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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콤앙마 Jan 23. 2024

지금 나의 목표나 꿈이 있다면?

한 달 쓰기 챌린지의 시작 (2023.12.21. 의 기록)

#사십춘기, 나를 찾는 매일 글쓰기 

#한달쓰기챌린지

#지금의 목표나 꿈


 직업만 같은 사람들과 비공개 커뮤니티에서 챌린지 모임을 형성했다. 

 바로 30일간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쓰고 인증하는 모임이다. 

 사실 나는 게으름의 대명사 MBTI인 INFP로 뭔가를 계획해서 꾸준히 실천하는 것을 어려워했기에 과연 잘할 수 있을까 많이 망설였다. 


 하지만 사십춘기! 요즘 심적으로 방황 중인 내겐 새로운 도전과 즐거움이 필요했다. 

그런 간절함으로 난 쓰기 챌린지에 합류했고  쓰기 챌린지의 본격적인 시작을 내내 기다렸다. 

 

 바로 오늘이 첫날인데, 정신없이 하루를 보낸 나는 고작 7분을 남기고 글을 쓴다고 앉았다.


 오늘 첫째 생일 축하파티를 한다고 뒤치다꺼리하는 것도 모자라 저녁시간 급한 마음에 생각 없이 돌린 세탁기가 멈춰 섰다. 올해는 좀 그냥 넘어가나 했더니 영하 20도의 날씨에 또 얼어버린 거다. 뜨거운 물 부어가며 녹이자니 내일도 영하라는데 다시 얼 것이 뻔하고 그렇게 공들여 시간을 쓰기엔 이미 너무 몸이 지쳤다.


 차라리 넣었던 빨래를 끄집어내 직접 빨래를 해버리자!


 세탁기가 없었던 옛날, 우리네 어머니의 어머니들이 얼마나 힘들게 빨래를 했을까를 몸소 체험하며 빨래를 마치고 나니 말리는 게 문제였다. 건조기가 있지만 제대로 탈수도 되지 않은 상태를 감당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결국 그걸 또 쥐어짠다고 한참이었다.


 허리디스크에 손목인대도 안 좋은 내게 제 손으로 빨래를 하고 짜는 것이 얼마나 안 좋은 것임을 알지만 그럼에도 나 아니면 이를 해결할 사람이 없으니 그냥 입 다물고 시작했다. 그 와중에 자기 방으로 케이크 배달시키는 첫째와 오늘 방학해서 가지고 온 자기 실내화도 빨아달라는 둘째를 보니 한없이 외롭고 서글펐다.


 따뜻한 차와 케이크를 먹으며 여유 있게 글을 쓰려고 했는데, 지금 내 옆엔 티백을 꺼내야 할 타이밍을 한참 놓쳐버린 씁쓸한 차가 차갑게 식어있다. 그 옆에 놓인 초콜릿케이크도 겉이 굳어가고 있고 말이다.


 사실 그렇다고 오늘 글을 전혀 쓰지 않은 것은 아니다.

중간에 아주 잠깐 짬을 내서 최근에 우연한 계기로 연재를 하게 된 글을 조금 썼다.


 그래도 30일 챌린지에 맞게 하루하루 정성 들여 글을 쓰고 싶었는데 이미 지나버린 시간들을 되돌리고 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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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렇게 글 자체를 쓰긴 썼다는 인증을 마치고 수정을 클릭하여 내가 진짜 하고 싶었던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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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목표와 꿈!



 오늘의 나를 돌아보면 여전히 이 단어들이 사치스럽게만 느껴진다.


 맞벌이임에도 늘 바쁜 회사원인 남편 덕에 아이들 어린 시절부터 6학년, 3학년이 된 현재까지 육아와 돌봄, 교육은 모두 내 차지였다. 그나마 쓰레기 분리수거나 가끔 재택 시 설거지 정도 하던 남편이 최근에 다리를 다쳐 깁스를 하는 바람에 이젠 그마저도 다 내 일이 됐다.


 거기다 통깁스했다고 퇴근해서 집에 돌아오는 순간부터  종일 소파에 누워서 밥상 받고 핸드폰 하고 티브이 보면서 꼼짝도 안 하는 꼴을 보고 있노라면 아픈 사람이라는 것도 잊고 배알이 꼴려 견딜 수가 없다. 나이 생각하라며 말렸는데도 그걸 뿌리치고 축구동호회에 나간다더니 나간 첫날에 왼쪽 아킬레스건을 끊어서 돌아왔다. 아프다고 난리인 남편에게 그러게 누가 하란 것도 아닌 축구를 구태여 하겠다고 나가서 이 사단을 만드냐고 면박 주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또 눌렀다. 결국 그렇게 수술을 하게 됐고 이제 겨우 수술 마친 지 1주일이 지났고 아직도 7주는 더 해야 한다는 데 벌써 난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든다. 긴병에 효자 없다더니, 남편 간병도 정말 할많하않겠습니다.


