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 릴레이와 도움 주는 나

by 미노칼럼


누군가를 도와줄 일이 많아진 만큼, 도와줄 방법도 많아진 사회다. 2014년 루게릭병을 위한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시작으로, 소셜미디어를 통한 릴레이 기부가 확산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 때 있었던 '선결제 릴레이', 최근 영남 산불의 이재민을 위한 온라인 플랫폼 내 기부 행렬 등 누구나 어디서든 쉽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회가 되었다.


하지만, 기부의 대중화가 항상 좋게만 작용하지는 않는다. 산불 사태 속에서 특정 정치인의 방문에 항의하는 주민들과 이에 대응하여 기부를 취소하는 해당 정치인. 산불이 한창인 상황에 탄핵 촉구 집회에서 노래를 부르는 가수와 이를 비난하는 대중. 이 글에서 어느 한쪽을 지지할 생각은 추호도 없고, 그 속의 시시비비를 따지는 행위는 말 그대로 '급한 불'을 끌 시간을 지체할 뿐이다. 하지만 이 상황 자체를 모르는 체할 수는 없다. 기부와 도움의 의미를 잊어가는 모습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특히나 '도움 주는 나의 모습'이 도움 그 자체보다 더 강조되는 요즘이다. 의미는 잊은 채 찬물을 맞으며 깔깔거리는 아이스버킷 챌린지 참가자들. 도움 주는 모습 보여주기에 혈안이 된 유명인들과 도움 주는 모습 보기에 혈안이 된 사람들. 기부의 의미가 없어진 공허한 확산은, 산불의 피해만 늘리는 바람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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