가 된다.


 지율아, 살아갈 세상이 늘 벅찬 행복만 가득할 수는 없겠지만 어떤 순간에도 네 손을 놓치지 않고 널 응원하는 엄마가 함께 한다는 걸 잊지 마! 사랑한다, 내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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