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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콤앙마 Jan 23. 2024

지금 가장 바꾸고 싶은 것은?

한 달 쓰기 챌린지의 넷째 날(2023.12.24의 기록)

#사십춘기, 나를 찾는 글쓰기

#한 달 쓰기 챌린지

#지금 가장 바꾸고 싶은 것


 운전을 두려워하는 소심한 성격을 바꾸고 싶다.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내게 가장 큰 취약점이 바로 운전을 못한다는 것이다.


 면허가 없나? 아니다.


 차도 없던 대학시절에 땄던 터라 갱신만 벌써 두 번이나 했다. 이제와 생각하면 참 어리석었다. 당장 운전을 할 것도 아니었으면서 인생의 필수 도장 깨기 하듯 면허를 생각했던 것 같다. 


 앞으로 면허 따기 힘들어진다는 당시 풍문에 별생각 없이 싸게 딸 수 있는 곳에 덜컥 등록했던 것이다. 기출문제 대충 풀어보고 필기엔 쉽게 합격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호기롭게 1종으로 신청했는데 기능시험을 준비하며 2종오토로 전환했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범퍼카를 사랑했던 내게 클러치에서 발을 떼야만 움직이는 1종의 운전체계가 문제였다. 머리로는 백번이고 이해했지만 자꾸 밟고 싶어 하는 발까진 설득시키지 못했던 거다. 


 결국 1종으로 기능시험 준비한 지 이틀 만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대신 2종오토로 바꾸고는 그간 쏟아지던 지적과 핀잔으로 인해 상실했던 자존감을 빠르게 회복했다. 단 3일 만에 기능습득을 클리어하고 종합시험장으로 향했다.


 시험일 당일, 기존에 연습했던 연습장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시험장 규모에 압도됐다. 그리고 거기서 대학원 다니시며 교수님 조교처럼 일을 돕던 선생님을 만났는데, 그분은 시험시작 5분 만에 보도블록을 올라타고 직원분 손에 시험장 밖으로 끌려 나왔다. 그걸 보고 잔뜩 긴장해 출발하자마자 정지선 훨씬 전에 차를 세워 5점 감점됐다. 


 그래도 다행히 긴장은 점점 풀렸다. 주차는 제대로 하려다 감지선 다 밟지 말고 찍고만 나오라던 족집게 조언에 맞춰 10점 감점을 추가해 85점으로 기능시험에 통과했다.

 

 이후 주행시험은 전문학원에 등록해서 연수받고 시험까지 속전속결로 끝냈다. 담당 강사님이 자기 죽고 싶지 않으니 속도 줄이라고 하실 정도로 주행이 재밌었다. 기능학원에서의 속도 20에서 느끼지 못했던 스릴과 즐거움을 진짜 도로를 달리며 느꼈던 것 같다.


 그렇게 총 2주 정도의 시간을 써서 운전면허증을 손에 넣었다. 그리고 그건 고스란히 장롱으로 던져져 오래도록 빛을 보지 못했다. 


 임용고시를 보고 서울에서 근무하며 출퇴근시간마다 전쟁터로 변하는 도로로 뛰어들 엄두를 낼 수없었다. 그러다 결혼하고 곧이어 임신과 출산을 하며 휴직을 했지만 안전을 이유로 말리는 남편 때문에 운전을 시도하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렀고 아이가 둘이 되니 차가 필요한 순간도 늘었다. 그러자니 운전하는 남편에게 의존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 번씩 다투기라도 하면 불편해지니 내가 지고 들어가는 더럽고 치사한 일들이 종종 생겼다. 


 그러다 때가 왔다. 더는 미룰 수 없는! 

 남편이 회사에서 '지역전문가'로 선발되어 해외에 1년간 나갔다 온 뒤 1~2년 후 또다시 반년이나 출장을 나가게 된 것이다. 앞선 1년에는 둘째가 너무 어려 잠시 친정에 머물렸었다. 그래서 친정아빠 차로 이동해 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엔 여전히 어리지만 둘째도 어린이집을 다니고 내가 혼자 아이들을 돌보기에 무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제야말로 운전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맘카페에서 유명강사님께 연수를 받을 냈는데 자기는 10개월 넘게 대기해야 한다며 다른 강사님을 추천했다. 그렇게 만난 강사님은 안전 지상주의의 연륜이 지긋하게 느껴지는 고집스러운 할머니셨다. 연수루트도 본인이 편한 곳으로만 정하고 자기 지인이 버섯 파는 곳 가서 시식을 시키기도 하고 진짜 이게 뭔가 싶은 어이없는 연수였다. 사실 당시엔 연수가 처음이라 이게 이상한 건 줄도 모르고 얼렁뚱땅 시간만 지나버렸다.


 할 수 없이 마음이 급한 나는 유튜브며 각종 운전 영상을 보고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다. 그렇게 혼자 운전을 하다 첫 사고를 냈다. 2차선 복잡한 도로 한쪽에 정차한 택배트럭을 피해 간다는 게 대형 suv인 내 차폭을 제대로 계산하지 못해 트럭 왼쪽 사이드미러를 날려버렸다. 영업차였음에도 나름 합리적인 금액으로 합의했다. 하지만 남편도 해외에 있는 상황에서 의논할 어른이 아무도 없는 환경에 사고를 겪고 나니 충격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소식을 듣고 친정엄마가 연수를 한 번 더 받으라고 강습료까지 대주시며 권했다. 이번엔 인터넷으로 유명하다는 곳에서 자차연수를 받기로 했다. 내 또래 여자강사였는데 시원시원하고 자기 실력에 자신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 사람은 매사 조심성 있게 운전하는 나를 면박주며 더 밟으라고 했다. 나도 대학시절 멋 모를 땐 잘 밟았는데 이제 지켜야 할 사람들이 많아져선지 겁이 많아졌었다. 


