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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콤앙마 Feb 20. 2024

8. 비 오는 날

동시로 시작해서 에세이로 마무리


 최근 7년간 결코 자의가 아니었던, 1학년 담임교사를 연임해야 했다.

물론 그럼에도 매해 진심이었고 그 마음에 대답하듯 아이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 후회는 없다.

 

 하지만, 이제는 나의 초등교사로서의 전문성 향상을 위해서라도 벗어나야 했다. 

1~6학년까지, 초등교사라면 어떤 학년을 맡아도 전문가로서 두려움이 없어야 하는데 

매년 1학년만 하다 보니 점점 다른 학년에 대한 감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물론 요즘 대부분 6학년 다음으로 아니 버금가게 1학년을 기피하다 보니

다들 1학년 담임 오래 했으면 다른 학년은 문제없다고들 하지만 그거야 남들이 쉽게 하는 말이고

막상 당사자인 나에게는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난 이왕이면 차근차근 올라가고 싶었다.

그래서 담임 배정서에 글쓰기 교육에 대한 나름의 포부까지 밝혀가며 4학년을 희망했다.

사실 1학년에서 4학년도 아이들의 변화가 크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우리 집 둘째와 같은 나이 아이들이니 

내 아들이나 아들친구들쯤으로 여기면 될 듯했다. 

게다가 그동안 기피학년을 계속했으니 나름 보상받고 싶은 마음도 좀 있었다. 

4학년은 다들 선호하는 학년이라선지 교직경력 19년 차임에도 아직 한 번도 맡아본 적이 없었다.

  

 학년과 업무를 발표하던 날! 전날 밤잠을 설쳐 비몽사몽이었다.

두둥! 결과는? 5학년? 무거웠던 눈꺼풀마저 심봉사 눈뜨듯 번쩍 뜨였다. 

엥? 갑자기 5학년이라니! 

교실도 1층에서 4층으로, 한달음에 뛰어오르기엔 몸도 마음도 너무나도 벅찬 느낌이다.

 

 설마설마했는데, 이제 고학년을 맡았으니 몸에 배어버린 지나친 친절함과 

하나하나 나누어 설명하는 습관들을 제대로 걷어내야 할 시간이 왔다.

 무엇보다 어르고 달래는 듯한 특유의 말투부터 고쳐야 한다.  

올해로 4학년 올라가는 아들조차 내가 학교에서 하듯 그림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하자고 하면, 

"엄마, 유아 대하듯 저한테 말하지 마세요." 

하며 정색할 정도니 말이다. 

 물론 아직은 4학년의 티를 다 벗지 못했겠지만, 

명색이 고학년에 들어가는 5학년 아이들에게 그런 말투를 썼다간 안될 일이다. 

 

 고민과 걱정이 깊어졌다. 

 차라리 이럴 줄 알았으면 최고 기피학년이지만

다년간의 노하우로 제법 자신이 생긴 1학년을 한 번 더 할 걸 그랬나 하는 생각까지 잠시 스쳤다. 

 

 아니다! 지금 내가 생각하는 1학년 아이들의 모습은 지난 2월, 즉 예비 초2의 모습이다. 

갓 입학한 병아리들을 떠올리면, 화장실 이용법부터 급식 먹는 것까지 하나하나 가르쳐야 하는

그 수고로움과 아이들의 귀여움을 뛰어넘는 기상천외한 사건들이 함께 생각난다. 

 그뿐인가? 주소와 특수학생 여부를 제외하고 아무런 정보 없이 이루어지는 반편성은

공포의 복불복이자 오로지 뽑기 운에 1년을 걸어야 한다. 

 

 그래, 그래! 긍정회로 돌려보자!

 일단 5학년 아이들에게는 학교생활에 대해 일일이 알려 줄 필요가 없다. 

보통 1학년을 하다가 윗 학년을 맡으면 모두 천재로 보이는 신비한 경험을 한다고들 한다. 

심지어 5학년! 내가 전입해 오기도 전에 입학한 아이들로 현 학교 사정에 나보다 더 밝은 아이들이다. 


 거기다 5학년은 각종 교과실과 더 다양한 특별실을 사용해야 한다.

 사실 1학년할 때 교과가 전혀 없어서 교과실을 갈 필요가 없었다.  

1층 교실과 도서관, 강당, 무용실, 급식실, 학습 준비물실 정도의 기본적인 동선만으로 생활했다. 

학년배정 후 열심히 교내 배치도를 들여다보지만, 

나보다 학교를 아는 아이들과 한두 번 가보는 것이 훨씬 빠를 것이다.   


 게다가 5학년은 교과내용이 다양하고 학습량이 훨씬 많다. 

그건 부담이 되기보다 즐겁게 티키타카가 가능하리라는 기대로 설렌다. 


사실 1학년으로 콕하고 뽑혀 가기 전까지만 해도 

2년 차 때 3학년 담임을 한 번 한 이후 내내 고학년 담임이었다. 

그때만 해도 '다들 선생님은 젊고 키도 크고, 고학년이 딱이야!'라는 소리를 늘 들었다.

물론 그땐, 1학년은 내 평생 안 하고 갈 수 도 있는 학년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변신하자! 고학년 선생님으로~

재미와 카리스마를 겸비한! 

매 순간 열심히! 공부할 때도 열심히, 놀 때는 더 열심히!


 그러려면 아이들의 마음을 더 잘 읽어야 할 것이다.

늘 공부에 지친 요즘 아이들! 

사실 숨쉬기 운동을 제외하고 평소 운동을 즐기지 않는 나지만

이젠 아이들이 좋아하는 체육을 꼭꼭 챙겨서 해줘야겠다!


 코로나 이후로 달라진 점이 있다면, 

비가 와도 할 수 있는 교실 체육놀이가 많이 소개되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체육은 화창한 날 넓은 운동장을 실컷 뛰면서 하는 게 제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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