 그럼에도 난 2년 전부터 힘겹게 꿈을 찾아가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당시 어린 둘째를 돌보느라 원치 않게 휴직이 길어지고 있었다. 2년 차 중반에 들어서자  나도 모르게 잔소리가 늘었다. 워낙 게으른 성정에 엄마표는 엄두도 못 내는 스타일이라 그저 아이들 책만 도서관에서 떨어지지 않게 날랐었다. 그리고 읽어주거나 옆에서 묵묵히 읽곤 했다. 그 외엔 무심하리 만큼 아이들 공부에 관심이 없었던 내게 주변 엄마들이 나서서 그러고 있으면 안 된다고 뭐라도 좀 시키라고 안달이었다. 그러다 보니 아이 교육에 대한 불안증이 점점 깊어졌는데, 그렇게 조금씩 첫째에게 말을 보태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래서였을까? 어느 날 당시 4학년인 첫째가 물었다.


"엄마, 엄마는 꿈이 뭐예요?"

 

"꿈? 엄마는 선생님이잖아."


"아니. 직업 말고, 엄마는 하고 싶은 거 없어요?"


"왜 없어. 엄청 많지. 근데 너네들 돌봐야 하니 못하는 거야."


"하고 싶은 거 뭔데요?"


"글 쓰는 거 배우고 싶어. 그래서 엄마 이름 붙은 책도 내고 싶어."


"그럼 하세요! 내가 동생 보고 있을 게요. 난 엄마가 우리 때문에 뭐 못했다는 말 절대 듣고 싶지 않아요."


  지금 생각하면 어린 마음에 평소 일할 땐 옆에 있는 시간이 적던 엄마가 휴직하고 옆에 있으며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 것이 싫어서 한 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땐, 어리게만 느꼈던 아이가 엄마가 하고 싶은 것을 응원해 주겠다는 말이 얼마나 고맙고 기특했는지 모른다.


그렇게 내 꿈 찾기 활동이 시작되었다. 글쓰기를 배울 수 있는 곳이 없을까 인터넷상으로 이곳저곳 기웃거렸다. 하지만 내가 문예창작과를 다시 들어가 글 쓰는 방법을 기본부터 배울 것도 아니고 나름 돈을 들여 공부한다면 그것이 출판으로 까지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평소 관심이 많았던 동화나 그림책 강좌가 아닌 수강생들의 출판율이 높다는 논픽션스토리텔링이라는 강좌를 신청했다. 그리곤 일주일에 한 번씩 한 시간이 넘는 거리의 강의실을 찾아 나섰다. 초반에는 마냥 좋았다. 아이들만 두고 나간다는 마음에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았지만 처음으로 해야만 하는 일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혼자 집을 나선다는 사실이 마냥 나를 설레게 했다.


 하지만 웬걸! 

 4차시 수업에 접어들 때쯤 너무 고통스러웠다. 난 왜 내가 하겠다고 마음만 먹는 다면 꿈이 저절로 나를 꽃길로 인도할 거라는 착각을 했을까? 수업에서는 글 자체를 잘 쓰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었다. 다양한 시중의 책들을 분석하고 출판시장의 흐름을 읽고 내가 쓰고 싶은 책을 구상하여 기획안을 완성해야 했다. 물론 난 그마저도 좋았다. 도서관에서 해당 책들을 잔뜩 빌려 읽었고, 책분석을 꾸준히 했다. 열의에 넘쳐서 주말에 잠깐씩 남편에게 애들을 맡기고 서점으로 달려가 인기 있는 책과 주제를 살펴보고 이것저것 기획안을 써서 수업에 임했다. 그렇게 과제를 해가면 수강생들과 작가님의 합평이 시작됐다.


 문제는 거기서부터 시작됐다. 난 그간 제대로 된 합평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학창 시절 독후감이나 글짓기 상을 자주 탔었고, 고3수능을 마치고 나서는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 꽤나 쏠쏠한 상품을 받았었다. 그리고 첫째가 돌이 되기 전엔 늘 EBS 책 읽는 라디오를 끼고 살았는데 그때 백일장처럼 공모전을 했고 입상했었다. 그 전후에도 소소하게  '좋은 생각'이라는 월간지나 서울교사를 대상으로 한 공모전에 시가 채택되어 수록되기도 하는 등의 내 글쓰기에 대한 긍정적인 기억만을 안고 살고 있었다. 


 합평! 그건 아주 잔인한 거였다. 물론 개인적인 감정을 담아 혼내는 게 아님에도 내가 마음을 다해 고민하고 생각했던 것들이 부정당하는 것을 참아내는 과정이 너무나 힘들었다. 특히 난 본업이 따로 있기에 전업작가가 될 사람도 아니고, 어린아이들을 집에 두고 나온 것에 대한 죄책감까지 갖고 있었기에 고민이 깊었다.  이렇게까지 내 마음도 힘들고 일주일에 한 번 3시간 정도 지만 아이들만 방치하며 1시간이 넘는 거리를 왔다 갔다 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걸까?


