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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콤앙마 Jan 23. 2024

지금까지 가장 후회하는 일

한 달 쓰기 챌린지 스무째날(2024.01.09의 기록)

#사십춘기, 나를 찾는 매일 글쓰기

#한 달 쓰기 챌린지 

#지금까지 가장 후회하는 일


 내가 지금까지 가장 후회하는 일은 학창 시절동안 내 삶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보지 못한 것이다. 


 내 삶은 결국 내가 선택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며 살아가는 것인데 그것을 너무 뒤늦게 깨달았다. 그저 흐르는 강물에 띄워진 나뭇잎처럼 수동적으로 살아내 왔던 삶에 대해 답답함을 느끼면서도 무엇부터 바꿔나가야 할지 막막하다. 


 사실 뭐든지 될 수 있다고 믿었던 어린 시절에는 정말 꿈이 많았다. 내가 꼭 되어야 하는 존재가 없었기에 조금만 좋아 보여도 '나 저거하고 싶다!'  , '커서 저런 사람 될래!'라고 쉽게 말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 '공부를 잘한다'라는 이유로 내게 주어지던 달달한 보상에 심취했던 것 같다. 만나는 사람마다 칭찬했고 자연스럽게 따라오던 학급임원이라는 감투가 주던 적당한 관심과 권력의 맛도 좋았다. 


 특히 그런 칭찬을 받는 아이의 부모가 되어 행복해하시는 아빠, 엄마 모습을 보는 게 가장 행복했다. 나를 낳고 사랑으로 길러주시느라 헌신하시는 부모님께 기쁨을 드릴 수 있는 착한 딸이 되는 것! 그 시절 내게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었던 같다. 실망하는 부모님 표정하나에도 온 세상이 무너지듯 절망감을 느끼곤 했으니 말이다. 

 

 암튼 모두들 공부만 잘하면 앞으로의 인생은 성공과 행복이 가득할 거라 했었다.  


 물론 나도 한참 공부에 전념해야 할 고교시절에 첫사랑의 열병으로 딴 데 한 눈을 팔기도 했지만 끝까지 공부를 손에서 놓진 않았다. 특목고여서 내신을 챙길 수 없었지만 수능 1등급 정도야 당연한 정도의 성적을 유지했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공부를 잘할수록 내가 나아갈 길이 좁아지는 느낌이었다. 어떤 진로는 그 성적으로 가기엔 아까운 분야였고, 어떤 진로는 안정된 미래가 보장되지 않아 허송세월을 보내게 될 거라고 했다. 


 이렇다 하게 진로에 대한 치열한 고민 없이 그저 앞만 보고 달리다 대입수험생이 되었다. 부모님은 이런 내게 교대를 권했다. 온 국민이 함께 IMF시기를 겪고 교대의 인기는 하늘 치솟고 있었다. 다들 '초등교사'는  철밥통에 안정된 직장! 선생님이라 존경받고 다른 직장과 달리 빠른 퇴근시간과 방학이 있어 워라밸이 보장된 '여자'에게 최고의 직업이라고 했다. 

 

 그렇게 초등교육과에 진학했다. 주변에 재수, 삼수까지 하며 교대입학을 준비하는 모습에 우쭐했고 필수과목이 많아 과 내에 같은 반 친구들과 정해진 시간표대로 수업을 듣곤 하는 것이 고교시절과 크게 다른 게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너무 답답했다. 취업을 고민하며 해외연수도 다녀오고 다양한 아르바이트도 하는 친구들을 보며 이미 뻔한 진로가 정해진 삶이 너무 지루하게 느껴졌다. 나도 이런저런 다양한 일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진로에 대해 충분히 스스로 고민해보지 않았던 것이 그제야 날 흔들어댔던 것이다.


 그래서 부모님께 조심스럽게 휴학하고 생각할 시간을 갖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하지만 대차게 까였다. 


 사실 진로가 확실히 보장된 교대에서 휴학이란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찾기 힘든 일이었다. 심지어 남자학우들 군대도 발령 후에 가니 말이다. 


  부모님께선 일반대학생들의 취업이 매우 어렵다는 현 상황에서 네가 하는 고민은 배부른 소리고, 임용전망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 임용시험 준비를 잘해서 빠르게 합격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셨다. 나는 그때까지도 말 잘 듣는 딸을 포기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도 늦지 않았었는데 아쉬운 마음이 든다. 교사가 된 것이 후회된다기보다 그때 충분히 고민할 시간을 갖고 교사가 되었다면 요즘같이 교사사기가 떨어지는 현실과 부딪혔을 때 답 없는 후회와 우울을 좀 덜 겪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결국 난 그렇게 올라탄 교직을 향한 열차를 쭈욱 타고 인생을 달렸다. 그 인생에서 좋은 이들과 함께한 행복한 시절도 있었고 삶 전체를 놓아버리고 싶을 만큼 힘든 시기도 겪었다. 


 '교직탈출은 지능순이다!'

 요즘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다. 근데 마냥 웃을 수만은 없을 정도로 능력 있는 교사들의 교직탈출이 늘었다. 


 철밥통! 신붓감 1위! 워라벨! 다 옛말이다.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월급은 체감상 매년 오르는 게 아니라 떨어지는 것 같고 점점 교육이 아니라 보육과 돌봄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며 내가 뭐 하는 사람인가 하는 고민에 빠진다. 생수마저 내돈내산 하는 복지는 뭐 말할 것도 없다.


  그럼에도 교사라는 내 직업자체를 후회한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지난 20여 년의 시간을 통째로 부정하기엔 내 열정의 시간이 너무 아프다. 난 내 미래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지 못했던 그 시절을 후회한다. 


 특별한 사춘기 없이 보낸 착한 딸이었던 내가 전과 달리 마냥 자랑스럽지 않다. 동시에 제 멋대로 날뛰며 엄마의 조언은 가볍게 무시하는 고집쟁이 딸이 날 닮지 않아 한편으로 다행스럽게도 느껴진다. 


  아무튼 사춘기가 없어서 그런가 사십춘기가 단단히 온 것 같다. 그저 아내로, 엄마로만 살기 싫어졌다. 아직 반백년도 안 살았다는 마음으로 내 길을 찾아보고 싶다. 


#아직 늦지 않았다

#엄마도 꿈꿀 수 있다

#사십춘기의 방황이 길을 찾을 수 있길

#갱년기를 후회의 늪에서 보내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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