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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콤앙마 Jan 23. 2024

지금 하는 일과 배우는 일은 뭐야?

한 달 쓰기 챌린지의 둘째 날(2023.12.22의 기록)

#사십춘기, 나를 찾는 매일 글쓰기 

#한 달 쓰기 챌린지

#지금 하는 일, 배우는 일


 지금 나는 서울 모 초등학교에서 1학년 담임교사를 하고 있다.

 2017년에 처음 1학년 교사에 당첨된 이후로 2018년에 한 번 더 그리고 2019년부터 3년 예기치 않았던 긴 휴직(코로나로 인해 육아휴직 다 쓰고 자율연수휴직까지) 후 2022년 다시 간 학교에서 또다시 1학년 담임을 맡았다. 그리고 올해 새 학교로 전입 와서 또 1학년 담임에 배정받았다.


 최근 7년 동안(공교롭게 2015 개정교육과정 시행기간 내내/ 내년부터 2022 개정교육과정) 1학년만 가르쳤고 우리 아이 둘의 1학년까지 거치며 교사로서도 학부모로서도 1학년에 아주 잔뼈가 굵어졌다.


 그래선지 요즘 시중에 히트 치는 초1을 위한 부모교육서를 볼 때면 나도 한 권 써야 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했다. 물론 내년부터 개정교육과정 적용에다 이미 관련 책들이 너무 많아 그 경쟁의 틈을 비집고 들어갈 엄두가 안나 시도도 안 하지만 말이다.


 사실 2017년에 첫 1학년을 맡았을 땐 아주 멘붕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30대 중반이었던 내게 1학년은 원래 베테랑 원로교사들의 학년이었다. 실제로도 직전해까지 한 명의 30대 젊은 교사를 제외하고(보통 학년에 일할 젊은이라고 불리는) 다들 50 후반에서 60대 선생님들이 1학년을 맡으셨다.


 그런데 2017년 학년발표 뚜껑을 열었을 때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 50대 초반 부장님을 제외하고 30대 중반 둘, 40대 초반 둘이었다.


 그 이유는 더 황당했다. 엄마들의 민원 때문이란다. 1학년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젊고 예쁜 선생님들과 생활하다가 초등학교에 오면 할머니 선생님들을 만나 무섭고 싫다고 했다는 거다. 심지어 한  선생님은 옷(그 선생님은 항상 맞춤복 같은 투피스 정장을 깔끔하게 입으셨는데 어린애들과 엄마들 눈에는 할머니 옷 같았나 보다)까지 문제 삼아 담임교체를 시도하기도 했었단다. 세상에 늙지 않는 사람이 어딨다고;;


 하지만 또 그랬기에 난 젊다는 이유로 아이들과 엄마들에게 격한 환영을 받았다. 학년 선생님들 중 막내이기도 했고(근데 7년이 지난 지금도 막내;; 1학년 담임이라 가능한 일^^;;) 지금이야 10킬로 넘게 쪄서 누가 봐도 아줌마가 되어버렸지만 당시엔 나이도 또래 아가씨들이 많을 나이인 데다 둘째 낳고 다이어트에  성공해서 학교 내에서도 아가씬 줄 알았다는 이야기를 숱하게 듣던 시절이었다. 원래도 우리 선생님이 최고라는 1학년 친구들에게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글쎄...


 당시 첫째도 미취학 아동인 데다 처음 맡게 된 1학년들이란. 교실이 마치 정글처럼 느껴졌다. 아이들도 1학년, 선생님도 1학년ㅠㅡㅠ 소리한 번 안 질렀지만 수없이 떠들고 질문하는 아이들 덕에 한 달도 안돼 대학시절 교수님마저도 연극발성이라고 극찬하신 꿀성대가 찢겨 피로 물들었고 목 부여잡고 간 병원에서 성대결절 진단을 받았다. 이건 뭐 노하우도 없고 경험치도 없던 완전 초보였던 거다.

 그야 당연한 거 아닌가?ㅠㅡㅠ


 발령받아 초임부터 청춘시절의 대부분을 5~6학년 담임과 영어교과로 불살랐다. 선생님은 젊고 키도 커서 고학년에 딱이라면서요?


 그래놓고 이렇게 1학년 신대륙에 갑자기 내던져 버리다니;;; 나 또한 그때 뼈저리게 깨달았다. 연배 있으신 선생님께서 갖추신 경력의 힘을!! 학교에 막 입학하는 아이들에게 하나에서 열까지 인내심을 갖고 차분히 지도하기 위한 그분들의 내공은 결코 쉬이 만들어지는 게 아니었을 테니 말이다.


 암튼 목소리를 잃고, 작은 아이들과 눈마추다 허리디스크를 얻고, 돌발성 난청으로 가는귀까지 잠시 멀었던 우여곡절 끝에 그래도 별일 없이(? 물론 그때 만난 진상 학부모와 기상천외한 아이들의 돌발행동들은 책 한 권은 써야 끝나겠지만) 1년을 마무리했다.


 다음 해엔 제발 다른 학년을 주십사 간청했는데 해가 갈수록 기피학년이 되어가는 1학년에 어쩌다 순딩순딩(이라 쓰고 자타 호구인증된) 내가 계속 박히게 됐다.


 휴복직으로 4년 반 실근무했던 학교에서 3년을 1학년 맡았다면 진짜 말이 필요 없다.


 그때부터 난 1학년에 딱인 교사가 된다. 좀체 목소리를 높이는 법이 없다. 한 번씩 아프거나 일이 있어 교실을 비우면 오시는 강사님들마다 혀를 내두르셨다. 동학년 선생님들도 나를 보살이라 부르신다.


 반 뽑기에 늘 똥손이라 헬륨풍선처럼 가벼운 궁둥이와 병원치료가 필요한 친구들은 대거 절 찾아온다. 나와 손잡고 약을 먹기 시작한 친구들도 여럿 있고 말이다.  


 하지만 이제 내게도 1학년을 오래 하며 박힌 굳은살 같은 경력과 외우다시피 한 1년의 교육과정이 척하면 척 수준이라 웬만한 상황에 당황하지 않을 내공을 길렀다. 토하고 똥 싸고 쉬 싸고 열나는 아이들을 바도 그러려니 하고 그 아이의 자존감을 지키며 다른 아이들에게 참된 배려를 가르칠 만큼;;;;


 그러나 이제 더는 안 되겠다. 난 1학년 전담교사가 아니다. 2~6학년 어느 학년에 내던져져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내년에는 새로운 학년을 맡고 싶다.


 지금 교육현장을 강하게 휘몰아치는 에듀테크를 잘 익혀서 수업에 활용하고 싶다. 에듀테크가 급습했던 코로나시절 휴직했고 이후에도 1학년만 하느라 에듀테크와 친해질 기회가 없었다.   열심히 살고 있음에도 자꾸 도태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래서 이번 방학에는 다양한 디지털 활용 수업 방법에 대해 익힐 생각이다. 간단한 구글부터 각종 AI 활용 방법들을 배우려고 한다. 이미 한해 한해 늙고 있지만, 난 퇴직하는 그 순간까지 배워서 늙으니 나가야 한다는 무논리에 실력으로 맞서고 싶다.

 

 많은 나이가 그저 낡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과 능력치의 축적을 의미하는 넘사벽 내공이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지금 하는 일 쓰다 1학년 담임 맡은 히스토리가 횡설수설

#결론은 내년엔 제발 1학년 탈출 기원

#에듀테크 널 제대로 익혀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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