안다! 난 그저 싫은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 도망치고 싶었던 거다. 늘 그랬다. 하기 싫거나 잘하지 못할 것 같으면 못할 이유를 찾아댔던 것 같다. 정말 큰맘 먹고 시작한 거였는데, 이렇게 내려놓으려고 하니 이걸 내게 권했던 첫째의 동의가 필요했다.


"OO아, 엄마 글 쓰는 것 그만할까?"


"왜요?"


"그냥. 엄마가 잘하는지도 모르겠고, 너희들만 두고 나가는 거 엄마 너무 신경 쓰여."


"괜찮아요. 나랑 @@이 잘 있어요. 엄마 아직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게 어딨 어요? 끝까지 해보세요!"


 뒤통수를 얻어맞는 느낌이었다. 난 아이가 안 그래도 엄마 없는 게 무섭고 동생 보는 것도 힘들다고 말해주길 바랐다. 그래서 내가 꿈이랍시고 떠들었던 이걸 끝내 해내지 못하고 주저앉으려도 것에 정당성을 부여받고 싶었다. '난 도망치는 게 아니라 좋은 엄마가 되려고 포기하는 거야'라며 합리화시키려고 했던 거였다. 그걸 어린 딸은 꿰뚫고 있었다. 그래도 명색이 내가 엄마인데, 아이에게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그때부터였다. 내 마음이 단단해졌다. 합평에서 까이는 것을 당연하다는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그러자 점점 기획안을 쓰고 보는 눈이 생겼던 것 같아. 그렇게 본래 예정되었던 8주라는 수업이 끝났지만 내 손에 남은 것은 사실 없었다. 이제 조금 논픽션스토리텔링이라는 분야와 출판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가 좀 생겼을 뿐이었다. 이대로 조금 발을 들여봤다는 것으로 끝낼 것인가 작가님의 심화수업에 참여해서 어떻게든 출간까지 도전해 보는 가 하는 고민이 깊었다. 역시 이럴 땐 첫째의 따끔한 한 마디가 필요했다.


 "끝까지 하세요!"


 그렇게 심화수업 2년을 받는 동안 난 8개의 기획안을 계약했고 1권을 출간했다. 물론 베스트셀러의 'ㅂ'도 못 따라갈 성적?을 냈지만 그리고 나머지 7개의 계약건은 1년 넘는 긴 공백을 갖고 아직 빛을 보지도 못했지만 말이다.(내년에 출간된다고 했는데 이 또한 가봐야 알 것이다.) 암튼 아무것도 안 했다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났을 거야. 그런데 도전했고, 포기하려던 순간들이 많았지만 그 시간을 넘어 나름 '작가'라는 부캐를 만들게 되었다.


 사실 첫 책이 나오고는 마음은 너무 설레고 좋은데 어찌해야 할지 몰라 홍보도 제대로 못했고, 하루하루 판매지수에 연연하며 마음 졸여했다. 하지만 이젠 안다. 책으로 돈을 벌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말이다. 그래도 계약금도 받았고, 내가 쓴 글로 소액이지만 돈을 벌 수 있는 삶! 나름의 의미를 찾고 행복하려 한다.


 암튼 내년은 설레는 일이 많다. 출간 경험이 자산이 되어 책쓰샘(책 쓰는 선생님 협회) 2기에도 참여하게 되었고, 티튜버라는 크리에이터 선생님들이 만든 협회에도 가입했다.


 물론 여전히 난 바쁘고 서러울 것이다. 우리 집에선 남편도 아이들도 그저 날 아내와 엄마로 여길 뿐이고, 내 작가적 성취에는 별 관심이 없으니까 말이다. 물론 늘 응원해 주고 자랑스럽다고 말은 한다. 근데 뭐, 내가 아직 작가로서의 입지가 크지 않다 보니 더 그렇겠지만, 음음;;; 그냥 그렇다고요.


 이렇게 원가족에게는 크게 인정받지 못하지만, 그래도 비슷한 길을 먼저 갔고 가고 있는 동료샘들과 함께 정보를 공유하고 마음을 모아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몽글몽글하다.


 거기다 절묘한 타이밍에 이렇게 '쓰기 습관' 밴드에도 참여하게 됐다! 게으름쟁이에 찐 P인 내게 대신 계획과 할 일을 정해주는 너무 소중한 공간을 만난 것이다.  


 글쓰기가 새로운 길을 찾아주는 그런 일이 정말 꼭 일어났으면 좋겠다.


ps. 사실 안경 쓰고 써야 하는데, 그럴 여유도 없어서 손가락 움직이는 대로 쓴 글이라 나중에 다시 보고 창피해서 어쩔 줄 모르는 글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이렇게 우리 집 같지 않게 조용한 시간 내 마음을 한껏 끄적이고 나니 기분이 너무 좋네요.


#새로운 길을 열어 줄 글쓰기 힘을 믿어요

#쓸 수록 채워지는 마법같은 내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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