 그렇게 연수중반을 넘어서자 칭찬도 받았고 스스로도 자신이 생겨 차를 몰고 이곳저곳 혼자 달렸다. 점점 여유가 생겨 음악도 틀었고 칼주차한 사진을 찍어 해외에 있는 남편한테 보내 자랑했다. 그렇게 나도 운전자로 살 수 있게 됐다고 생각했는데 '그 사고'가 났다. 


 연수 중이었다.

 늘 가던 둘째 어린이집 주변이었다. 비보호 좌회전을 해서 2차선 도로로 나가야 했다. 오른쪽에 전기공사가 한창이라 공사차량으로 시야가 가렸다. 평소 나 같으면 직진 차량의 꼬리가 끝날 때까지 기다린다. 그런데 연수강사가 자기 딸과 통화를 하며 나한테 돌리라고 신호를 보냈다. 우측에 앉았으니 더 잘 보일 거고 연수강사니 믿고 돌렸다. 


 내 차량의 오른쪽 끝이 차선으로 머리를 들이미는 순간 엄청난 속도의 택시가 지나갔다. 바로 멈췄지만 택시 뒷좌석 볼록 튀어나온 부분과 내 차의 접촉은 막을 수 없었다. 


 사고다! 그것도 택시랑;; 

 택시에선 한눈에 봐도 일흔이 훌쩍 넘은 듯한 기사님이 뒷목을 잡고 내렸다. 분명 아주 경미한 접촉이었는데 상황은 점점 심각해졌다. 자기 책임이 분명함에도 연수강사는 어떻게든 면피하려고 했다. 


 그 도로는 겨우 2차선임에도 조금만 나가면 8차선 대로와 맞닿는 곳이라 차량통행량이 많은 곳이다. 버스까지 다니는 그 복잡한 곳에 사고차량이라 다른 곳으로 옮기지도 못하고 최대한 길 끝에 대놓고 보험회사 부르고 기다렸다. 차가 막힌다며 보험회사직원은 도착이 늦고 그 도로를 지나는 차들은 빵빵거리며 불만을 토로했다. 연수강사는 거기서 자기가 아는 오빠가 한다는 정비소를 들먹이며 기사를 설득하려 했으나 기사는 콧방귀도 안 뀐다. 이런 상황에 전화할 남편도 바로 달려올 수 있는 사람도 없었던 나는 그냥 주저앉아 울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보험회사 직원 와서 사고접수하고 일단 차량 빼기로 했다. 연수강사는 울면서 자기가 연수 중에 통화 안 하는데 이혼 준비 중이라 딸이 불안해해서 그랬다며 그 상황에서 나라면 분명 차 안 돌리고 조심했을 거 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어떤 보상도 언급하지 않았다. 난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고 그냥 집에 들어가고만 싶었다. 


 그 와중에 택시기사는 자기가 병원을 가려다 전화한다며 100프로 과실 인정하면 병원 안 가겠단다. 칼만 안 들었지 협박이었다. 보험회사에서도 대인접수하면 피곤하니 그렇게 하란다. 결국 자기 부담금 20만 원을 부담하고 자차보험 처리했다. 


 뒤에 너무 억울해 해당회사에 전화해 강습료 전액을 돌려봤긴 했지만 지금 와 생각하면 자기 부담금과 정신적인 피해보상도 요구해야 했다. 근데 당시 남편도 없는데 회사에 자기 잘못을 말도 안 한 강사가 보복이라도 할까 봐 더 요구할 생각도 못했다. 정말 호구였다. 


 그 사고는 내게 엄청난 트라우마를 남겼다. 사고는 경미했지만 그 처리가 너무 힘들었다. 


 그렇게 겨우 잡았던 운전대를 놓았다. 다행히 그 사이 집 가까운 곳으로 전입했다. 그런데 최근 아이들 라이딩해야 하는 학원이 늘자 그때마다 남편한테 부탁하는 것도 안되고 난감할 때가 많다. 택시 태우면 되지만 갑자기 안 잡힐 때면 또 얼마나 마음 졸이게 되는지~


 게다가 이 주제로 글을 쓰는 오늘 운전이 너무 필요했다. '친정=힐링'이라며 행복했던 걸 딱 하룻밤 자고 나니 반전 상황으로 이끈 우리 둘째ㅠㅡㅠ 아침부터 열이 났다. 


 설마~~ 너 추석 때도 시가에 있을 땐 멀쩡하다(분명 거기서 잠복기를 거쳤겠지만) 친정 오자마자 열나서 휴일에 문 여는 병원 찾고 A형 독감 판정받아 친정식구 모두 간병시키더니;;;; 그래도 전처럼 고열은 아니라 그냥 넘겨보고 싶었는데 안 되겠어서 친정아빠 차로 일요일에도 여는 병원으로 달렸다. 


 한 시간 넘게 대기해서 B형 독감 당첨! 다정다감 우리 아빠 무릎도 안 좋으신데 그 긴 시간 섰다 앉았다 대기하시고도 둘째 걱정뿐이셨다. 


 내년에 벌써 칠순이신 울 아빠를 아직까지 운전기사 시키는 못난 딸은 마음이 시큰했다. 앞으로 아빠, 엄마를 내가 모시고 이동해야 할 일이 많을 텐데 그때마다 남편 손 빌리고 불편하게 택시 잡는다고 허둥댈걸 생각하니 운전대를 놓아버린 트라우마 극복하고 소심한 마음을 털어내고 싶다. 


#버리자 소심한 마음

#트라우마 어찌 극복할지

#자율주행차 빨리 좀 보편화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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